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라는건 학생이라면 사람을 고르지 않고 누구에게도 찾아온다. 그건 고등학생이든 중학생이든 평등하다.
요컨대 내가 시험전이라고 하는건 마찬가지로 동생인 코마치도 시험전이라는 것이다.
코마치는 수준에 맞지 않게 진학교인 내가 다니는 학교를 목표로 삼는 모양이라, 오빠인 내가 임시 가정교사가 되어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귀여운 동생을 위해서니까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나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부모님도 귀여운 코마치를 위해서니까 가정교사 정도는 부탁하면 될텐데.
다음에 코마치를 통해 한번 떠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수학 예제를 묵묵히 풀고 있으니 코마치가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걸 깨달았다.
 
"왜 그래? 뭐 모르는 문제라도 있냐?"
 
"응- 아니-, 오빠 성실하구나- 해서"
 
"바보냐. 나는 언제나 성실하다. 알았으면 존경해도 좋다"
 
"그건 싫은데. 그치만 세상에 여러 종류의 오빠랑 언니가 있는것 같아. 코마치가 다니는 학원 친구 이야긴데, 누나가 불량으로 변해버린 모양이라서 밤에도 집에 돌아오지 않는 모양이야"
 
호오, 코마치의 이야기를 가볍게 흘려들으며 노트로 눈을 돌린다.
코마치로 말하자면 교과서를 덮고 완전히 잡담 모드지만, 나는 굳이 그걸 무시한다.
 
"그리구 말이야, 누나는 소부 고등학교 다니고 있고 완전이 붙을 정도로 성실한 사람이래. 무슨 일이 있던걸까-"
 
"글쎄다-"
 
누가 불량으로 변하든 자기책임 아니냐? 굳이 진학교인 소부고에 들어가기까지 해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뭐, 그 애 집 사정이니까 뭐라 말 못하겠지만. 요즘 친해져서 상담 받았거든-. 아, 그 애 카와사키 타이시라고 해. 4월부터 학원에 들어왔는데"
 
"코마치. 그 카와사키 타이시라는 녀석하고 무슨 관계지? 사이 좋다는건 어떤 사이가 좋은거야?"
 
"갑자기 물고 늘어졌네. 왜? 코마치의 친구를 위해 한꺼풀 벗어줄 생각이 들었어? 그거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
 
"가족의 부끄러운 사정을 상담삼아 코마치에게 접근해오는 해충의 기척을 느낀것 뿐이다. 그 타이시라는 녀석한테 상세한 내용을 신속하게 묻고 연락해라. 그리고 가급적 재빠르게 해결하고 두번 다시 코마치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해주지. 물리적으로"
 
"지나치게 시스콘 스러워서 포인트 낮아, 오빠야"
 
우헤- 그런 소리를 하는 코마치.
동생에게 해충이 붙지 않도록 신경쓰는건 오빠의 당연한 의무다.
 
"그치만…… 고마워, 오빠야"
 
 
 
 
 
 
자, 다음날 아침에 있던 일이다.
코마치에게 공부를 가르치면서 내 공부도 하고 있었지만 도무지 예정까지 끝나지 않아, 밤샘하며 늦게 자버린 나는 평범하게 늦잠잤다.
평소라면 나를 깨워줄 마이 스위트 시스터지만, 아무래도 그 녀석도 늦잠을 잔듯 거실로 가니 "미안 오빠. 늦잠자서 먼저 갈게" 라는 메모가 한장 놓여있었다.
뭐, 아무리 조급해해도 늦잠은 늦잠. 지각이 확정된 이상 서둘러봐야 소용없다. 메모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는 아침식사를 만들기로 했다.
 
시간을 조정하고 1교시가 끝날 즈음에 학교에 도착했다.
굳이 수업중에 교실에는 들어갈 필요가 없어서 수업이 끝나고나서 교실로 들어가면 그리고나서는 지각따윈 없었던것 처럼 평소처럼 하루가 시작될 터였다.
 
"히키가야, 내 수업을 빼먹다니 간이 배밖으로 나왔구나. 일단 때리기 전에 변명을 들어주마"
 
그래, 1교시 담당이 히라츠카 선생님이 아니라면.
 
"때릴거라면 때려라. 허나 나는 사천왕중에서도 최약. 내 위에는 아직"
 
"질풍 정권 찌르기!"
 
정권 찌르기라고 하면서 모 복서급의 챔피언 주먹이 내 비장을 정확하게 노린다.
넉다운! 넉다운!
바닥에 쓰러지며 고통에 신음지르는 나.
 
"몸이 약하다. ……정말이지 이 반은 문제아가 많아서 별 수 없군. 그러는 사이에 한명 더"
 
나를 흘낏보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성큼성큼 문 뒤쪽으로 향해 걸어간다.
 
"카와사키 사키. 너도 지각이냐?"
 
그렇다, 가방을 늘어뜨리고 지금 등교했을 여자에게 말을 건다. 카와사키라고 불린 여자는 아무말도 없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 내 옆을 지나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검은……색이라고……"
 
내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건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얻어맞았기 때문이며, 또 그녀가 달리 지나갈 길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내 옆을 지나간 것이다.
요컨대 그녀의 매끈한 맨다리와 그 끝에 숨겨진 부분이 보여버렸다고해도 내게 책임은 없다.
 
