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농 - 14. 자각은 하고 있지 않지만 카와사키 사키는 시스콘이기도 하다.
 
 
 
 
"하치만! 이거, 감자!"
"응? 앗, 그렇군. 집어준거야?"
"응!"
"장한데, 유키노"
 
유키노에게 건내받은 감자를 받아들고 쇼핑바구니에 넣는다.
 
그리고 감자를 가질러 가준 유키노의 머리를 쓰담쓰담해준다.
 
"다음거 가질러 갔다올래!"
 
머리에서 손을 떼자 유키노는 에헤헤 웃으면서 빙글 돌아서 야채 코너로 돌아가서, 잽싸게 또 오늘 저녁 식재를 가질러 갔다.
 
현재 우리는 슈퍼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먼저 말해두겠지만 딱히 유키노는 나한테 명령받고 오늘 저녁에 필요한  식재를 가질러 가는건 아니다.
 
유키노가 자주적으로 가는 것이다.
정말로 유키노는 장하네-. 진짜 아빠의 자랑이야!
……아, 이런. 또 나를 유키노의 아빠라고 생각해버렸다. 유키노의 딸 파워가 너무 높아서 무서워.
 
그리고 잇시키의 의뢰를 들으니, 잇시키가 말하는 의뢰 자체는 오늘이 아니라 내일부터인 모양이다.
 
지금 유키노의 상태로 부활동을 해야할지 나와 유이가하마가 부장이 이런 상태라서 부활동을 해야할지 조금 얘기를 나눴다.
 
그렇다면 차라리 부활동을 휴식해서 유키노와 놀러가는건 어떨까? 라고 나는 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뭐, 결국은 시무룩하면서 올려다보기로 눈동자를 적시면서 부탁해오는 잇시키를 보고 쉽사리(내가) 꺾여버렸다.
 
그, 그치만 어쩔 수 없는걸.
그런 눈물 흘리기는 대개 동생을 가진 오빠에게는 효과 발군이다 뭐.
이것도 귀여운 동생을 가진 오빠의 숙명《디스티니》이라는거다.
 
아니, 지금 나는 유키노 정도의 나이대 애가 울어도 효과 발군일지도 모른다.
 
이것도 귀여운 딸을 가진 아빠의 숙명《디스티니》이라는거다.
아니, 나는 유키노의 아빠가 아니니까 다른가.
 
이야기가 끝났을때 마침 부활동 종료 시간이 되어서 학교에서 나와, 유이가하마나 잇시키하고는 도중에 헤어졌다.
 
그리고 울이는 오늘 아침에 하루노 씨에게 부탁받았던 저녁 식재를 사기 위해 학교에서 돌아가는 길에 슈퍼에 와 있다.
 
"하치만! 이거, 당근!"
"오, 오오. 고마워"
 
유키노는 야채 코너에서 당근을 갖고 돌아오며 나한테 자, 하며 당근을 건낸다.
 
나는 당근을 받아들고 슈퍼 바구니에 넣고 걸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유키노의 낙엽같은 작은 손으로 교복 소매를 잡혀서 저도 모르게 발을 멈춰버렸다.
뒤돌아서 유키노를 쳐다보니 유키노는 므- 하며 볼을 부풀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다.
 
어?
어머, 싫다. 왜 그래?
나, 무슨 짓 저질렀어?
 
나는 언짢아하는 유키노에게 조심조심 물어본다.
 
"왜, 왜 그래? 유키노?"
"……쓰담쓰담은?"
 
유키노의 말에 어? 라며 나는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만다.
그리고 금방 아아, 하고 깨달은듯이 소리를 낸다.
아무래도 이 공주님은 상으로 쓰다듬을 원하는 모양이다.
 
"미안미안. 고마워, 유키노"
"응-♪"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공주님의 부탁에 따라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준다.
 
그러자 유키노는 부풀리고 있던 볼을 풀며 기분 좋다는듯이 눈을 가늘게 뜬다.
 
그런 유키노의 모습을 보고 나도 있는 힘껏 씨익 풀어져버린 볼을 빈 손으로 감추듯이 잡고 있다.
 
