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나고 직장견학의 날이 왔다.
하루를 몽땅 써서 가면 될 것을, 어째선지 오전에는 수업이 있다고 하는 의미불명.
결국 이 행사의 의미따윈 히라츠카 선생님이 말했다시피 진학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것 뿐이게지.
유이와 토츠카를 데리고 견학장소로 향한다.
우선 눈에 들어온것은 도너츠 형태처럼 같은 교복을 입은 녀석들과 그 중앙에 있는 여자 3인조.
뭐, 3인조 쪽은 말할것도 없이 유키노들이다.
저 녀석, 외모만 보면 좋으니까. 그것밖에 보지 않는 바보들이 말도 못 붙이고 멀리서 지켜보게 될 것이다. 왠지 열받는다.
 
"아, 힛키. 유키농 있어. 이봐- 유키노옹"
 
유이의 부름을 깨닫고 드물게 미소짓는 유키노.
아니, 진짜로 드물네. 언제나 무표정했기 때문일까 비교적 차가운 느낌이었는데 왠지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어머, 유이가하마. 거기에 히키가야랑 토츠카도. 늦었네"
 
"안 늦었어. 유키노네가 빨리온것 뿐이다. 그보다 너 큰일이구만"
 
주위 바보들에게 시선을 준다. 그 동작으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했는지, 유키노가 쓴웃음을 짓는다.
 
"딱히. 언제나 있는 일이야. 이젠 익숙해졌어"
 
"익숙해질만큼 언제나 있는 일인가. 그것도 굉장하구만"
 
"나의 겉면만 보고 다가오는 날벌레들에게 흥미는 없고. 그 이전에 왜 그런 표면상의 이유로 남에게 호의를 품는건지 정말이지 이상해"
 
"그것 밖에 정보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않냐? 나는 모른다만"
 
"얼굴만 보고 멋대로 호의를 품는다. 정말이지 어리석은 사람들이네"
 
"오, 여전히 독설이구만. 아니, 내가 대상이 아니니까 아무래도 좋지만"
 
"어머, 외로웠니? 원한다면 매도해줄까, M가야?"
 
쿡쿡 웃는 유키노.
 
"멋대로 남의 성벽을 붙이지 마. 그보다 그런 본성을 보여주면 더 안 오는거 아니냐?"
 
"쫓아내는 만큼 귀찮단다. 거기다…… 기뻐해버리면 곤란하고"
 
저희 업계에서는 포상입니다! 로군.
 
"그거 곤란하겠군"
 
"그치"
 
생각지 못해 둘 사이에 미소가 터진다.
 
"므-. 뭘 둘이서 즐거워하는거야-! 나도 같이 끼워줘-"
 
"히, 히키가야. 나도"
 
그런 둘 사이에 유이와 토츠카가 끼어들어온다.
 
"유키노시타, 슬슬"
 
"아아, 미안해. 그럼 가볼까"
 
말을 걸어온 유키노의 조원과 함께 걷는다.
우리들은 겨우 타기 시작했으니까. 이 길고 긴 직장견학처의 길을 말이다.
 
 
 
 
 
 
미완.
직장견학의 한때는 꽤 즐거웠다.
만약 내가 취직한다면 이런 일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는 얻는게 있었다. 뭐, 취직하진 않겠지만.
나와 유키노가 대화에 잠기고, 유키노의 급우는 어째선지 흐뭇하게 그걸 지켜보고, 그리고 어째선지 화난 유이랑 토츠카가 돌격해온다. 그러기를 반복했다만.
자, 그런 작장견학도 끝나 귀가길이다.
토츠카는 연습이 있다며 학교로 돌아가고 유키노의 급우는 역시 아까전까지와 같은 눈으로 우리들을 보고 돌아갔다. 따라서 지금 여기에 있는건 나와 유키노와 유이 셋 뿐이다.
 
"이제 곧 장마로군. 나, 우산 싫어하니까 우울하다"
 
"에-, 비도 괜찮잖아. 왠지 말야, 풍취 있다고 할까. 나, 장마철에 태어나서 그런지 옛날부터 비내리는거 좋아했어"
 
"장마철에 태어났다는건 유이가하마는 이제 곧 생일이구나. 언제니?"
 
"6월 18일이야-. 그래서 비내리는거 왠지 정말로 좋아――"
 
너무나도 자연스런 생일 어필에 무심코 전율한다. 뭐 그보다도 유이의 입에서 풍취라는 단어가 튀어나온게 더 놀랬지만.
비의 좋은점을 뜨겁게 말하는 유이와, 그에 맞장추를 치는 유키노를 곁눈으로 보며 그런 생각을 한다.
 
"아, 그렇지! 지금부터 말야, 사이제 가자 사이제! 비의 좋은점을 좀 더 둘에게 말하고 싶구. 거기다 직장견학할때는 둘이서 즐겁게 대화했지만, 나 무슨 소린지 전혀 몰랐거든. 좀더 자세하게 들려줘. 응, 괜찮지 유키농, 힛키"
 
"나는 딱히 상관없다만. 유키노는 어때?"
 
"그래, 나도 상관없어"
 
"에헤헤, 앗싸"
 
유키노의 팔에 매달려 뿅뿅 기쁨을 전신으로 표현하는 유이.
너 말이다, 치마 짧으니까 그렇게 점프하면……후우.
 
"훌륭한 솜씨입니다"
 
"응? 힛키, 뭐라고 했어?"
 
"아니, 유이 씨.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왜 갑자기 경어를 쓰는데. 그리구 왠지 힛키한테 경어를 들으면 펑범하게 기분나빠"
 
평범하게 기분나쁘다니 뭐냐, 평범하게.
 
"유이가하마, 그런 생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남자는 내버려두자꾸나"
 
"그렇네. 갈까, 유키농"
 
정말로 나를 두고 둘은 걸어간다.
필요최저한 이외의 인간관계를 싫어하는 나를 두고 먼저가다니, 간이 배밖으로 튀어나왔다고 칭찬해주마. 하지만 그건, 집에가도 된다, 라는 의미지?
……뭐, 그런 짓은 안 하지만. 뒷 일이 무서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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