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돌봐준다. - after -4-
 
 
 
 
【변화】
 
 
 
수영장에서 놀았던 피로가 걸을때마다 늘어나는것 같다.
마치 지금도 물속에 있는 것처럼 몸은 무겁다.
 
별이 떠오른 밤하늘하고는 또 다른, 색기 있는 핑크색 네온이 주위를 비춘다.
 
오른쪽도 왼쪽도 죄다 호텔투성이다.
 
나는 팔에 걸리는 히키오의 체중을 끌어당기면서 걸어간다.
 
 
"자, 잠깐! 이쪽은 돌아가는 길이 아냐!"
 
"이쪽이 맞거든!"
 
"안 맞아! 에, 에로한 건물투성이잖아!"
 
"에, 에로하지 않거든…. 다, 다, 단순한 호텔이거든!?"
 
 
단순한 호텔은 핑크색 네온으로 입구를 비추고 있다.
정중하게도 건물 앞의 간판에는 숙박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거, 그게. 다리도 아프니까 여기서 쉬자!"
 
"여기선 못 쉬잖아! 여러가지 의미로!!"
 
"…나, 나아는 딱히!! …그저, 쉬고 싶은것 뿐이구…"
 
"쉬, 쉴거면 집에 가자고? 엉?"
 
"……"
 
 
지금까지 쥐여지고 있던 손이 떨어진다.
 
나는 뭘 질투하고 있는걸까, 떨어진 손을 굳게 움켜쥐었다.
 
 
어둡고
 
조용하게
 
 
그 자리에는 측면에서 힘이 더해지지 않는한 움직일 수 없을법한 무지근한 분위기가 둘러싸고 있었다.
 
 
"……"
 
"……어이, 미우라?"
 
 
왜 이렇게나 불안한걸까.
 
히키오는 이렇게나 다정하고,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
 
누구보다도 나를 좋아하고 있어준다.
 
…….
 
 
그런게 당연한데….
 
 
"……너는 나아랑…"
 
"……"
 
"야한짓 하고 싶다고 생각 안해?"
 
"……"
 
 
어둠에 감싸여서 히키오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
 
히키오는 뭘 생각하고 있는걸까.
 
나에게 기막혀하나?
 
 
"……미안. 못 들은걸로 해줘"
 
"…사과하지마"
 
"……, 갖고 싶어"
 
"…?"
 
 
"네가 정말로 나아를 좋아해준다는 확증을 갖고 싶어"
 
 
확증 따위 있을리가 없다.
 
아무리 함께 있어도.
 
손을 잡아도.
 
키스를 해도.
 
 
갑작스럽게 나는 불안해지는 때가 있다.
 
 
"……하아, 너는 가끔 이상해지는구만."
 
"…아, 아니거든!"
 
"그런 확증……, 있으면 내가 바랄 정도야"
 
"…어?"
 
 
히키오가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부드럽고 따뜻한 히키오의 표정이 너무나 깨끗해서, 눈꺼풀 속에서 빛나는 눈동자가 반짝인다.
 
하늘에 떠있는 별 같은것보다도 훨씬 나를 끌어당긴다.
 
 
입술과 입술이 닿을 뿐인 키스.
 
 
"……나에겐……, 너밖에 없는것 같아.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하고, 만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좋아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등 뒤로 감긴 손으로 끌여당겨져, 나는 히키오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태양 빛을 띤 이불같은 냄새.
 
내가 정말 좋아하는 냄새다.
 
 
"……하아. 부끄러운 소리 하게 하지마"
 
"…, 좀 더. 좋아한다고 말할래?"
 
"……안 말해"
 
"헤헤, 좋아해. 정말 좋아해"
 
"네가 말하는거냐"
 
"좀 더 좋아해. 불안한 마음보다도 훨씬 더 훨씬 정말 좋아해"
 
 
빛이 천천히 반짝인다.
 
그렇게나 빛나지도 않은데 그건 확실히 빛나고 있고, 두근두근 얼굴을 엿보이듯이 나를 이끈다.
 
 
다시 잡혀진 손에 끌려 나는 그 자리를 뒤로했다.
 
 
 
"왠지 안심했어! 러브 호텔이 아니라도 할 수 있으니까 얼른 가자!!"
 
"잠깐 너, 입좀 다물어"
 
 
 
 
 
―――――――
 
 
 
【주정】
 
 
겨울로 들어가는것과 동시에 꺼낸 코타츠는 하루를 보내기에는 너무나 기분 좋고, 가끔 닿는 히키오의 발이 간지러워 웃는듯한 행복함을 느낀다.
 
