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방과후, 나는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찻집에서 카와사키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분한 분위기와 잘 알려지지 않은 덕분인지 다른 학생이 거의 오지 않는 점에서 봉사부에 들어오기 전에는 자주 이용하던 곳이다.
점주가 고수하는 향이 좋은 커피를 맛보면서 잠시 기다리니 카와사키가 나타난다.
 
"카와사키, 여기다"
 
나를 찾는 카와사키를 부른다. 나를 깨달은 카와사키는 평소대로 어딘가 기분나쁘다는 듯이 내가 있는 곳으로는 와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내 앞에 앉는다.
 
"그래서, 할 얘기는 뭔데?"
 
"뭐, 그리 서두르지 마. 그 밖에도 올 녀석이 있으니까. 일단 마실거라도 마시고 기다리자고"
 
내 말에 마지못해 끄덕인다.
 
"대체 누굴 부른거야? 유키노시타? 아니면 유이가하마?"
 
주문한 음료수가 오니, 카와사키는 입도대지 않게 내게 묻는다.
 
"둘다 아냐. 뭐, 숨길 필요도 없으니까 말하겠지만, 부른건 타이시다"
 
오늘 이 자리에 그 둘은 부르지 않았다. 얘기 내용을 생각하면 유키노는 부르고 싶지 않았고, 유키노를 부르지 않았는데 유이를 동석시키는건 꺼려졌기 때문이다.
……아마 화내겠지. 왠지 나한테 주는 벌이 점점 레벨업해가고 있으니 뭐라도 대책을 생각하지 않으면.
 
"너, 그 애는 관계없잖아"
 
"너 정말로 브라콘이구만. 그보다 나한테는 관계 있다고. 그 녀석의 고민을 해소시켜주지 않으면, 내 목적이 달성되지 않아"
 
"분명, 동생으로부터 타이시를 떼어놓고 싶다고 했던가? 그러는 너야말로 시스콘이잖아"
 
"걱정마라. 자각은 있다"
 
"너 말야, 유쾌한 벽장식이라도 되고 싶어?"
 
째릿,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며, 복선을 회수하고 카와사키가 대답한다.
뭐야, 이 녀석 꽤 좋은 녀석이잖아.
 
"오빠야!"
 
"누나……"
 
그런 잡담을 나누고 있는 사이에 교복차림의 천사와, 그 주위를 날아다니는 해충이 나타났다. 그리고…….
 
"안녕, 히키가야"
 
"얏하로-"
 
어째선지 코마치의 뒤로 부르지도 않은 유키노와 유이가 있었다. 나를 보는 그녀들은 요즘에 자주 보는 눈만 웃고 있지 않는 미소다.
 
"코마치, 왜 이 둘도 있는거냐?"
 
"아니, 힛키가 갑자기 부활동 땡땡이 친다고 하니까. 유키농이랑 둘이서 공부모임 하면서 어떤 벌게임을 시킬까 얘기하려고 생각했는데"
 
"도중에 코마치를 만나서 얘기를 들었어. 그래서 히키가야, 뭐 변명은 있니?"
 
코마치에게 설명을 요구하니 어째선지 둘이 호흡을 딱 맞추며 그에 대답한다.
엄청 호흡이 딱 맞네. 연습이라도 했었냐…….
 
"……유키노, 괜찮은거냐?"
 
"그래, 그게 이유구나. 네 배려는 조금 불쾌하지만, 이번만큼은 넘어가줄게"
 
그 한 마디로, 내가 왜 부르지 않았는지 이해한건지 유키노는 평소 표정으로 돌아갔다.
 
"어? 뭐야? 어떻게 된거야?"
 
"됐어, 유이가하마. 일단 앉자"
 
전원이 자리에 앉고 주문하고 음료를 마신다.
자, 해결편으로 가볼까.
 
"예상밖으로 인원수가 늘어버렸지만, 어제에 이어서 해볼까. 우선 말이다, 카와사키. 네가 왜 돈을 원했는지, 왜 갑자기 알바를 시작했는지 맞춰줄까?"
 
