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돌봐준다. - 속삭임
산속에서 나무에 둘러싸인 로그 하우스.
수도나 전기도 최소한 설비만이 갖추어져 있다.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듯, 잎이 물결치면서 소리를 냈다.
각조의 전원이 산기슭에 집합하고 바로, 하이킹이라는 이름의 탐험 이벤트와 자연속에 설치된 조리장에서 카레 만들기가 시작될 예정이다.
"카레 만들기라-! 기대되네!"
"나는 패스. 여럿이서 요리를 만드는 의미를 모르겠다"
"나아도 패스. 다 되면 불러줘"
"……조금은 협조성을 갖자"
유이는 협조성에 지나치게 뛰어난거야.
그 증거로 만난지 몇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서클 멤버와 사이 좋게 얘기하고 있으니까.
히키오도 어딘가 거북한지 때때로 스마트폰을 만지며 시간을 죽이고 있다.
"여기, 전파 안 터지잖아"
"아아. 아까부터 꿈쩍도 안 해"
"그럼 뭐하는데"
"……사진 정리"
유이를 포함한 서클 멤버는 조리장으로 이동해간다.
무리 속에서 빠져나온 유이가 이쪽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
"카레 다 되면 부르러 갈게!"
그렇게 말하고 서클 멤버에게 웃는 얼굴로 돌아간다.
걷기 쉬워보이는 운동화가 경쾌하게 소리를 내며, 카레 만들기에 얼마나 즐거움을 바라고 있는건지, 유이는 엄청난 기세로 산길을 올라갔다.
"그럼 나는 인터넷 카페에서 샤워라도 하고 올게"
"그런거 없어. 그보다, 어떻게 시간 죽일건데?"
"뒹굴거리지 그래?"
"장난치지 마"
나는 설치되어 있는 주변 지도가 표시된 간판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우리가 있는 현재지나 유이네가 향한 조리장 등도 표시되어 있다.
"아, 이거. 이 근처에 휴게소 같은게 있어"
"음? 가까우면 못가줄것도 없지"
"왜 내려다보는 시선인데"
나는 현재지와 그 휴게소의 위치 거리를 계산하기 위해, 엄지와 검지를 간판위에 댄다.
……5센치인가.
"5센치 정도네"
"축척을 모르니까 의미 없지"
"5분 정도지"
"……너는 천재네"
어째선지 가는걸 싫어하는 히키오를 끌고 목적지로 이어지는 샛길을 간다.
길은 착실하게 정비되어 있고, 나무 가지나 지면에 뻗은 잡초 등에 다리를 채이는 일도 없이, 5분 정도 걸으니 큰 평지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거봐, 5분. 그치?"
"으. ……정확하게는 6분 30초군"
"시꺼. ……그보다, 상상했던 휴게소하고 다르구. 평범하게 찻집이잖아"
"……확실히. 좀 더 낡은 움막을 상상했는데"
강변으로 난 그 찻집은 산속에는 조금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깨끗한 구조를 하고 있다.
입구에 걸려진 간판에는 가게이름이 쓰여있는 걸테지만, 모르는 영단어가 쓰여있었다.
"음? 윌콤멘? ……뭐야 이거"
"빌코멤이겠지. 독일어"
"헤에……. 무슨 의미?"
"환영. ……멋진 이름이네. 산 속에서 환영받는다니. 게다가 독일어로"
입구문을 열자 방울 소리가 우리를 맞이했다.
겸양쩍게 울린 방울을 깨달은 여성 점원이 웃는 얼굴로 우리를 자리에 유도해준다.
"왠지 이상한 느낌. 손님도 없고, 점원도 저 사람 뿐인것 같아"
"……. 뭐, 앉을 수 있다면 뭐든 상관없지만"
"음. 뭐 마실래?"
"커피"
"네네. 껌시럽은 2개까지야"
"적어도 그 배는 필요해"
"안 돼. 아, 점원씨-, 주문 부탁해요"
"으-"
………
얼마 지나지않아 나온 커피와 홍차를 마시면서 나는 창 밖에 흐르는 강을 쳐다보면서 고등학생 무렵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무렵에 말야, 치바마을에 간거 기억나?"
