"아, 역시 유키노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돌아보니, 대단한 미인이 거기에 있었다.
목소리 주인은 주위에 있는 친구같은 집단에 말을 하고 잽싸게 이쪽으로 달려왔다.
"……언니"
방금전까지 미소를 잊어버린것처럼 무표정해지는 유키노. 어깨를 긴장시키며 인형을 꼬옥 안는다.
"언니?"
눈 앞의 여성과 유키노를 교대로 본다.
청초하고 또렷한 유키노하고는 대조적으로 기품을 잃지 않은 정도로 피부를 노출하고 있지만 확실히 닮았다.
"이야- 이런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앗, 남자애랑 있구! 데이트? 데이트지? 데이트라고 해! 요녀석요녀석!"
훌륭한 삼단활용에 감탄하는 수 밖에 없다.
유키노의 언니는 WRYYYYYYYY라며 팔꿈치로 유키노를 찌르면서 놀리고 있다. 하지만 유키노는 그런 언니를 차가운 눈으로 울적하다는 듯이 쳐다볼 뿐이다.
"저기 얘, 저거 유키노의 남친? 남친?"
"저거 취급은 너무한다고요. 히키가야입니다, 처음뵙겠습니다 유키노시타 씨"
쓴웃음과 함께 자기소개를 한다. 그리고 그런 나를 수상쩍은 눈으로 보는 유키노.
솔직히 나 자신은 이 유키노의 언니에게 어떻게 생각되든 관계없다. 하지만 유키노와 함께 있는 장면에 나타난 이상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면 나의 평가라는건 동생의 친구의 평가이며, 그대로 유키노의 평가가 되기 때문이다.
너를 위해 신경을 쓰고 있는데, 왜 그런 눈으로 보는거냐.
"히키가야……. 헤에……"
유키노시타의 언니는 순간 생각 하듯이 뜸을 두고, 나를 발끝부터 머리까지 흘려봤다.
이런. 왠지 나, 완전 평가당하고 있는데-. 같은 동생을 가진 사람으로서, 동생의 친구가 어떤 녀석인지 신경쓰이는것도 잘 안다. 하지만 나여도 이렇게까지 알기 쉽게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지나치게 시스콘스럽네, 이 사람.
"유키노의 언니, 하루노에요. 잘 부탁해"
평가가 끝났는지 하루노 씨가 생긋 미소짓는다.
그나저나 자매가 이렇게나 성질이 달랐나. 어딘가 차가운 분위기인 유키노와는 달리, 무언가 따뜻하고 명랑함을 느낀다.
뭐, 아무래도 좋지만.
"그나저나 유키노도 남친이 있으면 가르쳐주면 좋았을걸. 아, 히키가야. 저거라고 불러서 미안해"
테헤페로☆
과연. 만화같은데서 밖에 본 적이 없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식으로 하는구나. 공부가 되겠네, 이 사람.
"아뇨,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남친 같은게 아니니까요. 안그래, 유키노?"
"그래, 남친은 아니야"
"또 그런다아-! 부끄러워 하지않아도 되는데! 그렇지, 유키노가 남친 생긴 기념으로 언니가 밥 사줄게-"
"아뇨, 정말로 아니니까요. 죄송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오, 너도 딱 삐쳐가지곤-. 유키노를 울리기라도 하면 누나 용서 안할거야"
하루노 씨는 "떽!" 하며 나를 꾸짖듯이 검지손가락을 세우고는 그걸 내 뺨에 찔렀다.
거짓말을 하는건 싫지만, 이 텐션에 말릴 정도라면 남친이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건 그거대로 귀찮아질것 같지만.
"언니, 이제 됐으려나. 용건이 없으면 우리들은 이제 갈건데"
유키노가 그렇게 말해도 하루노 씨는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고, 내게 달라붙었다.
"자자, 얼른 말해-. 둘은 언제부터 사귀었던건가요-"
"잠깐만요, 가깝다니까요 유키노시타 씨"
집요하게 캐묻는 사이에 나와 하루노 씨의 거리는 거의 제로. 그리고 오늘은 햇살도 강해서 초여름의 볕양이라고 해도 좋은 기온이다. 요컨대 얇은 옷.
알고 있으면서 하고 있는거겠지만, 솔직히 짱난다.
"……언니, 슬슬 그만해"
낮게, 강한 어조로 하루노 씨에게 고하고 경멸의 시선을 보낸다.
"아……미안해, 유키노. 언니가 좀 들떠버린걸지도"
미안하다는 듯이 힘없게 웃는 하루노 씨.
그리고 하루노 씨는 내게 살짝 귓속말을 한다.
