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생활을 뒤돌아보고
 
2학년 F반 히키가야 하치만
 
리얼충이란 허구이다.
리얼충이란 리얼이 충실하다는것, 또는 리얼이 충실한 사람을 가리킨다.
본래라면 사람 각자 다른 가치관이 있듯이 한사람 한 사람 자신만의 충실한 현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다.
일반적으로 리얼충이라 불리는 인종이란 청춘이라는 대의명분을 핑계삼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현실로부터 눈을 돌리고, 실패도 좌절도 모두 추억이라는 아름다움으로 칠해버리는 사람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그들의 마음에서 올 청춘의 두 글자에 가치를 찾아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조롱한다.
뛰어난다는건 수가 많다는것 밖에 없는데.
리얼충이라 불리는 인종처럼 남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고, 무리지을 필요도 느끼지 않는 가치관은 항상 소수이다.
객관적으로 보아 어느쪽이 정말로 우수한지는 뻔하다.
하지만 사회란 다수가 소수를 몰아붙이며, 구축하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 사회가 나쁘다.
 
 
 
 
 
 
이상 이야기의 시작인 힛키의 레포트.
문자수가 압도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서두 부분에 들어갔습니다.
 
―――――――――――――――――――――――――――――――
 
 
청춘.
이 두 한자가 가진 의미를 나는 아직 모른다.
나의 지금까지 해온 고등학교 생활은 세간 일반사회에서 말하는 청춘하고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세간 일반적인 사람들의 가치관이며 내게 있어선 그렇지 않다.
혼자서 등교하며 혼자서 도시락을 먹고 혼자서 집에 간다. 뭣하면 거기에 혼자서 도서관에 가고 혼자서 물건을 사러 가고, 혼자서 게임센터에 간다 등을 포함해도 좋다.
허세고 뭐고 아닌, 나는 확실하게 혼자 있는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오히려 혼자 있는걸을 즐기지 못해, 무리짓는 사람들을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모험가는 말했다 '쓸쓸함을 극복할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딱히 쓸쓸하지 않습니다'라고.
혼자 있는것에 쓸쓸함을 느낀 적이 없는 나는 특별하며, 또한 이상한 것이다.
세간 일반사회에서 말하는 청춘이라는 것을 구가하는 사람들은 청춘이라는 두 글자를 면죄부로 삼아 자신의 생활을 꾸민다.
청춘이라는 이름의 필터를 통해, 패배도 좌절도 깨끗한 추억으로 바꾸어간다.
세간 일반사회하고는 상용할 수 없는, 이상한 가치관이라고는 해도 내게도 분명 청춘이라는 두 글자는 있다.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것 뿐이지 지금까지 생활도 청춘이라는 필터를 통해 본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나는 봉사부의, 남들과 관여하는 중에 깨달았다.
전혀 가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남들의 시선으로 말이다.
혼자서는 보지 못했던것이 둘이라면 보인다. 이해할 수 없었던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걸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를 품을 정도로는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가 생겨나는것을 느낀다.
그래, 봉사부에서 활동을 통해 내가 배운것이 하나있다.
결론을 말하자――
 
 
라며, 거기까지 쓰고 펜을 둔다.
교실에 혼자 남아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다시 제출하는 레포트를 쓰고 있었지만 좀처럼 결론이 딱 나오지 않는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왠지 어두컴컴해졌다.
아아, 마지막 한 문장만 쓰면 되니, 나중에 써도 되나, 필통과 함께 레포트 용지를 가방에 집어넣고 습관처럼 부실로 향한다.
 
 
 
"늦었네. 한 마디도 없이 늦다니, 무슨 심산일까"
 
"교실에서 레포트를 쓰고 있었어"
 
입을 열자마자 그런 소리를 하는 유키노를 가볍게 받아흘리고 정위치에 앉아 레포트 용지를 꺼낸다.
 
"너……, 부활동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거니"
 
"주로 독서지. 아니냐?"
 
"그래, 뭐……그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네"
 
그런 말을 하면서 유키노는 어색하게 나로부터 시선을 피한다.
 
"좀 묻고 싶은게 있는데. 왜 너는 나 같은거랑 친구가 되려고 생각한거야? 사고때문에 알게 됐다고는 해도, 나 같은건 거의 몰랐을텐데 말이지"
 
"지금까지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하고는 달랐으니까, 로는 납득하지 않겠지. 좋아. 대답해줄게"
 
책에 책갈피를 끼우고 진지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역시 이 녀석……예쁜 얼굴이다.
 
"모르는데 친구가 되려고 한게 아니라, 너를 알고 싶어서 친구가 되려고 한거야. 그리고, 너에게 붙어 잇는, 스스로는 뗄 수 없는 꼬리표를 흥미없다는 한 마디로 없애버리는 네가 나를 알아줬으면 했으니까. 이거면 되겠니?"
 
"알고 싶으니까라"
 
"반대로 너는 어때? 그 날, 너는 거부했었지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니?"
 
"그렇군……. 솔직히 나는 남의 존재 필요성 따위 이해하지 못하겠고, 그런 남과 인간관계를 시끄럽다고마저 생각하고 있었지. 하지만 그 뭐냐. 이 부실에 너랑 같이 있고, 둘이라기보다는 한 사람과 한 사람이라는 느낌이지만, 그런 관계는 나쁘지 않다는 가능성은 결코 부정할 수 있는건 아니야"
 
"솔직하지 않네"
 
그렇게 말하며 쿡쿡 웃는 유키노.
지금 스쳐간 이 감정을 기술하려고 펜을 집고, 레포트 용지에 마지막 한 문장을 추가한다.
 
 
――이런 청춘도 나쁘지 않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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