그냥 진짜로 딸이었으면 좋을텐데-.
문득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자신이 무척이나 위험한 느낌이 든다.
 
무심코 껴안고 싶어지는 충동에 휩싸이지만, 또 폭주해서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얻어맞는것도 싫으니 자중하자.
 
정말로 스스로도 말하는것도 이상하지만, 하루노 씨가 나에게 말했던 자의식의 괴물은 어디로 간거야.
 
……하지만 지금의 유키노는 아이니까.
지금의 유키노의 너무 귀여운건 아무리 나라도 실수해버린다.
 
응, 이건 어쩔 수 없다.
귀여운건 어떠한 인간이든 실수한다.
이거, 어떤 의미로 진리야.
그러니까, 지금의 유키노를 껴안아도 되지!
아니, 안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쇼핑을 하고 있으니 내 손을 잡고 있던 유키노가 어떤 곳에서 딱 멈췄다.
 
그에 따라 나도 발을 멈춘다.
유키노의 시선 끝으로 눈을 돌리니 거기에는 몇 명인가 유키노 정도의 아이가 있는 아이용 과자 코너였다.
 
유키노는 힐끔힐끔 나와 과자 코너를 교대로 보고, 마지막에 눈은 나에게 멈춰서 갖고 싶다는듯이 올려다보기로 빤히 쳐다본다.
유키노의 말없는 조르기에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느낌으로 숨을 내쉰다.
 
"……하나만이라면 뭐든 좋아. 내가 사줄게"
"응!"
"그치만 하루노 씨에겐 비밀로 해"
"알았어!"
 
유키노는 파앗 미소를 지시고 나한테서 손을 떼고 과자 코너로 뛰어갔다.
 
그보다, 왜 나는 어쩔 수 없이 아이가 하는 말을 들어주는 아버지같은 소리를 하는거야.
 
게다가 하루노 씨에겐 비밀이라니…….
완벽하게 엄마한테 잡혀사는 아버지의 대사다.
 
문득 나는 옛날에 코마치에게 졸라졌을때 아버지도 이런 소리를 했었다는걸 떠올린다.
 
뭐, 비밀로 하든말든 코마치한테 만큼은 무른 우리 부모님은 기본 얼마든지 사줬지만.
나는 졸라서 사준건 하나도 없었어.
 
일단 말해두겠지만, 침울해하지는 않았다. 일단 말해두겠지만.
 
유키노는 과자 코너 앞으로 갸우뚱 사랑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뭘 살지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그 모습에 흐뭇한것을 느끼면서 나도 과자 코너로 들어가 유키노의 모습을 쳐다본다.
 
그랬더니 아무래도 유키노가 갖고 싶어하는걸 발견한 모양이다.
유키노는 앗, 하며 소리를 내며 그쪽으로 손을 뻗는다.
 
하지만 거기에 손이 닿은것과 동시에 유키노의 손바닥 위에 유키노와 같은 크기의 작은 손이 겹쳐졌다.
 
유키노는 잽싸게 과자를 잡고 그 손바닥의 인물을 쳐다본다.
 
"앗! 그거, 케짱꺼!"
 
왠지 묘하게 낯익은 목소리에 나는 응? 하고 생각해서, 유키노에게 다가가서 목소리 주인을 쳐다본다.
 
그 유녀는 낯익은 푸른빛이 깃든 흑발을 둘로 나누어 헤어슈슈로 묶어뒀다.
 
그 유녀는 다가온 내 얼굴을 보고 "아" 하며 소리를 내고 나를 가리킨다.
 
"하짱이다!"
 
그 유녀는 꺄아꺄아거리면서 순진무구한 미소를 나에게 짓는다.
 
……누구지, 얘?
하짱은 나를 말하는건가?
그보다 이 얼굴이 되게 낯이 있는건 기분탓일까?
 
"케짱, 갖고 싶은 과자는 찾았어?"
 
