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돌봐준다. - 이야기
 
 
 
우연이나 기적, 나는 그런 종류의 말을 싫어한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옛 여친과 만나서 관계를 되찾았다.
기적적으로, 새로 들어온 알바가 핸섬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까지 우연을 기다려야하는건가.
아니면 기적이 일어나도록 손을 맞잡아두지 않으면 안 되는가.
 
그런건 싫다.
 
좋아하게 되면 반드시 자기것으로 만들고 싶고, 사랑을 하고 싶다면 미팅에 간다.
만남을 우연에 맡기는건 태만이다.
 
…….
 
고등학교 졸업식, 그에게 고백했던 장면을 떠올린다.
 
마치 반응을 느낄 수 없었던 어필도, 지금은 좋은 추억……, 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와인을 마시면서 푸념삼을 안주거리는 된다.
 
어째서 고백했더라…….
 
절대로 돌아보게 만든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나를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았으니까.
표면상으로 두른 다정함에 짜증을 느낀 적도 있었다.
 
그는……, 하야마 하야토는 나를 생각해준 적이 있을까.
진솔하게 고백을 받아들일 각오가 있었던걸까.
 
그 때, 내 고백을 받은 그는 평소와 다를바 없는 곤란할때 짓는 미소를 나에게 지었다.
 
 
미안해. 마음은 기쁘지만
유미코하고는 친구로 있고 싶어.
 
 
흐르듯이 나온 말이 그의 허상을 비추고 있는것 같아서.
그저 미리 준비해뒀던 문장을 읽고 있는 듯한 거절에, 내 마음은 최악으로 기분 나쁘게 되버렸다.
 
어째서 고백을 해버린걸까.
 
다시 생각해봐도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걸린다.
졸업식 분위기에 취했나?
아니면 주위 고백 분위기에 물들었나?
 
"……"
 
대학교에 입학한지 3년째가 되려고 하는 봄에, 나는 혼자서 기억을 떠올린다.
 
미팅에서 돌아갔을때 단골 바에서 BGM에 흐르는 서양 음악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 칫, 생각 안나구"
 
"응? 왜 그래?"
 
나의 혀차는 소리를 들은 여성 바텐더는 불안하다는 얼굴로 나를 본다.
 
"잠깐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했어. 별로 좋은 추억은 아니지만"
 
"헤에. 유미코는 고등학교 무렵엔 어떤 느낌이었어?"
 
"아-? 음-, 별로 지금이랑 차이없어. 지금의 나아한테서 술이랑 담배를 없앤 느낌?"
 
"아하하-. 남친은 있었어?"
 
"그게 말야-, 나아는 외곬이니까 3년간 같은 상대를 좋아했어-. ……뭐어, 그게, ……응?"
 
눈치챈듯이 여성 바텐더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담배를 입에 물면서 추억을 되살린다.
떠오르는건 하야토의 쓴웃음과…….
 
'나 말야, 차여버렸어.
 그치만, 진심으로 마주봐줘서
 기뻤어.
 진심으로 ――를 좋아하게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는걸'
 
 
……, 유이의 우는 얼굴.
 
 
"아, 유미코 담배 피우고 있네. 그럼 미팅은 불발이었어?"
 
바텐더가 와인 쿨러를 내 앞에 두면서 말을 걸러온다.
이 아이는 배려심이 좋은데다 얘기를 잘 들어준다.
 
"저런 나르시스트 타입은 왠지 기분 나빠서"
 
"미팅에 가는 남자는 나르시스트가 많은것 같은데"
 
"그래! 그거야! 그치만 만남이 없으면 시작되질 않구!"
 
"만남이라아……"
 
 
만남은 갑작스레.
그런건 당연하다.
그렇기에, 만남에 운명을 바라는 녀석에 한해서 드라마나 영화의 만들어진 이야기에 이상을 품는다.
그런건 픽션인데…….
 
 
나는 와인 쿨러를 마시고 계산을 마쳤다.
혼자 자취하고 있는 맨션까지는 두 역 정도 있지만 취기를 깰겸 걸어서 귀로에 이른다.
 
――♩
 
리드미컬한 음악과 동시에 LINE이 메시지를 표시했다.
 
