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농 - 11. 히키가야 하치만은 유키노시타 유키노를 너무 사랑한다.
 
 
 
 

 
월요일.
 
그건 일주일의 시작과 동시에 학교의 시작이라는 최악의 날이다. 거기다 점프 발매일이라는 소년들에게 있어서 기대되는 날이기도 하다. 앗, 그리고 아직 점프를 졸업 못하는 어른들에게도.
뭐, 편의점 점원에게 있어선 서서 책읽는 사람이 속출해서 귀찮은 날이기도 하지만.
 
하지만 점프파도 아니고 근성부터 선데이파인 나에게 있어선 월요일이라는건 언제나 우울한 날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가 오늘에 한해서는 학교 준비를 두근두근 거리면서 하고 있었다.
 
평소 나라면 "하아, 오늘부터 또 금요일까지 학교냐……" 던가 "하아, 오늘부터 또 5일간 학교인가……" 라고 중얼거리고 있을 것이다.
 
말하는건 똑같은 내용이고, 둘 다 학교가 싫은거지, 나.
 
하지만 오늘은 조금은 우울하지 않았다.
왜냐면 오늘은 학교에…….
 
"하치만-? 준비 다 됐어-?"
"앗, 네!"
 
나는 무의식중에 히쭉거리고 있으니, 문 너머로 노크와 함께 하루노 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황급히 가방을 들고 문을 연다.
 
거기에는 에이프론을 입고 허리에 손을 대며 뚱하게 볼을 부풀리는 하루노 씨가 있었다.
 
"하치만, 늦어. 벌써 유키노는 준비 다 해서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엑, 벌써 준비 다 된겁니까?"
"응, 아마 학교가는게 기대되는게 아닐까?"
"기대라니……"
 
저 녀석, 딱히 수업을 받는것도 아닌데 말야.
 
나는 두근거리면서 마치 소풍 가는것처럼 준비하고 있는 유키노를 상상하고 그만 볼이 풀어진다. 음, 너무 귀여워.
 
나는 유키노를 기대라게 하는건 미안하다거나 그런 차원이 아니라 참수급의 죄가 무겁다고 생각해서 가방을 어깨에 매고 하루노 씨와 함께 현관으로 향한다.
 
부모님네는 이미 일하러 갔고, 코마치도 오늘은 일찍 나갔다.
 
현관에 도착하니 거기에는 진작에 신발을 다 신고, 판씨모양의 가방을 맨 유키노가 서 있었다.
 
유키노는 머리에 폭신폭신한 니트모자를 쓰고, 위에는 코트를 입고 있고 아래는 스커트다. 춥지 않도록 하이 니삭스를 입고 있다.
 
유키노는 내 모습을 보고 얼굴을 뚱하게 만들며 입을 열었다.
 
"하치만! 늦어!"
"미안, 유키노. 좀 시간이 걸렸어"
 
나는 뿡뿡 귀엽게 화내는 유키노의 머리를 쓰담쓰담 살살 문지른다.
 
유키노는 나에게 쓰다듬받으니 방금전까지 분노는 어디론가 가버린 모양이다. 기분 좋아서 황홀하게 눈을 가늘게 뜬다.
 
나는 여기 며칠간 겨우 어디를 만져주면 유키노가 나의 쓰다듬에 쾌감을 느끼고, 기분이 좋아지는지를 알게 된것 같다.
 
그 모습은(유키노 한정) 쓰다듬 마스터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나의 쓰다듬은 유키노의 귀여움에 의해 진정한 힘이 이끌어지는 것이다. 아니, 코마치라도 이끌어질지도…….
 
그런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면서 유키노의 머리에서 손을 뗀다.
나는 신발을 신고 하루노 씨에게 돌아봤다.
 
"그럼 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응. 차 같은거 조심해……앗, 미안 하치만. 잠깐만 기다려"
 
우리가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하루노 씨는 뭔가를 떠올리고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하루노 씨는 거실로 향했는지 그대로 계단을 올라갔다.
 
잠시 기다리니, 천으로 감싸인걸 들고 자, 하며 나에게 내밀었다.
 
"내가 만든 유키노의 도시락이야♪ 하치만 몫도 있으니까 둘이서 같이 먹어"
"……엣, 아 네"
 
나는 조금 당혹해하면서도 순순히 그걸 받았다.
 
……설마 도시락이 있을줄은 생각 못했다.
 
어제는 엄마가 돈을 주지 않았으니까, 순전히 오늘은 자비라고 생각했는데…….
 
뭘까? 이 부부감은?
 
무심코 이대로 학교가 아니러 어디 회사에 가버릴것 같다. 그 정도로 하루노 씨의 부부력은 성숙했다.
 
