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돌봐준다. - 발돋음
 
 
 
 
 
 
솔직해 지려고 하면 할 수록 죄악감이 솟아올은다.
그런 마음과는 반대로,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은 그 녀석을 향해 뻗어갔다.
 
언제부터일까.
 
만났을때?
 
마셨을때?
 
외출할때?
 
…….
 
언제부터 좋아하게 된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하나만 아는것이 있다.
 
 
유이나 유키노시타가 훨씬 히키오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분명, 히키오는 나 앞에서는 웃어주지 않는다.
 
 
 
 
………
 
 
 
 
이 며칠간, 나는 히키오를 만나지 않았다.
 
걷히지 않은 마음으로 대학을 가서 강의를 받는다.
이렇게나 하루는 길었던가?
 
왜 못 만나는거지…….
 
라고 생각하면서 그 대답은 바로 발견한다.
 
나는 만나선 안 돼.
더는 상처입고 싶지 않아.
잃고 싶지 않아.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제대로 밥은 먹고 있어?
 
또 커피에 껌시럽을 엄청 넣은거 아냐?
 
얼굴을 보며 말했던 그 무렵이 그립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
 
그건 이렇게나 무서운 일이었나.
 
 
………
 
 
강의가 끝나 돌아가는 길.
조금 쌀쌀해진 바람을 느끼면서 나는 작은 찻집을 발견했다.
시간은 많이 있다.
할일도 없이 시간을 죽이기 위해 그 찻집으로 들어갔다.
 
 
좁은 가게안은 금연의 모습은 없어서 나는 카운터석에 앉아 아이스티를 부탁한다.
무턱대고, 요즘은 전혀 피우지 않았던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지근지근 담배로부터 나오는 연기가 가게 안에 만연한다.
 
 
"조금 거북한데, 너는 남의 민폐를 생각할 수 없는거니?"
 
"나아가 어디서 담배를 피든 내 맘이지"
 
"정말이지, 조금도 변하지 않았구나. 나쁜 의미로"
 
"아?"
 
 
긴 흑발.
예쁜 얼굴.
앉은 모습은 어딘가 아가씨같다.
그녀는 겁없이 미소지었다.
 
 
"…유키노시타, 유키노…"
 
"오랜만이야. 미우라 유미코"
 
 
 
최악이다.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인물과 조우해서 나는 진정시킨 가슴의 고동이 굳세게 움직인다.
 
 
"하아, 최악"
 
"어머, 그건 내가 할 소리야"
 
"……"
 
"……옛날의 기세 좋은건 어디 갔니?"
 
"…알바 아니구"
 
"후후, 상처입은 소녀같구나. 혹시 누구 씨에게 차였니?"
 
"읏!?……. 누구씨는 누군데. 나아를 차는 남자는……"
 
"……, 얼마전에 유이가하마하고 놀았어"
 
"……그게 뭐"
 
"아니. 그 때, 너와 그가 사이 좋다는걸 듣고 조금 신기했어"
 
"……잘못했나"
 
 
유키노시타와 눈을 마주칠 수 없다.
굉장히 나쁜 소리를 해버릴것 같아서.
부글부글 솟는 배덕감에 나는 거북함을 느낀다.
 
 
"……조금 분해"
 
"……하?"
 
"실언이야. 잊어줘"
 
"……"
 
"그의 일그러진 다정함이, 나에게는 굉장히 눈부시고 부러워서……. 그런 그를 좋아했어"
 
"하, 하아? 무슨 얘기야……"
 
"내 얘기야. 너는 아니니? 그와, 히키가야과 계속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 안 하니?"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쳐다보는 유키노시타의 눈동자는 어딘가 다정하게 미소짓고 있는것처럼, 내 마음은 그녀의 말로부터 헤어날 수 없다.
 
생각 않는다.
 
생각 않을리가 없다.
 
계속 함께 있고 싶다.
 
내가, 누구보다도 그 녀석의 옆에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 그 녀석이 원하는건 너희잖아. 나아는 딱히, 그 녀석이랑……, 있고 싶다는건……"
 
 
그 녀 석을 부정했을때, 눈물이 나와버린다.
멈출 수 없으니까 멈추려고도 하지 않는다.
망가진것처럼 흘러나오는 눈물은 카운터에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며, 나는 소리를 참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고개를 숙여버렸다.
 
 
"……자. 너도 그와 마찬가지로 청개구리잖아"
 
"시, 시끄러워……. 으으. …딱히 나아는!!"
 
 
"우리에게 배려할건 없어"
 
 
"……읏!"
 
 
핵심을 찔린듯이.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게 되버린다.
 
 
"너, 다정하네. 히키가야도 보고 배우게 하고 싶어"
 
"……하, 하? 아까 너, 그 녀석을 다정하다고……"
 
"어머, 나는 객관적인 의견을 말한것 뿐인데? 이렇게나 미인이고 머리도 좋은 나를 차버리다니, 그는 분명 귀신이나 악마가 다시 태어난거야"
 
"……너도 차, 차인거야?"
 