또 낯익은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서 내가 그쪽을 쳐다보니, 거기에는 케짱이랑 마찬가지로 푸른 빛이 감긴 흑발을 포니테일로 묶고, 팔에 시장바구니를 든 교복차림의 카와사키 사키가 있었다.
 
"히키가야……"
 
그쪽도 나를 깨달은 모양이다.
케짱에게 짓고 있던 다정한 미소는 바로 무뚝뚝한 표정이 된다.
 
정말로 잠깐이었다.
끔뻑였더니 평소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다정한 미소도 좋다고 생각하는데에-.
절대로 소리내어선 말 안하지만.
 
"……여"
 
나는 가볍게 손을 들어 카와사키에게 인사한다.
 
유키노는 이미 내 뒤로 카와사키를 경계하듯이 숨어있다.
도망치는 다리 빠르구나, 얘.
 
"쇼핑?"
"뭐, 일단은. 너는?"
"나도 쇼핑. 유치원에 동생 데릴러 가다 돌아오는길"
"그런가"
 
그러고보니 카와사키의 동생인 케짱, 카와사키 케이카하고는 작년 크리스마스 파티때 만났다.
 
잊고 있었다고 하면 거짓말은 아니다.
하지만 말하면 눈 앞에 있는 무서운 언니에게 노려보아질 우려가 있어서 입이 찢어져도 말 못한다.
 
나도 카와사키도 그리고나서 특별히 대화가 없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나도 카와사키도 그걸 신경쓰진 않고, 나는 "그럼" 하며 유키노와 함께 그 자리에서 떠나려고 했다.
 
"하짱, 그거, 케짱이 먼저 찾아냈어!"
"엉?"
 
케이카가 나를, 정확하게는 내 뒤에 있는 유키노를 가리키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거? 그건 뭐야?
 
"이거, 유키노가 먼저 집었다 뭐!"
 
유키노는 내 뒤에 숨으면서 케이카에게 그렇게 말했다.
 
대답한건 좋지만, 내 뒤에 숨어선 말하면 꽤 보기 흉하다고 생각하는데.
 
"히키가야, 이건 무슨 일이야?"
"아니, 나도 뭐가 뭔지"
"그리고, 네 뒤에 있는 애는 누구야?"
"그건 그게……"
 
카와사키는 지금의 유키노를 설명해도 괜찮을까?
내가 생각하건데 카와사키는 누구에게 퍼뜨릴만한 성격은 아니다.
우선 이 녀석도 나와 마찬가지로 퍼뜨릴만한 친구가 없다는것도 있지만.
 
그보다, 왜 노려보는거야?
유키노가 무서워하니까 노려보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내가 카와사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카와사키는 흥미가 없는듯 입을 열었다.
 
"뭐, 말하고 싶지 않다면 딱히 상관없지만 말야. 자, 케짱. 가자. 과자라면 다른걸로……"
"싫어! 케짱, 저게 좋아!"
"생떼 부리지마. 저건 저 애가 먼저 집었잖아?"
 
카와사키의 타이르는듯한 말을 듣고 케이카는 후엥, 거리더니 마침내 울려고 한다.
 
그걸 보고 약해진건지 카와사키는 난처하다는듯이 나를 쳐다본다.
 
아니, 나를 쳐다봐도 곤란한데. 그런건 언니로서 제대로 말해야지.
 
하지만, 울려고 하는 케이카를 보아버려선 나 안에 죄악감이 싹터버린다.
나는 아직 내 뒤에 숨은 유키노를 돌아본다.
 
"유키노, 그거……"
"싫어"
 
내가 뭐라 말하기 전에 유키노는 내 말을 싹둑 잘라버린다.
나를 올려다보는 눈에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담겨있는걸로 보인다.
 
나는 유키노의 손 안에 있는 과자를 손가락 틈새로 쳐다보니, 그건 디스티니 캐릭터인 판씨 문양이 있는 쿠키인 모양이다.
 
그야 유키노도 양보하지 않겠지.
과자 코너 선반을 봤더니 아무래도 이 쿠키는 유키노가 갖고 있는것밖에 남아있지 않는 모양이다.
 