하루노 씨 주부력 쩔어-. 전업주부 지망인 내가 질투를 느껴버린다.
 
나는 도시락통을 가방 안에 넣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유키노랑 하치만이 좋아하는거 많이 넣었으니까 기대해"
"아싸-!"
 
유키노가 만세, 팔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나도 무심코 만세하고 싶어진다.
 
솔직히 주부력에 질투하고는 별개로 하루노 씨의 수제 도시락은 상당히 기뻤다.
 
여기 며칠간 하루노 씨의 요리 실력은 잘 알고 있다.
 
그냥 요리 철인23호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다.
 
……무엇보다 수제 도시락이라니, 정말로 언제 이래로일까?
엄마가 일이 바빠서 도시락이 아니라 500엔을 주니까 솔직히 별로 먹은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먹은건 언제였더라? 그것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500엔이라도 나는 기뻤다. 왜냐면 점심을 조금 적게 먹으면 돈이 남아 내것이 되기 때문이다.
엄마도 도시락을 만들 수고도 줄이고, 나도 돈이 남으면 이득이고. 둘 모두 해피 최고다.
말 그대로 용돈의 연금술사의 비술이다.
 
애정보다도 돈이다! 밥은 돈으로 살 수 있고, 따끈따끈한 요정의 점원의 사랑이 담긴 수제 도시락도 평범하게 살 수 있다. 그러니까, 사랑도 돈으로 살 수 있어! 라고하지만 역시 수제 도시락은 기쁜 것이다. 설령, 내 몫이 유키노의 부록이라고 해도 말이다.
 
"……정말로 미안해, 하치만. 내가 대학교 강의가 없었으면 유키노를 학교에 데려가는 일은 없었을텐데……"
"딱히 상관없어요. 도무지 쉴 수 없다면……. 거기다 저는 괜찮아요"
"……왠지 기뻐보이네, 하치만"
 
하루노 씨가 내 표정을 보고 그렇게 말한다.
 
엑!? 이런, 입가가 히쭉거리고 있었나?
 
솔직히 유키노와 학교에 가는건 엄청 기뻤다. 그냥 그 자리에서 햣호- 소리지르고 뛰어오를 정도다.
 
뭐, 실로 유감스럽지만 유키노는 보건실에 맡겨두게 되겠지만.
 
"뭐, 히라츠카 선생님한테도 허가가 나왔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해요. 히라츠카 선생님이 말해서 보건실 선생님에게 맡기게 됐으니까요"
 
나는 히쭉거리는 입을 손으로 가리면서도 하루노 씨에게 그렇게 말했다.
 
"응, 그렇지. 그럼 오늘은 유키노를 잘 부탁해"
"네"
 
하루노 씨는 내가 그렇게 말하는걸 듣고 안심한것 처럼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시선을 조금 낮추어 유키노 쪽으로 고개를 향한다.
 
"유키노, 하치만이 하는말 잘 들어야한다? 알겠어?"
"응! 유키노, 제대로 하치만이 하는말 들을게-!"
 
네에, 하며 기운 차게 손을 들고 유키노는 그렇게 대답햇다.
하루노 씨는 그걸 보고 좋아, 하며 끄덕인다.
 
"그럼 다녀와"
"네, 다녀올게요"
"다녀오겠습니다-!"
 
우리는 하루노 씨에게 그렇게 대답하고, 이번에야말로 집에서 나왔다.
 
……하루노 씨가 집에 묵고난지 고작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하루노 씨와 유 키노는 이미 완전히 집에 녹아들었다.
 
어제, 아버지네가 집 현관열쇠를 만들어서 하루노 씨에게 건냈을 정도다.
 
그렇게 쉽게 현관열쇠를 건내도 괜찮나? 라고 조금 생각했지만, 하루노 씨가 우리 집의 뭔가를 훔쳐간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실은 나도 이 며칠을 통해 하루노 씨는 정말로 신뢰하고 있다.
뭐, 본인에게는 절대로 말 못하지만.
그래서 하루노 씨에게 열쇠를 건내는건 특별히 반론은 없었다.
 
나는 옛날에 엄마가 자주 나나 코마치를 태워주는 아이 의자가 달린 내 자전거를 꺼집어낸다.
 
이건 어제 아버지가 사서 내 자전거에 달아준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걸 쓰는건 이번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유키노의 옆구리에 손을 넣어, 유키노를 휙 들어올린다. 그리고 아이의자에 태우고 나도 자전거에 탄다.
 
"좋아, 그럼 간다"
"오-!"
 
나는 유키노의 목소리를 듣고 자전거 페달을 밟아 달리기 시작햇다.
 