"……진학 자금 때문이야"
 
미약하게 카와사키가 중얼거린다.
맞춰줄까? 라고 했는데 대답하지 마. 대화가 성립하지 않잖아. 나 왠지 부끄럽잖아.
 
"으, 응. 그렇겠지. 일단 네, 아니오로 대답해줘"
 
"딱히 상관없잖아. 어차피, 알면서 타이시를 불렀을테니까. 그 편이 얘기도 빠를테고"
 
"진학자금이라니, 누나 어떻게 된 거야?"
 
"네가 학원에 들어가는 돈과 거기다 자신이 예비교에 가고 싶다는걸 부모님에게 말 못했기 때문이지 않냐?"
 
"……맞아"
 
"누나……, 나 때문에"
 
"딱히, 네가 신경쓸 일이 아니야"
 
카와사키는 달래듯이 타이시의 머리를 탁 건드렸다.
왠지 아름답고 둥글게 수습된것 같지만, 이거 우리들이 개입하지 않아도 되지 않냐? 이걸로 끝내면 코마치도 나도 말려들어서 손해본거잖아.
 
"그러니까 나는 알바를 그만두지 않을거야. 분명히 히키가야, 돈 준비를 한다는걸로 나를 불렀지? 어차피 이 자리를 열기 위해 속인거잖아? 얼렁뚱땅 넘길 생각이었지? 할 수 있지도 않는걸 처음부터 하지마. 열받으니까"
 
지금까지보다도 3할은 늘어난 엄한 눈으로 카와사키는 나를 노려본다. 누구에게도 상담도 하지 않고, 혼자서 품어오기를 결심한 그녀에게 있어 돈 이야기는 그 만큼 무거운 이야기였을 것이다.
 
"아니, 아직 이야기 시작도 안했는데. 너희들이 멋대로 이야기를 끝내려고 한것 뿐이잖아"
 
"거짓말이야. 안 그러면 왜 단순히 같은 반인 네가 돈 준비를 할 수 있다고 하는건데"
 
"거짓말 아냐"
 
나와 카와사키의 끝없는 문답을 보다 못했는지 코마치가 처음으로 입을 연다.
 
"저기, 잠깐 괜찮나요. 저희 오빠는 이렇기는 하지만 할 수 없는걸 할 수 있다고 절대로 말하지는 않아요. 오빠가 할 수 있다고 하면, 그건 절대로 할 수 있는거에요. 옛날부터……그래왔으니까요"
 
"그런건 신용할 수 없어"
 
바보취급하듯 카와사키가 핫, 하며 웃는다.
그런 카와사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코마치의 목소리가 거칠어진다.
 
"오빠를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바보취급하지 마세요! 단순히 같은 반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저 같은 반이니까……거짓말을 하지 않는거라구요……. 코마치 때문에 그렇게되서……. 그런 오빠를……바보 취급하지마"
 
"……코마치"
 
감정이 격해졌는지 눈물을 띄우며 마지막에는 중얼거리듯이 말한다.
 
"유키노, 유이. 미안하지만 코마치를 부탁할 수 있겠냐? 코마치, 조금 진정하고나서 와라. 응?"
 
일의 추이를 지켜보던 둘에게 코마치를 맡긴다.
코마치를 데리고 둘이 자리를 떠나고, 카와사키가 입을 연다.
 
"히키가야, 아까 동생이 말했던거, 무슨 의미야?"
 
"저 녀석들한테는 혼났으니까 그다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뭐 하는 수 없나. 여기서 비밀로 하려고 해도 무리가 있으니까. 그거다, 우리집 가정은 객관적으로 보면 비교적 이상한 모양이더라고. 간단히 말하자면 코마치를 너무 사랑한 부모님이 나를 내버려둔것 뿐이다. 내 추억 에피소드를 말했더니 육아포기라는 소리를 들었다. 뭐, 나는 진심으로 아무래도 좋지만, 코마치는 신경쓰던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옛날에는 자주 울었으니까 그런 소리를 했던것 같다. 성장하는데 있어 내가 말하지 않게 됐으니까 내가 진심으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알았을거라 생각했지만, 아직 신경쓰고 있었나…….
 