"그게……히키가야"
"왜?"
"그게, 정말로 미안한데, 그거 양보해주지 않을래?"
"……"
 
네가 먼저 꺾이는거냐-.
나는 그 말을 듣고, 무심코 카와사키에게 새침한 눈을 향해버린다.
 
카와사키도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고 있는 모양이다.
카와사키는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어색한듯 그러고 있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쉰다.
이 녀석의 마음도 잘 안다.
동생인 코마치에게 부탁 받으면……그리고, 지금의 유키노에게도 부탁받으면 나도 절대로 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키노가 갖고 싶어하는걸 뺏는건 나에겐 할 수 없다.
할 수 있을리가 없다.
 
"하짱……"
 
케이카까지도 눈물로 젖은 눈동자를 나에게 향해온다.
 
우웃,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마!
 
나는 오늘 2번째 궁극의 선택에 놓여졌다.
 
이런. 방금전에 유키노 정도의 아이의 울음이 자신에게 효과발군이라고 자각했던 것이다.
내 안의 죄악감이 마음을 좀먹어간다.
 
본래라면 유키노를 우선해야한다.
어투는 나쁘지만 나에게 있어서 케이카는 단순히 급우의 동생일 뿐이다.
 
나와 케이카의 관계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보다 케이카하고는 그때 크리스마스 파티 당일에 만난 정도니까.
 
하지만 울것같은 아이의 편을 들지 않는건 사람으로서 어떨까?
 
그리고 나는 기이하게도 유키노를 납득시키기 위한 말을 떠올려버렸다.
 
이걸 유키노에게 말하면 절대로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거의 확실하게 유키노는 과자를 놓을 것이다.
 
갈등한 끝에, 케이카를 힐끔 곁눈으로 본다.
케이카는 어딘가 기대의 눈빛을 나에게 향하는걸로 보인다.
그러는김에 카와사키도.
 
나는 뒤에 숨은 유키노를 돌아보며 허리를 낮추어, 시선을 유키노에게 맞춘다.
 
"유, 유키노……"
"하치만……"
 
유키노에겐 말하기 전부터 내가 하려는 말을 알아버린 모양이다.
눈을 내리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나는 그걸 보고 마음이 엄청 베이는 아픔을 느끼지만, 어떻게든 참아서 유키노의 귓가에 어떤 말을 속삭인다.
 
"……정말?"
"아아, 정말이야. 약속해"
 
내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는지 유키노는 수상쩍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나는 거기에 가능한 미소를 지어 끄덕이며 전력으로 수긍하고 있으니, 겨우 유키노는 알았다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렷다.
 
그리고, 케이카에게 뛰어가서 케이카의 앞에서 멈춰섰다.
 
케이카의 앞에서 멈춰섰지만, 판씨 쿠키를 빤히 쳐다보고, 유키노는 눈에 눈물을 듬뿍 머금으면서 망설이고 있다.
 
하지만 이윽고 케이카에게 쿠키를 갖다대듯이 내밀고, 바로 내 뒤로 돌아왔다.
 
"하치만, 약속이야. ……거짓말 하면 화낼거야?"
"아아, 알았어"
 
유키노의 당부어린 말에 나는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바로 그렇게 대답해준다.
 
그랬더니 유키노는 눈가의 눈물을 손으로 닦고 생긋 미소짓는다.
 
뭐어, 이걸로 기분을 풀어준걸까?
그보다 유키노에게 거짓말을 하면 바늘 천개 삼키는걸로 끝나지 않겠지.
나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고마워, 히키가야. 자, 케짱도 제대로 고맙다고 해"
"고마워! 하짱, 유짱!"
 
카와사키에게 그렇게 듣고 케이카는 판씨 쿠키를 가슴에 안고 정말로 기쁘다는 미소를 지었다.
 
케이카의 말에 유키노는 조금 수줍은듯이 함박 미소를 짓는다.
유짱이라고 불린 적이 없으니까 수줍은걸지도 모른다.
 