"카와사키……인가……"
 
치바에서 검은 속옷이라는건 그녀는 야구부의 매니저로군. 내가 모 로리콘이었다면 즉각 가족에게 연락해서 가족회의를 일으켰을 것이다.
뭐 유감스럽지만 나는 야구부가 아니므로 그런 짓은 하지 않지만.
 
"히키가야. 치마 속을 엿본 여자의 이름을 감개깊게 부르는건 그만두거라"
 
히라츠카 선생님, 억울합니다! 억울해요!
엿본게 아니라 보여진겁니다. 그보다 원인 중 하나가 당신이다.
 
"이 일에 대해선 조금 이야기를 해두마. 방과후에 교무실로 와라"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실컷 쥐여짜인 후, 나는 복합상업시설 마린피아 서점으로 향했다.
내가 쓸 책이랑 어제 가르쳤던 느낌으로 코마치의 이해도가 얕아보이는 참고서를 사고 가게를 나왔다.
평소라면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 공부를 하겠지만, 어째선지 어떤 카페의 복숭아차를 몹시 마시고 싶어져서 사갖고 가기 위해 가게로 향하니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유키노와 유이와 토츠카다.
 
"여"
 
딱히 말을 걸 필요도 없었지만 뒤에 줄을 선 이상 들키지 않는 편이 무리가 있다.
말 걸지 않고 있다가 "있으면 말 정도는 해"라고 하는것도 짜증나서 사회인사 정도로 말을 건다.
 
"아, 히키가야! 히키가야도 공부모임에 불렸구나!"
 
"아니, 안 불렸어. 참고서 사다 돌아가는 길이야. 우연히다. 우연히"
 
어째선지 흥분한 기색의 토츠카에게 적당하게 대답한다.
 
"셋이서 공부 모임이냐?"
 
"아니, 그게 힛키도 부르려고 했는데. 선생님한테 호출당했잖아? 그래서-, 응?"
 
"아니, 아무 말도 안했는데"
 
안 불려졌다고해서 삐질거라 생각했나, 이 녀석은?
그보다 공부모임이라는건 못 하는 녀석이 잘 하는 녀석에게 들러붙고 싶은것 뿐이지, 나처럼 잘하는 녀석에게는 민폐스러운 모임이다.
보통이니까 그렇게 멍때리지 마.
 
"어머, 히키가야. 너를 부를 생각은 없었는데"
 
"그렇군. 나도 불리지 않았다. 마실것만 사고 돌아갈거니까 안심해라"
 
"에, 힛키, 같이 안할거야? 괜찮잖아, 같이 하자-"
 
"나, 나도 히키가야가 같이 있어주는 편이 의욕이 생긴달까"
 
유키노의 평소 폭언에 즉시 대답을 하니 유이와 토츠카가 나를 붙들어맨다.
유이는 그거구만, 나한테 가르쳐달라고 할 생각 가득하다.
 
"그런 모양인데. 어떡할래 유키노?"
 
"그, 그러니. 그럼 어쩔 수 없네. 특별히 동석을 허가할게"
 
"고맙다"
 
얼마전에 울려버린 일도 있어서 어울리도록 할까.
아자, 하며 하이터치 하는 유이와 토츠카. 너희가, 너희야말로 바보멤버다! 토츠카의 성적은 모르지만.
그리고 이러저러하는 사이에 줄은 줄어들어 우리 차례가 됐다.
 
"힛키, 사줘-♪"
 
그렇게 말하며 유이가 내 팔에 안겨붙는다.
 
"아아, 딱히 상관없어. 뭐 마실래?"
 
말하지 않아도 사줄 생각이었고.
덧붙여 팔에 느끼는 부드러운 감촉에 사로잡힌건 결코 아니다.
이건 코마치의 조교 및 교육 결과로 인한 것이라, 이른바 "여자와 밥먹거나 그에 준할때 동석할때는 계산을 지불하게 하지 말것"이라는 모양이다.
그런 교훈을 살리게 도리 날이 올줄은 도저히 생각 못했지만, 예상밖으로 표면으로 나왔다.
 
"코 밑이 늘어졌어"
 
"그럴리 있냐. 자, 유이. 얼른 골라. 점원에게도 폐가 되잖냐. 그래서 유키노는 뭐 마실거냐?"
 
"어머, 너에게 베품을 받을 생각은 없는데"
 
나의 신사적인 배려가 거슬렸는지 유키노가 눈썹을 찌푸린다.
 
"그런건 됐으니까 얼른 골라. 그거다, 여자에게 돈을 쓰게 하지 말라는, 우리 집의 가훈이다 가훈. 들키면 내가 코마치에게 매도당한다"
 
"그래, 여전히 시스콘이구나. 네 집의 가훈이라고 하면 사양않고 고맙게 받아들일게"
 
아니, 누군가가 사준다는 행위가 너에게 있어 혐오스러운거라는건 알겠다. 그런 행위를 유키노의 외면만 보고 접근해온 놈들이 해온 것이다.
하지만 뭐, 딱히 나는 네가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아니었다고 해도 제대로 사줬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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