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농 - 13. 무슨 소리를 듣든 히키가야 하치만은 전혀 질리지 않는다.
 
 
 
 
 
 
수업이 끝나 SHR도 끝난 방과후.
나는 가방을 어개에 매고 보건실로 가기 위해 급하게 교실에서 나간다.
학교가 끝나 떠들어대는 많은 학생들로 붐비는 복도를 종종 걸음으로 빠져나간다.
 
"힛키! 잠깐만 기다려!"
 
……왠지 뒤쪽에서 유이가하마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나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팍팍 앞으로 나아간다.
 
유키노가 기다리고 있어……그리고 겨우 함께 있을 수 있다.
지금의 나에겐 그것밖에 없었다.
 
"좀, 무시하지마!"
 
미안, 이번에는 무시할게.
나는 유이가하마에게 속으로 사죄하고 조금 달리는 속도를 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뒤로 유이가하마에게 내 손이 잡혔다.
 
내가 돌아보니 유이가하마가 숨을 헐떡이면서 꼬옥 놓지 않겠다는 듯이 내 손을 쥐고 있었다.
 
"야, 유이가하마. 부탁이니까 놔줘"
 
손을 잡히는 부끄러움과 잽싸게 유키노에게 가고 싶다는 이중의 의미로 놔달라고 말했지만 유이가하마는 내 말을 무시하고 하아하아 숨을 진정시키려고 한다.
 
……아무래도 나는 상당한 페이스로 뛰고 있던 모양이다.
 
방금전 점심시간때처럼 누구에게도 부딪치지 않기 때문에 아까보다도 조금 속도를 내릴 생각이었지만, 어느샌가 나도 숨이 차있다는걸 깨달았다.
 
"히, 힛키……유키노짱이…있는 곳에……갈거지?"
"아아, 그런데"
 
유이가하마의 띄엄거리는 말에 나는 수긍하자 유이가하마는 겨우 고개를 들어 나를 노려본다.
 
"그, 그럼, 나도…같이 갈…건데…"
"아니 그치만, 그게 그거니까"
 
아직 숨을 헐떡이며 말하는 유이가하마에게 나는 그만 평소처럼 그렇게 말해서 시치미 떼려고 한다.
 
유이가하마와 함께가서 교실 녀석들에게 이상한 오해받는것도 성가시지만, 그 이상으로 유키노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걸 나는 위험시하고 있었다.
 
……아니 하지만 그렇게까지 신경쓸 일도 아닐지도 모른다.
유키노는 딱히 내것도, 유이가하마의 것도 아니니까.
 
그런식으로 마음에 여유를 가진건 어떤 의미로 아까 유키노가 나에게 한 것이 이유이기도 하다.
 
솔직히 그런 일로 기뻐하는 나 자신은 조금 위험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지금도 내 안에 따뜻한 것이 남아있는것도 사실이다.
 
뭐, 미국에선 딸이 아빠에게 키스하는것도 평범한것 같고, 특별히 신경쓸 일도 아닐 것이다.
나는 미국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유키노의 아빠도아니지만.
참고로 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만!
 
유이가하마는 겨우 숨을 다스렸는지 크게 숨을 후우 내쉬고 입을 열었다.
 
"……어차피 가는 곳은 같으니까 딱히 같이 가도 괜찮잖아. 유키노짱도 우리 둘이 가는걸 기뻐할거라 생각하구"
"……알았으니까 슬슬 손을 놔줘"
 
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 아직도 꼬옥 쥐여져 있는 손을 쳐다본다.
유이가하마도 그에 이끌려 눈을 움직이자 자신이 내 손을 꽈악 쥐고 있다는걸 겨우 깨달은 모양이다.
 
"미, 미안"
 
유이가하마는 화악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내 손을 놓았다.
 
그 반응에 나도 무심코 얼굴이 빨개지는걸 느끼지만, 나는 그걸 보여주지 않듯 유이가하마로부터 등을 돌렸다.
 
"……유키노도 기다릴테니까 얼른 가자"
"으, 응"
 
내가 그렇게 말하고 걸으니 유이가하마도 내 뒤를 따라왔다.
 
 
 
 
 
 
 
보건실에 도착하고 나는 똑똑 가볍게 노크를 한다.
 
아까전의 점심시간때는 별로 냉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크도 하지 않고 열어버렸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제대로 노크를 한다.
 
