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봉사부 활동이라는 것은 극히 수동적인 것이다. 의뢰인의 방문이 있어야 활동한다는건, 반대로 말하자면 의뢰인만 안오면 활동할게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요컨대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싶냐고 하면――
 
"힛키, 유키농, 심-심-해-에-"
 
그래, 한가한 것이다.
한가하다고는해도 학생인 이상 전혀 할 일이 없다는건 아니다. 특히 지금은 시험전이 해당하므로 할 일이 없으면 공부를 하면 되는것이다. 오히려 공부하는것 말고는 할게 없다.
하지만 내 눈 앞에서 책상에 엎드려 심심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유이에게 있어선 다른 모양이다.
그보다 너, 도저히 성적 좋아보이지는 않는데, 공부 안 해도 되는거냐?
 
"공부해라, 공부. 시험 전에 가르쳐줘- 라고 해도 난 모른다. 들은 적도 없지만"
 
"그런 말 안하거든. 그보다, 왜 힛키 공부하는거야. 이 배신자야! 힛키는 바보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자세를 바꾸지 않고 시선만 이쪽으로 향하며 유키노에게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나를 가볍게 dis하는 유이.
왜 이 부의 여자들은 그렇게나 나를 dis하는걸 좋아하는걸까. 토츠카였다면 울었을거다. 아마.
 
"바보는 너 뿐이다. 알겠냐, 나에게는 훌륭한 자택 경비원이 된다는 꿈이 있다. 목표를 갖고 공부하는건 당연하잖냐"
 
"의미 모르겠네. 자택 경비원은 요컨대 니트잖아? 왜 공부하는거랑 관계있는건데!"
 
"유명대학을 졸업해서 적당한 페이퍼 컴패니를 설립해서 사장이라는 직책을 얻을거다. 그러면 가족의 세간 면목도 설거 아냐? 나 혼자 생활하는데는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까, 뒷일은 적당하게 살거다"
 
전에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했던것과 같은 설명을 해준다.
뭐, 나와 부모의 관계성을 생각하면 나의 진학처나 취직처 등에 전혀 신경쓰지 않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코마치가 못난 오빠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건 견딜 수 없다.
세간 면목이라기보다 코마치의 앞에서는 멋진 오빠로 있고 싶다고 바라는 나의 몇 없는 자존심이다.
 
"전혀 의미 모르겠네……. 그리구 유명대학이라는건 힛키, 혹시 머리 좋아?"
 
"그러냐, 필요없는 질투사는건 귀찮으니까 선생님에게 입막음 부탁했으니 네가 몰라도 이상하지 않나. 나는 이래봬도 학년수석이다"
 
기본적으로 사회는 민주주의, 요컨대 다수결로 성립하고 있다. 당연히 학교생활이라는것도 그 예에 들어, 나처럼 주위에 녹아들려고 하지 않는 이른바 외톨이라는 인간은 입장이 낮다.
그런 인간이 우수하면 귀찮은 일이 일어난다는건 상상하기 쉽다.
이 학교는 시립이라고는해도 현에서는 유수한 진학교이며, 학교 진학처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도 나같은 우수한 학생은 필요해진다.
나는 그런 학교측의 형편을 잘 이용하여 가볍게 정보조작을 의뢰한것이다. 뭐, 정보조작이라고해도 내가 수석이라고 밝히지 않는다는것 뿐이지만.
원래 시험결과의 순위등을 붙이는것도 아니고, 나 자신이 자랑하는것도, 물어봐주는 녀석이 있는것도 아니어서 지금까지 아무도 몰랐던것이다.
 
"어? 진짜? 거짓말이지?"
 
"아니, 너.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그보다 너한테 허세 피울 이유 없잖아? 요컨대 그런거다"
 
"있지, 있지 유키농. 힛키가 자기가 학년수석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내 말을 어지간히도 믿고싶지 않은지, 유이가 옆에서 문고본을 읽는 유키노에게 말건다.
마침 좋은 장면이었을까, 살짝 얼굴을 찌푸렸지만 책에 책갈피를 끼우고 유이를 다정하게 타이르듯이 말한다.
 
"유이가하마, 속으면 안 돼. 그와 같은 근성이 썩은 인간이 학년수석일리가 없잖니? 출처는 나. 왜냐면 내가 수석인걸"
 
"아니, 너는 과가 다르잖아. 애시당초 커리큘럼이 다르니까 당연하지"
 
"……그것도 그렇네. 그치만 히키가야, 거짓말은 안 된단다? 허위 신고는 법에 저촉될거야"
 
"너희들 왜 그렇게 인정하고 싶지 않은거냐? 아니, 너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딱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것만 말하고 공부로 돌아간다.
누군가를 위해 공부하고 있는것도,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공부하고 있는것도 아니다. 뭣하면 수석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나는 그저 자택경비원이라는 목표를 위해 공부하는것 뿐이다.
 
