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침은 한 잔의 커피로 시작한다. 뭐, 거짓말이다만.
식후 커피와 함께 조간 신문을 읽고 있던 내 눈으로 한 장의 광고지가 들어왔다.
 
――도쿄 왕냥 쇼――
 
도쿄라 선전해놓고 치바에서 행해지는 그건 말하자면 대규모의 개나 고양이 전시 즉매회이지만, 그 밖에도 다종다양한 동물도 전시되기 때문에 동물원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랑하는 코마치는 큰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개최될때마다 사이좋게 남매끼리 외출하는게 우리 집의 항례 행사가 되어 있다.
 
"코마치, 도쿄 왕냥 쇼 한다. 갈거냐?"
 
심심하다는듯 토스트를 무는 코마치에게 말한다.
 
"칫칫치. 정보가 낡아, 오빠야. 코마치는 일주일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 오빠도 알고 있지요-?"
 
텔레비전 CM이라도 본걸까. 대규모 여흥이기도 하니, 내가 몰랐던것 뿐이지 텔레비전에서 CM을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아니, 모른다만. 그게 왜?"
 
"실은 말야, 코마치는 벌써 사키 언니랑 타이시랑 내일 갈 약속을 잡았거든-. 그래서 오빠는 오늘 유키노 언니나 유이 언니를 데리고 코마치를 위해 사전조사를 해줘야겠어요. 외출 싫어하는 오빠를 위해 나갔다 올 기회를 만들어줄게. 아, 이거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
 
"사키는 좋다치고. 요즘 너희들 사이 좋아보이니까. 하지만 타이시는 안 되지. 그보다 왜 사전조사? 의미 모르겠다"
 
딴죽 걸 곳이 너무 많아서 의미 모르겠다.
 
"까먹었어? 사키 언니, 고양이 알레르기 있잖아. 그러니까 카마쿠라가 접근하지 않는 오빠의 방에서 공부하잖아? 그런 여자의 중요한 사실을 잊어먹는점, 포인트 낮아"
 
코마치는 떽, 이라는 듯이 손가락을 척 든다.
 
"처음 들었다, 그거. 그보다, 타이시랑 그건 관계없잖아"
 
"하아. 이러니까 오레기는……. 고양이도 좋아하는 코마치가 혼자 따돌려지지 않도록 사키 언니가 배려해준거야. 왜 그런 다정함을 오빠야는 모르는걸까-"
 
한숨 섞으며 코마치가 말한다.
 
"그런 배려를 나한테 돌려주라고. 약 한시간 정도 말이다. 뭐, 그건그렇고. 왜 사전준비가 필요해? 그보다, 검색하면 될거 아니냐?"
 
굳이 직접 갈것 까지도 없다.
 
"아까도 말했지? 외출 싫어하는 오빠를 위해 동생 나름대로 챙긴 다정함이야 다.정.함! 됐으니까 얼른 권유 메일 보내! 허뤼허뤼!"
 
코마치의 다정함이나 코마치를 위해서라고 해버리면, 자타 모두 인정하는 시스콘인 내가 거부할 수 있을리도 없어서 마지못해하면서 둘에게 권유 메일을 보내게 됐다.
유이한테선 오늘 예정이 있다고 답변이 바로 돌아와서, 이거 잘 하면 안 가도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한 나였지만, 그 다음에 유키노에게 날아온 승낙을 알리는 메일로 인해, 그 기대는 쉽게 배신당했다.
젠장, 한가한놈.
 
 
 
 
 
 
약속장소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키노가 찾아온다.
 