뭐, 아마 유이가하마에게 제지받지 않았으면 또 노크를 하지 않고 기세 좋게 문을 열었을지도 모른다.
 
왠지 오늘의 나는 묘하게 자제력이 없는것 같다.
이건 어쩌면 유키노……아니, 대천사 토츠카엘이나 코마치엘에 버금가는 대천사 유키노엘의 힘인걸까?
 
너무나도 신성한 귀여움에 내 자제심이 통하지 않게 된걸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아니, 전혀 좋지 않지만 유키노가 귀엽다는걸 생각하고 있으니, 양호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과 동시에 문 너머로부터 토다닥 거리는 귀여운 발소리가 들려온다.
 
나와 유이가하마는 가볍게 얼굴을 마주보고 문에 손을 대고 연다.
 
"하치만!"
 
문을 열자 대천사 유키노엘……이 아니라 유키노가 빛나는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기세 좋게 내 다리에 안겨온다.
 
꼬옥 내 다리를 안는 유키노를 본 순간, 유키노를 껴안고 싶다는 충동이 내 자제심을 빠직빠직 부수려고 한다.
 
이젠………골해버려도 가 아니라, 참지 않아도 되지?
 
마음속으로 나는 누군가에게 묻고 있으니, 유이가하마나 양호 선생님의 눈을 상관않고 나는 위에서 감싸듯이 유키노를 꼬옥 안아줬다.
 
유키노도 나를 거부하지 않고 내 목에 가는 팔을 감아온다.
 
그리고 나는 유키노의 사랑스런 작은 귀에 속삭이듯 말을 했다.
 
"……쓸쓸하지 않았어, 유키노?"
"응, 쓸쓸하지 않았어. 하치만은? 유키노의 주문 효과 있었어?"
"효과 발군이야. 고마워, 유키노"
"에헤헤, 유키노 대단해?"
"아아, 유키노는 정말로 마법사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아니, 마법사가 아니려나?
요정을 잘못말한걸지도 모른다. 엄청 귀여운 요정이다.
 
꼬옥 겨안으면서 서로의 귀에 속삭이듯 말하고 있으니, 등 뒤로 절대영도의 시선을 느꼈다.
 
아마……라고할까 절대로 유이가하마일것이다.
솔직히 지금 시간을 유이가하마에게 방해받고 싶지는 않다.
잔소리든 욕이든 뭐든 들을테니까 조금만 더 이대로…….
 
"앗, 시즈카 언니야"
 
유키노가 문득 내 뒤로 시선을 주며, 기쁘다는 듯이 나의 예상밖의 이름을 말한다.
 
……헤? 시즈카 언니야?
시즈카 언니야는 누구야?
 
내가 아는 시즈카라는 이름의 인물은 언니라는 나이가 아니라, 아라사에 결혼 수시 모집중인 히라츠카 선생님 뿐이다.
 
앗, 그치만 그러고보니 내가 유키노에게 아줌마라고 불리는 불쌍한 히라츠카 선생님을 위해 유키노에게 언니라고 부르도록 일러뒀지.
 
그걸 떠올리고 나는 등 뒤에 오싹한걸 느끼고, 나는 천천히 유키노의 시선쪽으로 돌아본다.
 
뒤를 돌아보니 등 뒤에 반야를 구현화시키는 히라츠카 선생님이 얼굴에도 귀신같은 형상을 띄우며 서 있었다.
 
어라-? 왠지 히라츠카 선생님의 뒤로 반야가 보이는데요-? 저건 히라츠카 선생님의 스탠드려나-?
라며 나는 현실도피를 하려고 하는 머리를 황급히 현실로 되돌린다.
 
"히, 히라츄카 션솅님?"
 
나는 엄청난 공포에 바들바들 씹어버렸다.
나는 순간 방어본능으로 인해 얼굴을 유키노 쪽으로 돌리고 히라츠카 선생님의 마의 손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유키노를 내 몸에서 떼어놓으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유키노를 떼어놓으려고 해도 유키노는 "시러-!"라고 외치면서 전혀 떨어지려고 하지않는다.
 
…유키노가 그렇게 말해주는건 기뻐! 기쁘지만, 부탁이니까 지금은 떨어져줘! 위험하니까!
 
눈물을 머금으며 나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유키노를 쳐다보고, 나는 가슴속에 따끔한 통증을 느꼈다.
 
그걸 보고 나는 유키노를 떼어놓는걸 포기했다.
……이제 됐나. 어차피 죽을거면 유키노를 힘껏 껴안고나서 죽고 싶다.
……마지막 순간까지 유키노랑 같이 있고 싶어.
 