 
 
 
학교에 도 착해 자전거 정류장에 가서, 나는 자전거에서 내리고 유키노도 아이의자에서 내린다.
 
아직 학교에 온 학생은 적다.
 
와있는 학생은 부활동으로 아침 연습을 하는 학생 정도일테지.
그 증거로 운동장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평소 시간에 학교에 등교하면, 절대로 주위 학생의 시선이 지금은 어린애인 유키노에게 모일 것이다.
 
유키노의 엄청난 귀여움에 반해버리는 로리콘 놈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뭐, 그런 녀석이 있으면 나의 너클 펀치가 불을 뿜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해, 오늘은 평소보다 1시간이나 빨리 학교에 왔다.
 
나는 바구니에 올려둔 가방을 어깨에 매고 유키노의 손을 잡아 신발장으로 걸어간다.
 
그러자 신발장 밖에 백의를 위에 입고 추워보이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다. 12월이나 1월보다는 춥지 않다고는 해도, 지금도 아침이면 숨을 내쉬면 하얗게 변한다.
그런데 어째선지 히라츠카 선생님은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우리를 눈치채고 떨면서도 가볍게 손을 들었다.
 
"아, 안녕, 히, 히키가야, 잘 잤느냐"
"히라츠카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보다, 왜 여기서 기다리는거에요? 딱히 교무실에서 기다려주셨으면 갈텐데……"
"너는 지금 유키노시타를 교무실로 데려가서 어쩔 생각이냐? 아이가 있는것 만으로도 뭐한데, 거기다 그게 유키노시타와 닮은 아이다. 그리고 너와 함께 있다. 그걸로 최악의 경우엔 주위에 어떻게 오해받는다고 생각하지?"
"……"
 
……듣고보니 확실히 그렇다. 유키노시타의 지명도로 생각해 유키노시타와 닮은 소녀가 나와 함께 있는건 여러모로 안 좋을지도 모른다.
 
내 친척으로는 보이지 않을테고, 내가 유키노시타의 친척을 맡고 있다는것도 평범하지는 않으니 절대로 이상하겠지.
 
그리고 유키노의 천년에 한 사람 나올 귀여움에 당하는 로리콘 교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녀석이 있으면 나는 퇴학을 당하더라도 그 교사에게 가젤 펀치를 먹이겠지만.
 
"양호선생님하고도 얘기는 해뒀다. 따라와라"
 
히라츠카 선생님은 우리에게 등을 보이며 휙휙 손짓을 한다.
 
백의가 아니라 검은 코트에 선글라스를 쓰고 있으면 어딘가의 마피아로도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역시 쓸데없이 멋지다. 여성이라면 그녀에게 반해있을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동성혼을 할 수 있는 나라에 가는걸 추천합니다. 진심으로 추천하면 얻어맞겠지만.
 
 
나는 유키노를 데리고, 일단 자신의 실내화로 갈아신고, 유키노에게는 집에서 가져온 작은 슬리퍼를 신긴다.
 
유키노의 신발을 주머니에 넣어 가방에 집어넣으니, 문득 시선을 느꼈다.
 
그 시선에 고개를 돌리니 히라츠카 선생님이 우리를 보고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히키가야……그저께보다 너랑 유키노시타의 부녀스러움이 늘어난 느낌이 드는데……기분 탓이냐?"
"기분 탓입니다"
 
나는 그렇게 즉답한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그, 그러냐" 라고 하면서도 힐끔힐끔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그렇게나 부녀스러웠나?
평범하게 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면 나한테서 넘쳐나버리는 아버지 오러가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환각이라도 보여준걸까?
그럼 일단 그 오러를 단련해서 몸 주위에 묶어둬야지.
너무 오러가 커서 실수로 내가 유키노의 아버지가 되버릴지도 모른다.
앗, 그치만 내 경우에는 자동절이었지. 기척이 너무 없어서 가볍게 도시전실이 된다.
 
그러자 히라츠카 선생니이 다시 걸어가서, 나는 유키노의 손을 잡고 그 뒤를 따라간다.
 
아침 복도는 조용해서, 우리들의 발소리와 밖의 아침 연습 소리밖에 들려오지 않는다.
 
유키노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돌아보고 있어서, 어딘가 진정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아직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걸지도.
 
지금 유키노가 학교에 가는것도, 실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때는 방과후였고, 아침 학교 풍경은 또 지금의 유키노에게 있어선 다른 풍경일지도 모른다.
 
아이는 주위가 뭐든 크게 보이니까.
 
옛날에, 자신의 시선에서 보면 주위에 보이는것이 뭐든지 다 컸었던걸 잘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학교도 아이였을때는 두근두근 쿵쾅쿵쾅 어드벤처하거나 했던것도 기억한다. 초등학생일때는 친구가 없어서 자주 점심시간에 학교 탐험을 했으니까. 덕분에 그 때는 초등학교 지리에 쓸데없이 자세해져버렸다.
 
