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돌봐준다. - after -2-
【외출】
"어디 가자"
"다녀오세요"
"너도 가는거야!"
가을이 끝나갈쯤 휴일.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에 은혜받은 오늘, 역시나 일찍 일어난 히키오의 옆에서 아침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쉬고 있었다.
요즘은 히키오에게 영향을 받은건지 하루종일 뒹굴거리는 날이 늘어난것 같다.
"날씨도 좋으니까 어디 놀러 가자!"
"뭐, 기다려. 가령 내가 한가하다고 하자"
"예정 같은거 없잖아"
"아울렛에 간다고 치고"
"오, 괜찮네 아울렛"
"걸으면 지치잖아?"
"그야 여러 가게를 돌아다닐거니까"
"그걸 사람은 노동이라고 부른다"
"……"
나는 조용히 텔레비전을 끄고 외출 준비를 한다.
싫어하는 히키오의 잠옷을 억지로 벗기고 평소부터 자주 애용하는 푸른 가디건과 얇은 코트를 들게 했다.
그래도 외출을 거부하려고 하는 히키오를 배빵 때리고 울상으로 순종하게 된 히키오와 집을 나온다.
조금 쌀쌀하지만 햇살이 비쳐서 따뜻하다.
역시 외출한게 정답이다.
가까운 역에서 대형 아울렛몰을 향해 전차를 타니 조금 혼잡한 차내에서 앉지 못하고 목적지로 향한다.
"조금 붐비지만 두 역이니까 참아"
"하아…, 다리 아프고 조금 춥고 머리 아프고 배 아파"
"운동부족. 자업자득이구"
"……배는 너 때문이잖아"
몇 분후에 도착한 목적지에 나와 히키오는 인파를 따라 전차에서 내렸다.
역시 휴일인것도 있어서 아울렛 몰은 혼잡하다.
"우와아, 엄청 붐벼. 자 히키오, 손 잡아"
"허나 거절한다"
"하?"
"사람이 많이 있잖아. 부끄럽잖아"
"미아가 되도 모르거든"
"미아가 되면 먼저 돌아갈거다"
"……먼저 돌아가면 팔을 분질러버릴거야"
"……. 싸이코냐"
"자, 분질러지고 싶지 않으면 손 잡아!"
"끄으응"
………
인파 속에서 천천히 걸으면서도 여러 가게에 들어가 시착을 반복한다.
모두 다 귀엽고, 그리고 나에게 어울렸다.
"후후, 어때? 어울려?"
"음, 괜찮네"
"이건?"
"좋네"
"이것도?"
"최고"
"죽여버린다!?"
"!? ……하아, 나한테 의견 구하지마. 여성옷의 유행은 몰라"
나는 시착한채로 히키오를 노려보지만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모양인 점원은 싱글벙글 웃고 있다.
"……유행 같은건 아무래도 좋거든. 너는 어느게 좋다고 생각해?"
"……음. 그럼 그 옷이 나는 좋다고 생각해"
"에엥-, 이게 절대로 귀엽잖아"
"그럼 묻지마"
"왠지 커플 같지 않아?"
"바보같은 2인조로 밖에 안 보이겠지"
아까부터 싱글벙글 웃고 이던 점원이 다가와서는 시착하고 있던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후후. 남친이 추천하는 양복도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요?"
"에에-, 그래요?"
"네. 노출도 적으니까, 남친분 입장으로는 안심할 수 있다고"
"헤? …히키오, 너…"
"잠깐. 적당한 소리 하지 말아줄래요. 저쪽 거울에서 니코니코니 연습이라도 하고 있어주세요"
속사포처럼 말한 히키오의 얼굴이 조금 붉어져있다.
여전히 점원은 싱글벙글 나와 히키오를 번갈아보며 웃을 뿐이고, 이 언밸런스한 광경에 나도 조금 웃어버린다.
"헤헤, 그, 그럼 그 옷으로 할까. 히키오도 이거면 안심이 되지?"