『먼저 돌아간것 같은데 괜찮아?』
 
토크 기록이 없는 화면에 비치는 한 통의 메시지.
아까 미팅에서 ID를 교환한 남자겠지.
 
"하아, ……. 소름. 누구야, 이 녀석"
 
답신도 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가방에 집어넣는다.
식은 마음에 채찍질을 하듯, 봄 특유의 강한 바람이 주위를 불었다.
나무에 달라붙어있던 나뭇잎은 하늘을 날고, 어딘가 간판이 쓰러진것 같은 큰 소리를 울린다.
 
 
"……, 추워. 집에 가자"
 
 
봄이라고는 해도 밤은 춥다.
나는 가방에서 머플러를 꺼내어 목에 감는다.
……감으려고 했다.
 
 
"…우에!?"
 
 
강한 바람이 불어와서 머플러가 하늘에 날아간다.
몇 미터는 날아간 머플러는 가드레일의 발밑에 걸려서 멈췃다.
 
가로등이 스포트라이트처럼 비추는 가드레일의 일부분.
작은 인영이 스포트 라이트에 다가갔다.
점처 커지는 그림은 가드레일의 발밑에 걸린 머플러를 든다.
 
 
라이트는 그 녀석을 비추듯이.
 
바람이 부는게 멈춘다.
 
날고 있던 잎은 지면을 긴다.
 
얼굴을 잘 보이지 않지만 가느다란 몸을 가진 그 녀석은 조용히,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그거, 나아 물건인데"
 
"아? 알고 있는데…"
 
"그럼 빨리 돌려줘"
 
"그럴 생각이야. …그보다 너……"
 
 
가로등이 그 녀석을 비춘다.
봄에 부는 바람은 추위를 느끼게 하지만,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라이트는 어딘가 따뜻하다.
 
 
그 녀석의 얼굴을 보고 떠올린건 유이의 우는 얼굴이다.
 
 
'진심으로, ――를 좋아하게 되서 다행이야'
 
 
조용함에 붙는 친숙함.
추억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건, 유이의 눈물이 너무나도 빛나면서도 행복해보였으니까.
 
그리고 나는 떠올린다.
 
 
나는 유이의 행복해보이는 눈물을 보고 부추겨진거다.
 
 
 
"……. 너, 히키오?"
 
 
그 때, 유이를 찬 남자.
그리고, 유이를 그렇게나 행복하게 울린 남자.
 
유이를 울린 남자는 누구든간에 날려버리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참함을 조금도 느끼게 하지 않는 유이의 눈물에, 나는 움켜쥐고 있던 손바닥에서 힘이 빠졌다.
 
어째서 차였는데 웃는 얼굴로 있을 수 있어?
 
어째서 좋아하게 되서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어?
 
어째서…….
 
 
"……역시 미우라냐. 이거, 네거지"
 
 
내밀어진 머플러를 받아든다.
 
고등학생이었을 무렵, 유이는 이 녀석과 자주 얘기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즐거운듯이, 이 녀석은 버거운듯이 얘기하는 광경을 몇 번이나 봤다.
방과후가 되면 부활동이라고 칭한 봉사부라는데 얼굴을 내밀고, 그 유키노시타 유키노를 포함해 셋이서 모였다.
 
졸업식때, 유이에게 부탁받아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이 녀석과 유이와 유키노시타.
성격도 닮지 않은 셋은, 나란히 만족스러운 웃는 얼굴로 필름에 찍혔다.
유이는 울어서 부운 눈으로 웃고, 유키노시타는 눈물을 참으면서 웃는다.
 
그리고 이 녀석은, 눈물을 감추듯이 손으로 눈을 덮으면서 웃었다.
 
 
"……헤에. 너, 조금 키가 컸잖아?"
 
"아? 변함없는데……"
 
"아, 그려"
 
"적당하게 말한거냐. 그럼 이만"
 
 
적당한건 서로 마찬가지다.
3년만에 만난 급우한테 그 태도는 뭐야?
나는 가만히 나를 두고 가려고 하는 히키오의 목덜미를 잡아당긴다.
 
 
"……우엑!? 뭐, 뭐야?"
 