"그래서, 그게 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게 되는데?"
 
"글쎄다? 뭐, 아마 내가 남에게 흥미없다는게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거 아냐? 왜 코마치가 거기랑 이어붙인건진 모르겠지만, 뭐 내가 남에게 흥미가 없고, 그런 흥미없는 남에게 거짓말을하지 않는건 사실이다"
 
"그래……"
 
그것만 말하고 카와사카는 생각에 잠기듯 입을 다문다.
 
"뭐, 사정같은건 아무래도 좋아. 일단 내가, 아무래도 좋을 단순히 같은 반인 너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것만 알아주면 될 이야기다"
 
"아무래도 좋지만 심하지 않아? 보통, 본인 눈 앞에서 그런 말을 해?"
 
"나한테 그런 상식은 통용하지 않아"
 
"그거, 비상식적이라는 의미가 아니거든"
 
살짝 미소지으면서 내게 딴죽거는 카와사키.
왠지 무거워진 분위기를 날려버리기 위한 단순한 농담이다, 말하게 하지마.
 
"뭐, 본래 이야기로 돌아간다. 돈을 준비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내가 너에게 네 여기있습니다 하고 건내주는게 아니야. 아니, 못할것도 없지만 그래선 의미가 없지"
 
내가 그렇게까지 카와사키의 사정에 개입해줄 이유도 없고, 거기다 말하자면 그건 봉사부의 이념에 위반한다.
 
"네가 돈을 필요로 하는 이유. 진학자금 말인데, 요컨대 예비교대와 대학 비용이라는거지? 그 얘기를 하기 전에, 누구에게도 상담하지 않고 혼자 품고 있던 너에게 한 마디 해두고 싶다. 너 바보지"
 
"하아?"
 
무섭게 노려보지만 굳이 무시한다. 네가 바보짓을 한 탓에 타이시가 코마치에게 상담을 가져온거니까 조금 정도는 말해줘야지.
 
"너 말이다, 아마 예비교대라면 조금 주위에 상담하면, 그렇군 예를 들면 진학지도 선생님이지. 그것만으로도 간단하게 해결했을거라 생각한다"
 
"왜 선생님에게 상담하면 해결이 된다는거야. 그런건 모르잖아?"
 
"너 말이다……. 우리 학교는 공립이지만 진학교잖냐? 사립처럼 유복한 놈들만 입학할 수 있는게 아니야. 그렇다는건 카와사키집처럼 사정을 안은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노하우, 장학금 등의 지식이 있어도 이상할거 없잖아. 그보다, 그걸 위한 진로지도잖아"
 
"그……런가……"
 
왜 이런걸 깨닫지 못한거냐, 이 녀석? 그보다, 학비를 걱정할거면 우선 국립지향하는게 보통 아냐? 알바해서 성적 떨궈서, 사립밖에 붙지 못했습니다- 가 되면 어쩌려고.
간단한 것을 겨우 깨닫고, 고개를 떨구는 카와사키에게 나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너무 성실한것도 생각해봐야겠군. 뭐, 자기 일은 스스로 한다는건 찬동하겠지만, 그래도 타이시에게 걱정끼치면 의미 없잖아"
 
"그렇군. 고마워, 히키가야. 도움이 됐다"
 
걱정이 떨어진듯 카와사키는 웃었다.
 
"아니, 너는 거기서 이야기를 끝내지 마. 아직 네가 바보라는 설명만 했을 뿐이지, 내가 돈 준비를 한다고 까지 이야기하지 않았으니까.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 생각이냐?"
 
"아, 아아 그런가. 미안"
 
"뭐, 상관없지만. 너 말이다, 카와사키. 우리 집에서 가정교사 알바 하지 않겠냐? 알다시피 우리집 코마치는 타이시랑 같은 나이에 올해 수험생인데, 지금은 학원 말고 내가 가르쳐주고 있지만 그래선 내가 공부할 시간이 없어지니까. 대신해서 가르쳐주면 고맙겠어"
 
"……그거 알바비 누가 대는데? 설마 네가 낸다고는 하지 않겠지?"
 