"……딱히"
수줍어하면서 고개를 돌리고 히키오는 가게 밖으로 나가버린다.
히키오가 골라준 옷을 점원에게 건낼때 힐끔 보인 반지에 눈이 갔다.
점원의 약지에 끼워진 은반지는 강하게 주장하지 않고 꾸며져있다.
"그 반지 귀엽네요"
"아, 죄송합니다. 일하는 중에는 뺴야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해요. 어울리니까요"
"후후, 고마워요. 몰 안에서 반지 판매점도 있으니까 시간이 있으시면 남친이랑 가보시는건 어떤가요?"
"……반지…"
나는 문득 내 손가락을 쳐다본다.
이전에 새끼손가락애 끼워뒀던 핑크색 반지의 모습은 이미 없다.
"시간 있으면 가볼래"
그 후에 점심시간과 휴식을 두고 몰 안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쳐다보니 이미 밖은 어두워지기 시작한 무렵이 되었다.
반지 판매점에는 가지 못한 상태다.
"……. 슬슬 돌아가자. 저기, 히키오. 돌아가는 김에 밥 먹을까"
"……음. 밥먹기 전에 가고 싶은 가게가 있으니까 따라와줘"
"가고 싶은 가게?"
히키오가 앞을 걸어간다.
언제부터 잡고 있던걸지도 기억나지 않는 손에 잡아당겨지면서 나는 히키오의 뒤를 따라갔다.
어디로 가는건지 짐작도 가지 않은채로 나는 걸어간다.
히키오의 손이 조금 뜨거워진걸 깨달은것과 동시에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히키오는 그 가게 앞에 멈춰섰다.
"……장신구 가게…"
"음. 전에 받았으니까… 뭐어, 그 답례로…"
"받아? 나아, 뭔가 줬던가…"
히키오의 시선이 내 새끼손가락으로 이동한다.
그건 사귀기 전이다.
그리고 내가 제멋대로 히키오에게 건낸것.
묵직하게 빛나고 있던 새끼손가락의 반지는 그날 이래로 내 것이 아니게 됐으니까.
"그러니까 답례"
"……히키오는 말야, 그런 구석이 있네"
"이래보여도 성실한 남자야"
"하하. 뭐래, 그거. 답례라는거 됐어. 하지만 저기……"
"……"
"네가 나한테 어울리는 반지를 선물해줄래?"
"……. 센스는 보증 못하거든"
묵직하게 빛나고 있던 반지와 추억.
갑자기 밝게 빛을 뿜으니까, 나는 눈부셔져서 눈을 덮어버리고 싶어진다.
덮은 눈에는 눈물이 넘치는것 같다.
어째설까….
기쁘면 눈물이 나온다는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연보라색 라인이 들어간 은반지.
히키오가 내 손에 그걸 올려준다.
수줍어하면서 그래도 눈을 피하지 않고 히키오는 나를 쳐다봤다.
예쁘게 빛나는 반지에 손가락을 넣어, 강렬하게 남은 충거에 덧씌우듯이 행복이 중첩된다.
어울리는걸까.
왼손 약지에 끼운 반지를 히키오에게 보여준다.
"……헤헤. 귀여워! 어울려?"
"……어, 어울리지만, 그거…"
"고마워! 평생 소중히 할게!"
"……아, 그래. 하지만, 그거"
"?"
"……그거. 핑키 링이야"
얼굴이 뜨거워진다.
그러는건 물론 현기증에 가깝게 시야의 흔들림을 느낀다.
부끄러움을 넘어서면 인간은 아무래도 망가지는 모양이다.
"…하, 아, 아니. 잠, 이, 이건……"
"……. 미우라, 진정해"
히키오가 내 머리에 손을 올렸다.
살짝 웃으면서 그는 살며서 속삭였다.
그건 귀에서 머리로 전해져, 몸속을 돌아다니듯이 행복이 퍼졌다.
언제까지나 함께.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나는 그 말을 믿는다.
"다음에 또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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