"미안해? 유키노, 섬세한 성격이니까. ……그러니까 히키가야가 제대로 신경써주렴"
아무래도 하루노 씨에게 동생을 맡길만한 인간이라고 인정받은 모양이다. 남의 평가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나이지만, 시스콘에게 있어 최상급의 신뢰의 증거인 이 단어를 솔직히 기쁘다.
뭐, 이 사람의 평가 기준은 전혀 모르겠지만.
"알겠습니다"
하루노 씨의 신뢰를 배신하지 않도록 성실하게 대답한다.
"……히키가야, 지금 그거 뭐니? 언니한테 무슨 소리를 들은거려나?"
방금전까지 하루노 씨에게 향하고 있었을 차가운 시선을 어째선지 유키노는 내게 향하여 온다.
그런 유키노의 대응에 곤란해져 하루노 씨에게 시선을 주니 입에 손가락을 대며 '비밀'이라고 눈짓했다.
"아니, 그건 그게……. 나중에다 나중에"
"에-, 히키가야 공개할거야? 그러면 누나 울어버린다"
"죄송합니다, 유키노시타 씨. 솔직히 자신의 몸이 더 귀하거든요"
"뿌-뿌-. 아, 그래. 밥은 거절했지만 차라면 어때? 히키가야 군의 입막음료. 누나 분발할게! 그리고 누나로서 유키노의 남친에 어울리는지 알아볼 의무가 있다구요"
척 가슴을 펴며 가볍게 윙크를 했다.
아까 인정해줬잖습니까, 싫다-. 더 이상 시험당한다거나, 절대로 차 정도로는 사리에 맞지 않으니까 거절하겠습니다.
"……언니, 정말 끈질기네"
강하고, 그리고 명확한 거절.
나도 코마치와 관계를 다시 보자. 코마치에게 이런 소리를 들으면 쥬카이로 갔다온다 정도가 아니니까.
"그치만 유키노가 다른 누구랑 외출하는거 처음 봤다 뭐. 그랬더니 기뻐져서"
쿡쿡, 하루노 씨는 즐거운 듯이 웃었다.
"모처럼 청춘이니까 즐겨야지! 아, 그치만 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
하루노 씨는 농담하듯이 주의했다. 그대로 유키노에게 얼굴을 가져가고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혼자 자취하는것도 아직 엄마 화내고 있으니까"
'엄마'라는 단어가 나왔을때, 유키노의 몸이 긴장했다.
잠시 뜸을 두고 유키노는 인형에 얼굴을 묻어 꼬옥 껴안는다.
"……딱히. 언니하고는 관계없는 일이야"
정면을 보지 않고 지면을 바라보며 얘기하듯이 유키노는 말한다.
또다.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할때, 언제나 유키노는 이런 얼굴을 했었다. 이런 유키노의 얼굴 보고 싶지는 않은데.
"아무튼 유키노시타 씨, 이 쯤에서. 남친은 아니지만 방금전의 말은 제대로 지킬테니까요"
그 이싱은 안 된다.
유키노의 손을 가볍게 놓고 하루노 씨와 유키노 사이에 몸을 끼워넣는다.
"그런가, 히키가야가 있었지. 쓸데없는 간섭이었을까. 미안미안"
헤헷 하며 얼버무리듯 미소를 짓고나서 하루노 씨는 나를 돌아본다.
"그치만 왠지 분한데. 유키노를 빼앗겨버린것 같아서. 히키가야. 남친이 되면 제대로 누나한테 보고하기다. 그러면 그때야말로 차 마시자. 그럼 또 봐!"
방긋 웃고 하루노 씨는 손을 흔들고 저벅저벅 걸어간다.
"그거다, 어디라도 좋으니까 들어가자. 지쳤으니까 일단 앉고 싶다"
하루노 씨를 배웅하고 아직 어두운 얼굴을 하는 유키노의 손을 잡고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걷는다.
내 손을 세게 움켜쥐고, 유키노는 말없이 따라온다.
근처에 있던 카페로 들어가 주문한 음료를 마셔서 겨우 진정이 됐다.
"……언니를 어떻게 생각해?"
하루노 씨와 헤어지고나서 줄곧, 아래를 바라보던 유키노가 미약하게 물어온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해도 말이지. 네 누나는 의외로 별 생각이 안 든다"
오히려 그것 말고는 할 말이 없다. 세간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미인이니 그런 평가를 내릴지도 모르지만, 내게 있어선 무의미하다.
"재색겸비, 문무양도, 성적우수, 다예다재, 용모단려, 그리고 온후독실, 어지간한 인간으로서 저만큼 완벽한 존재는 없다고 생각이 드는 언니를 보고, 그것 뿐이야?"
