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농 - 15.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한없이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응석부려온다.
 
 
 
하루노 씨의 수수께끼 행동 덕분에 몸이 굳어버렸지만 이윽고 그것도 풀려서 나는 방으로 돌아와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거실로 가니 즐거운듯이 하루노 씨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빙글 거실을 돌아보지만 유키노와 코마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코마치는 아마 공부한다고쳐도 유키노는 어디일까?
 
하루노 씨는 내가 거실에 들어온걸 깨달았는지 이쪽을 돌아보며 생긋 미소짓는다.
 
왜 이 사람은 아까전에 나한테 그런 짓을 해놓고 저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 있어?
 
이제 이건 강화외골격이 아니라 모빌수트잖아.
하루노 씨는 이쪽을 쳐다보는 상태로 요리를 하는 손을 멈추지 않고 입을 연다.
 
"하치만,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밥 다 돼. 소파에 앉아서 기다려줘"
"알겠어요. 그런데 하루노 씨, 유키노는요?"
"어? 방금전까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루노 씨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돌아본다.
 
나도 하루노 씨와 마찬가지로 부엌까지 걸어간다.
 
그러자 갑자기 부엌 그늘에서 작은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왓!"
"우옷"
 
나는 무심코 소리를 지르며 움찔 몸을 띄운다.
 
뛰어나온 그림자의 정체는 빙그레 짖궂은 표정을 지은 유키노였다.
 
나는 그걸 보고 하아, 살짝 한숨을 쉰다.
 
내 반응을 보고 하루노 씨도 쿡쿡 입을 손으로 막으며 웃고 있다.
 
이런 하루노  씨의 모습을 보면 아마 방금전의 행동은 하루노 씨의 연기였던 거겠지.
 
유키노는 내 반응에 만족스런 모습으로 하루노 씨에게 다다닷 다가간다.
 
"유키노, 대성공이네"
"응!"
 
이예이-! 유키노와 하루노 씨는 하이터치를 하고 있다.
아니, 유키노가 작으니까 하루노 씨가 웅크려 앉아서 낮은 위치에서 하니까 로우터치인가.
 
그런 아무래도 좋은건 둘째치고, 이 사람들 뭐하는거야.
 
정말로 유키노가 이 모습이 되고나서 사이 좋구만, 이 자매.
정말이지……부럽다고 하면 부럽다.
 
"하루노 씨……유키노랑 뭐하는거에요?"
"후훗, 맨날 불퉁한 하치만을 놀래켜주자고 생각해서"
"그런가요"
 
이 사람은 앤가.
아니, 지금 유키노는 정말로 애지만.
하루노 씨는 내 반응을 보고 풀썩 어깨를 떨구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하아-, 정말로 불퉁하네. 유키노에겐 그렇게 솔직하면서……. 하치만? 나한테도 사양하지 말고 솔직해져도 된다고? 팍팍 어리광부려도 된다?"
"아니, 안 부릴건데요"
 
이 사람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아니, 정말로 응석 안 부릴건데요?
 
그러니까 팔을 벌려도 절대로 안 갈거거든요.
 
나는 팔을 벌리고 있는 하루노 씨를 무시하고 소파에 앉아 몸을 기댄다.
 
하루노 씨는 부-부- 거리며 불평을 했지만 바로 저녁 준비로 돌아갔다.
 
내가 소파에 앉으니 바로 유키노는 내 무릎 위로 기어올라와 이쪽을 빤히 쳐다본다.
 
"하치만, 약속"
"하? 앗, 그렇지. 미안"
 
순간 잊고 있었다.
유키노가 말하는 약속이라는건 케이카에게 과자를 양보하는 대신에 오늘 하루 유키노가 하는 말을 뭐든지 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보다 잘 생각해보면 케이카에게 과자를 반 나눠받았았으니까 이제 된거 아냐? 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모양이다.
 
유키노는 므- 하며 입술을 뾰족이면서도 나에게 머리를 툭 기대온다.
 
확실한 무게를 느끼는것도 잣미, 유키노는 내 가슴에 뺨을 비비적 비벼왔다.
 
"하치만, 쓰다듬어줘"
"네네"
 
뺨을 문지르면서 유키노가 툭 중얼거린다.
그걸 듣고 나는 유키노의 지시대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냐앙-"
 
눈을 가늘게 뜨며 기분 좋다는듯이 고양이 같은 소리를 내는 유키노에게 무의식중에 입가가 히쭉 풀어지는걸 필사적으로 참는다.
 