그렇게 결심한 나는 유키로를 떼어놓는걸 그만두고 무릎을 지면에 대고 유키노의 등에 팔을 감았다.
그대로 꼬옥 유키노를 끌어안았다.
 
자! 어때! 죽일거면 단번에 죽여줘!
나는 유키노를 껴안은채 전혀 조금도 요만치도 후회하지 않아!
 
"유키노, 미안하지만 히키가아햔테서 떨어져주지 않을래? 잠깐 히키가야랑 대화하고 싶은게 있어"
 
그러자 히라츠카 선생님의 다정한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어? 화 안났나?
왠지 방금전의 히라츠카 선생님으로부터는 분노의 오러밖에 못 느꼈는데…….
 
히라츠카 선생님의 말에 유키노는 뚱해져서 입을 뾰족이고, 내 머리를 끌어안고, 감싸듯이 껴안는다.
 
"시즈카 언니야도 유키노한테서 하치만을 뺏는거야?"
 
그 말에 나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버린다.
유키노……그렇게나 나를……지금 너무 행복해!
 
"아니, 아무도 너한테 히키가야를 뺏지 않아. 그저 히키가야하고 조금 할 얘기가 있는것 뿐이야. 끝나면 제대로 돌려줄게. 그러니까 유이가하마 언니랑 같이 부실에라도 가주지 않을래?"
 
히라츠카 선생님은 그렇게 달래듯이 유키노에게 말하자 이윽고 유키노는 불만스러워하면서도 나한테서 팔을 놓았다.
 
그리고 토닥토닥 히라츠카 선생님의 뒤에 겁에 질려있던 유이가하마에게 뛰어간다.
 
어? 그렇게나 쉽게 떨어져가는거야?
 
"히키가야, 열쇠"
 
방금전의 다정한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지 히라츠카 선생님은 더블 니들 급의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앗, 역시 화났어.
나는 말없이 끄덕이고 열쇠를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건낸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그걸 유이가하마에게 건내고 문을 천천히 닫았다.
 
마지막으로 보인 유키노의 쓸쓸해보이는 얼굴을 본 나는 각오를 굳히고 일어섰다.
 
확실히 나는 이걸로 죽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겠어.
내 귀가를 기다리는 유키노를 위해서도.
히라츠카 선생님은 숨을 후우 크게 내쉬고 희번뜩거리며 나를 노려본다.
 
"자, 히키가야. 너는 지금의 유키노시타에게 이상한 짓을 하지 않겠다고 그때 말하지 않았나?"
"히라츠카 선생님……죄송해요"
"……너도 썩어도 인간이고 남자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유키노시타에겐 안 되잖느냐. ……뭔가 남길 말은 있느냐?"
 
히라츠카 선생님의 말에 나는 조용히 끄덕였다.
이것만큼은 말 안하고선 안 된다.
 
"……네. 그게… 히라츠카 선생님. 아무리 상대가 없다고해도 저랑 유키노에게 질투를……"
"충격의! 퍼스트 블릿트으으으!"
 
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내 배에 히라츠카 선생님이 퍼억 꽂혔다.
 
내 몸은 천천히 무너지면서, 흐려져가는 의식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아아, 좀 더 유키노랑 있고 싶었어어.
 
 
 
 
 
 
 
 
 

 
 
나는 학생 지도실에서 선생님에게 유키노의 상황보고(반쯤 설교)를 끝내고 복도로 나왔다.
 
전반은 거의 설교였지만 후반의 상황보고는 그저께와 마찬가지로 거의 유키노에게 변화가 없었으므로, 어제 유키노와 보낸것을 주로 설명했다.
 
내가 유키노와 보낸 시간을 말하는 동안, 히라츠카 선생님의 나를 보는 눈이 서서히 위험한 인물을 보는 눈이 되어갔던 느낌이 들지만,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교실에서 나와 굳어있던 몸을 쭈욱 크게 핀다.
그것과 동시에 등쪽에서 뻑뻑 마디음이 들려온다.
 
숨을 내쉬면서 힘을 풀어, 나는 유키노가 기다리고 있는 부실로 가기 위해 걷기 시작한다.
 
결국 이래저래, 유키노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낭비해버렸다.
 
모처럼 오늘은 부화롱을 쉬고 유키노와 마을이라도 돌아다니려고 했는데……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못을 박히고 말았다.
 