"에, 뭐야? 힛키 삐졌어? 미안해 힛키"
 
"유이가하마, 그런걸로 삐져버리는 속좁은 남자 따윈내버려두렴. 하나하나 신경써봐야 손해만 볼거야"
 
삐질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무슨 착각을 한건지 내게 다가와 내팔을 잡고 붕붕 흔들어대는 유이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무시하는것처럼 독서로 되돌아가는 유키노.
아니 안 삐졌거든. 진심으로 아무래도 좋을 뿐이라고. 하지만 이대로 착각받기만 해선 유이는 언제까지고 내 팔을 흔들어놓을 것이다. 그렇게되면 공부를 할 수 없으니까, 어쩌면 팔이 빠질지도 모른다.
 
"아니, 안 삐졌거든. 뭣하면 한가하다못해 심심한 유이를 위해 내가 감춰둔 웃긴 얘기를 해주마. 그거다, 나의 가족여행의 추억을 들어봐라"
 
"어, 뭐야? 들으면 돼? 힛키, 가족여행의 추억은?"
 
내 옆에 의자를 가져와 앉고 눈을 반짝거리며 순순히 물어보는 유이.
누구에게도 말한적은 없지만, 내 안에서는 포복절도했던 감춰둔 웃긴 얘기다.
 
"나의 가족여행 추억 말이지.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났더니 여행갔습니다, 라는 쪽지랑 천엔만 놓여 있었어. 배고프면 물을 마시고, 다른건 그저 잠만 자고 보냈으니까, 덕분에 7킬로는 빠졌다"
 
"어?"
 
"어때? 재미있지?"
 
"어? 뭐야? 힛키,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어? 재미 없었냐? 그럼 그거다. 추억의 여행처는 어때? 아버지랑 싸운 엄마가 나 데리고 동반자살하려고 절벽 위에 올라간거. 그거 진짜 추억으로 남아있어. 『하치만, 엄마랑 같이 죽을래?』라고 말한것 까지 기억하고 있다. 유치원때 있던 일인데"
 
점점 흐려져가는 유이의 표정에 초조해하며 화살처럼 내 입장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필사적으로 하는 나.
그렇게나 재미없냐? 아니, 진심으로 웃긴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남은건 우동 이야기 정도 밖에 모른다고.
 
"전혀! 재미없어!"
 
유이는 펑! 하며 양손으로 책상을 내치고는 내게 다가와 어깨를 붙잡고 뒤흔든다.
 
"저기 힛키, 왜? 왜 그런 얘기 한거야? 그런걸 듣고 웃을리가 없잖아!"
 
"아니, 진정해. 그보다 너 왜 우는거냐"
 
"우는게 당연하잖아! 그치만, 그렇게 무척이나 힘들고, 슬픈 이야긴데, 힛키 전혀 힘들어보이지 않는걸. 평범해 하는걸. 그런건……이상해"
 
"유이가하마, 괜찮아?"
 
"우엥. 유키노옹"
 
그런 우리들의 대화를 깨달았는지 유키노가 읽던 책에 책갈피도 끼우는것도 잊고 다가온다. 울면서 유키노를 껴안는 유이의 눈물을 손수건으로 살살 닦아주고 나를 째릿 노려본다.
 
"히키가야, 정좌"
 
"어?"
 
"정좌. 얼른 해. 안 들려?"
 
"아, 네"
 
테니스 코트에 혼자 따돌려졌을때 이상으로 노기를 뿜으며 명령해오는 그 목소리에 무심코 경어로 대답하면서 즉시 바닥에 정좌한다.
어? 내가 나쁜거야? 그보다 유키노, 당신도 진정해주세요. 분노때문에 죽겠습니다.
 
"잠깐 얼굴 씻고 진정하자. 이 남자를 위해 네가 눈물을 흘릴 필요따윈 없어. 히키가야, 잠시 이 방을 떠나겠지만 그 사이에 자세를 풀거나 도망치기라도 하면……어떻게 될지는 알고 있지?"
 