파, 파괴력 쩔어.
뭐야 이 귀여운 생물은.
최종병기 유키농이야, 진짜로.
 
나는 평소 코마치가 애완동물 카마쿠라에게 해주는것처럼 턱 주위를 가볍게 긁듯이 쓰다듬어본다.
 
그러자 기대한대로 유키노는 고롱고롱 고양이처럼 목을 울린다.
 
시험삼아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어서 여름방학 이후로 별로 쓴적이 없는 고양이 통역기라는 어플을 기동해본다.
 
아직 기분 좋은듯이 냥- 거리는 유키노에게 스마트폰을 갖다대니 삐로링♪ 경쾌한 소리가 난다.
 
『……하치만 정말 좋아해』
 
……저어밀도 장난 아냐. 이제 이게 애용해버리자!
 
내가 다정한 손길로 쓰다듬을 하고 있으니, 마침내 유키노는 몽롱한 눈빗츨 지으며 내 무릎 위에 둥글어지기 시작했다.
 
정말로 고양이 같네, 이 녀석.
예전 유키노시타도 고양이 같다고 생각했던때도 있었지만……작아져도 변함없다.
 
그보다 집에 고양이 귀 없었나?
만약 없으면 다음에 동키에서 사두자.
그리고 유키노에게……그리고 토츠카에게도 씌우자.
 
내가 굳게 그렇게 결의하고 있으니 유키노가 화끈 뺨을 붉히며 몸을 일으켜서 나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가볍게 내밀었다.
 
"……하치만, 쪽 해줘"
"헤?"
 
유키노의 말에 나는 얼빵한 소리를 내버린다.
아니, 뭐든지라고는 했지만 거기에 쪽은 좀…….
 
뺨이나 이마라면 오케이지만, 지금은 하루노 씨가 있으니까.
 
저녁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런 모습을 보이면 얼마나 놀림당할지 모르니까.
 
"……하치만, 약속"
 
하지만 나에게는 뿌우 볼을 부풀리며 뽀뽀를 호소하는 귀엽고 귀여운 공주님을 거스를 수가 없었다.
 
나는 하아, 한숨을 쉬고, 유키노의 뺨에 손을 대고 유키노의 부드러운 뺨에 쪽, 키스를 한다.
 
"좀 더……해줘"
 
내가 얼굴을 떼기 전에 유키노가 내 손에 작은 손을 더하며 올려다보며 나를 쳐다보고, 그리 졸라온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부끄러우니까 그만해라고 할 녀석이 과연 있을까?
……아니 없다.
……있을리가 없지!
 
나는 머리카락을 올려 이마에, 그리고 반대쪽 뺨에, 조금 장소를 바꾸어 눈꺼풀에, 라는 느낌으로 유키노의 얼굴에 입맞춤을 해간다.
 
어디의 에로게임이야 이거? 라며 자신의 지금 상황이 본격적으로 위험한 영역에까지 떨어져가는거러 자각한다.
 
하지만 그것과 비례하듯이 유키노의 호감도는 올라가고 있으니까 간단하게 멈출 수가 없다.
 
유키노가 기뻐하기 때문이다.
 
응,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면, 새삼 보면 지금 나는 단순한 변태인걸.
 
"쪽……"
 
유키노의 눈동자는 취한듯이 초점이 맞지 않는다. 그리고 작은 손을 내 뺨으로 뻗는다.
순간, 내 뺨에 부드러운 감촉이 닿는다.
 
그 감촉을 느낄 틈도 없이, 유키노는 다음으로 반대쪽 뺨, 이마, 그리고 얼굴을 조금 들어 눈썹에, 내가 한곳에 답례라는 느낌으로 입맞춤을 한다.
 
나는 키스 받을때마다 이성이 무너져가는걸 안다.
유키노가 마지막으로 눈을 감고, 아마 내 입술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가져온다.
 
나는 유키노에게 얼굴을 잡힌 탓에 고개를 치울 수가 없다.
아니, 치우려고 하면 힘을 써서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라고 해도 좋을만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조금만 더 있으면 입술이 닿아버린다.
……그런데서 뒤에서 내 목에 팔을 감기고, 그 손으로 인해 유키노의 입이 밀렸다.
 
