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돌봐준다. - 불꽃
히키가야
【도착했어. 어디야】
유미코
【좀만 더】
여름 끝.
8월도 하순에 접어들었을 무렵, 나는 사람이 오가는 역앞의 로타리로 걷고 있었다.
약속시간을 5분 정도 지나, 목적 장소가 눈에 보일곳 까지 도착한다.
주위를 찾아보니 바로 찾던 인물은 발견했다.
"여! 기다렸지!"
"응. 기다리게 됐다"
"뭐야 그거. 그래서? 어떤데?"
나는 내 모습을 강조하듯이 양손을 가볍게 옆으로 펼쳤다.
평소보다도 조금 걷기 힘들고 소매도 서늘해서 바람이 나부낀다.
보라색 생지에 한 마리 나비를 갖춘 간단한 무늬.
"……"
"……어때?"
"어울리지 않냐? 금발에 유카타는 어울린다"
"흐흥! 그치! 나아도 그렇게 생각했어!"
"걷기 힘들지 않냐? 집에 갈까?"
"어째선데! 자, 얼른 가자!"
평소처럼 성큼성큼 걸을 수 없어서 발밑에 주의하면서 걷는다.
히키오의 걷는 페이스도 조금 느릿하다.
나는 앞을 걷는 히키오의 손을 잡는다.
저항도 없이 쥐여진 히키오의 손은 조금 젖어있었다.
긴장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단순히 더운것 뿐인건지. 나는 그 이유도 묻지 않고 그냥 걷고 있다.
"……불꽃놀이, 보는거 좋아하지?"
"싫어하지 않아"
"오늘, 조금은 기대됐어?"
"……뭐, 조금은"
"후후. 간병해줬으니까 그 빋은 제대로 갚아"
"예이예이, 제대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요"
"기쁘다는 식으로 말해!"
"……, 이야아, 불꽃놀이 보는거 기대되네에. 불꽃놀이는 좋아하니까아. 불꽃놀이를 보면서 야키소바 먹는것도, 맥스캔 마시는것도 정말 좋아하지이"
"………"
"……왜"
"나아랑 같이 있어서 기쁘지. 그치?"
"……나아 씨랑 같이 있어서 기쁘네에"
"날려버린다!?"
"……하아. 미우라랑 불꽃놀이 대회에 와서……, 뭐어, 기쁘다"
히키오의 손이 조금 뜨거워진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게 재미있어서 손을 꾸욱꾸욱 쥐어본다.
비스듬히 앞을 걷는 히키오의 얼굴을 볼 수 없는건 유감이지만 지금은 이거면 됐다.
왜냐면 내 얼굴도 지금은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
………
"사람 많아……. 더워……. 지쳐…"
불꽃놀이까 쏘아올려지는 강가의 언덕에는 그걸 보려고 기다리는 사람과, 포장마차에 줄을 선 사람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몇 미터를 걷는데도 시간이 걸려서 인파 속에 여름의 기온은 점점 상승해간다.
"너 말야, 조금 더 남자답게 행동해. 불꽃놀이 대회니까 이 정도 붐비는건 보통이잖아"
"……, 나는 사람의 밀집도에 비례해서 체력을 빼앗긴다고"
"평소부터 인도어 생활하는 탓이잖아"
"으. ……뭐, 틀리진 않나"
히키오의 주장도 모르는건 아닌건 확실하다.
역시 이 인파에는 나도 끙끙댄다.
거기다 유카타의 걷기 힘든 점도 있어서, 조금 몸이 무거워졌다.
"……."
"……, 미우라. 이쪽"
"하?"
인파에서 벗어나듯 히키오는 내 손을 잡아당겼다.
히키오가 가는 곳은 내객관람석.
거기에는 스폰서나 이 시의 높은 사람 밖에 앉을 수 없는 곳인게…….
"좀, 여기 멋대로 들어가도 돼?"
"응"
"하? 왜?"
"나니까"
"대답 안 되거든!"
입구 쪽에 스태프 같은 사람이 보인다.
히키오는 그 사람에게 뭔가 종이 쪼가리 같은걸 보여주자, 스태프는 웃는 얼굴로 우리를 최전선의 좌석으로 안내해줫다.
"뇌, 뇌물?"
"바보냐. ……지인에게 부탁했어"
"지인? 너 친구도 없는 주제에 지인은 있어?"