 
저녁을 다 먹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꾸벅거리는 히키오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찌르면서 나는 대학에서 받은 어떤것을 떠올렸다.
 
 
"……아, 그러고보니 좋은거 받아왔어"
 
"음-……. 찌르지마"
 
"그럼 자지마. 감기 걸려"
 
"하하, 그런 바보같은 소릴…"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꺼풀이 떨어지고 있다.
 
나는 조금 추운걸 참고 코타츠에서 나와, 받아온 종이가방을 들고 코타츠로 다시 들어갔다.
 
 
"우으, 추워"
 
"…zzz"
 
"자지마!!"
 
"읏!? 차, 차가웟!?"
 
 
나는 식어버린 손으로 히키오의 뺨을 잡는다.
으, 따뜻하네?
히키오는 몸 어디를 만져도 따뜻한걸까?
 
 
"이, 이거놔! 감기 걸려!"
 
"하하. 그런 바보 같은 소릴하네"
 
"……. 응? 그거 뭐야?"
 
"대학에서 받아왔어!"
 
 
코타츠 위에 종이 가방 안에서 상자를 꺼내자, 그 상자 안에도 완충재가 감겨있다.
 
 
"승구특금….…, 누구야, 이런 비싼 일본주를 준건. 제대로 사례는 했어?"
 
"마루오카가 갖고와서 받아왔어"
 
"그럼 사례는 필요없군"
 
"응"
 
 
나는 병을 쳐다보면서 어떻게 마실지를 생각한다.
 
추우니까 역시 데워먹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아까전까지 코타츠 안에서 나가려고도 하지 않았던 히키오가 비슬비슬 움직여서 몇 분도 안 되는 사이에 술병과 두 개의 사기가 준비되었다.
 
 
"어디서 스위치를 넣은거야"
 
"일본주는 좋아하니까"
 
"헤에. 나아는 그렇게 마신 적 없을지도"
 
"그럼 얼른 마셔보자"
 
 
.

……
………
…………
 
 
 
 
일본주 병이 반쯤 정도 비엇을 무렵, 아무래도 이 집은 조금 기울어있는 모양이라, 내 세계는 비스듬하게 오른쪽으로 기울어있다.
 
멍해서 기분 좋다.
 
깊은 맛이 몸을 스미듯이, 사기에 부어진 일본주는 점점 사라진다.
 
 
"후우아~. 기분 조오아아"
 
"……좀, 과음한거 아냐?"
 
"맛있는걸. 얘, 좀 더 줘-"
 
"……그만둬. 내일 괴로울껄?"
 
"내일은 내일이잖아!! 지금은!? 지금이잖아!?"
 
"주정뱅이냐……"
 
 
들어올려진 술병을 되찾으려고 나는 히키오를 껴안았다.
 
안기 좋은 몸이다.
 
잠옷이 뒤집어져서 드러난 배를 발견하고 핥아본다.
 
 
"읏!? 너, 너어!? 뭘 핥고 있냐!!"
 
"배……, 히키오의 맛이 나!!"
 
"안 나!!"
 
"그럼 술 줘!!"
 
"아, ……"
 
 
도로 빼앗은 술병을 껴안고 나는 행복한 기분으로 히키오의 옆에 뒹굴었다.
 
 
"히키오-, 별로 안 마시네?"
 
"아? 벌컥벌컥 마실건 아니잖아"
 
"……마시게 해줄게"
 
"하? ……읍!?"
 
 
 
입에 머금은 술은 따뜻하다.
 
그건 키스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예의가 나쁘다.
 
나는 히키오의 입에 억지로 술을 흘려넣었다.
 
입에서 입으로, 내 성분을 머금은 일본주는 히키오의 몸에 빨려들어간다.
 
 
"음--. 푸핫! …헤헤, 마시써?"
 
"읏!! 너, 너말야! 너, 너무 취했어!!"
 
"안 취했거든-. 자, 아직 많이 남았고……. 음--"
 
"그만해! 바보!"
 
아으…. ….…후아~, 졸려졌어"
 
"하아, 그럼 자라. 이미 늦었으니까"
 
"응. ……침대까지 안아줘"
 
"……하아. 자, 오늘만 특별히다"
 
 
히키오에게 들어올려져서 그대로 껴안는다.
특별하다고 하면서 요즘은 거의 매일 안아다주고 있다.
 
행복에 감싸이면서 오늘도 하루가 끝나가는게 조금 아쉽다.
 
 
얼른 내일이 왔으면.
 
 
혹은 꿈속에서도 히키오와 함께 있게해줘.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히키오의 잠옷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잠에 빠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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