하지만, 당연하지만 아이 무렵의 내가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유키노는 이 풍경을 보고 뭘 생각하고 뭘 느낄까. 그건 원래대로 돌아왔을때 유키노시타는 기억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보건실에 도착했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문을 똑똑 가볍게 조크를 한다.
문 너머로부터 양호 선생님의 목소리가 돌아오자, 히라츠카 선생님은 문을 열었다.
 
양호선생님은 의자에 앉으면서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라, 시즈카짱. ……그렇다는건 뒤쪽에 있는 작은 아이가 오늘 맡아줬으면 하는 아이구나?"
"네. 히키가야, 들어와라"
 
왠지 그래선 내가 맡아줬으면 하는 작은 아이같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미 내 뒤에 숨어서 양호 선생님을 힐끔 쳐다보고 있는 유키노를 데리고 보건실로 들어간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뒤쪽의 유키노에게 시선을 향하며 문을 연다.
 
"이 아이가 오늘 사정이 있어서 히키가야가 맡고 있는 유키노라는 아이입니다."
"……시즈카짱에게 들었던대로 2학년 유키노시타 학생과 판박이네. 이름도 유키노시타 학생과 같고……뭐, 사정은 묻지 않는게 약속이니까"
"감사합니다. 자, 히키가야. 유키노도"
"앗, 네. 감사합니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 나에게 그렇게 말해서, 나도 히라츠카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인다. 유키노도 우리를 따라해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사정을 묻지 않고 맡아주는건 정말로 고마웠다.
 
유키노시타의 지명도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의 유키노는 2학년인 유키노시타 유키노와 연관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쉽사리 정체를 밝혀서 좋은건 아니다.
 
이걸 알고 있는건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인간인게 좋다. 흡사 지금의 나는 유키노가 코난 입장으로 말하면 하이바라 아이 포지션이다.
아니, 박사 포지션인가? 어쨌든……그보다, 아무래도 좋나.
 
히라츠카 선생님은 고개를 들고, 우리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흠, 그럼 나는 실례한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괜찮아. 히키가야 아빠의 부탁이니까"
"……뭡니까, 그건"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놀리는듯한 그 말에 나는 무심코 쓴웃음을 지어버린다.
 
"아니, 너를 보고 있으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럼 수업에 늦지 말도록 해라, 히키가야 아빠"
 
히라츠카 선생님은 깔깔 웃으면서 보건실에서 나가려고 한다.
그런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유키노가 말을 햇다.
 
"바이바이, 시즈카 언니!"
 
나는 유키노의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다행이다. 제대로 내가 하는 말을 들어줘서……
 
실은 어제 유키노에게는 히라츠카 선생님은 언니라고 부르도록 몇 번이나 일러뒀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신세를 졌는데 유키노에게 히라츠카 선생님을 아줌마라고 부르게 하는건 내 마음이 아프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유키노의 말을 들은 순간, 멈칫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자 뒤쪽에서도 보고 알 수 있을 정도로 기쁜듯 방에서 나갔다.
 
보건실 밖에서 히라츠카 선생님이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것도 들려온다.
언니라고 불려서 얼마나 기뻤던거야.
 
 
 
 
 
 
히라츠카 선생님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않아, 예비종이 보건실에 울렸다.
 
시계를 보니, 이제 10분 정도 후면 수업이 시작된다. 아침 연습을 하고 있던 부활동 학생들도 이제 정리 등을 하고 있을 무렵일 것이다.
 
"그럼 유키노, 나도 이제 슬슬 가야해. 나중에 보자"
 
나는 양호 선생님과 익숙해져서 아까부터 같이 트럼프를 하며 놀고 있던 유키노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가까이 놓아뒀던 가방을 집어들고 나는 보건실에서 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유키노에게 교복 소매를 잡혀, 나는 무심코 멈칫 발을 멈춘다.
뒤돌아서 시선을 내려 유키노를 쳐다본다.
 
"유키노?"
"하치만……어디 가는거야?"
 
유키노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불안하게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 손을 잡아 손가락을 감으며 꼬옥 잡아온다. 유키노는 나를 보내지 않으려고 있는 힘껏 내 손을 잡고 있었다.
 
"유키노, 히키가야 학생인 이제 수업이 있으니까 놓아줘"
"응-!"
 
양호 선생님이 유키노를 나한테서 떼어내려고 해도, 유키노는 내손에 필사적으로 달라붙어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렇게 되는건 어제 유키노가 소부 고등학교에 간다는 이야기가 된 시점에서 알고 있었다.
 