"……글쎄. 옛날 일은 잊었어"
 
"……"
 
"고개를 들어. 눈물을 닦아. ……네 진심을 그에게 전해. 그러면 우리와 대등해"
 
"흐, 흥! 딱히 안 울었거든! 그보다, 너야말로 나아랑 히키오가 결혼하고나서 울어도 늦거든!"
 
"……겨, 결혼할 생각이야?"
 
 
"그 정도로 좋아한다고!!"
 
 
 
나는 눈물을 닦고 일어선다.
딸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였다.
가게 안에 등을 돌리고 걸어나간다.
 
 
그 녀석에게 전해야할 말이 있다.
 
 
 
"……돈, 내가 내야하는걸까"
 
 
 
………
 
 
 
낯익은 현관.
손잡이를 만져보니 깨닫는 땀.
긴장하고 있는걸까, 나는 평소보다도 무거운 문을 굳게 열었다.
 
 
"여, 여! 오랜만"
 
"음-? 아아, 여"
 
"평범하냐!!"
 
 
히키오는 거실 소파에 뒹굴거리며 소설을 읽고 있었다.
칠칠맞은 모습에 안도한다.
 
 
"또 너는 그런 차림으로…. 감기 걸려도 모르거든"
 
"으. 전에도 말했지만, 그건 감기를 걸리고나서 듣겠어"
 
"……아 그려"
 
 
졸린듯한 눈꺼풀에 감려진 눈동자가 나를 포착한다.
소설을 탁상에 두고 히키오는 천천히 일어난다.
 
 
"……. 무슨 일 있었어?"
 
"왜, ……. 너는 뭐든 꿰뚫어보는건데"
 
"뭐든 그런게 아니야"
 
 
그렇게 중얼거리는듯한 작은 목소리도 좋아해.
 
 
"손 잡아줘"
 
"……음"
 
 
따뜻한 손도 좋아해.
 
 
"머리카락 뻗쳤네"
 
"뒹굴거렸으니까"
 
 
부드러워보이는 머리카락도.
 
 
"……"
 
"……"
 
 
기분 좋은 분위기도.
 
 
"꼬옥……, 해줘"
 
"……. 하아, 오늘만이다"
 
 
따듯한 다정함도.
 
전부, 좋아해.
 
 
이외로 남자다운 가슴에 감싸이면서 나는 참을 수 없는 눈물과 본심을 중얼거렸다.
 
 
"너를 좋아해"
 
"……"
 
"다른곳에 가지마"
 
"……"
 
"계속, ……. 같이 있어줘"
 
"……"
 
 
길고 긴 침묵.
시계 바늘이 나아가는데, 어째서 나는 멈춰있는걸까.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히키오의 팔에 떨어지는 눈물이 자욱이 되어, 그리고 마른다.
지금까지대로 돌아간것 처럼.
 
우리의 관계도, 그때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버린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것 만으로, 나는 참을 수 없는 가슴의 통증을 느낀다.
 
 
 
 
"……. 나는 칠칠맞고, 제멋대로고, 별로 행동적인 인간이 아냐"
 
"……알고 있어"
 
"별로 남이랑 관계 맺는것도 잘하지 않아"
 
"……"
 
"……하지만…"
 
 
껴안는 힘이 세진다.
히키오의 가슴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와 있는건 싫지 않아. ……그러니까, 같이 있어줘. 내 곁에, 영원히"
 
 
달고 단, 녹아버릴듯한 커피.
아주 조금의 쓴맛도 느끼지 않는 단맛.
몸 속에 충만해져, 나는 힘이 빠져 히키오에게 기댔다.
 
 
"……좀 더 세게 안아"
 
"……어, 얼굴 가깝다고"
 
"정말…, 됐지?"
 
 
나는 천천히 얼굴을 가져간다.
입술에 느끼는 따뜻한 부드러움.
 
눈을 뜨니 새빨개진 히키오의 얼굴이.
그런 모습이 귀여워서, 짖궂게 한번 더 입술을 뻇는다.
 
 
"윽!? ……너, 너 말야"
 
"헤헤, 한번 더 할래? 이번에는 히키오가 해줘"
 
"에헤!? 잠, …무, 무리…"
 
"……음"
 
 
가볍게 눈을 감고 기다려본다.
몇초  후에, 열을 띤 입술이 천천히 겹쳐졌다.
 
 
"에헤헤, 뭐 합격이잖아? 내일부터는 하루에 한번 키스할것!"
 
"우, 웃기지마! 그런 바보 커플 같은……"
 
"바보 커플이잖아? 나아, 너를 엄청 좋아하는걸. 너는?"
 
"으……. 뭐어, 싫지는 않은걸로"
 
"제대로 말해! 나아를 좋아해?"
 
"……하아. 좋아해. 엄청이 붙을 정도로"
 
 
히키오는 일부러라는듯 고개를 돌려 뺨을 긁적인다.
수줍어하는 증거다.
 
히키오에 대해서라면 뭐든 안다.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옆에서 웃으면서 나는 히키오의 손을 잡았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가는 몸도, 지금은 이렇게나 사랑스럽다.
 
내가 지켜줘야지.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하아, 열심히 나의 타락생활에 정나미 떨어지지 마"
 
"말도 안 되구!"
 
"어떨련지"
 
 
 
"앞으로 계속 나아가 너를 돌봐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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