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돌봐준다. - 달걀부침
 
 
 
 
 
 
캠퍼스 메인 스트리트에는 노소불문하고 서클 권유에 열심인 학생들이 웅성인다.
기대인지 불안지, 여러 감정이 뒤섞인 신입생들이 서클 권유 광고지를 몇개나 받으면서 어깨를 움츠리며 우리들 앞을 가로질렀다.
 
 
"음. 이거 우리 서클. 한가하면 오리엔테이션 정도는 와"
 
"아, 네, 넵"
 
"가, 감사합니다"
 
 
남의 얼굴을 보자마자 겁먹은듯이 도망치다니.
만약 우리 서클 들어오면 괴롭혀주마.
 
4월에 들어간 순간 따뜻해진 기온에 졸림을 느끼면서, 나는 소속하고 있는 서클 권유 광고지를 나눠줬다.
쓸데없이 사람이 많은 우리 서클에 더 이상 인수를 늘려서 어쩌려는건지.
 
 
"유, 유미코-. 그렇게 무서운 얼굴로 나눠주면 안 돼!"
 
"아? 평소 얼굴인데"
 
"……기분 나빠 보이는데. 무슨 일 있었어?"
 
 
나는 주머니에 넣어뒀던 스마트폰을 꺼내어 LINE 토크 화면을 보여준다.
어젯밤 대화 이력이다.
 
 
유미코
【내일 서클 권유 진짜 귀찮】
 
히키가야
【응】
 
유미코
【몸 차가워. 따뜻한 옷 입고 가자】
 
히키가야
【내일 따뜻해】
 
유미코
【진짜로? 그보다, 내일 오리엔테이션 술자리 있어】
 
히키가야
【응】
 
유미코
【너도 와】
 
히키가야
【안가. 잘래】
 
유미코
【잠깐. 자면 날려버린다】
 
―――읽고 무시
 
 
 
 
 
 
어젯밤 대화 이력을 다시 쳐다보니, 또 열받았다.
 
 
"그 자식, 진짜로 날려버린다"
 
"……. 아니아니, 히, 히키가야 양? 군? 전혀 나쁘지 않지"
 
"칫! ……은혜를 원수로 갚고 말야"
 
"그보다, 서클 술자리에 친구를 부르면 안 되잖아"
 
"아? 한 사람 정도는 안 들키잖아"
 
"……뭐, 신입생도 있으니까 들키지 않겠지만"
 
 
나는 곁을 지나가는 신입생에게 광고지를 전부 넘기고 그 자리를 떠났다.
오늘은 강의도 없고, 신입생 환영 오리엔테이션 술자리까지 비어있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 캠퍼스 내 카페 테라스에 들어가 커피를 마신다.
스마트폰을 아무리 노려봐도 LINE에 답신은 들어오지 않는다.
 
 
"여. 유미코"
 
"……마루오카"
 
 
짜증이 절정에 달했을 무렵, 내가 참가하는 서클에서 올해부터 간사장으로 임명된 4학년 마루오카가 커피 컵을 들면서 내가 앉은 테이블석에 상석했다.
 
 
"서클 권유는 어때?"
 
"아? 그런거 나아한테 묻지 말고 실제로 보고 오지?"
 
"하하. 유미코도 권유 팀 아니었어?"
 
"……그보다, 친근하게 유미코라고 부르지 말아줄래?"
 
"음. 나는 간사장이잖아? 모두와 사이 좋게 지내고 싶다고 생각해서. 그러니까 유미코라고 부를게"
 
 
호감이 안 가는 자식.
서클 내에서 핸섬이라고 떠들어대고는 있지만, 이 녀석의 어디가 멋있다는건지.
언동은 짜증내고, 행동은 나르시스트.
마시면 취한 척을 하고 여성에게 찰딱 달라붙어오는 녀석이다.
 
 
"……너, 되게 기어오르……"
 
 
―――♩
 
 
조금 분위기가 무거워지려고 할때, 내 스마트폰이 LINE 메시지 수신을 알렸다.
타이밍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나는 마루오카를 무시하고 LINE 메세지를 확인한다.
 
 
히키가야
【날려지고 싶지 않으니까 일어났다】
 
 
"……, 풋! 아하. 뭐야 그 녀석"
 
 
바로 LINE 답신을 한다.
마루오카가 눈 앞에서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보고 갑자기 웃는 녀석이 눈 앞에 있으면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유미코
【그럼 와. 지금 당장】
 
히키가야
【안 가】
 
유미코
【너네 집 앞에서 강간당했다고 소리 지른다】
 
히키가야
【잠깐】
 
유미코
【안 기다려. 10, 9, 8……】
 
히키가야
【아라따】
 
 
아라따…….
히키오의 당황한 얼굴이 떠올라서 나는 또 히죽거리고 만다.
 