"모르는게 있는데"
 
"아아, 나도 모르는일 투성이다.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해. 그럼"
 
"기다려!"
 
"우윽!! ……좀, 놔주지 않겠습니까"
 
 
움켜쥔 목덜미를 놓고, 나는 히키오의 팔을 움켜잡는다.
 
 
"내 얘기를 들어!"
 
"란카짱같네……"
 
"지금 한가하지? 잠깐 시간 내"
 
"이제 잘 시간인데……"
 
"너 때문에 술기운기 꺴어. 다시 마실거니까 어울려"
 
"거절한다. 이제 노이타민의……"
 
"제대로 걸어! 트로이남은 미움산다!?"
 
"너, 내 목소리 듣고 있냐?"
 
 
나는 히키오의 팔을 잡아당겼다.
이 녀석에겐 듣고 싶은 일이 많이 있었고, 마침 추억에 잠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알코올이 빠진 머리에는 그날 광경이 되살아난다.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감추는 이 녀석의 표정.
 
적어도, 어지간한 빈약하기 짝이 없는 남자들보다는 깨끗하게 우는 녀석이다.
 
 
………
 
 
 
"언제까지 퉁명해할거야"
 
"선천적으로 이런 얼굴인데…"
 
"날려버린다!?"
 
"어째선데!"
 
 
선술집 개인실로 안내받은 우리는 마주보면서 앉는다.
상의도 벗지 않고 앉은 히키오에게 옷걸이를 건내니,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하아. 내일 수업 일찍 있으니까 조금만이다"
 
"시꺼. 아침까지 마시는 코스로 했거든"
 
"……불꽃의 여왕은 건재한가……"
 
"아? 뭐라고 했어?"
 
"……아니"
 
 
조금 노려본것 만으로 히키오는 입을 다물고 눈을 피한다.
유이는 이런 남자의 어디에 반한걸까.
우유부단하고 나긋나긋하고,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를 행동.
어딘가 달관한것처럼 남을 내려다보는 언동.
남자로서 최악이다.
 
"흥. 유이도 이 녀석의 어디가 좋은건지…"
 
"아?"
 
"너, 유이나 유키노시타하고는 연락하고 있어?"
 
"……, 안 해"
 
"거짓말치고 자빠졌네! 유이한테 들었어!"
 
"……그럼 묻지마"
 
 
잠시후 주문한 술이 도착했다.
맥주와 진토닉(gin and tonic - 진토닉; 진에 토닉워터를 탄 칵테일의 한 가지. )이 우리들 앞에 놓여진다.
내가 맥주고 히키오가 진토닉.
 
 
"너는 여자냐고. 음, 건배"
 
"너는 어디서든 남을 까댈 수 있구만. …건배"
 
 
맥주잔 반 정도를 한입에 비운 나에 비해, 히키오는 입술을 적실 정도로 마시고 유릿잔을 둔다.
나는 히키오의 여자스러움에 짜증나서, 가방에서 꺼낸 담배에 불을 붙였다.
 
 
"……"
 
"……뭐?"
 
"아니, 담배 피우나 해서"
 
"나빠?"
 
"나쁘긴 뭘. ……, 유이가하마한테서 담배냄새가 난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은 너였군"
 
"에, 진짜? …유이한테 나쁜짓 했네. ……그보다, 너 유이하고 만나?"
 
"……가끔. 너야말로 어떤데? 하야마네하고는 만나고 있어?"
 
"……, 유이한테 안 들었어?"
 
 
불쾌한 화제를 꺼내지 말라고 마음속으로 욕을 한다.
기분이 처지는것과 동시에 나는 맥주를 다 비우고 한번 더 맥주를 주문햇다.
히키오의 유릿잔을 보니, 방금전까지 조금밖에 줄지 않았던 진토닉이 텅 비어있다.
 
 
"히키오도 생맥주로?"
 
"아니……, 음, 나도 생맥주로"
 
"생맥주 둘요. ……저기, 정말로 유이한테 안 들었어?"
 
