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돌봐준다. - 약
 
 
 
 
 
 
"더워……"
 
 
7월도 중순을 지나, 이미 지구를 녹일 기세로 햇볕이 콘크리트를 달군다.
태양의 반짝임은 마치 전자렌지 속에 있는것 처럼 내 몸을 뜨겁게 만들었다.
 
설마 낮부터 국도를 따라 도보를 걷는 나에겐, 차에서 배출되는 가스가 불쾌지수를 팍팍 올린다.
 
겨우 도착한 목적지의 입구를 열자 시원한 바람이 몸에 불러왔다.
 
 
"더위가 위험해……"
 
"……그럼 밖에 안 나가면 되지"
 
"그게 아이스크림 먹고 싶었다뭐. 자, 히키오한테는 말차를 줄게"
 
"말차 필요없어. 초콜렛을 받을게"
 
"초콜렛은 나아거야"
 
 
나는 소파에 몸을 던지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히키오를 두들겨 일으켰다.
여름이 된 순간 히키오는 칠칠맞게 변해간다.
소파에서 손이 닿는 범위에 생활이 필요한걸 전부 두고, 반소매 반바지를 입고 하루종일 쿨러 아래에서 생활하는 매일이다..
 
 
"쿨러 설정온도, 또 22℃되어 있구"
 
"……"
 
"26℃로 하라고 한거 기억해?"
 
"……, 실수했다"
 
"……너, 감기 걸려도 모른다"
 
"으. 그 말은 여름감긱에 걸리고 나서 들을까"
 
 
나는 히키오의 얼굴을 때리며 쿨러 리모콘을 조작한다.
설정온도를 26℃로 변경하고 나도 소파에 앉았다.
 
 
"음. 초코, 한입만 줄게"
 
"……필요없어"
 
"변함없네. 자, 나아 아직 안 먹었으니까 수줍어마"
 
"칫……. 넘겨라"
 
한입만 먹을 생각이 든건지, 히키오가 초콜렛 아이스크림을 받으려고 손을 뻗지만, 나는 그걸 가로막는다.
 
 
"자, 입벌려"
 
"……"
 
"아-앙"
 
"……그거 관두래도"
 
 
푸념을 하면서도 제대로 입을 벌려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최근에는 조금 마음을 터놓고 있는건지, 의외로 순순히 이런걸 받아준다.
 
 
"얼마전에 바다 갔구"
 
"헤에"
 
"다음에 갈래?"
 
"안 가"
 
"그럴거라 생각했어"
 
"그럼 묻지마"
 
"불꽃놀이는?"
 
"아?"
 
"불꽃놀이는 하는거랑 보는거, 어느걸 좋아해?"
 
"보는거"
 
"나아는 하는걸 좋아하는데"
 
"몰라"
 
 
텔레비전 소리를 BGM삼아 기분 좋게 히키오의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거스르는 일 없이 녹아가는 아이스크림을 급하게 먹으면서,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불꽃놀이 일시를 조사해봤다.
 
 
"오, 다음주에 불꽃놀이 대회 있네! 갈거지!?"
 
"어째선데……"
 
"가끔은 밖에 나와. 제대로 태양 빛을 쐬지 않으면 몸이 약해져"
 
"무르구만. 내 기준으로 보면 도리어 태양빛은 천적이다"
 
"어째선데"
 
……엣취! …"
 
"……"
 
"……, 감기 아냐"
 
 
완고하게 밖에 나가려고 하지 않는 히키오를 어떻게든 끌고나가고 싶지만, 당사자가 너무 의욕이 없다.
더위에 약한건지, 바깥 열기가 창으로 들어오는것조차도 싫어하니까 밖에 나가는건 상당히 고생할것 같다.
 
 
"그럼 또 올게. 제대로 배 따뜻하게 하고 자"
 
"……엄마냐"
 
 
…………
 
 
그런 일이 있었던게 3일전이다.
 
 
"……"
 
"그러니까 말했잖아. 쿨러 바람은 몸에 나쁘다고"
 
"……"
 
"어차피 소파에서 잤지"
 
"……"
 
"……괜찮아?"
 
"……머리아파"
 
 
침실에 누운 히키오한테서 평소의 날카로움은 없 다.
조금 홍조된 얼굴과 거친 숨소리가, 마치 자신은 여름감기입니다, 라고 주장하는것 처럼 보였다.
 
 
"……"
 
"……뭘 보는거야"
 
"아, 아니, 힘들어보인다- 해서"
 
"……취미 나쁘네"
 
"후후, 죽 만들어줄게"
 
"……식욕없어"
 
"안 먹으면 안 낫잖아. 약도 갖고 올테니까 조금 기다려"
 
 
나는 침실 문을 조용히 닫았다.
 