"아? ……아-, 아아. 그런적도 있었을지도"
"네 악덕한 계략으로 초딩을 울렸지"
"그 말에는 유감을 주장하고 싶지만…. 뭐, 사실이지"
"그 때 말야-, 왜 그런 짓을 하는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유이랑 하야토랑 유키노시타가 너한테 협력한다고 말했으니까 하는 수 없이 따랐지만 말야. ……, 그건……"
"……옛날 일이지"
"그건 네 성벽?"
"어째선데!?"
강의 흐름이 하류로 향하듯, 나와 히키오가 이렇게 둘이서 있는게 마치 자연의 섭리처럼.
이 녀석의 따뜻함이 커피에 녹아든 껌시럽처럼 내 안에 충만해져간다.
정신을 차리니 우리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점원은 입에 손을 대며 웃고 있었다.
"거봐, 너 때문에 웃었잖아. 너무 큰소리 지르지 마"
"……예이"
"후후. 미안해요. 두 분이 너무나 흐뭇해서"
"흐뭇해? 우리가?"
"그 밖에 손님은 없는걸요. 당신들 처럼 사이 좋은 커플이 와주면 기뻐요"
"커, 커플 아니구!"
점원의 말을 가로막듯 부정하는 말이 입에서 나와버렸다.
뭘 이렇게 당황해서 부정해버린걸까, 조금 부끄러워져서 힐끔 히키오를 쳐다보지만, 이 녀석은 무관심하게도 커피를 마시고 있다.
"거, 건방져!"
"엉? 나 왜 혼나는거야?"
점원은 웃는다.
그렇게나 웃긴걸까, 나는 차분함을 되찾으려고 화제를 바꾼다.
"그보다, 여기 가게는 점원씨 혼자서 꾸리는거야?"
"……. 응, 지금은"
"흐-응? 이런 산 속에는 돈 못 벌잖아?"
"실례스럽기 짝이 없는걸 묻지마"
"후후후, 괜찮아. 사실인걸요. 하지만……, 그 사람이 돌아올때까지……"
""?""
"……, 미안해. 지금 그건 잊어줘. 이런 곳이지만 편하게 있다가"
그런 말을 남기고 점원은 떠나간다.
어딘가 근심있는 옆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사정 있는걸까"
"……, 탐색하지마. 그녀에게는 그녀의 삶의 방식이 있어"
"삶의 방식이라……. 히키오 주제에 건방져. 왠지 아까부터 되게 침착하구"
"……다른 사람과 행동하는게 고역이야.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말이지"
"숨쉬기 힘들다는 느낌?"
"그런 느낌. 그러니까 지금은 휴식중"
"……헤에. 나아하고는 숨이 안 막히는구나"
"스트레스는 쌓이지"
"나왔다. 부끄럼 감추기"
"……"
………
그 후, 조금 오래 있어버린 찻집을 뒤로하고 조리장으로 향했다.
완성된 카레를 받아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유이가 만들었을 거무튀튀 검은 카레는 마루오카에게 먹였지만.
점심식사 후, 자유시간을 가지고는 어두워졌다.
산 속에는 해가 지는게 빠르다.
이미 주위는 암흑이 덮여서, 로그 하우스의 전기나 믿을 구석 없는 회등전등으로는 몇 미터 앞을 비추는게 고작이다.
암흑 속에 모인 서클 멤버를 앞두고, 안색이 나쁜 마루오카가 메모장을 한 손에 들고 얘기한다.
"……, 으. …하아. …그게, 지금부터, ……큭, 하아하아. 담력대회를…합니다…"
몸 상태가 나쁘면 무리를 할 일은 없는데. 어째서 저 녀석은 이렇게나 눈에 띄고 싶어하는걸까.
"왠지 마루오카 씨, 안색 나쁘네-"
"……유이가하마 병이군"
"뭐야 그거!?"
"……유이, 굿잡"
"왜-!?"
앞에서 설명을 계속하는 마루오카는, 조금 진정이 됐는지 담력시험의 개요를 설명했다.