우선 처음에 하루노 씨가 대학교에 가야한다고 했던 시점에서 언니 가지말라고 유키노는 고집을 부렸다.
 
거기다 나도 학교에 간다고 했더니, 유키노는 마침내 펑펑 울어버렸다.
 
잠시 나와 하루노 씨는 둘이서 어떻게든 유키노를 달래면서, 나와 학교에 간다는걸로 납득해줬다.
 
그러니까, 나와 하루노 씨는 어제 시점에서 이렇게 되는걸 예측하고 대책을 세워둔 것이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쉬고, 유키노의 시선을 맞추기 위해 몸을 숙인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잠깐만 맡아주겠어요?"
"……괜찮겠어?"
"괜찮아요. 익숙하니까요. 앗, 하지만 잠시만 자리를 비켜주시지 않겠습니가?"
"……알았어"
 
양호 선생님은 내 말에 순순히 끄덕이고 보건실에서 나갔다.
 
나는 빤히 눈 앞에 있는 유키노와 눈을 마주친다.
 
유키노는 이미 울어버려서, 꾹 오열을 참으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굉장히 마음이 아파서 무심코 눈을 피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유키노, 나는 지금부터 수업이 있으니까 교실에 가야만해. 알겠어?"
 
내 말에 유키노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붕붕 젓는다.
 
"싫어. 하치만, 가지마. ……계속 같이 있어줘"
 
유키노는 내 목에 팔을 감아 꼭 안겨붙는다.
 
나는 한쪽팔을 유키노의 등에 감고, 다른 한쪽 손으로 유키노의 머리를 착하지 착해, 하며 쓰다듬어준다.
 
"미안해, 그렇게 할 수는 없어. 그러니까 유키노. 네가 외롭지 않도록 내가 너한테 마법을 걸어줄게"
"……마법?"
 
유키노는 나한테서 몸을 떼어, 불안하다는듯 나를 보고 있다.
나는 가능한 다정한 미소를 만들고, 유키노에게 말을 건다.
 
"아아, 잠깐만 눈을 감아"
 
유키노는 꾸욱, 순순히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눈을 감는다.
 
……솔직히 이것 말고 방법은 없었나 하고 나는 생각하지만, 하루노 씨와 얘기한 결과, 이게 제일이라는게 됐다.
 
나는 유키노의 부드러워보이는 볼을 살짝 만진다.
유키노의 피부는 맨들맨들해서, 거기다 찰딱 부드럽다.
그 부드러운 피부를 나는 무심코 쓰다듬어주고 싶어지지만, 지금은 그럴때가 아니다.
 
나는 유키노에게 천천히 얼굴을 가져간다. 그러자, 유키노는 쭈뼛쭈뼛, 눈을 가늘게 떴다.
 
나는 유키노가 완전히 눈을 뜨기 전에, 유키노의 오른뺨에 쪽,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나는 키스를 한번으로 긑내지 않고, 다음에는 왼쪽 뺨에 하고, 마지막에는 유키노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들어, 이마에 키스를 한다.
그렇게해서 나는 입술을 유키노의 이마에서 천천히 뗐다.
 
……역시, 이거 엄청 부끄러워!
 
몇 번을 해도 역시 익숙해질리가 없다. 이런게 익숙해지는건 어디의 호스트나 날라리남 정도겠지.
 
……그보다, 정말로 이거 말고는 없었어?
 
유키노는 얼굴을 홍조시키면서 큰 눈을 뻐끔 뜨며 놀라고 있었다.
 
……그래. 이게 나와 하루노 씨가 얘기한 결과다.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유키노는 나에게 키스받는걸 정말로 좋아하는 모양이다.
 
하루노 씨가 시험삼아 유키노의 뺨에 키스를 해도, 나 만큼 기뻐하지 않앗다고 하루노 씨는 말했다.
 
그보다, 내가 없을때 뭘 백합백합하고 있는 거야? 자매 백합이라는 수준을 아득히 넘었어!
 
뭐, 지금의 유키노는 어린 아이니까, 예전의 백합노시타처럼 백합으로 전개하지 않겠지만.
 
나는 멍하니 얼이 빠져있는 유키노를 안고서 귓가에서 속삭인다.
 
"……반드시 점심 무렵에는 돌아올테니까. 기다려줄래?"
"……응……힘낼게"
"좋아, 장하다"
 
나는 유키노한테서 몸을 떼어 일어서서, 유키노의 머리에 손을 톡 올린다.
 
"그럼 다녀올게"
"다녀와, 하치만. ……빨리 돌아와"
 
나는 유키노의 말에 똑바로 끄덕이고, 유키노의 머리에서 손을 떼어 보건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가까이에 서서 기다려준 양호 선생님에게 눈을 준다.
 