부엌으로 갈때, 한 장의 사진이 들어간 액자를 발견한다.
낯익은 사진, 이라고 할까 내가 찍은 사진이다.
봉사부 세 사람이 나란히 웃는, 졸업식때 찍은 사진.
 
 
"……헤에, 이렇게 웃는구나. 히키오"
 
 
히키오와 만난 몇 개월전부터 지금까지, 여러 일이 있었다.
떠올려보면 즐거웠던 일 투성이라, 어딘가 안심하고 히키오의 옆에 있을 수 있지만….
 
……히키오도 웃어줬으면 싶다.
 
 
그저 그 역할은 내가 아니다.
 
분명 유이나 유키노시타가…….
 
 
"……흥. 일단 죽 만 들자"
 
 
부엌 선반에는 충실한 요리도구와 식기가 나열되어 있다.
남자 혼자 사는데 왜 압력밥솥이 있는건지….
 
 
조리를 개시하고나서 15분 정도.
식욕을 돋우는 냄새가 났을 무렵, 나는 죽을 그릇에 옮겨서 방으로 가져갔다.
 
 
"자. 죽 만들었어"
 
"….…음. 헤에, 평범하게 만들 수 있군"
 
"얕보지 마"
 
 
히키오에게 그릇을 건내고 나는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는다.
 
 
"……"
 
"……안 먹어?"
 
"아, 아니……. 평소처럼 아-앙해줄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 할리가 없잖아!"
 
"……그런가"
 
"………이리 줘"
 
"아?"
 
"내놔! 나아가 먹여줄테니까!!"
 
 
히키오의 저항도 적어서 나는 죽을 빼앗아 들었다.
 
평소처럼,
 
왜, 평소처럼 못하는거지.
평소의 나, 평소의 나.
 
……그래, 죽을 후-후- 불엉서 먹여주자.
그러면 히키오는 수줍어하고, 나는 평소처럼 말해주면 된다.
 
수줍어 마.
 
엇.
 
 
"으. 자, 자아. 히, 히키오. 훗후- 후후- 후-0 하고, ……줄게!!"
 
"……?"
 
"자, 자아!! 아-앙!!"
 
"…음"
 
"….…"
 
"응. 맛있어. 다시 봤다. 고마워"
 
"………어?"
 
 
한 마디의 감사.
그게 죽을 만들었다는것에 대한것인지. 아니면 내가 먹여준것에 대한것인지는 모른다.
그저, 그 한 마디의 작은 감사에, 나는 마치 몸을 뒤덮는 얼음이 녹여진것처럼 땀을 흘려버린다.
약간 증기를 뿜은 내 얼굴은 히키오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히키오의 눈동자에 내가 비친다.
 
열을 띤 입술이 다가왔다.
 
….…아니, 내가 다가가고 있는건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열이 전해질 정도로.
 
이제 몇 밀리면…….
 
 
"……가까워. 너, 뭐하는거야?"
 
"누아아아!? 아!? 뭐야!?"
 
"……. 땀 흘리고 있어"
 
"헤?"
 
"감기, 옮기 전에 돌아가"
 
"……. 흥, 안 옮아. 나아는 바보니까"
 
"……하하. 그랬지. 하지만 이제 정말로 걱정 필요없어"
 
"시끄러웟! ……감기 걸렸을때 정도는 조금은……나아에게 응석부려!!"
 
"하지만…"
 
"입다물라고……. 그럼 빚으로 해둘게"
 
"빚?"
 
"응. 그러니까, 이걸로 샘샘이지?"
 
 
히키오는 이상하다는듯 내 얼굴을 쳐다본다.
어째서일까, 나는 죽을 섞는 척을 하고, 그 눈에서 피해버린다.
이래선 누가 수줍어하는건지…….
 
 
그 후에 규칙 바른 숨소리가 들릴때까지, 나는 침대 옆에 앉아있었다.
 
민폐였으려나….
 
조금 불안한 마음을 누르고 그 자리를 뒤로한다.
 
나갈때, 이불에서 나온 히키오의 손을 도로 집어넣고, 잘 자고 있는지를 확인.
 
 
지금이라면 괜찮아.
 
 
슥, 감기로 뜨거워진 히키오의 뺨에 입술을 댄다.
 
히키오는 일어나지 않는다.
내 얼굴은 히키오보다도 빨개져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게 한계다.
 
 
거기다
 
 
자고 있는 남자의 입술을 뺏는건 내 취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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