"내가 보지 않은 사이에 유키노랑 뭐하고 있는거야-? 하치만?"
"하, 하루노 씨?"
 
내가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돌아보니 눈 앞에 생글생글 웃고 있는 하루노 씨의 만면의 미소가 있었다.
 
……하지만 왜일까?
그 미소를 보고 있어도 마음이 치유되지 않는건?
 
마침내 나는 유키노의 미소가 아니면 치유받지 않게 되어버린걸까?
 
아니, 그런건 아닌 모양이다.
단순히 하루노 씨의 미소는 눈이 전혀 웃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 무서워.
 
지금 하루노 씨는 방금전의 히라츠카 선생님하고는 다른 박력이라고 할까 무서움이 있다.
 
"유키노, 밥 다 됐으니까 코마치 불러와줄래?"
"에-"
"에- 가 아니야. 코마치도 공부 열심히 해서 배고플테니까 빨리 가줘"
 
응? 하고 하루노 씨는 유키노의 콧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툭 건드리고 말을 들려준다.
 
"므-, 하치만"
"유키노"
"……알았어"
 
유키노는 삐친듯한 표정을 짓지만 살짝 끄덕잉고 내 무릎 위에서 뿅 뛰어 내린다.
 
"갔다오는 김에 손도 씻고와-"
"네에-"
 
하루노 씨는 유키노에게 말을 하고, 유키노는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대로 유키노는 다다닥, 방에서 나갔다.
 
……어? 그렇게 쉽게?
 
그보다 왜 하루노 씨나 히라츠카 선생님이 하는 말은 간단하게 듣는거야?
 
"그건 네가 지금 유키노에게 너무 무르니까 그래"
"제 생각을 읽지 말아주세요"
"입으로 나왔는데?"
 
진짜냐-. 아니 뭐, 딱히 상관없지만. 하루노 씨가 말하는것도 사실이니까.
 
토토톡, 계단을 가볍게 오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조용한 거실 속에 유키노가 계단을 올라간걸 확인하자, 하룰노 씨는 나한테서 팔을 떼고, 소파를 돌아와 내 옆에 앉는다.
 
묘하게 가까운건……그거다, 기분 탓이다.
 
어깨가 닿는건 물론 하루노 씨가 내 어깨에 머리를 툭 올리고 있는것도 기분 탓이겠지.
 
……기분 탓이 아니야.
이 사람 뭐하는거야-?
 
"저기……하루노 씨?"
"유키노한테 그런 짓을 한다면, 물론 나한테도 해줄거지? 하치만?"
 
하루노 씨는 내 어깨에 머리를 올린채로 이쪽을 쳐다보며 그렇게 말한다.
 
눈 앞의 하루노 씨는 동그런 큰 눈동자, 매끄러운 피부.
하루노 씨는 생긋 미소지으며 응-? 하고 다가온다.
 
너무 얼굴이 가까워서 나는 바로 얼굴을 피해버린다.
 
어, 어떻게 되면 그런 이론이 되는거야.
 
거기다 지금 내 행동은 유키노에게는 약속이 있으니까 했던……거라고 생각한다.
 
……왠지 스스로 생각해놓고 자신이 없어진다.
 
아까 나를 움직이고 있던건 과연 약속에 대한 의무뿐인가?
 
아니면 단순히 유키노가 아주 귀여워서 인가?
 
일단 말없이 이쪽을 쳐다보는 하루노 씨를 떼어놓지 않으면 심장이 두근두근! 해서 위험하다.
 
"하, 하루노 씨, 일단 떨어져주세요"
"시러"
 
시러라니, 애냐고.
왠지 하루노 씨가 또 유아화했다.
 
"하치만이 쪽 해주면 떨어져줄게"
 
아니, 그건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거랑 같은 의미죠?
나같은 체리 보이가 그런게 가능할리가 없잖아?
 
몇 번이나 말하지만 지금 유키노는 5살 어린애다.
 
그러니까 뭐, 아슬아슬하게 괜찮다고 생각한다. 근거는 전혀 없지만.
 
하루노 씨에게 대해서는 방금전까지 전혀 기능하지 않았던 이성도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다.
 
이 사람은 이런걸 농담으로 말한다.
나를 놀리는것 뿐이다.
기대도 망상도 안 한다. 희망은 품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해야할 말은 정해져있다.
 
"그렇게 놀리지 말아주세요. 제가 아니었다면 착각한다구요?"
 