"이제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유키노를 정말로 잘 부탁합니다"
"하치만 아빠의 부탁이라면 어쩔 수 없네"
 
엑, 당신까지 그 소리하는거야? 뭐, 딱히 상관없지만.
 
나는 양호 선생님에게 한번 더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자기 교실로 걸어갔다.
 
 
 
 
 
 
결국, 교실에 도착한건 1교시가 시작되기 아슬아슬한 시간이었다.
 
교실 녀석들은 이미 자리에 앉아있고, 내가 마지막이었던 모양이다. 선생님은 아직 오지 않았다.
 
평소대로 내가 가장 늦게 교실에 들어가도, 내가 들어간것에 의한 교실 녀석들의 리액션은 물론 없다.
 
이게 토베 녀석이었으면 "위험혀-!" 라고 소리지르면서 들어와서, 교실 녀석들이 웃거나 토베를 놀리거나 할지도 모르지만, 내 경우엔 노 리액션이다.
 
노 리액션 또 다른 이름은 무반응. 심하게 말하자면 무시다.
……왠지 슬퍼졌다.
 
노 리액션도 무반응도 무시도 온갖 노우에 익숙해진 나는 그런건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기 자리까지 가서 앉는다.
 
그러자, 어떤 방향에서 시선을 느꼈다.
뭐야? 배후령? 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그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시선의 정체는 이쪽을 빤히 쳐다보는 유이가하마였다.
 
유이가하마는 너무 쳐다봐서 무심코 내가 돌이 될 정도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런 뜨거운 시선을 보내지 말아줘. 착각해버리잖아.
 
유이가하마는 어째선지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서 자기 휴대폰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엉? 무슨 말 하고 싶은거야?
 
유키노의 손 사인이라면 알겠지만, 유이가하마건 전혀 모르겠다. 유키노였다면 손 사인이 아니라도 뭐든 알아버려!
 
유이가하마가 몇 번이나 그렇게 하자, 유이가하마의 곁에 앉은 사람이 수상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유이가하마는 그걸 깨닫고, 황급히 묘한 손 사인을 멈추고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나를 째릿 노려본다.
 
……어? 내가 나쁜거야?
뭐, 저 녀석이 하고 싶은말은 왠지 모르게 알고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어서 책상 아래에 감추면서 느릿느릿 파앗, 하고 조작한다.
 
스마트 폰에는 메일이 한 통 들어와있었다.
 
나는 메일 화면을 열어, 가장 위쪽의 유이가하마에게서 온 메일을 확인한다.
 
평소처럼 히에로그래프 투성이인 메일 화면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유키노짱, 오늘 왔다는거 정말이야!?』
 
유이가하마에게는 어제 시점에서 유키노가 오늘 학교에 온걸 전해뒀다.
 
나는 그 메일에 나중에 얘기할게, 라고 간단하게 써둔다.
 
그리고 힐끔 유이가하마 쪽에 시선을 주니, 아무래도 마침 메일이 온 모양이다.
 
유이가하마는 책상 아래로 휴대폰을 보고, 내 쪽에 고개를 돌려 끄덕였다.
 
나는 그걸 확인하고 시선을 앞으로 돌려,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1교시 종료 후, 유이가하마는 벌떡 소리를 내며 일어서서, 곧장 이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걸 보고 나도 의자에서 일어나 도망치듯 교실에서 나간다.
 
타탓 종종걸음이 되어, 힐끔 뒤로 눈을 향해, 유이가하마가 제대로 따라오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인기척이 적은 곳에서 멈춰서서 유이가하마가 오는걸 기다린다.
 
"힛키, 왜 도망치는거야!"
 
유이가하마는 나를 쫓아오고나서 입을 열자마자 그런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에 기막힌듯이 대답했다.
 
"유키노에 대해서 교실에서 얘기할 수도 없잖아"
"확실히 그렇지만. 혼자서 안 가도 같이 가면 되잖아"
 
아니, 그거야말로 교실 녀석들에게 이상한 착각을 받을지도 모르니까 평범하게 안 되잖아.
 
이 녀석은 여전히 자신이 선 위치를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이 녀석과 교실에서 얘기를 하면 주목받는게 뻔하다.
 
뭐, 그런건 둘째치고, 유키노의 얘기를 해야지.
 
"그런데, 유키노짱이 학교에 왔다는거 정말!?"
"아아, 정말이야"
"어디에 있어!?"
"보건실"
 
그걸 들은 순간, 유이가하마는 보건실 방향으로 뛰어가려고 한다.
 
"야, 유이가하마. 어디로 갈 생각이야"
"어디라니……유키노짱이 있는데! 힛키가 없으면 유키노짱 울어버릴지도 모르잖아!"
 