봉사부의 부장인 유키노시타가 저런 상태니까 부활동도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정면에서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흔들폭신 빗치, 잇시키 이로하의 모습이 보였다.
 
잇시키도 나를 눈치챈 모양이다.
있다, 라고 하며 타탓 나에게 뛰어온다.
 
"선배! 지금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마침 봉사부로 가려던 참이에요. 같이 가요-"
"우엑"
"우엑이라니, 뭐에요. 우엑이라니"
 
무심코 소리가 새어나와버렸다.
잇시키는 내 반응에 나를 입술을 뾰족이며 뚱하게 삐친드한 표정을 짓는다.
 
……그치만 말야.
잇시키의 의뢰는 학생회 관련 뿐이라서 솔직히 말하자면 무지 귀찮다.
 
거기다 오늘은 유키노랑 같이 있고 싶고.
그 불만이 표정에 다 드러났던거겠지.
 
잇시키가 새침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또 유키노시타 선배를 생각한거에요-?"
"따, 딱히 생각 안 했어"
"……선배, 정말로 그런 성격이었어요? 유키노시타 선배가 작아져서 이상해졌어요?"
"……이상한게 뭐가 나쁜데. 괜찮잖냐, 유키노는 진짜로 귀엽고"
"반대로 정색해서 되묻네요. ……진짜 기분 나빠요. 무리에요"
 
내가 정색해서 그렇게 말하니 잇시키는 정말로 기분나쁘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어쩌라고.
부정하든 긍정하든 기분 나쁘다니……나 이제 집에 가도 돼?
좋아, 돌아가자. 유키노랑 같이 집에 돌아가자.
 
"그럼 나는 없어도 괜찮겠네. 나는 유키노랑 집에 돌아갈란다"
"아니, 왜 그렇게 되는거에요. 선배는 딱히 아무래도 좋지만 유키노짱은 데려가면 안 돼요"
"하?"
 
그보다 나는 아무래도 좋구나.
거기에 관해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지만 왜 유키노가 안 되는거지?
 
그러지 잇시키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이래보여도 꽤 아이를 좋아한다구요? 아이는 무척 귀여우니까요!"
 
나왔다. 이 녀석이라면 절대로 말할거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정말로 말할줄이야…….
 
미우라도 하야마에게 써먹었던 아이 귀여워라는 나 귀여워 어필이다.
왜 그걸 나한테 말하는건진 수수께끼다.
그런건 미우라랑 마찬가지로 하야마한테 말해.
이 녀석, 분명히 아직 하야마를 노린다고 생각하고.
 
라고 하고 싶었지만 유키노는 진짜로 귀여우니까, 나는 이 녀석의 말을 기세 좋게 고개를 끄덕인다.
 
"뭐, 확실히 아이는 귀엽지. 그보다 유키노가 귀엽지"
"……왠지 선배가 그렇게 말하니까 무진장 위험하게 들리네요"
 
잇시키가 거수자를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고 말하지만, 아 그래, 라며 나는 잇시키의 말에 적당하게 답변하고 다시 걸어갔다.
 
 
 
 
 
 
 
 
부실에 도착해서 문을 열자, 유키노와 유이가하마가 긴 책상을 사이두고 의자에 앉아있었다.
 
유키노는 지루해보여서 그걸 보고 나는 순간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유키노의 정면에서 어째선지 책상에 고꾸라져있는 유이가하마를 보고 나는 응?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치만!"
 
유키노는 내가 부실에 들어온걸 개닫고, 의자에서 내려와 나에게 뛰어온다.
나는 유키노를 정면으로 받아내고 그대로 안아올리듯이 가볍게 들어올렸다.
유키노는 내 목에 팔을 감아 꼬옥 껴안고, 얼굴을 떼서 나에게 순진무구한 방긋 웃는 미소를 지어준다.
 
"하치만! 어서와!"
"다녀왔어, 유키노. 그런데 유이가하마는 왜 저래?"
"으응? ……몰라. 유키노, 유이랑 오셀로 했어. 그래서 유키노가 오셀로로 이기니까 유이가 이렇게 됐어"
"………그런가"
 
유키노의 설명에 나는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유키노를 안은채로 유이가하마에게 걸어가 들여다본듯 쳐다본다.
 
유이가하마의 앞에 있는 오셀로 판은 검은색 일색이었다.
 