그 말을 들은 순간, 하루노 씨는 어깨에서 얼굴을 떼어, 기막힌다는 듯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하치만은. 이렇게까지 그거라면 예전 유키노랑 가하마의 마음도 알겠어"
"어, 어째서 거기서 그 녀석들이 나오는거에요?"
"……말로 해도 모른다면 행동으로 보여줄게"
 
뭘? 하고 묻기 전에 하루노 씨가 천천히 얼굴을 가져온다.
 
다가오는걸로 하루노 씨와 눈이 마주친다.
 
평소라면 바로 피할 하루노 씨의 눈동자에서 나는 눈을 피할수가……도망칠 수가 없다.
 
그보다, 얼굴을 꽉 손으로 잡고 있어서 어쨌든 눈을 피할 수가 없다.
 
하루노 씨의 눈동자 속에서 어딘가 결의와 같은 것이 보인다.
그 결의같은 것에 쏘아보여져서 내 몸은 얼어붙은듯이 굳어버린다.
 
희미하게 뺨은 붉어지고, 매끄러운 입술이 눈에 들어와 싫어도 눈이 그쪽으로 향해버린다.
 
하루노 씨의 촉촉한 입술이 천천히 말을 잇기 위해 움직인다.
 
"……너는 이렇게까지 당해도, 아직도 내가 놀린다고 생각해?"
"아니 그치만……"
"네가 호의에 민감하고 겁쟁이인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나는………뭐일까?
 
그 후의 말을 하루노 씨는 말하지 않았다.
 
하루노 씨는 말을 꾹 삼키고, 다시 얼굴을 가져오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다가오는 하루노 씨의 눈동자에 비치고 있는건……나였다.
 
그때, 내 눈 앞에 불퉁해진 얼굴의 유키노가 억지로 몸을 끼어넣어서 확 밀어서 나와 하루노 씨 사이게 거리를 벌렸다.
 
나도 하루노 씨도 갑작스런 일에 눈을 둥글게 뜨며 어리둥절해한다.
 
"유, 유키노?"
 
유키노는 불퉁해진채로 빙글 돌아 하루노 씨를 쳐다본다.
그리고 팔을 뻗어 내 머리 뒤로 감아, 꼬옥 자신의 아담하다고 할까 지금은 완전히 도마인 가슴쪽으로 꼬옥 껴안는다.
 
"하치만은 유키노꺼야. 언니한테도 절대로 안 줘"
 
유키노의 그 말에 처음에는 눈을 끔뻑거리고 있떤 하루노 씨였지만, 이윽고 씨익 입가를 올린다.
 
"……헤에, 지금 유키노는 정말로 솔직하네. 하지만 언니랑 하치만은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어. 지금만큼은 하치만을 양보해주지 않을래?"
"절대로 싫어. 왜냐면 하치만이랑 약속했는걸. 오늘은 유키노의 부탁 뭐든지 들어준다고. ……언니, 하치만을 뺏으면 언니 싫어할거다?"
 
유키노가 눈동자에 눈물을 조금 머금고 하루노 씨에게 그렇게 말하자, 하루노 씨는 분하다는듯이 하면서도 꾹 입을 다물었다.
 
생각했던것보다도 쉽게 입을 다물어버린 하루노 씨에게 나는 조금 놀랬다.
 
어라? 설마 하루노 씨, 지금 유키노에게 미움사고 싶지 않은건가?
 
예전 유키노시타에게 미움사도 좋을 정도로 여러가지로 했는데.
 
그만큼 지금 유키노가 귀여운건지 아니면 실은 지금도 옛날도 유키노에게는 미움사고 싶지 않은건지.
 
전자는 당연하고. 후자에 관해서는 솔직히 아무말도 할 수 없다.
 
……뭐, 아무래도 좋으니까 빨리 나를 풀어줬으면 싶다.
 
아까부터 되게 뜨거운 얼굴을 빨리 식히기 위해 얼굴을 씻으러 가고 싶다.
 
하지만 유키노와 하루노 씨는 둘 모두 빤히 쳐다본채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왜 안 움직이는거야? 아이컨택트라도 하는거야? 서로 통해?
 
"우와아……"
 
그런 둘 사이에 끼인 나를 보고 있었는지 동생인 코마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거기에 목을 어떻게든 움직여서 시선을 돌리려고 하지만, 유키노에게 꼬옥 안겨서 목을 움직일 수도 없다.
 