"그에 관해서는 생각이 있다. 내 예비교대를 카와사키의 알바비로주면 돼. 내가 스칼라십, 뭐 예비교의 장학금같은건데, 그걸로 쓰면 예비교비는 무료가 되니까. 그렇군, 너도 신청해보면 되지 않냐? 그래서 예비교가 없을때 코마치의 공부를 봐주면 그거면 되고"
 
나는 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카와사키는 돈을 손에 넣는다. 바야흐로 win-win.
 
"너 말야, 왜 그렇게까지 해서 나를 생각하는건데? 동정하는건 아닐텐데……. 남에게 흥미가 없고 아무래도 좋을 단순한 같은 반이라고 했잖아"
 
"확실히 동정할 만큼 네 집안 사정에 흥미는 없다. 뭐, 굳이 이유를 달자면 그거다. 전부 코마치를 위해서다. 처음부터 말했다시피 코마치로부터 타이시를 떼어내기 위해 움직인것 뿐이니까"
 
"시스콘"
 
"시끄러"
 
"그치만 고마워"
 
미소를 짓는 카와사키에 이끌려 나도 웃는다.
덧붙여 이번 사건의 해결책으로서 비교적 굉장한 방법도 생각했다. 뭐, 그런 생각을 한 스스로도 식겁해버릴 정도의 방법이라서 도로집어 삼켰지만, 만약 그 이야기를 카와사키에게 들려줬으면 확실하게 감사따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뭐……타이시를 확실하게 죽이기에는 그 편이 좋았겠지만.
 
 
 
 
 
 
 
 
그 뒷일을 조금만 애기하자.
그 후에 완전히 공기였던 유키노와 유이에게 말하는것도 꺼려질 고문을 받았다.
둘에게 비밀로 하고 카와사키랑 만났다고 하기는 했지만, 공기였던 몫의 화풀이도 절대로 담겨 있었다. 그치만 나, 눈 보지 않았고.
그리고 심야 알바를 그만두고 무사히 가정교사로 전직한 카와사키로 말하자면.
 
"오빠야, 어서와-"
 
"어서와, 하치만"
 
"어, 다녀왔어……가 아니라, 왜 내 방에서 공부하는거야? 그보다 왜 카와사키는"
 
"사키. 사키로 부르면 돼"
 
"……사키는 내 이름으로 부르고 있어? 라고 하고 싶은 말은 몹시 많지만. 우선 이것만큼은 하고 싶다. 타이시, 너 왜 여기에 있냐"
 
"어서오십시오, 형님"
 
"형님이라고 부르지마. 진짜 비틀어 졸라버린다. 네 소중한걸 말이다"
 
미소지으며 내게 인사하는 타이시에게 살의가 치솟는다.
처음에 생각했던 대안, 실행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진짜로.
 
"하치만, 진정해. 네 의문에 하나씩 대답해줄테니까. 우선 네 방에서 공부하고 있는건 코마치가 여기가 좋다고 하니까. 그래서 너를 이름으로 부르는건 코마치도 히키가야니까 헷갈리니까. 그리고 타이시는"
 
"코마치가 불렀어-. 같이 공부하는 사람이 있는 편이 더 잘되니까-"
 
카와사키의 설명에 웃는 얼굴로 코마치가 보충설명한다.
 
"코마치한테 타이시를 떼어내기 위해 힘냈는데, 이래선 의미 없잖아"
 
"하치만, 잠깐 괜찮겠어?"
 
고개숙인 나를 카와사키가 방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아냐. 너, 이건 진짜 아니다"
 
"미안하다고는 생각해. 그러니까,"
 
달콤한 향기와 뺨에 전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내 사고를 빼앗긴다.
 
"이건 사죄와 답례"
 
카와사키는 그것만 말하고 내게 얼굴을 보이지 않도록 하며 방으로 돌아간다.
 
"에, 잠, 어?"
 
카와사키씨, 답례치고 많습니다.
그보다 이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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