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돌봐준다. - after -1-
두 번째 인생이 있다면 그건 사랑해야할 상대를 찾아냈을때.
그 녀석이 곁에 있는것 만으로 시시했던 풍경은 칼라풀하게 칠해지고 차가웠던 바람은 다정하고 따스한 바람이 된다.
가을밤 하늘아래, 나는 어렴풋이 빛나는 별을 올려다보면서 밤길을 걸었다.
떠올려보면 여기는 전에 그 장소가 아닌가.
내 머플러가 바람에 날아가, 그걸 그 녀석이 주워줬다.
그리고 시작된 것이다.
"……여"
"늦어. ……음"
나는 묵묵히 손을 내민다.
그는 눈을 피하면서도 그 손을 잡았다.
"히키오, 마중 나와준거야?"
"아냐. 편의점"
"구라치네"
술자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내 귀가가 늦어지면 반드시 히키오는 마중나와준다.
"돌아가면 뭐할래?"
"잘래"
"같이?"
"……"
히키오는 싫어하지만 히키오의 다리에 내 다리를 감으면 따뜻해서 기분 좋게 잘수 있다.
이불 속에는 달달한 냄새가 감돌고, 그 냄새의 원천을 따라가면 히키오의 파자마에 도착한다.
"바로 수줍어하네. 너 변함없구나"
"……변했어"
"거짓말"
"정말이야"
"어디가?"
"누군가와 함께 있는걸 좋아하게 됐어"
이 녀석은 갑자기 나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무의식인건지 솔직한 소리를 솔직하게 말할때, 나는 히키오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된다.
"헤, 헤에! 그래!? 나, 나아랑 있어서 그렇게나 기쁘구나!!"
"……너라고는 안 했잖아"
"하아!? 그럼 누군데!?"
"하하, 코마치인게 뻔하지"
"빌어먹을! 시스콘!!"
히키오는 어깨를 들썩이며 앞을 걷는다.
익숙한 뒷모습에 당겨지듯이 나도 이 녀석의 뒤를 쫓는다.
"음, 미안. 걷는게 빨랐나?"
"으-음. 조금 천천히 걷고 싶을 뿐이야"
"……그런가"
이런 시간이 계속 이어지라고 간절히 생각하며, 나는 히키오의 손을 잡으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계속 좋아하니까"
―――――
【두 사람의 거리】
히키오와 사귀기 시작한지 1개월이 지났다.
거의 매일같이 히키오의 집에 쳐들어가 의미가 있는듯 하면서도 없는 잡담을 하고는 시간이 지나간다.
강의가 휴강이 된 오후.
나는 생각할것도 없이 히키오가 다니는 대학으로 향했다.
할 일이 있든 없든 히키오는 대학교 연구실이나 도서실에 있는 일이 많은 것이다.
"여. 오늘은 여기에 있었어?"
"음. 조사할게 좀 있어서"
대학에 있는 도서실에는 누구나 입실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도 학생이 좋아서 있는건 아니지만.
뭔가를 조사해도 스마트폰 하나로 끝나버리는 이 세대에 누가 종이 매체로 조사를 할까.
"어디 갈래?"
"못 들었어? 조사할게 있어"
"검색하지?"
"전자정보는 양이 너무 많아"
"할방구냐"
히키오는 뭧 권의 자료를 들고 도서실 내에 설치된 개인실 공부방으로 들어갔다.
물론 나도 뒤를 따른다.
"야. 좁으니까 따라오지마"
"나아의 맘이거든"
히키오는 한숨을 쉬고 의자에 앉았다.
가방에서 꺼낸 안경과 노트를 꺼내어 볼펜을 빙그르 돌린다.
"……. 가까운데"
"별 수 없잖아. 좁으니까"
"음. 그러니까 밖에 나가지?"
"저기 있잖아, 오늘 저녁은 뭐야?"
"……. 안 정했어"
"그럼 돌아가는 길에 슈퍼 들르자"
뭔가를 떠올린듯한 몸짓을 하며 히키오는 스마트폰 어플을 열어 무언가를 조사했다.
"여기. 여기 파스타가 맛있대. 별도 5개고"
"안-돼. 외식만 하면 몸에 좋지 않아"
"아니아니. 영양도 높다고 리뷰에서 말하고 있고"
"그런건 신용 못해"
"으으"
"그럼 오늘은 파스타로 할래? 만드는것도 간단하구"
"……그렇군"
히키오는 유감스럽다는 듯이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노트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다.
베이컨
달걀
가루 치즈
생크림
…….
"까르보나라가 좋아?"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까르보나라도 상관없어"
"상관없다니……. 뭐, 히키오가 먹고 싶다면 그걸로 좋지만"
"흠. 그럼 까르보나라로 하자"
알기 쉬운 녀석.
라고할가 솔직하지 않다.
저녁 메뉴에 만족했는지 히키오는 생생하게 두꺼운 자료를 뒤지고는 과제인 조사를 노트에 써간다.
좁은 개인실에 들려오는건 노트를 달리는 볼펜 소리와 자료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 뿐이다.
안경으로 조금 가려진 옆얼굴을 보면서 나는 히키오의 뺨에 입술을 댄다.
"헤헤. 조금 두근두근 하네"
"……장소를 생각해"
"집이라면 좀 더 뽀뽀해도 돼?"
"……. 조금이라면"
"그럼 빨리 돌아가자!!"
"어째선데!"
――――――
【저녁밥】
"자. 베이컨 썰었어"
"음. 달걀 풀어줘"
"프라이픈, 기름 튀니까 조심해"
"애냐. ……뜨것!"
"애냐!"
………
……
…
.
까르보나라를 같이 만들고, 같은 테이블에서 같이 먹는다.
같이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하고 같이 밥을 먹는다.
전부 같이 한다.
"맛있었어-!"
"아아. 까르보나라는 정답이었군"
"씻을테니까 물에 담궈둬"
"됐어. 내가 씻을게"
"음. 그럼 같이 씻자"
그릇을 거품칠하고 물로 씻어간다.
달칵달칵 소리를 내면서 옆에 선 히키오는 재빠르게 그릇을 씻어갔다.
"제대로 씻어"
"씻고 있어"
"물도 닦아"
"남자는 잠자코 자연건조다"
"아. 그렇지. 뽀뽀하는거 깜빡했어"
"하?"
"음-"
"바보. 그릇 들고 있다고"
"관계없어. …히키오가 해줘"
눈을 감고 고개를 조금 든다.
방금전까지 물을 쓰고 있던 손은 차가워졌을텐데, 내 볼은 열을 띠어서 붉게 물들었을 것이다.
몇초 뒤, 작게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고 부드러운 입술이 내 입술과 겹쳤다.
나는 히키오의 가슴팍을 잡으면서 놓지 않도록 끌어당긴다.
"……음. …, 너, 너 말야. 갑자기 혀 집어넣지말라고 전에도 말했지"
"후후. 까르보나라 맛이 났어"
"그야 그렇겠지"
"히키오의 맛도 났어"
"……무슨 맛이야. 자, 얼른 그릇 씻자고"
"응. 추우니까 빨리 씻고 목욕하러 들어갈래. ……같이"
"안 들어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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