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과 수업 사이에는 휴식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에 따라선 친구와 이야기한다고 쓰거나, 혹은 잊어버린 과제를 필사적으로 끝마치려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내게 있어선 다음 수업준비를 하기 위한 시간이다.
애시당초 쉬는 시간이라는건 나처럼 사용하는것이 올바른 학생의 방법일텐데, 그렇다고해서 남들의 사용법을 구론하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남은 남. 나는 나다.
소음으로 둘러쌓인 교실 속에서 혼자 묵묵히 준비를 하는 나였지만, 그런 내게 말을 거는 기특한 녀석이 있었다.
"히키가야, 안녕"
토츠카다.
그러고보니 이 녀석 같은 반이라고 했었지. 말 걸어도 괜찮다고는 했지만 그 후에 특별히 접촉은 없었기 때문에 가볍게 잊고 있었다.
"어, 안녕. 왜 그래 무슨 일 있냐?"
"있잖아. 히키가야는 직장견학 장소 정했어?"
"장소 이전에 반이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정할 수가 없지. 남은 녀석들이랑 짤거니까 반에서 정하는건 마지막일테지"
내가 반에서 교류라고 부를수 있는걸 갖고 있는건 유이 뿐이다. 그리고 그 유이는 언제나 같이 있는 미우라, 안경 여자애랑 같은 반이 될테니 지금은 관계없다.
따라서 마지막까지 반이 정해지지 않았을때 인수에 맞춰서 참가하게 될 터인 나는 반 안에서 조가 정해지지 않으면 장소를 확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있잖아. 괜찮으면 말인데……. 나랑 같이 조 짜지 않을래? 나 반에서 남자 친구는 없으니까"
반대로 말하자면 여자 친구는 있다고. 딱히 동성끼리 짜라고 정해진건 아니니까 여자랑 짜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 안한것도 아니지만, 어떤 의미로 이건 구명줄이다. 특별히 거절할 이유도 없다.
"좋아. 하지만 남은 한 명은 어떡할건데. 부를만한 녀석 있어?"
내 질문에 토츠카는 약하게 고개를 흔든다.
"그럼 뭐, 기다리는건 변함없군. 정해지는게 늦어질것 같으니, 희망할 곳이 있으면 생각해줘. 나는 어디라도 좋으니까"
"알았어. 잘 부탁해, 히키가야"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는 토츠카.
해냈구나, 사이. 조가 정해졌어.
그렇게나 기쁜걸까-. 이 녀석이 생각하는건 잘 모르겠다.
내게 말 걸어오는 녀석도, 내가 말을 거는 상대도 있을리 없어, 조원이 정해지지 않은채로 그날 방과후가 됐다.
평소처럼 부실로향하여, 평소처럼 찾아올지도 모를 의뢰인을 기다리면서 공부를 하고, 평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로 귀가 시간이 됐다.
최근 부활동 종료 신호는 유키노가 책을 덮는 소리가 되어있다.
그런가, 역시 여기는 문예부였군. 다음에 유키노에게 안경을 씌워보자. 나, 안경속성은 없지만.
그런 시시한 생각을 하면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으티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진짜냐……"
애시당초 귀찮은 부였는데, 여느때보다 더 귀가 모드로 변해있던 나로서는 지금 부활동은 하고 싶지 않다.
"들어오세요"
하지만 부장님은 그리 생각하진 않은 모양이다.
생각할 여지마저 보이지 않고 대답을 하는 그 모습은 어느 의미 칭찬마저 느낀다.
과연 고귀한 유키노 님이군요.
"실례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들어온 남자의 모습은, 일찍이 상담하러 찾아온 유이하고도, 토츠카하고도 달리 당당한 모습이었다.
아니……진짜로 이런 의미불명한 부에 입장하게 됐는데, 왜 이 녀석은 당당해할 수 있는거지. 칭찬하마. 당연히 나쁜 의미로.
"이런 시간에 미안해. 좀 부탁이 있어서 말이야"
정말로 미안하다고 생각하면 날을 바꿨어야할 것이다. 따라서 이 녀석은 조금도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인사 정도로 귀찮은것은 없다고 나는 생각하니까.
"아니, 부활동에서 좀처럼 빠지지 못해서. 시험전에는 부활동을 쉬게 되니까, 오늘 중에 메뉴대로 다 해두고 싶었던 모양이야. 미안해"
라며 물어보지도 않은 이유를 말하는걸로 보아 확신범인 모양이다.
미안하다고 생각하면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라.
"서두는 됐어"
나와 마찬가지로 생각했는지 유키노는 변명을 딱 자른다.
……그럼 애시당초 들이지 말라고 묻고 싶다. 따지고 싶다. 약 한시간 정도 묻고 싶다.
"무슨 용건이 있어서 여기 찾아온거지? 하야마 하야토"
"아아, 그랬지. 봉사부는 여기가 맞지?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고민 상담이라면 여기라고 들었는데……"
"그런건 됐으니까. 용건만 말해"
유키노의 차가운 말에도 기죽지 않고, 다시 줄줄 서두를 말하려는 남자의 말을 자른다.