"넵. 얌전히 여기서 대기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가자, 유이가하마"
 
그러고 유키노는 유이를 데리고 나가고, 나는 혼자 방에 남겨진다.
내가……잘못한거냐? 남들과는 동떨어져있다고는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었지만 웃음 감각까지 동떨어져있을 줄은 생각 못했다……. 오히려 『뭐야 그거, 힛키네 집 이상하잖아-』같은 느낌이 될거라 예상했는데.
기본적으로 나의 대인능력, 소위 커뮤니케이션력이라는건 지금까지 몇 없는 남과 관계를 쌓는 도중에 길러지는 것이다.
무난한, 무미건조한 대답을 나는 끝없이 모색하고 있었다. 적도 아군도 만들지 않도록, 상대의 가치관과 자신의 가치관을 조율해서 때로는 타협해왔다.
요컨대 나의 커뮤니케이션력은 경험에 배신당한것. 이번처럼 내가 이렇게 생각하니까 상대도 그럴 것이다, 같은 예측이 어긋날때 대처하는 방법을 나는 갖고 있지않다.
어째서 이렇게 된걸가, 고민해봐야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가르쳐줄 사람이 없으니까.
 
 
 
 
 
 
 
 

철이 들었을 무렵부터 우리 집은 코마치 도상주의였다.
소위부모의 애정이라는건 모두 코마치에게 부어져서, 나를 뒤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왜냐면 코마치는 세계에서 제일 귀엽고, 부모님이 그렇게 당연것도 당연한 일이다.
밥이 없어도 스스로 토스터로 빵을 굽는것 정도는 할 수 있고, 뭣하면 참치캔에 간장만 넣어서 그걸 반찬없이 밥을 먹는것도 가능하다.
옷 갈아입기도, 유치원에 가는일도 스스로 할 수 있다.
스스로 전부 할 수 있으니까 부모님의, 남의 손을 빌릴 필요가 없는것도 또한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내게는 다른 녀석들이 모두, 다같이, 무언가를 한다는게 이해할 수 없었다.
왜 혼자서 할 수 있는걸 굳이 다 같이 하는건지 그 필요성을 이해할 수 없었다.
텔레비전이나 만화 속의가족이라는것이 우리집하고는 다르다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혼자서 할수 없는 사람들에게 있어선 그것이 보통이며, 나처럼 혼자서 할 수 있는 인간에게 있어선 현재상황이 보통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나는 극히 평범한 가족의 추억을 얘기한것 뿐이라고. 나한테 있어서는 진짜로 웃긴 얘기를 할 생각 뿐이었으니까, 울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의외로 나는 나쁘지 않다고 필사적으로 호소한다.
10분 정도 뒤에 돌아온 둘로 인해, 현재 나의 단죄 타임 나우.
twitter 같은데서는 나우 라던가 쓰는 일이 나우란 젊은층에 잘 먹히는 모양이다. 모르겠다만.
여전히 정좌중인 나를 유키노는 식은 눈으로 내려다보고, 유이는 내 이야기를 듣고 방금전 일을 생각한건지 새빨개진 눈을 또 적시고 있다.
 
"불쌍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여기까지라니"
 
"유키농. 힛키 불쌍해보여……"
 
남은 남. 나는 나. 모두 다 달라도 괜찮다. 그런거잖아?
우리집에 있어선 평범한 일이잖냐, 딱히.
 
"왜 동정받는거냐, 나는……. 진짜 의미 모르겠네"
 
"히키가야. 왜 동정받고 있는지도 모르는, 정말로 불쌍한 너도 알수 있도록 가르쳐줄게. 그건 네글렉트. 이른바 육아포기라고 하는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 할 수 있는 애는 혼자 내버려둬도 할 수 있으니 그걸 육아포기라고는 하지 않는거다. 거기다 나랑 코마치였으면 코마치를 귀여워하는것도 보통이다. 누구든 그렇게 할걸. 나라도 그렇게 한다"
 
"너……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니?"
 
"어. 물론이고"
 
웅크려앉아 평소와 달리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는 유키노에게 눈을 피하지 않고 대답한다.
 
"……그래. 아무래도 진심인 모양이네. 저기 유이가하마. 그런 얼굴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고 싶지 않을테니 차를 부를테니까 오늘은 같이 집에 가자. 집까지 보내줄게. 히키가야는 먼저 돌아가겠네"
 
"고마워 유키농"
 
무언가 납득한듯이 끄덕이고 유키노는 일어서서 유이에게 말을 건다.
 
"알았다. 미안하다 유이. 울릴 생각은 정말로 없었다"
 
"이제 됐어, 힛키. 그치만 더는 그런 얘기하지마. 힛키한테는 평범하고 아무렇지 않을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나 분명 또 울어버릴거야"
 
"알았다. 정말로 미안하다"
 
그렇게만 말하고 둘에게 인사하고 부실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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