"미안. 기다리게 한걸까"
 
"아니, 막 온 참이다. 그보다 갑자기 불러내게 되서 조금 정도는 늦어도 어쩔 수 없잖아"
 
"그렇네. 확실히 여성의 예정도 묻지않고 갑자기 불러대는 히키가야에게는 죄가 있어. 사죄 받을 수 있을까"
 
"네네, 죽을 죄를 졌습니다요 유키노 님"
 
"좋았어"
 
살짝이지만 정말로 즐거운 듯 유키노가 웃는다.
문득 그 모습이 직장견학 날에 봤던 그녀의 모습과 겹친다.
그 날도 유키노는 나와 이런 식으로 잡담을 나누면서도 정말로 즐거워보였다.
허나 만약 그 때 내가 없었다면.
분명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있지 않아, 그녀의 외모나 바라지도 않았는데 붙은 꼬리표만 보고 멀리서 서성거리는 녀석들이 있었을 뿐이었겠지.
그리고 그녀는 이런 미소를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아무래도 좋은 일이 그녀에게 있어 정말로 즐거운 것일까. 흥미는……없지만. 없을터다.
 
"히키가야, 왜 그러니?"
 
"미안, 아무것도 아니다"
 
평소하고는 다른, 양쪽으로 묶은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유키노가 나를 들여다본다.
 
"그래. 그럼 가볼까"
 
그렇게 말하며 유키노는 무턱대고 걷는다.
……회장하고는 반대방향으로.
 
"스토오오옵"
 
"힉!?"
 
"너 말야, 어딜 갈 생각이야? 벌써 집에 갈거야? 그보다, 잘도 그래놓고 약속장소에 왔구나"
 
기막혀하는 나를 더욱 이상하다는 듯 유키노는 본다.
 
"어디냐니……마쿠하리 헷세인데. 그보다 히키가야, 갑자기 큰 소리 내지 말아주겠어. 놀래버렸잖니"
 
"아니, 그쪽에 마쿠하리 헷세 없거든"
 
어쩌지. 이대로 내 주도로 회장에 간다고 해도 이 녀석은 절대로 혼자 길잃는다. 그리고 길잃는다고 해도 이 녀석은 절대로 내가 길잃었다고 주장하겠지. 우와아, 예상밖으로 귀찮다.
 
"있잖냐, 유키노. 코마치가 어릴때처럼 손을 잡아줄까? 그러면 아무리 그래도 길 잃지는 않을거 아냐"
 
"너, 나를 바보 취급하고 있는거니"
 
내 제안에 유키노는 아연실색하며 대답한다.
 
"나한테는 그것 밖에 방법이 생각 안난다. 손 잡는거 말고, 다른 아이디어 있으면 가르쳐줘"
 
손을 잡는다는건 어디까지나 일례다. 이 녀석이 미아가 되지 않으면 수단은 묻지 않는다.
 
"……분하지만 생각나지 않는구나"
 
"그럼 포기해라. 자"
 
분해하는 유키노에게 손을 내민다.
그보다 네가 방향치인게 나쁘거든. 전부 네 탓이잖아. 애 취급당하고 싶지 않으면 방향치를 고쳐라.
 
"……분해"
 
불만스러운듯 유키노는 내 손을 잡는다.
아직 회장에 도착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나 지쳐야하는거야. 진짜 말도 안 되네.
 
 
 
 
 
"유키노, 어디 보고 싶은데 있냐? 특별히 없다면 고양이 부스로 바로 가고 싶은데"
 
배포된 팜플렛을 재주좋게 한 손으로 보면서 유키노에게 묻는다.
바로는 만능, 그러한 설도 이 세상에는 있다. 딴곳으로 들르지 않고 특정 장소로 향하면 그만큼 일찍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만능. 바로란 굉장해.
 
"그래, 상관없어"
 
고양이와 놀 수 있는게 그렇게나 기쁜건지, 회장에 도착하고나서 유키노는 평소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싱글벙글하다.
아이취급 당한다<고양이와 놀 수 있다 라는 부등호식이 성립한 순간이다.
 
"오, 그럼 갈까"
 
"그래"
 
순조롭게 새 구역, 작은 동물 구역을 지나, 개 구역으로 들어갈때 유키노에게 이변이 일어난다.
움켜쥐는 손에 힘을 담으며 꼬옥 쥐었다.
꼬옥 쥐었다!! 아아, 꼬옥 쥐었지!!
 