우리들 뒤에 따라오고 있던 잇시키도 모든 돌이 검은색으로 뒤집힌 오셀로를 보고 우왓, 하며 동정으로 가득찬 목소리를 지르고 있다.
 
나도 5살아이 유키노에게 진 유이가하마에게 비애로 가득찬 시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 녀석, 유키노에게 또 졌나.
내 상상이지만, 유이가하마는 유키노와 놀기 위해 집에서 장난감을 여러가지로 갖고 왔을 것이다.
 
책상 위에는 유이가하마의 가방이 놓여있고, 거기에서 젠가 등의 장난감도 나와있다.
 
이 중에서 굳이 머리를 쓰는 오셀로를 선택한건 저번주에 유키노시타가 작아진 날의 설욕을 하기 위해서였던걸까?
 
그래서 오셀로를 검은색으로 전부 뒤집혀서 훌륭하게 완패해버린거냐, 이 녀석.
전부 뒤집히는 점은 게임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걸텐데…….
 
나는 아마 내가 가까이 있다는걸 눈치챘을 유이가하마에게 말을 건다.
 
"야, 유이가하마"
"……힛키"
 
유이가하마로부터 돌아오는 목소리도 기분탓인지 비약하고 조금울것 같다.
 
그 목소리를 듣고 나로서는 깊게 유이가하마에게 동정하고, 드물게도 다정한 목소리로 달래려고 한다.
 
"……그, 그게 너무 신경 쓰지마. 지금 유키노는 확실히 5살 아이지만, 너보다는 절대로 머리 좋으니까"
"응, 확실히 그러네…아니, 그거 전혀 위로하는거 아니거든!"
 
유이가하마는 그렇게 소리지르며 분노로 새빨개진 얼굴을 든다.
부정하지 않는다는건 인정하는건 인정한다는거구만, 이 녀석.
 
"아니 그치만 너 바보고 말야. 공부라던가 제대로 가르치면 지금 유키노가 절대로 너보다 성적 좋을거라고 생각해"
"우으……아, 아직 한번밖에 안 졌거든! 이번에는 젠가로 승부하자, 유키노짱!"
 
앗, 이 녀석 머리로는 이길 수 없으니까 머리를 쓰지 않는 게임을 말했다. 얼마나 유키노에게 이기고 싶은거야, 이 녀석.
 
유이가하마는 가방을 뒤적거리며 젠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방에서 젠가를 꺼내들자, 아무래도 우리들의 뒤에 있던 잇시키를 깨달은 모양이다.
앗, 작은 목소리를 내며 우리 뒤를 들여다본다.
 
"어라? 이로하? 왜?"
"어음, 일단 봉사부에 의뢰가 있어서 왔는데요……"
"앗, 그렇구나. 그치만 지금 유키농은 아이구. 힛키, 이 경우에는 어떡해?"
"아니, 몰라. 나는 집에 가고 싶은데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들키면 무섭고. 뭐, 일단 얘기는 들어보자고"
"그러게. 그럼 이로하, 앉아 앉아"
 
유이가하마는 내 말에 끄덕이고 오셀로랑 젠가를 가방에 집어넣고 잇시키에게 의자에 앉게 권한다.
 
나도 유키노를 천천히 바닥에 내리고 의자를 평소 정위치로 가져와서 앉는다.
 
거기에 유키노는 이영차, 하며 내 다리를 타고 올라, 내 무릎위에 자못 당연하게 앉는다.
 
어라? 이상하지 않아? 라고 생각해서 유키노에게 고개를 돌린다.
 
"유키노? 왜 내 무릎 위에 앉는거야?
"……하치만, 싫었어?"
"아니 전혀 싫지 않고 나쁘지도 않아"
 
유키노의 불안해보이는 얼굴을 보고 나는 고개를 붕붕 저으며 즉답한다.

그러자 유키노는 방긋 만면의 미소를 짓는다.
 
"아자-. 하치만, 하치만♪"
 
내 가슴에 뺨을 비비는 유키노의 머리를 오빠 스킬이 자동발동해서 나는 껴안으면서 유키노의 머리를 착하지 착해, 라며 쓰다듬어준다.
 
……왠지 생각했지만, 유키노의 스킨쉽이 과잉해진것 같다.
전에는 앉아있어도 내 옆이었는데……내 무릎 위라니.
아니 뭐, 엄청 기쁘니까 딱히 상관없지만.
 
그런 우리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이가하마와 잇시키는 이거야원, 하며 기막힘을 넘어 체념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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