 
"유미코? 왜 그래?"
 
"음-, 딱히. 그보다, 사람 기다리고 있으니까 돌아가주지 않을래?"
 
"서클 애?"
 
"아니. 너하고는 관계없어"
 
"……혹시, 남친?"
 
 
……남친이라아.
히키오가 남친이라니, 절대로 말도 안 되지.
애시당초 남친이었다고 해도 마루오카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는건지.
 
 
"유미코에게 남친이 생겼으면 가르쳐줬으면 좋겠어"
 
"그야말로 너하고 관계없는데"
 
"있어. ……유미코, 나는 너를 좋아해. 진심이야"
 
"……아, 그려. 그럼 유감이지만, 너는 취향 아니거든"
 
"포기할 수 없어. 좀 더 진지하게 나를 봐줘"
 
 
이 녀석을 진지하게 봐서 어쩌라는건지.
바닥 얕은 네 본질을 보면 볼 수록 기막힌다.
어차피, 무슨 소리를 해도 표면으로 밖에 남의 평가를 재지 못하는 남자다.
 
짜증난다.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는것도.
 
가시 없는 말만 하는것도.
 
모든게 다 싫다.
 
 
"……"
 
"……"
 
 
정말로, 이 녀석은 내 신경을 거스른다.
같은 서클에 참가하고 있다는것도 있어서 대충 봤지만, 슬슬 인내의 한계다.
더 이상 달라붙는다면 밀쳐뜨려서라도 포기하게 해준다.
 
 
―――♩
 
 
……으?
 
 
히키가야
【어디?】
 
 
으!
겨우 왔나…….
나는 카페테라스 입구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히키오를 발견했다.
 
 
"이봐! 히키오! 이쪽!"
 
"……용서없네, 미우라"
 
 
조금 화난건지, 히키오가 이쪽으로 성큼거리며 다가온다.
드물게 안경차림인 히키오는 옅은 물색 가디건과 치노 팬츠(일본조어 chino+pants)로 봄같은 패션을 하고 있었다.
손에는 교과서를 들고 있는건지 큰 토토 백을 늘어뜨리고 있다.
 
 
"늦잖아! 뭐한거야!?"
 
"……자고 있었어"
 
"날려버린다"
 
"어째선데!"
 
 
히키오는 나에게 불평을 늘어뜨린 후에 마루오카와 눈을 마주쳤다.
마루오카도 처음에는 어리벙해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여유로운 미소를 다시 칠하고 있다.
 
 
"미안하지만, 남친이 왔으니까 돌아가줄래?"
 
"남친 아닌데"
 
"너! 분위기 읽어!"
 
"그게 가능하면 아싸 아니겠지"
 
 
토토 백을 테이블 위에 뒀다고 생각하니, 안에서 MAX커피 캔을 꺼냈다.
 
 
"나왔다. 더럽게 맛없는 커피 주스"
 
"……너, 슬프기 짝이 없는 인간이군"
 
"시끄러. ……마루오카, 미안하지만 진짜로 돌아가주지 않을래? 우리, 지금부터 어디 좀 나갈거거든"
 
 
기분탓인지 딱딱해진 미소를 지은 마루오카의 앞에 놓여진 커피 컵에는, 별로 줄지 않은 블랙커피가 남겨져있었다.
못 마시면 껌시럽을 넣으면 될 것을.
작은 허세를 부리는 남자는 그릇도 작다.
 
나는 히키오의 팔을 끌고 카페테라스를 뒤로 했다.
 
 
 
………
 
 
갈곳도 없지만 햇볕이 있는 이 시간이라면 어디에 있어도 기분이 좋다.
차라리 이 주변 광장에서 햇볕쬐기를 하는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히키오, 술자리까지 한가한데. 뭐할래?"
 
"……몰라. 나는 집에 갈래"
 
"잠깐잠깐. 또 마루오카가 엉키면 귀찮으니까 같이 있어라고"
 
"그거야말로 알바 아냐"
 
"그 토토 백 귀엽네? 뭐 들어있어?"
 
"……"
 
 
히키오의 토토백 안을 들여다보니, 예상대로 교과서와 노트 몇권, 그리고 직사각 통이…….
 
 
"응? 뭐야 이거……, 아! 도시락이다!!"
 