"무슨 일이야?"
 
"아, 아니 딱히……. 아무것도 아니야. 가자"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서도 기분 탓일까 내 뒤로 숨듯이 걷는다.
 
"……개가 고역이냐? 말해두겠지만 여기, 강아지들 뿐이다?"
 
전시즉매회라는 성질상, 그 대부분이 강아지다. 뭐, 성견을 모아두는건 힘들테니까.
 
"어느쪽이냐고 하면 강아지 쪽이……. 이, 일단 말해두겠는데, 딱히 개를 싫어하는건 아니라고? 그치만, 그게……좀 대하기 힘들다고 할까"
 
강아지 사진을 보고 귀엽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보면 좀 그렇다는 쪽인가. 뭐, 사진은 짖지도 물지도 않으니까, 모르는것도 아니다.
 
"알았다. 뭐, 얼른 가볼까. 여기만 지나가면 고양이 구역이다"
 
"그래, 가자"
 
고양이라 듣고 마음을 도로 잡았는지, 아까보다도 조금 목소리에 힘이 돌아온다.
 
"히키가야. 저기 보이니? 조교실이라는것도 있는것 같아. 이후를 위해서도 조금 견학해보고 싶은데 괜찮겠니"
 
응, 마음 도로 잡은것 같아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 나의 다정함을 돌려줘.
애시당초 들여다봐도 개만 들어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그건…….
 
"가겠냐. 그보다 너도 유이도 나를 지나치게 개 취급한다"
 
"히키가야. 여성과 단 둘이 있을때, 다른 여성의 이름을 꺼내는건 매너 위반이라고 코마치에게 배우지 않았니?"
 
도끼눈으로 유키노는 나를 노려본다.
하? 그런거 들은 기억은……있다. 있어.
 
"저기, 유키노 씨. 그건 코마치에게는 비밀로 해주지 않겠습니까"
 
"글쎄, 어떡하면 좋겠니. 그건 앞으로 히키가야 군의 마음가짐에 따르겠구나"
 
"큭, 내가 무슨 실수를……"
 
고개숙이는 나를 보고 유키노가 웃는다.
도깨비! 악마! 유키농!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죠교실 옆의 트리밍 코너에서 한 마리의 미니튜어 댁스훈트가 쫄래쫄래 걸어온다. 이거, 어쩌면 애견 미용사, 트리머의 목 자르는거 아니냐.
 
"자, 잠깐만 사브레! 앗, 목줄 다 뜯어졌어!"
 
아무래도 바보 개 주인이 놓쳐버린 모양이다. 트리머 씨,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바보 개 주인의 손에서 벗어나 필드에 풀어진 미니튜어 댁스훈트는 개 주인의 목소리에 순간 정지하지만, B버튼을 누른것 처럼 달려갔다. 어째선지 우리들을 향해.
 
"히, 히키가야. 개, 개가……"
 
나를 개취급 하니까다 꼴 좋다아아아아아아! 라고 해주고 싶은 마음은 몹시 많지만, 유키노법전에 따르면 악의에는 섬멸로 갚아주는 모양이다. 본능적으로 장수할 타입인 나는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미안, 유키노. 잠깐만 손 놓는다"
 
겁에질린 유키노를 뒤로 달려오는 미니튜어 댁스훈트를 안아올린다.
안아올린 미니튜어 댁스훈트는 어째선지 내 냄새를 맡고 할짝할짝 내 얼굴을 핥았다.
 
"뭐지? 꽤나 잘 따르는데, 이 녀석"
 
손수건 갖고 왔던가, 라며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면서 왠지 귀찮아서 좋을대로 하게 내버려둔다.
우리 집의 사랑스런 고양이 카마쿠라는 친근하게 안 따르는데, 왜 모르는 개가 친근하게 따르는걸까. 세상이란 참 신기한 일이 흘러넘친다.
 
"추, 축생의 주제에……"
 
유키노가 내 뒤에 숨으면서 몰래 개를 들여다본다.
응,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너는.
 