"……코, 코마치가 못본 사이에 되게 재미……가 아니라 포인트 높은 짓을……오빠, 꽤 하네"
 
아니, 그 감탄했다는 느낌으로 칭찬 안 해도 되거든.
 
보고 있다면 도와줘.
 
"오빠, 코마치도 이 상황은 어떻게 할 수 없어"
 
코마치는(아마) 고개를 휙휙 흔들고 단념하라는듯이 말한다.
 
그러니까, 생각 읽지마.
내 주위에는 에스퍼가 잔뜩 있어?
 
"오빠는 알기 쉬우니까아. 앗, 그치만 이건 코마치가 오빠를 정말 좋아하니까 그런거라구? 이거 코마치 기준으로 포인트 높아!"
 
생각이랑 대화하다니, 너 뭐야?
 
그리고 허망하게도 내 바람은 20분 후에야 겨우 이루어졌다.
 
 
 
 
 
 
 
 
 
 
 
저녁식사 후, 나는 혼자서(이때도 유키노는 약속을 행사하려고 했지만 그건 역시 전력으로 부탁해서 포기하게 했다) 목욕을 하고 거실로 돌아왔다.
 
"……유키노?"
 
이 녀석, 뭐하는거야?
 
유키노는 리본이 많이 그려진 귀여운 파자마를 입고, 거실 소파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주위에는 하루노 씨나 코마치의 모습도 없고, 그저 유키노가 혼자 있었다.
 
하루노 씨는 어디 간걸까?
 
코마치의 방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유키노를 혼자 둔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아니, 하지만 지금 하루노 씨는 어쩔 수 없는걸지도 모른다.
 
내 목소리를 들은 순간, 움찔하며 유키노의 몸이 미미하게 움직였다.
 
나는 소파까지 걸어가서 유키노의 앞에 무릎을 대고 얼굴을 들여다본다.
 
유키노는 천천히 무거운듯이 눈꺼풀을 뜬다.
하지만 내 모습을 보자 큰 눈이 번쩍 뜨이며 몸을 일으켰다.
 
"하치만!"
"……이런데서 자면 감기 걸린다? 하루노 씨랑 코마치는?"
"으응? 코마치는 공부한대……언니는 몰라"
"너는 아직도 화난거야?"
 
고개를 홱 돌리며 딱 봐도 기분 나빠하는 유키노에게 무심코 나는 쓴웃음을 지어버린다.
 
아까전에 유키노와 하루노 씨의 무언의 눈싸움은 유키노의 "정말 싫어!" 한 마디로 끝을 맞이했다.
 
남에게 무르다고 해놓고 자기도 상당히 무른 하루노 씨는 평소라면 바로 꺾여서 지금의 유키노가 하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유키노의 글썽거리는 눈동자에 한때는 겁을 먹은 하루노 씨는 그래도 물러나려고 하지 않았다.
 
결과, 유키노는 펑펑 울며 거기에서 나온 유키노의 한 마디로 하루노 씨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그건 정말로 아연했었다.
그런 하루노 씨의 얼굴은 처음 봤다.
 
아니, 마음은 굉장히 잘 안다. 나도 경험이 끝났으니까.
그건 들은 순간 정신적인 대미지가 장난이 아니다.
 
미움받는데 익숙한 나마저도 엄청난 대미지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솔직히 하루노 씨의 대미지는 상상할 수가 없다.
 
그 후에 식사도 아무도 한 마디도 하지 않은채 묵묵히 식사를 하는 어색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하루노 씨는 젓가락에서 밥을 툭툭 떨어뜨렸고.
유키노도 억지부리며 하루노 씨를 보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식사후, 하루노 씨는 휘청휘청 위태로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버렸다.
 
뒷정리는 코마치와 내가 하고, 평소라면 하루노 씨가 하는 유키노를 욕실에 들이는 역할도 코마치가 해줬다.
 
……순전히, 이미 코마치의 방에서 자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왜 유키노는 깨어있는…아니, 거의 자고 있었지만 거실에 있었다.
 
"유키노, 왜 여기에 있는거야?"
"므-. 하치만, 약속"
"하? 아직도 뭐 해줬으면 하는거 있어?"
"응. 하치만……같이 잘래?"
 
눈을 비비며 올려다보기로 쳐다보는 유키노에게 나는 "어쩔 수 없네"라고 하면서 유키노의 머리 위에 손을 톡 올린다.
 