내가 황급히 유이가하마를 제지하려고 해도, 유이가하마는 나의 제지에 그렇게 말했다.
 
설마 이 녀석이 이렇게까지 유키노를…….
저도모르게 나는 유이가하마의 말에 조금 울컥해졌다.
 
"괜찮아. 확실히 울뻔했지만, 어떻게든 이해해줬어"
"……정말로?"
"그래"
"……뭐어, 그러면 괜찮지만. 왠지 힛키, 생각했던것보다 차분하네"
"하아?"
"아니 그게. 힛키니까 유키노를 엄청나게 걱정할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걱정은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계속 같이 있을 수는 없잖아"
"뭐, 확실히 그렇긴 해"
 
그보다, 내가 얼마나 유키노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거야?
아니, 뭐 엄청 좋아하지만.
그냥 코마치랑 토츠카랑 같은 수준으로.
 
그렇다고 해서, 유이가하마가 생각하는 정도로 나는 유키노를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점심시간에는 볼 수 있다. 그런건 금방이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보건실로 갈거야. 너도 갈거지?"
"그런건 당연하잖아. 나도 유키노짱을 보고 싶구"
"……그런가"
 
유키노는 사랑받고 있군.
 
설마, 유이가하마가 이렇게나 유키노를 만나고 싶었을 줄이야…….
 
……하지만, 유키노는 내 딸이다! 누구에게도 안 줘!
아니, 실수했다. 내 수양딸이야!
더 아닌가.
 
나는 슬슬 다음 수업종이 울 무렵이라고 생각해, 스마트폰을 꺼내서 시간을 보니 벌써 2교시가 시작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유이가하마, 돌아간다"
"엣, 아, 응"
 
나는 유이가하마에게 그렇게 말하고 교실로 돌아갔다.
 
 
 
 
 
결과로서, 지옥이었다.
 
시간이 흐르는게 이상하게 느리게 느낀다.
째각 째각 째각 째각 째각 천천히 움직이는 시계바늘을 나는 응시한다.
 
………느, 늦어. 뭐야? 시간이라도 멈추는거야? 아니면 공간동결? 에스데스 씨, 진짜로 참아주세요.
 
처음으로 나는 이렇게나 시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2교시, 머리 속으로 오늘 유키노와 점심시간을 생각하니, 문득 유키노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외로워하지는 않을까 조금 신경쓰였다.
 
3교시, 어쩌면 쓸쓸해서 울면서 나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유키노라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는 반면 머리 속으로 빨리 수업 끝나라고 빌고 있었다.
 
4교시, 나는 마침내 유키노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속이 가득차버렷다.
 
지금 당장 유키노에게 가고 싶다.
울고 있을지도 모를 유키노를 달래주고 싶어.
머리속으로는 그런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덕분에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4교시 수업은 국어라서 히라츠카 선생님이 소설의 등장인물 뭔가를 말했던것 같지만, 지금 내 귀에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전부 유키노로 자동변환되고 있었다.
 
결과, 내 머리속에선 유키노가 몸을 떨며 화났(화난 유키노도 귀여워)다거나, 유키노가 조용히 눈물을 흘린(울린놈 죽인다)다는 식으로 밖에 들리지 않아, 그 탓에 더욱 유키노밖에 생각할 수 없게 되버렷다.
중증말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나는 받아쓰기도 하지 않고 계속 시계 바늘을 부모님의 원수마냥 노려보고 있다. 아니, 아마 아버지가 죽어도 이렇게는 되지 않을테니까 동생의 원수처럼 노려봤다.
……잘도 코마치를. 상상했더니 더욱 분노가 솟아올랐다.
 
시계를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빨리 끝나라 빨리 끝나라고 사념을 보낸다.
 
그러자 겨우 4교시 종료 시간이 됐다.
그것과 동시에 종이 울고, 히라츠카 선생님이 종료 인사를 한다.
 
그 순간, 나는 가방에서 하루노 씨가 만들어준 도시락을 손에 들고 교 실을 기세 좋게 뛰쳐나갔다.
 
"힛키!"
 
왠지 유이가하마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것 같지만, 나는 그걸 무시하고 복도를 달린다.
 
나오는 사람을 화려하게 피하면서 계딴을 뛰어내려가, 몇 계단씩 뛰어서 스킵한다.
 
거기를 굽어서 바로 가면 보건실이다!
 
나는 속도를 올려 질풍처럼 거기를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모퉁이를 꺾는걸 생각한 나머지 갑자기 모퉁이에서 나온 인물을 피할 수가 없었다.
 