엄청 귀여워……가 아니라 엄청 사랑스럽네!
아니, 아니잖아. 흐뭇하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이건……인간은 최종적으로 본능에는 거스를 수 없다는 소린가?
 
나는 그렇게 멋대로 혼자서 납득했다.
 
 
 
 
 
 
 
 
 
 
 
 
 
 
 
"정말로 고마워"
"엉?"
 
내 옆에서 비밀봉투에 산것을 담고 있던 카와사키는 툭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비닐봉투에 채우고 있었지만 카와사키의 말에 손이 멈췄다.
 
카와사키는 조금 부끄러운듯이 볼을 붉히며, 그걸 얼버무리듯이 긁적긁적 뺨을 긁는다.
 
"그게……과자 양보해줘서. 저 아이, 줄곧 전부터 그거 먹고 싶어했던것 같고"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돼. 네 마음도 모르는건 아니니까. 나도 코마치한테 저런 식으로 들으면 너하고 완전히 똑같은 소리 할거라 생각하고"
"……너는 여전히 시시콘이네"
"브라콘인……아니, 그보다 그걸 말한다며 너도 시스콘이잖아?"
"하아?"
 
카와사키는 의미를 모르겠다는 느낌으로 소리를 질렀다.
 
이 녀석, 자각하지 않는건가?
아까전에 그걸 보면 뭘 아무리 봐도 카와사키는 브라콘이며 시스콘이기도 한걸로 보이는데?
 
뭐, 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중요하다. 그런건 나에게는 굉장히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노려보지 말아주세요. 무서우니까.
 
카와사키는 나한테서 시선을 피하고, 근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유키노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저 애말야. 유키노시타의 친척이야?"
"엉?"
"너랑 같이 있는 저애. 케이카랑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데, 유키노시타의 친척애를 뭔가 이유가 있어서 네가 맡고 있어?"
 
거기서 자연스럽게 내 친척이라는 가능성을 생략하는건 아무말도 하지 말자.
 
자,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유키노시타의 친척을 맡고 있다.
그건 평범하게 생각하면 굉장히 부자연스럽지만, 유키노시타가 작아졌다고 설명하기보다는 훨씬 나은걸로 보였다.
 
"사짱"
"왜? 케짱?"
 
내가 생각에 잠겨 있으니, 그 생각은 케이카의 목소리로 끊겼다.
 
카와사키는 케이카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케이카는 "저기 말야……"라며 손가락을 뺨에 대고, 뭘 말해야할지 고민하는 몸짓을 한다.
 
"과자 줘"
 
그리고 케이카는 불쑥 카와사키에게 그렇게 말했다.
카와사키는 케이카의 말에 "어?" 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지만 이윽고 납득했다는 듯이 끄덕인다.
 
"……아아,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저녁먹을거니까. 조금만 더 참아"
"으응. 지금 안 먹을테니까 줘"
 
케이카의 말에 카와사키는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그 말을 따라 비닐봉투에서 판씨 쿠키를 꺼내어서 케이카에게 건낸다.
 
케이카는 쿠키를 받아들고, 그걸 가지고 유키노에게 뛰어간다.
 
"케짱이랑 반 나눠가질래?"
 
케이카는 그렇게 말하고 상자를 뜯어서 판씨 쿠키를 몇개 유키노에게 건낸다.
 
케이카의 행동에 건내받은 유키노 뿐만 아니라 카와사키도, 그리고 아마 나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돼?"
"응! 유짱한테 줄게!"
 
유키노는 처음에는 당혹해했지만, 케이카에게 건내받고 파앗, 얼굴을 반짝였다.
 
"고마워! 케짱!"
 
유키노와 케이카는 싱글벙글 서로에게 미소를 짓고 있다.
 
나는 그걸 보고 마음이 살짝 따뜻하고 평온해지는걸 느낀다.
 
카와사키를 힐끔 쳐다보니 카와사키는 감격한나머지 눈에 희미하게 눈물을 띄우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서 눈가에 대고 있다.
너는 엄마냐.
 
 
 
 
 
쇼핑을 마치고 나와 유키노는 도중에 헤어질때까지 카와사키네와 함께 돌아가게 됐다.
 