내심은 엄청 기뻤지만, 하루노 씨도 그 전의 일로 별로 표면상으로 기뻐할 수 업서다.
 
유키노도 역시 하루노 씨를 신경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증거로 내가 승낙했는데 기뻐하는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평소엔 하루노 씨랑 같이 자니까, 이 녀석.
 
내일 화해하게 해줄까.
나는 답지도 않게 그렇게 생각했다.
 
무서우니까 예전 유키노시타와 하루노 씨의 사이를 고치는건 사양이다.
 
하지만, 지금의 유키노와 하루노 씨가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면 내 기분도 나쁘다.
 
왠지 원인은 나 같으니까.
이 경우엔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마음먹고 유키노의 손을 자바고 내 방으로 돌아간다.
 
방으로 돌아와, 나는 저도 모르게 방 안에 있는것에 놀라고, 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왜냐면 내 침대 위에 머리부터 이불을 뒤집어쓴채 쪼그려 앉아, 주눅들어있는 잠옷차림의 하루노 씨가 있었던 것이다.
 
하루노 씨는 우리가 들어오는걸 보고, 고개를 홱 돌리며 이불을 깊게 뒤집어썼다.
 
반항기냐고. 이 사람도 정말로 애같구만.
 
"유키노"
 
나는 유키노의 이름을 부르고 유키노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유키노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조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느 유키노에게 나는 질문을 하나 한다.
 
"있잖아, 유키노. 만약 내가 유키노를 싫어한다고 하면 어떡할거야?"
 
스스로 말해놓고 이건 꽤 심술궂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입욕중에도 조금 생각하던 일이다.
 
유키노는 처음에는 내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하치만은 유키노를 싫어해?"
 
라고 착각해서 순식간에 눈가에 눈물을 머금으며 울려고 한다.
 
이렇게 되는건 예상했다.
 
그러니까, 그에 대해 나는 다정한 미소로 대답해준다.
 
"……아니야, 유키노. 만약의 얘기야. 애시당초, 내가 유키노를 싫어할리가 없잖아? 나는 유키노를 정말 좋아해"
"정말로?"
"정말이래도. 그런데 유키노. 네가 나한테 싫다고 들었을때 지금, 굉장히 슬퍼졌지?"
"……응"
"그걸 너는 하루노 씨에게도 말한거야. 그러니까 하루노 씨는 상처입어서 이렇게 됐어. 알겠어?"
 
이번에는 내 질문에 유키노는 끄덕이며 말없이 수긍했다.
 
나는 허리를 낮춰서 유키노의 시선에 맞추고 가만히 유키노의 눈을 쳐다본다.
 
"……알겠어? 유키노. 말은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수단이기되 해. ……하지만, 그건 남을 깊게 상처입히기도 해. 계쏙 여기가 아픈 상처를 상대에게 남기게 돼"
 
나는 가슴을 가리키면서 그렇게 말한다.
 
정말로 답지 않다.
 
이런 어디의 아버지 같은 설교를 하는건.
 
거기다 지금 유키노에게는 어려운걸지도 모른다.
예전 유키노시타가 이해하고 있던 것을, 지금 유키노도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아는 것이다.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다.
말이 없으면 모른다.
말은 감정을 전하는 수단이니까.
 
하지만 전한 말이 남을 상처입힐지도 모른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영원히 망가져버리는 것도 있다.
 
"……그러니까, 유키노. 정말 싫다고 하는건 그만해. 나도 하루노 씨도 유키노를 정말 좋아해. ……정말 싫다고 듣고 싶지 않아"
 
그건 어딘가 간원하는걸로도 들릴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상 바라고 있고 원하고 있는 것이다.
 
남에게 부탁을 기대하는건, 추하다고 생각하고 부끄러워해야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아마 하루노 씨도 지금 유키노에게는 미움사고 싶지 않았다.
 
유키노의 입에서 싫다는 말은 두번 다시 듣고 싶지 않았다.
 
이윽고 유키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았어"
"좋아. 그럼 하루노 씨에게 사과할까"
"응. 그치만, 하치만……"
"알았어. 약속은 제대로 지킬게. 그러니까, 다녀와"
 
등을 가볍게 밀어주자 유키노는 터벅터벅 하루노 씨에게 다가간다.
 