"후우, ….… 그럼 지금부터 나눠주는 종이를 봐줘. 여기서 걸어서 조금 가면 평지가 있어. 거기에는 폐움막이 있는데, 거기에 미리 준비해둔 부적을 갖고 오는게 클리어 조건이야"
나는 종이에 기입된 지도를 본다.
거의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길은, 어두운 숲속을 걷는만큼 공포가 늘어날것 같다.
"헤에, 꽤 재미있을것 같잖아. 안 그래, 히키오"
"……아니. 이 폐움막은…"
"아?"
"……"
왠지 빤히 지도를 응시하는 히키오를 뒷전으로 마루오카의 설명은 이어진다.
"폐움막의 부적을 가질러 갈때, 건물 안에 있는 간판을 봐줬으면 싶어. 거기에 쓰여있는 문장은……. 뭐, 가고나서 즐거움이다"
여기저기서 무섭다니 기대된다느니, 각양각색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히키오의 상태는 어딘가 밝지 않다.
"히키오, 괜찮아? ……유이의 카레 먹었어?"
"무슨 소리야!? ……, 그치만, 정말로 힛키 괜찮아? 안색 나빠"
"……. 괜찮아. 몸상태도 나쁘지 않아. 그저……"
히키오가 뭔가를 나에게 말하려고 한 순간, 누군가가 내 어깨를 세게 쳤다.
아마 겁먹게 하려고 한걸테지.
"여, 유미코. 놀랬어?"
"짱나. 만지지마"
"자자. 부적을 가질러 가는건 남녀페어야. 상대방에게는 다정하게 대하지 않으면, 어두운 밤길에 두고갈지도 몰라……"
마루오카는 무서움을 연출하려고 하는건지,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 마루오카 씨. 조금 묻고 싶은게 있는데"
"……아아, 뭐?"
드물게도 히키오가 마루오카에게 말을 걸었다.
마루오카는 누가 봐도 기분 나쁘다는듯이 대답한다.
"이 폐움막은, 정말로 폐움막인가?"
"그런데?"
"당신이 가서 확인한거야?"
"끈질기네. 실제로 아까 가서 부적도 두고 왔어. 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유리창도 깨져있었어. 인터넷에서 평판대로 폐움막이었어"
"인터넷? 유명한가?"
"뭐, 지방 사람한테는 그럭저럭. 그보다 유미코, 우리는 가장 먼저 출발이야. 갈까"
보기 드문걸 봤다.
히키오가 이렇게나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건 정말로 보기 드물다.
뭔가 걸리는게 있는것 처럼 얼굴을 찌푸리더니 히키오는 마루오카의 어깨를 잡는다.
"……뭐야?"
"미우라하고는 내가 간다"
"하?"
"히, 히키오!?"
"힛키!?"
평소보다도 조금 듬직한 음색이, 어째선지 다정하게 내 안에 울린다.
정말로 놀란건, 유이의 앞에서 나를 지명한 것이다.
"너 말야, 부외자 주제에 자기중심인 행동은 그만두지 않을래?"
"……. 유이가하마, 네가 만든 카레는 아직 남아있었지"
"후에? 이, 일단 아직 남아있는데"
"다른 사람이 만든 카레는 전부 없었는데. 어째서일까"
"우으, 내가 만든 카레, 맛없었던걸까아"
"마루오카 씨, 유이가하마가 만든 카레는 어땠습니까? 맛있었습니까?"
"헤? 아, 아아, 뭐, 마, 맛있었……을지도"
"유이가하마, 잘 됐네. 마루오카 씨가 네가 만든 카레를 먹고 싶대. 데워와주지 않을래?"
"잠, 나는 그런걸!!"
"저, 정말로? 제가 만든 카레 맛있었어요?"
"으으. ……마, 맛있었어"
"나! 지금 바로 데워올게요!!"
"잠, 기, 기다려"
마루오카의 제지도 듣지 않고 유이는 카레를 데우러 조리장으로 뛰어갔다.
히키오는 뭘 생각하고 있는걸까.
담력시험, 어차피 갈거면 유이랑 둘이서 가면 됐을걸…….