나는 순간 발을 멈추려고 했지만, 기세를 다 죽이지 못해, 그 결과 그 사람과 충돌해버렸다.
 
그 사람은 들고 있던 교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뒤로 넘어졌다.
나도 뒤로 넘어질뻔하지만, 어떻게든 멈춰선다.
 
"아야야, 증말 뭐에요!"
"미, 미아………안?"
 
나는 바로 부딪친 사람에게 사과하려고 했지만, 그 목소리가 낯이 있었다.
 
부딪친 상대의 얼굴을 보니, 그 녀석은 내 후배이며, 거기다 이 고등학교의 학생회장인 잇시키 이로하였다.
 
잇시키도 부딪친 상대가 나라는걸 깨달은 모양이다.
 
얼굴으 뿌우 약삭빠르게 부풀리면서 분개한다.
 
"선배! 갑자기 나오지 말아주세요! 소녀만화처럼 저랑 부딪쳐서 사랑이 싹튼다고 생각한건가요! 죄송해요, 확실히 그런거에 동경은 하지만 선배는 무리에요"
 
……제대로 사과하려고 생각했지만, 역시 됐어. 한 순간에 사과할 마음이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동경하는거냐, 그런거. 의외로 소녀인가?
그보다, 만남에 부딪쳐서 사랑이 시작되기는 커녕 사랑이 끝나버리다니 터무니 없는 러브 스토리구만.
뭐, 그런건 죽을만큼 아무래도 좋다.
 
"미안, 잇시키. 나중에 뭐라도 사줄게"
"엑, 선배?! 잠만요!"
 
나는 그대로 잇시키를 지나 보건실로 서두른다.
 
왠지 뒤에서 잇시키가 소리지르는게 들리지만 지금은 유키노다.
 
나는 보건실 앞에 도착해 문에 손을 대고 기세 좋게 열었다.
 
"유키노!"
 
유키노는 의자에 톡 앉아, 다리를 붕붕 흔들면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 표정은 어딘가 쓸쓸해보여서, 그걸 보니 내 마음에 조일듯이 아팠다.
 
주위를 돌아보니, 아무래도 양호 선생님은 지금은 없는 모양이다.
 
유키노는 내 목소리를 듣고, 나에게 얼굴을 돌려 파앗, 얼굴을 빛냈다.
 
"하치만!"
"유키노!"
 
유키노는 의자에서 뛰어내려서 나에게 뛰어든다.
 
나는 팟, 하고 팔을 벌려 가슴 속으로 뛰어들어온 유키노를 받아든다.
 
"유키노……아아, 유키노"
"……하치만, 좀 괴로워"
"앗, 미안해"
 
내가 꼬옥 껴안으니 유키노가 괴롭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황급히 힘을 풀고, 이번에는 유키노를 감싸듯이 살살 껴안았다.
 
"유키노, 쓸쓸했지만 하치만을 제대로 기다렸어"
"그런가, 장해. 과연 유키노야"
"……하치만, 왜 울고 있어?"
 
유키노에게 말을 듣고 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안심해서 무심코 눈물이 나와버린 모양이다.
 
"조금. 나도 유키노가 없는게 쓸쓸해서"
"하치만, 착하지"
 
유키노는 내 머리에 손을 뻗어서 쓰다듬어줬다.
 
그러자, 유키노는 내 뒤를 보고 뭔가를 깨달은것처럼 앗, 하며 소리를 질렀다.
 
"유이!"
 
유키노의 말을 듣고 나는 끼기기긱 천천히 돌아보니, 거기에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유이가하마와 어째선지 잇시키도 있었다.
 
유키노는 내 머리에서 손을 떼어, 타탓 하고 내 뒤에 있는 유이가하마에게 뛰어가 꼬옥, 유이가하마의 다리에 안겨든다.
 
"선배, 진짜로 깨요……"
 
잇시키는 그렇게 말하고 으겍, 하고 기분나쁘다는듯 나를 보고 있다.
 
유이가하마에 관해서는 벌리고 있던 입을 닫고 말없이 나를 빤히 노려본다.
아무말도 하지 않는게 굉장히 무섭다.
 
음-, 여러모로 저질러버렸다. 테헷.
 
이 때, 아마 나는 유이가하마와 잇시키에게 로리콘의 오명을 씌워졌을 것이다.
 
나는 로리콘이 아냐. 단순한 패미니스트야. 라고 호소하고 싶었지만, 얘기를 들어줄 모습이 아닌건 둘의 얼굴을 보고 확실하게 알았다.

:
BLOG main image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fpvmsk) by 모래마녀

공지사항

카테고리

모래마녀의 번역관 (1998)
내청춘 (1613)
어떤 과학의 금서목록 (365)
추천 종합본 (2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
05-21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