"……아무것도 안 들었지만, …뭐, 눈치깠다. 안좋은걸 물었군"
 
"……딱히. 그저 너하고 하야토는 조금 사이 좋았잖아? 그러니까, 내가 차인것도 어디선가 들었을거라고 생각한것 뿐이야"
 

 교실에서 토베네가 히키오의 험담을 하는걸 곧잘 들었다.
그때, 당연하게 하야토는 곤란한듯 히키오의 험담을 인정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곤란한것 처럼, 하야토는 히키오를 간접적으로 감싸는 말을 고르고 있었다.
 
 
"……하야마는, ……. 뭐, 좋든 나쁘든 주위에 다정한 녀석이니까. 너네 그룹이 부서지지 않도록 배려한거겠지"
 
"다정해라……. 하지만 결국 우리 관계는 부서졌구"
 
"고등학교에서 만들어진 관계는 그런거겠지. 그게 싫으면 네가 연락을 하면 돼"
 
"……"
 
나는 히키오의 말을 반박할 수가 없다.
부서진 관계를 고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차인것이 꼬리를 끌고 있는게 아니라, 그 때 하야토의 말이 완전히 내 안의 무언가를 부숴버렸으니까.
 
 
"너네는……. 어째서 아직 이어지고 있는거야?"
 
"……. 관계를 유지하는건 힘들다고 생각해"
 
"……무슨 소리야"
 
"주위에 맞춰서 웃고 울고 화낸다. 과시를 감추고 배려한다. 그렇게 관계를 필사적으로 맺어간다"
 
"……"
 
"그게 싫어서 나는 혼자 있는걸 선택했지만.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와 관계는……, 그 뭐냐, 그렇게 싫은건 아니니까……"
 
 
히키오의 맥주잔이 비어진다.
동시에 점원을 불러서 생맥주를 주문했다.
기분탓일까, 얼굴이 붉은건 알코올 탓인지 아니면 둘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기 때문일까.
 
 
 
"풋, 아하하하-. 히키오치고는 정상적인 소리를 하잖아"
 
"……어라? 왜 나의 진지한 분위기를 비웃는거야?"
 
"취했어? 히키오, 엄청 말했잖아!"
 
"……, 말할게 아니었다"
 
"화내지 마. 그치만 조금은 다시 봤어. 너도 여러모로 생각하고 있구나"
 
"네가 지나치게 생각 안하는거겠지"
 
"밀쳐뜨린다!!?"
 
"감정의 기폭이 너무 심해……"
 
 
히키오는 새로 나온 맥주를 한입에 거의 다 마셨다.
얼굴이 빨갛긴 하지만 그리 취하지 않았다.
 
작은 방에서 나는 히키오의 얼굴에 손을 뻗어, 입가에 묻은 거품을 닦았다.
감촉 좋은 뺨이 움찔, 움직이는걸 느낀다.
 
 
"……뭐하는검까?"
 
"거품 묻었으니까"
 
"……실수로 반해버리잖냐"
 
"꼬마냐. ……자, 스마트폰 내밀어"
 
"아? 여기"
 
"음-. ……후후, LINE 친구 너무 없어. …자, 여기"
 
"바보 취급하지마. 이래봬도 9명은 등록하고 있으니까"
 
"네네. 그럼 나아를 포함해서 10명째네"
 
"하?"
 
 
나는 LINE으로 히키오에게 메시지를 친다.
스마트폰의 진동을 눈치챈 히키오는 LINE을 확인했다.
 
 
【나아의 LINE, 무시하면 죽여버린다】
 
 
"새로운 협박?"
 
"진심이거든"
 
"질이 나쁘다!?"
 
 
부드러운 분위기에 삼켜지듯, 나는 히키오의 놀란 얼굴을 보고 무심코 웃어버린다.
기분이 좋다.
이 녀석은 바보에다 어두침침하고 아싸지만, 나에게 진심으로 말해주니까.
얕은 정조에 몸을 감싸는 녀석들하고는 다른 안심감이, 굳게 묶인 체인을 녹이듯이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다.
 
 
"맥주 맛있어! 그보다, 히키오는 실은 술에 세?"
 
"뭐, 술은 좋아하니까"
 
"헤에. 그럼 왜 처음에는 진토닉을 마신거야?"
 
"……"
 
"……?"
 
 
 
 
 
"네가 나를 취하게해서 금전탈취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패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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