"너, 너어…. 용서 안할거야"
"……반대로 감사해줬으면 싶은데. 맛있고 맛있는 유이가하마의 카레를 먹을 수 있으니까"
마루오카는 벌레씹은 표정으로 히키오를 노려보고, 유이의 뒤를 쫓아갔다.
"……히키오, 너, 너 말야…"
"미우라. 지도를 잘 봐"
"헤? 어, 어째서?"
"그 폐움막의 위치, 기억 못해?"
"하? ……. 에……"
지도에 그려진 폐움막 리스트.
거기로 향하는 길은 기억이 있다.
우리는 한번, 이 길을 걸어갔으니까.
"찻집이 있던……장소"
………
어딘가 빠른걸음인 히키오의 뒤를 쫓아, 어두운 산길을 걷는다.
한번 걸었던 길인데도 불구하고, 시간대가 다른것만으로 어디까지나 이어지는 귀신의 집처럼 변해버린다.
나무속에서 어둠이 잡아먹으러 오는듯한 정적.
나는 하이힐이 나무가지에 걸려 넘어질뻔했다.
"……읏!?"
그러자, 넘어질뻔했던 내 몸은 히키오의 팔로 받쳐진다.
"고, 고마워"
"아니, 미안. 조금 걷는게 빨랐지"
"……. 앞이 안 보이니까. 손, 잡아줘"
"……"
마지못한건지, 희희거리는건지,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히키오의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왼손에는 확실하게 따듯함을 느낀다.
"음, 저기군"
"……"
평지에 서있는 한 채의 움막.
껌시럽을 넣은 커피를 마신 히키오, 다정하게 미소짓는 점원, 나에게는 확실하게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단언할 수 있다.
"그럴리가 없어….…"
"……. 일단 입구로 가자"
유리창은 깨지고, 지붕에는 여기저기 부패한 흔적이 뻗쳐있다.
절대로 다르다.
낮의 찻집이랑 외견은 닮아있지만, 세월이 다르다.
그러니까, 간판에 쓰여진 이 문자도 독일어 따위가 아니다.
"….…저기, 히키오"
"……음"
"여기는 역시…."
"그런것 같다. 꽤나 오래되버렸지만"
무심코 몸에서 힘이 빠져버린다.
그걸 눈치챘는지, 히키오는 내 손을 세게 잡았다.
"어, 어째서 그렇게 차분해하는거야"
"낮에도 말했잖아. 여기서"
"……"
"안도 엉망진창이군. 저게 부적인가….…"
다리가 부러진 테이블에 몇 장의 부적이, 그리고 그 위에는 종이가 잡다하게 붙여져 있다.
인터넷에서 들은 전설이 쓰여져 있는건지, 종이 여기저기에는 핏자욱같은걸로 분위기를 내고 있다.
내용은 간단한 것이었다.
부부가 경영하는 가게에서, 어느날 부부싸움을 했을때 아내가 가게를 뛰쳐나가버린다.
산길에서 아내는 발이 미끄러지고…….
남편도 어찌할바 모르다, 뒤를 쫓듯이…….
하지만, 아내는 강한 원념을, 남편에 대한 복수심으로 이 세상에 계속 남아있다.
그리고, 이 가게에서 기다리면서 찾아오는 사람을 남편과 착각해서 습격하는 모양이다.
"……히키오, 어떻게 생각해?"
"글쎄. 어차피 전설이겠지. 그저, 여기가 정말로 유령저택이고, 그 점원이 사모님이었다면……"
"……였다면…?"
"원념같은게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 그런걸로 남편을 원망할리 없다고……생각해"
히키오가 쳐다보는 시선의 끝에는 우리가 낮에 앉은 테이블 좌석이, 그리고 어째선지 그 좌석만 먼지나 더러움도 없이 남겨져 있다.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 있어……"
"……남편을 기다렸던걸지도"
"……"
"뭐, 위험도 없어보이고. 이대로 부적을 갖고 돌아가자"
"응. ……잠깐…"
"아?"
"손, 잡는거 잊고 있구"
"하?"
"빨리 잡아!"
어두운 가게 안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보고 웃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게를 나올때, 소근, 내 귀로 누군가가 속삭인다.
'솔직해야지'
……시끄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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