"죄, 죄송합니다. 사브레가 폐를"
 
개를 쫓아온 개 주인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인다.어라, 왠지 이 경단머리 낯이 익은데.
 
"어머, 유이가하마"
 
유키노가 말을 걸자 개 주인은 호헤?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들었다.
 
"어, 어라? 유키농? ……이랑 힛키?"
 
"여. 그거냐, 네가 말했던 용건이라는건 이거였냐"
 
"어, 응. 그렇긴 한데. 아니 근데 둘 다 왜 여기에 있어?"
 
"나는 히키가야가 권유해서 온것 뿐이야"
 
"유키노랑 유이한테 권유 메일을 보내고, 유이한테 거절받았으니까 유키노랑 왔다라는 느낌이군"
 
"아, 그렇구나. 그보다 힛키, 그건 아니야. 오늘 예정 있냐? 라는 한 마디만 메일을 보내면 여자를 권유하는 메일이 아니잖아"
 
"그 점에 관해서는 유키노한테 무척이나 긴 문장으로 설교메일이 날아왔으니까 참아주라. 그보다 애시당초 내가 여자에게 권유 메일을 보낸 적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냐? 아무리 나여도 해본적이 없는건 할 수 없다고"
 
장문 메일을 작성했기 때문일까, 유키노에게 답신이 오기전에 유이한테 예정 있다는 메일이 도착한 것이다. 따라서 둘을 권유한건 나와 코마치 밖에 모르므로, 아마 유이한테 보이지 않도록 유키노가 내 등에 손톱을 세우고있는건 그 탓이라고 추측된다.
 
"그 초청 메일, 빵점이야. 다음부터는 좀 더 제대로 불러줘! 그보다, 둘 다 아직 돌아보고 있어? 나 지금 막 사브레 트레밍 끝난 참이니까 합류해도 돼?"
 
다음 있는거냐-. 없을거라 생각한다만.
 
"너 말야, 목줄 망가졌잖아? 어떻게 그 개를 데리고 같이 돌아다닐건데"
 
"아, 그런가……. 여기서새거 사려고해도 오늘은 별로 돈 안갖고 왔구. 유키농들이랑 같이 못 도는건 아쉽지만 나 먼저 돌아갈게. 그럼 유키농, 힛키"
 
"어, 또 보자"
 
"그래, 안녕. 유이가하마"
 
사브레를 안고 유이가 돌아간다.
 
"자, 그럼 가자"
 
"그 전에"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고양이 구역으로 향하려는 나를 유키노가 요즘들어 무척이나 익숙해진 미소를 지으며 불러세운다.
 
"나, 유이가하마도 불렀다는건 몰랐는데. 뭐 변명이라도 있니?"
 
"너한테 답신이 오기 전에 유이한테 못 온다고 메일이 왔으니까. 안 오는 녀석을 가르쳐줄 필요도 없잖아"
 
"변명은 됐어"
 
뭐야 그 불합리.
 
"아까, 코마치에게 보고할지 말지는 히키가야의 마음 가짐에 달려있다고 했지? 기억하고 있니?"
 
"말한것 같기도, 안한것 같기도……"
 
"이 상황을 바라보고, 내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알겠니?"
 
"아니아니아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게 책임은 없잖아"
 
"아니, 있어. 적어도 내 입장에서 보면 히키가야에게 책임이 발생하고 있어"
 
"……이제 그거면 됐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재고해주실겁니까"
 
기분나빠해하는 유키노에게 나는 반론을 포기한다.
 
"……그렇구나. 사소한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겠니?"
 
"부탁이라. 뭐, 말해봐"
 
내가 부탁이라는걸 들을 자세에 들어가자, 유키노는 긴장이라도 한 듯 가슴팍에 대던 손을 꼬옥 움켜쥔다. 볼을 붉히며, 촉촉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고, 가는 목소리로 속삭인다.
 
"나, 나랑……사귀어 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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