왜냐면 유키노와 케이카가 우리가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사이좋아져버렸기 때문이다.
 
헤어지기 직전까지 사이좋게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은 자매처럼 보여서 무척이나 흐뭇하게 느꼈지만, 그 이상으로 둘을 보고 있으면 슬퍼진다.
 
언젠가 유키노는 이전의 유키노시타로 돌아온다.
언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유키노시타로 돌아오면 동시에 이 둘의 관계도 사라지게 되버릴 것이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가능성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우리만의 문제로는 끝나지 않는다.
 
아무리 유키노시타 씨가 허락해도, 역시 유키노시타네 부모님이 잠자코 있을리가 없다.
학교도 언제까지 쉴 수 있는지 모르니까.
 
그러니까,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앞에서 즐거운듯이 대화를 나누는 둘을 쳐다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조금이면 우리는 헤어진다.
 
이 시간이 계속 멈춰버리면 좋을텐데…….
답지않게 그런 생각을 해버린다.
 
그리고, 마침내 케이카와 유키노는 멈춰서고 나는 유키노의 손을, 카와사키는 케이카의 손을 잡았다.
 
"바이바이! 유짱, 하짱!"
"응! 바이바이, 케짱!"
 
케이카가 붕붕 빈 손을 흔든다. 유키노도 기쁜듯이 손을 흔들었다.
 
"자, 그럼 학교에서 봐"
"어, 또 보자"
 
카와사키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서 고개를 돌려 케이카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지금의 유키노에게 생긴 동년배의 처음이자 마지막 친구.
나는 힐끔 유키노를 보니, 유키노는 아직도 손을 흔들고 있었다.
케이카의 등이 보이지 않게될때까지 계속…….
 
 
 
 
 
지금의 유키노가 원래의 유키노시타로 돌아갔으면 싶다.
지금도 그 마음은 있다.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케이카와 만날 수 있는 그때까지……돌아가지 않았으면 싶다.
 
지금의 유키노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생각해버렸다. 나는.
 
 
 
 

 
 
 
 
 

"다녀왔어!"
 
집에 돌아오자 유키노는 기운차게 그렇게 말한다.
그러자 도도도도 계단 쪽에서 누군가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평소라면 코마치라고 바로 알겠지만, 지금 집에는 하루노 씨도 있다.
 
그러니까 내려오는 인물이 하루노 씨인지 코마치인지 판단할 수가 없다.
 
그보다, 잘 생각해보니 코마치가 굳이 내려와서 나를 맞이하러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앗, 하치만, 유키노, 어서와-"
"언니야!"
 
내 예상대로 하루노 씨가 계단에서 모습을 나타내며 손을 휙휙 가볍게 흔든다.
 
유키노는 하루노 씨의 모습을 보고, 바로 신발을 벗어버리고 하루노 씨에게 뛰어들었다.
 
이래저래하면서도 역시 하루노 씨가 그리웠던걸까?
 
하루노 씨는 유키노를 받아들고 다정한 손놀림으로 유키노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리고 유키노에게 생긋 다정한 미소를 짓는다.
 
"학교 재밌었어? 유키노?"
"응! 다음엔 언니도 같이 가자!"
"후훗, 그러게. 다음에는 나도 갈까-? 하치만이 제대로 수업을 받고 있는지도 보고 싶구"
"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하루노 씨"
 
하루노 씨가 이상한 소리를 해서 나는 신발을 벗고 기막힌다는듯이 말한다.
 
하루노 씨가 학교에 간다니, 정말로 농담으로 안 들린다.
그보다 이 사람, 상당히 왔었지.
 
하루노 씨는 농담이야, 라며 나에게 말하고 유키노에게 짓고 있던 미소를 그대로 나에게 짓는다.
 