"……낮에 도서관에서 먹으려고 생각해서"
 
"소풍가자!"
 
"너무 자유롭지 않냐?"
 
 
 
캠퍼스 근처에 큰 광장이 있다.
평일 낮에는 가족층의 손님도 보이지 않고, 개 산책을 하는 주부나 런닝코스를 달리는 주자가 몇 명 있을 뿐이다.
 
넓은 초원에 몇몇 자란 나무가 만드는 나무 그늘에 사온 시트를 펼치고 앉는다.
모포에 감싸이듯, 따뜻한 바람이 몸을 지나갔다.
 
 
"응-! 기분 좋아……"
 
"……헤에, 이런 곳이 있었군"
 
"자! 히키오도 앉아!"
 
"…음"
 
 
나는 토토 백에서 도시락을 꺼내고 사온 차와 함께 올렸다.
이중구조인 도시락을 여니, 1층에는 주먹밥이, 2층에는 반찬이 들어있다.
 
 
"옷, 꽤 맛있을것 같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예예. 드시죠-"
 
"맛있어! 이거 맛있으니까 히키오도 먹어봐!"
 
"내가 만든거지만 말야"
 
"우왓! 달걀부침 달아! 단걸 얼마나 좋아하는거야!"
 
"어? 달걀부침은 달잖아?"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느긋하고 농밀한 시간.
날씨는 좋고, 밥도 맛있다.
머리로 이해하는게 아닌, 마음이 즐겁다고 외치는 듯한.
 
조금은 사치스런 망상을 해봤다.
 
옆에 있는게 하야토고 우리는 사귀고 있다.
하야토는 물론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도시락은 맛있고, 그늘 틈새로 비치는 햇빛은 기분 좋다.
그런 행복을 망상한다.
 
그 때, 나는 하야토의 앞에서 어떤 얼굴을 하고 있던걸까.
 
행복으로 얼굴을 풀고 있었나?
 
하야토의 앞에서 그런 얼굴을 보여줄 수 없다.
 
맛있어! 라고 먹으면서 웃었나?
 
하야토의 앞에서 상스러운 모습은 보여줄 수 없다.
 
마음을 도로먹고 따진다.
 
하야토의 앞에선…….
 
 
 
 
그건, 지금처럼 책상다리로 앉아서 솔직하게 감상을 말하면서 웃고 있는것보다 행복해?
 
 
 
"……. 하아, 무슨 생각하는거람. 나아"
 
"아?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데…"
 
"날려버린다!? ……, 그보다, 너 왜 안 먹어?"
 
"하나밖에 없는 젓가락을 네가 쓰고 있으니까"
 
"아, 그런가. ……음, 입 벌려"
 
"……아니, 괜찮아. 배 안고프고"
 
"수줍어 마. 됐으니까 입 벌려. 아무도 안 보니까"
 
"……음"
 
 
여전히 수줍어하면서 히키오는 사양하면서 입을 열었다.
비엔나를 하나 입에 넣어주자, 바로 나한테서 시선을 피한다.
어딘가 귀여운 구석이 있다.
 
 
"……맛있어?"
 
"음. 역시 내가 만든 도시락이다"
 
"자, 이것도. 아-앙"
 
"……"
 
"뭐. 입 벌려"
 
"……수줍은거라고. 아-앙, 소리 하지마"
 
"아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안할테니까 입 벌려"
 
 
볼을 붉게 붉히면 나도 부끄러워지잖아.
다시 입에 비엔나를 넣어주자, 히키오는 또 눈을 피한다.
 
 
"……후후. 정말로……. 너무 수줍어하네"
 
"……흥"
 
"있잖아, 나아한테도 아-앙해줘"
 
"아, 안해!"
 
"불공평해!"
 
"뭐가……"
 
 
나는 억지로 젓가락을 건냈다.
히키오도 처음에는 저항했지만, 체념했는지 젓가락을 받아든다.
 
 
"하아. 뭘 하고 싶은거야, 넌"
 
"됐으니까. 아-앙"
 
"……음"
 
"응. ……후후. 맛있잖아. 역시 요리 잘하네, 너"
 
"……그러심까"
 
 
입에 남은 달걀부침의 단맛이 적당하게 맛있다.
기분탓일까, 얼굴이 뜨거운건 단맛 탓일까.
아무래도 매운맛뿐만 아니라, 단맛에도 몸을 달구는 효과가 있는것 같다.
 
 
나는 무의식중에 히키오로부터 눈을 피한다.
 
 
뭐야, 나도 결국 부끄럼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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