"자연스런 매도로구만"
좌석에 앉으니 몸에서 힘이 빠지듯이 피로가 빠져나간다.
히키오의 반바지 주머니에서 아까전의 종이 쪼가리가 힐끔 보였다.
나는 몰래 그걸 집어든다.
'내 남친이야! 가장 앞자리로 안내해줘!!'
'하루노'
"너!! 이거, 어떻게 된 거야!?"
"하? 에, 아……"
"이, 이 하루노라는 사람은 누구야!?"
"유키노시타의 언니"
"어, 언니!? 자매 둘 모두에게 손을 댔다는거야!?"
"잠깐만. 둘 다라니 뭐야?"
"믿을 수 없어!"
"너는 희노애락이 격하네"
"이유가 있으면 말해봐. 상황에 따라선……"
나는 오른손을 꼬옥 잡아 보인다.
히키오는 기막힌듯이 그걸 제지하고 입을 열었다.
"이유고 자시고, 유키노시타네 언니에겐 놀림당하는것 뿐이야"
"……정말로?"
"거기다, 유키노시타는 너도 알겠지만 단순히 부활동이 같았던것 뿐인 관계. ……, 네가 생각하는 듯한 달콤한 관계가 아니야"
"……내 눈을 보고 말해봐"
"……, 나, 나랑 유키노시타는…"
"……"
"……"
말을 하던 도중에 히키오는 눈을 홱 돌린다.
"돌렸겠다!!"
"……도, 돌린거 아냐! 목이 아파진것 뿐이잖아"
"이쪽을 봐!"
나는 히키오의 얼굴을 잡아다 억지로 이쪽으로 돌린다.
눈이 두리번두리번 움직이고 눈썹이 내려갔다.
"……눈, 감지마"
"……"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했잖아"
"……거짓말 아냐?"
"……. 응. 거짓말 아냐"
공허한 눈동자가 조금 젖어있다.
볼의 낙엽이나 경직하며, 히키오는 부끄러움을 감추면서도 똑바로 말을 했다.
"……믿을래"
"아아, 믿어라. 그리고 그 손을 놔라"
"나참. 이상한 착각하게 하지 마!"
"멋대로 착각한거잖아
"말해두겠지만, 나아 바람은 용서못해"
"예이예이, 안 해요……. 헤?"
"……헤?"
"……"
"……"
뭔가 해선 안 될말을 해버린 느낌이 든다.
항상 마음에 있는 불확실한 것을 감추기 위해 단단히 묶어뒀을 체인이 빠져버린건지, 망가진 체인은 철렁철렁 빠져, 감정과 심정이 가는대로 말이 입에서 나와버린다.
"지, 지금 그건……"
히키오는 입을 다문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 나아. 나아는……, 너를…"
좋아, 해?
그 말은 히키오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
쏘아올려진 불꽃소리로 지워져, 밝고 큰 빛의 원에 삼키어진다.
짝짝 울리기 시작한 박수는 마치 지금 일을 없었던것처럼 하듯 울려퍼졌다.
"부, 불꽃, 시작됐구"
"……아? 안 들려"
"불꽃!! 시작됐어!!"
"아아, 보면 알지만 말야"
"……예뻐"
"아아"
"좀 더 뭐라 말해봐!"
내 말을 몇 번 지우듯이, 큰 불꽃이 밤하늘에 오른다.
"예쁜걸. 나비가 날고 있는것 같아. 금색의 달이 떠오르는 밤에 보라 불꽃……, 나도, ……좋아해"
작은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온다.
하늘을 올려다본 히키오의 옆얼굴은 불꽃에 비추어져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무슨 말을 한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서로 마찬가지다.
살짝 히키오의 손을 쥔다.
움켜쥔 손에서 열을 느낀다.
기분탓일까, 아까전에 잡았을때보다도 뜨겁고, 힘이 셌던건 기분 탓일까.
'내청춘 > 나는 너를 돌봐준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너를 돌봐준다. - 발돋음 (0) | 2015.02.18 |
---|---|
나는 너를 돌봐준다. - 본심 (1) | 2015.02.16 |
나는 너를 돌봐준다. - 약 (0) | 2015.02.10 |
나는 너를 돌봐준다. - 속삭임 (0) | 2015.02.09 |
나는 너를 돌봐준다. - 산 (0) | 2015.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