"미안해. 그래서 용건 말인데. 이거 봐주겠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메일 화면을 열고서 그걸 내게 보여준다.
"나한테 보여줘서 어쩌라고. 보여줄거면 우선 유키노한테 보여줘야할거아냐"
"그런가, 미안"
괴롭힌거 아냐! 괴롭힌거 아니라고! 왠지 사과만 받고 있지만, 괴롭히지 않았어!
그치만 나 잘못된 소리 안 했으니까. 늦은 시간이니까 용건을 재촉하는 것도, 우선은 부장에게 확인시키는것도 잘못되지 않았다.
유키노와 유이가 둘이서 휴대전화화면을 보고서, 유이는 앗, 하고 작은 소리를 내며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어 딸깍딸깍 거리고는 유키노에게 보여준다.
"체인 메일이네"
체인 메일이라는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는건 이것이 처음이다.
이번에 갖고온 의뢰자는 침팬지도 개미핥기도 아닌, 반의 특정 인물을 표적으로 비방중상한 것이었다.
그보다 이 녀석, 같은 반 애들을 모르는 내게 이런걸 보여줘서 어쩔 생각이었지? 보여줘도 누구? 아는 사람? 이 될 뿐이었을텐데.
"이게 돌고 있어서 그런지 반 분위기가 나빠서 말이야. 거기다 친구를 험담하는 글이 쓰여있으면 화가 나고"
"그래서, 이걸 어쩌라는거지? 범인찾기를 하면 되나?"
서두 길어.
체인 메일이 돌고 있다. 반의 분위기가 나쁘다. 여기에 대처할 방향성을 추가해도 세 문장이면 끝날 이야기잖아.
"아니, 범인찾기를 하고 싶은게 아니야. 원만하게 수습할 방법을 알고 싶어. 부탁할 수 있어?"
"다같이, 사이 좋게 말이냐?"
시선으로 물어본다.
"아니, 얼마전엔 미안했어 히키타니. 이야기는 유이에게 들었어. 전면적으로 내가 잘못했어"
"그래서 유키노. 봉사부로서 이 의뢰는 어떤 방향성으로 관여하는거지?"
가볍게 무시하고 부장님에게 수사방침을 묻는다.
그럼 봉사부대로 둥글게 수습할 방법이란 어떻게 할건가.
"요컨대 사태의 수습을 하면 되는거지?"
"응, 뭐 그렇게 되네"
"그럼 범인찾기를 하는 수 밖에 없네"
"음, 좋, 에!? 어라, 왜 그렇게 되냐"
경쾌한 순간 딴죽이다.
"체인 메일……. 저건 사람으로서 최저의 행위야. 자신은 결코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악의만 흘려보내고 있어. 그리고 그런 악의를 확산시키는 것이 악의밖에 없다는게 더욱 성질이 안 좋아. 때로는 선의, 혹은 때로는 호기심이 악의를 확산시킨단다. 그런 악의의 확산을 막는데는 근본을 근절시키는 수 밖에 효과는 없어. 출처는 나"
"경험담이냐……"
유키노의 방침은 헛소리가 아닌, 실체험에 의한 진심이었다.
그보다 너, 악의를 너무 뒤집어 쓴거 아냐? 얼마나 질투 받은건데.
"정말이지, 남을 비방하는 내용을 퍼뜨려서 뭐가 즐거운걸까. 그로 인해 시모다나 사가와에게 메릿트가 있을거라고는 생각들지 않는데"
"그 녀석들은 재미있어 한걸테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지만, 이론은 알고 있다"
"그래, 너는 그렇겠지. 왜냐면――"
"왜냐면, 질투의 감정을 가질만큼 남을 알지 못하니까, 잖아?"
"그, 그래. 그 말대로야"
"너랑 알게되고나서 시간은 짧지만, 그렇게 말할것 정도는 대충 알겠다"
읽혀버린게 분했는지 가볍게 얼굴을 붉히며 "으, 아아, 그래" 하며 가볍게 허둥대는 유키노.
"이야기로 돌아갈게. 우선 그런 최저의 행동을 저지른 인간은 연좌제를 적용해서라도 확실하게 멸해야해. 눈에는 눈을. 이에는 이를. 적의에는 적의로 되돌려주는게 나의 주의야"
"함무라이 법전에도 연좌제는 없다, 아마. 애시당초 그런 무시무시한 법도 아니고"
당하면 되갚아준다는 이미지는 있지만, 본래는 당한만큼 갚아주라는 것이다.
따라서 섬멸을 바라는 유키노의 해역은 딱봐도 과잉이다.
"그런건 됐어. 나는 범인을 찾을게. 그게 가장 간단한 방침이니까. 아마, 한 마디 말하면 딱 그칠거라 생각해. 그 뒷일은 네 재량에 맡길게. 그러면 되겠지?"
"아아, 그거면 돼"
온경한 해결방법을 바라는 의뢰인에게 섬멸이라는 방침이 나온 순간이었다.
유키농의 방침 진짜 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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