"잠깐만 너. 언니를 너무 좋아하는거 아냐? 그런 사자숙어를 구사해서 남을 칭찬하는 녀석은 처음봤다"
"그게 아니라"
자신이 전하려고 하는 말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것이 아쉬운지, 유키노는 말을 급하게 말한다.
"그보다, 네 언니가 얼마나 굉장한 사람인진 모르겠지만. 내가 그런데 흥미가 없다는건 너도 알잖아?"
얼마나 아름다운 보석이라고 해도, 흥미가 없으면 단순한 돌맹이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그녀가 얼마나 굉장한 사람이라고 해도 흥미가 없는 내게 있어선 주변인과 차이 없다.
오히려 왜 그렇게 신경을 쓰냐고 유키노가 생각을 하는지 신기해질 수준이다.
"누구나가 인정하고, 칭찬하는 언니인데 말이야"
"나도 칭찬해줄까? 네 언니의 시스콘은 굉장하다. 치바에서도 상당한 상위권의 시스콘 아니냐? 진짜 존경한다"
"시스……콘……?"
내 발언이 의외였는지 유키노는 벙찐 얼굴로 나를 본다.
"나도 코마치를 정말 좋아하니까 시스콘끼리 통하는게 있으니까 알아. 굳이 미움받으려고 하는것 같으니까 알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마 너를 위해서겠지. 나에겐 흉내낼 수 없는 수준의 시스콘이다"
자신이 미움받아도 유키노라면 괜찮아. 그런 확신을 하루노 씨는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확신이 있어도 불안하니까 내게 서포트를 부탁한거라 생각한다.
"총괄하자면 그 사람은 유키노의 시스콘 언니. 내가 할 수 있는말은 그것 뿐이다"
내게 있어서 그 이상의 평가를 하루노 씨가 갖지는 않는다.
내 말을 듣고 유키노는 조금 생각에 잠긴다. 이윽고 생각하기를 포기한것 처럼 한숨을 쉬었다.
"어째설까, 네 말에는 이상한 설득력이 있어. 네가 그런다면 분명 내가 깨닫지 못한것 뿐이겠지"
"나한테 있어 코마치가 천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거랑 마찬가지로, 가족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것도 있는거겠지"
"있잖아, 히키가야"
어딘가 망설이듯이 말을 끊고, 유키노는 작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좀 묻고 싶은게 있는데. 만약 내가 우수한 언니의 뒤를 쫓고 있었다고 하면 어떡하겠니?"
"쫓는 방향성에 따라 다르겠지. 따라하고 싶다고 하는거라면 바보 아니냐, 라고 할테고, 참고하고 싶다고 한다면 솔직하게 응원한다"
학습이란 모방에서 시작한다. 그건 모방한 것을 밑바탕으로 두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지, 모방한것 만으로 만족하는건 무의미하다.
"……그래. 고마워, 히키가야. 아직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네 말을 참고하도록 할게"
무언가 후련한것 처럼 유키노가 웃는다.
"천만에, 아니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만"
"지금은 몰라도 좋아. 하지만……. 하지만 언젠가, 답이 나오면 그 때는 들어줄래?"
"오냐"
그대로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그 후에 유키노의 요망대로 스티커 사진을 찍게 됐다.
둘이서 나란히 서서 몇 장이나 촬영되어, 유키노가 그 중에서 세 장을 고른다. 덧붙여 내게 고를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화면 지시에 따라 낙서 공간에 뭐라 쓰려던 차에 유키노에게 쫓겨났다.
"마실것 좀 사오겠니?"
완전히 심부름꾼입니다, 네.
얌전히 마실걸 사오고 돌아오니 당연하듯 프린트는 끝나 있어, 유키노는 가위가 설치된 테이블에 서 있었다.
"자"
"고마워. 자, 이건 히키가야의 몫이야"
음료수 대신 인쇄된 스티커 사진을 받는다.
거기에 찍혀있던건 미묘한 표정을 짓는 나와 그 옆에서 만면의 미소를 지는 유키노.
특별히 낙서된 모습은 없다.
"뭔가 이거, 적지 않냐?"
건내 받은 스티커 사진은 크기는 다르지만 두 종류 뿐. 내 기억이 분명하다면 화상은 세 장을 찍었던것 같은데.
"그거면 돼"
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이쪽으로부터 눈을 돌리면서 그런 말을 하는 유키노에게 추궁을 포기한다.
"뭐, 상관없지만"
"그럼 집에 갈까"
누가 먼저라고 할것 없이 손을 잡고 우리들은 귀가 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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