 
"하치만도 수고했어. 고마워, 유키노를 돌봐줘서. 그리고 쇼핑도 미안해"
"쇼핑은 괜찮아요. 저희 저녁이니까요. 거기다 학교도 답례라면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해주세요. 보건실에 맡아줄 수 있도록 해준건 그 사람의 덕분이니까요"
"그러게. 나중에 메일이라도 보내둘까? 그보다 하치만, 괜찮아? 왠지 기운이 없어보이는데"
"에?"
 
카와사키네와 헤어지고나서 줄곧 생각하고 있던게 얼굴에 나왔던걸까.
하루노 씨가 걱정스러운듯이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어째선지 갑자기 하루노 씨는 뚱해지며 미간에 주름을 모으며 얼굴을 찌푸린다.
 
"하루노 씨?"
 
그러자 난데없이 하루노 씨는 내 멱살을 잡아다각 얼굴을 가져가고는 킁킁, 개처럼 냄새맡기 시작했다.
 
"하, 하루노 씨!? 뭐하는거에요!"
"유키노의 냄새가 나는건 당연하다 치고, 이 냄새는……가하마의 냄새랑……그리고 이로하……마지막엔 누군지 모르겠지만 여자애 냄새"
 
내 말을 무시하고 하루노 씨는 중얼중얼 그렇게 말한다.
하루노 씨가 말한 이름은 오늘 만난 녀석들 뿐이다.
 
뭐야? 이 사람? 2대째 형사 완코야?
 
그리고 부끄러우니까 놔주세요, 부탁이니까요.
 
겨우 하루노 씨는 멱살에서 손과 얼굴을 떼고, 그리고 나에게 방금전과 같은 미소를 지어온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 미소를 보고 무심코 부들거리는 한기를 느낀건.
 
"하치만? 오늘은 꽤 즐거웠나보네? 여자애랑 놀고"
"어? 아뇨, 그런건 전혀……"
 
왜 나는 바람을 핀 남편같은 소리를 하는거야?
 
아니, 그걸 말하자면 하루노 씨가 왜 바람을 의심하는 아내같은 소리를 하는거야?
 
바람같은거 안 해. 그보다, 애초에 여자친구도 없고.
 
하루노 씨는 뚱해진 얼굴을 부풀리며 나를 쳐다본다.
나는 거기에 얼굴을 피하지만, 이윽고 하루노 씨는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앗, 하며 작은 소리를 지른다.
 
그 순간, 하루노 씨는 내 목 뒤로 팔을 돌려서 꼬옥 껴안아왔다.
 
부웅, 플로랄 향이 코를 간지르고 내 가슴에 닿아오는 뭉클한 부드러운 감촉이 괜시리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갑작스런 일에 나는 굳어버려서 손을 기묘하게 벅벅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앗, 언니 치사해! 유키노도 하치만을 꼬옥 할래!"
 
유키노는 껴안고 있는 하루노 씨를 보고 그렇게 말하며 유키노도 내 허리에 뛰어든다.
 
유키노시타 자매의 홀드에 몸을 잡혀서 나는 마침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하루노 씨는 만족했는지 나한테서 천천히 떨어져, 또 킁킁 하고 내 냄새를 맡고는 이윽고 얼굴을 떼고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그럼 유키노, 손 씻으러 갈까?"
"응! 알았어!"
 
뭐가 좋아! 인건지 잘 모르겠는데.
유키노도 하루노 씨에게 듣고서 나에게서 몸을 뗐다.
 
그대로 하루노 씨는 유키노의 손을 잡고 세면대로 걸어갔다.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는 수밖에 없었다.
 
방금전까지 생각하고 있던게 전부 싹 날아갔는데…….
설마 내가 기운이없어 보였으니까 그런걸 한건가?
 
아니, 절대로 아니겠지.
그보다 기운이 없다고 그런짓을 하는것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뭐, 정말로 뭘 하고 싶었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하루노 씨의 행동이 내 마음을 풀어준건 사실이다.
 
왜냐면 지금은 하루노 씨밖에 생각할 수 없는걸!
아까부터 심장이 위험해!
 
이전과 별로 변함이 없다…라고할까 이전보다도 심해진것 같다.
 
하지만 뭐, 나아졌다고는 할 수 있을것 같다.
나는 이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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