침대를 기어올라가, 하루노 씨가 두르고 있는 내 이불을 잡아당긴다.
 
"……언니, 정말 싫다고 해서 미안해. 유키노, 언니 정말 좋아해?"
 
유키노가 하루노 씨에게 그렇게 말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긴 커녕 듣고 싶지 않다는듯이 괜시리 더 움츠러들어버렸다.
 
하는 수 없이 나도 유키노를 도와주기로 했다.
 
"……하루노 씨, 유키노도 이렇게 말하니까. 슬슬 제 이불에서……"
"가……이……자…래?"
"에?"
 
하루노 씨에게 꺼질듯한 말이 돌아왔지만, 너무 작아서 무슨 말을 하는건지 들리지 않았다.
 
"……같이 자줄래? 유키노랑 하치만이랑 나……셋이서"
 
내가 얼빵한 소리를 내니 이번에는 똑바로 들릴만한 음성으로 그렇게 말했다.
 
나와 유키노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저도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에요. 오늘만큼은 어쩔 수 없으니까 셋이서 자죠"
"같이 자자! 언니야!"
"……고마워"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하고 이불을 덮은채로 눕고, 벽쪽에 몸을 기댔다.
 
유키노는 기쁘게 이불로 들어가서 하루노 씨의 옆에 데굴 눕는다.
나도 불을 끄고 유키노의 옆에 눕는다.
 
마침 저번주 금요일 밤과 마찬가지로 유키노를 사이에 둔 형태다.
 
하루노 씨는 아직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지만 유키노에게 "언니야" 라고 들으니, 순순히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두워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이제 침울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걸로 보였다.
 
"하치만, 꼬옥 안아줄래?"
"예이예이"
 
유키노의 부탁을 나는 바로 실행으로 이행했다.
 
유키노의 몸에 팔을 뻗어서 꼬옥, 다정하게 안아준다.
 
"에헤헤, 언니도 꼬옥 안아줄래?"
"어? 나도?"
"응!"
"……어쩔 수 없네에, 유키노는"
 
라고하면서도 그 목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기쁘게 들리는데 말이지?
 
정말로 이 자매는 솔직하지 않네.
 
하루노 씨도 나와 마찬가지로 유키노를 꼬옥 감싸듯이 껴안는다.
 
……솔직히 이 상황은 부끄럽지만 유키노의 부탁도 있고, 거기다 조금이지만 포근하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각이 들었다.
 
계속 이러고 싶다. 그렇게 생각할 온기다.
 
"……하치만"
"뭔가요?"
"……만약 괜찮다면 말인데"
"네"
"그게……손을……"
 
하루노 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불 속에서 하루노 씨에게서 뻗어오는 손을 나는 꼬옥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손가락을 얽듯이 손을 잡는다.
 
"에?"
"……이건 안 되나요?"
"으응. 괜찮아. 조금 놀란것 뿐이야"
 
그런가요, 라고 나는 말하지만 그리고나서는 조용해져버렸다.
 
오늘뿐이다.
 
오늘은 유키노의 약속도 있고, 하는 수 없은이까 하루노 씨의 부탁도 들어주기로 한다.
 
유키노는 안심했는지 이미 꿈속이다.
희미하게 숨고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마워 하치만"
 
유키노를 깨우지 않기 위해 하루노 씨의 억누른듯한 소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거기에 가능한 소리를 작게 내어 말을 한다.
 
"마음은 아니까요. 유키노에게 싫다고 들으면 괴롭지요"
"……응. 그것도 있었지만.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어. ……그때, 나는 아마 초조했던거야"
"뭐에 말인가요?"
 
나는 순전히 유키노에게 싫다고 듣는걸로 이렇게나 침울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럼 하루노 씨는 왜 초조했던걸까?
 
하루노 씨는 그 질문에 대답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새근, 건강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하루노 씨도 잠들어버린것 같다.
 
그럼 나도 이제 자도록 하자.
 
만약, 이 상황을 아버지나 엄마한테 들키면 전력으로 변명을 하기로 하고, 오늘도 여러모로 있어서 지쳤다.
 
후우, 힘을 빼고 지금 나를 감싸는 온기에 몸을 던지자, 기분 좋은 수마가 떠올랐다.
 
내 의식도 멀어지려고 할때, 그 목소리는 들렸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빼앗긴다고 생각해서 초조했던거야……나는"
 
하지만 멀어가는 의식에는 그 말은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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