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농 - 12. 히키가야 하치만은 새삼 자신이 외로웠다는걸 깨닫는다.
 
 
 
 
"자, 유키노. 아-앙"
"아-앙"
 
유키노는 의자에 앉으면서 나를 올려다보듯이 고개를 들어 입을 크게 벌린다.
 
나는 하루노 씨가 만들어준 도시락 속에서 김이나 밥으로 판씨 모양으로 만들어진 주먹밥을 젓가락으로 작게 나누어 유키노의 입에 넣어준다.
 
유키노는 우물우물 입을 움직이며 꿀꺽 삼키고서 파아앗, 미소를 짓는다.
 
나는 그걸 보고 아까부터 풀어지기만 하는 뺨이 더욱 풀어져버리는걸 느낀다.
 
"유키노, 다음은 뭘 먹고 싶어?"
"으응? 으-응……이거!"
 
유키노는 갸웃 고개를 기울이면서 생각한 끝에 도시락 안의 문어 비엔나를 가리켰다.
 
"좋아, 간다"
 
내가 젓가락으로 문어를 집어들자 유키노는 기쁜듯이 눈을 감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입을 크게 벌린다.
 
두근두근거리면서 꾸욱 눈을 감고 기다리는 유키노의 모습은 정말로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솔직히 여기가 학교가 아니었으면 나는 꼭 껴안아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유키노를 보고, 갑자기 나는 짓궂은 마음이 생겨버린다.
그리고 조금 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하지만 이걸 하면, 유키노는 평범하게 화낼지도 모른다.
……그래도 화난 유키노도 귀여울거고.
 
"유키노, 아-앙"
 
나는 유키노의 입에 천천히 문어를 가져간다.
유키노는 실눈을 뜨고 힐끔 눈 앞의 문어를 본다.
유키노가 눈을 뜬것과 동시에 나는 젓가락으로 집고 있는 문어를 뻐끔, 스스로 먹었다.
 
유키노는 그걸 보고 눈을 끔뻑거리기ㅗ, 삐친듯이 뿌우 크게 볼을 부풀렸다.
 
"하치만이 괴롭혀……"
 
유키노는 불쑥 투덜거리고 화났다는 듯이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나는 그걸 보고 조금 마음이 아팠지만, 그 이상으로 유키노가 귀엽다는 마음이 훨씬 압도적으로 크게 들었다.
……틀렸다.
유키노가 화내고 있는데 너무 귀여워서 풀어지고 말아버린다.
 
"미안해 유키노. 문어 비엔나가 맛있어 보여서………그만"
 
나는 풀어지는 입을 어떻게든 참으면서 도시락통과 젓가락을 책상위에 두고 유키노의 머리에 손을 툭 올린다.
 
그래도 유키노는 아직 나에게 고개를 돌리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머리를 슥슥 부드럽게 문질러주자 응- 하며 기분 좋아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왠지 고양이를 귀여워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에윈동물인 카마쿠라를 쓰다듬어도 나는 절대로 이런 기분은 들지 않을 것이다.
 
"……기분 풀렸어?"
"좀 더……쓰다듬어줘"
"……알았어"
 
……솔직히, 그런거 말하는거 그만했으면 싶다.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볼이 또 풀어져버리니까.
 
나는 볼을 움찔거리면서 유키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겨우 유키노는 기분이 풀린 모양이다.
유키노는 에헤헤 기쁜듯이 나에게 미소를 지어준다.
 
"자, 유키노. 내 몫도 둘테니까. 이번에야말로 아-앙"
"아-앙"
 
나는 제대로 내 도시락에서 문어를 젓가락으로 집어들고, 이번에야말로 유키노의 입에 넣어준다.
 
유키노가 우물우물 먹고 있으니,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유키노도 하치만에게 아-앙할래!"
"엑, 아니, 나는 딱히……"
"아-앙할래!"
 
유키노는 뚱하게 입술을 뾰족이면서 말해서, 나는 숨을 후우 내쉬고 하는 수 없이 유키노에게 젓가락을 건낸다.
 
유키노는 나한테 젓가락을 기쁘게 받아들고, 내가 들고 있는 도시락에서 토마토를 집에 내 눈 앞에 가져왔다.
 
"하치만, 아-앙!"
"……진짭니까"
 
나는 눈 앞의 토마토를 보고 무심코 유키노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려버렸다.
 
신은 나에게 시련을 준건가…….
서, 설마했던 토마토……라니.
내가 싫어하는 야채인데…….
 
……유키노에게 먹여주는데 몰입해서 들어있는걸 전혀 깨닫지 못했다.
 
어, 어쩌지…….
나는 무의식중에 마음속으로 갈등한다.
유키노의 아-아아이라는 기회는 좀처럼 있는 기회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필요없다고도 말해봐라. 또 유키노의 기분이 나빠지고 말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절대로 용서해줄지 확증은 없다. 하지만 유키노가 하고 싶다는건 가능한 해주고 싶다.
 
하지만……거기서 왜 토마토야!
그보다, 왜 하루노 씨는 토마토를 도시락에 넣은거야!
 
문득 머리 속에서 어째선지 도시락을 만들어준 하루노 씨가 아닌 동생인 코마치의 얼굴이 떠올랐다.
머리속의 코마치는 이거야원, 이라는 느낌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빠, 싫어하는 음식은 극복하지 않으면 안 돼. 그러는김에 싫어하는 인간도……』
 
마지막에 관해서는 진짜 쓸데없는 참견이지만, 음식에 관해서는 확실히 그 말대로다. 그러고보니 전에도 이런 소리를 들은저적이 있었던것 같다.
 
그 녀석, 설마…….
아마도지만 이 토마토는 코마치가 하루노 씨에게 말해서 넣게 한것이다.
하루노 씨랑 코마치가 히쭉거리면서 내 몫의 도시락에 토마토를 넣는 모습이 간단하게 떠올랐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쉰다.
솔직히 가능하다면 토마토 따윈 먹고 싶지 않다.
하지만 토마토를 먹을 수 없는 모습을 지금의 유키노에게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
거기다 이 나이의 아이는 부모가 싫어하는 음식을 안 먹는 모습을 보면 부모랑 마찬가지로 그 음식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유키노의 아버지로서 유키노에게 싫어하는거라도 제대로 먹는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 각오를 정하자.
아니 하지만 나는 유키노의 아버지가 아니잖아…….
라고 그만 생각해버렸지만, 나는 그걸 붕붕 고개를 저으며 쫓아낸다.
 
갈등의 시간은 겨우 약 10초…….
그 짧은 시간에 각오를 굳히고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아-앙"
 
……그보다, 잘 생각해보니 역시 이 상황 부끄럽네.
토마토에 사고가 치우쳐서 전혀 거기를 생각하지 않았다.
 
실눈을 뜨고 쳐다보니, 그런 나를 신경쓰지 않고 붉은 악마가 내 입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응?
다시 눈을 감아봐도 아무리 기다려도 붉은 악마가 입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힐끔 쳐다보니, 내 눈 앞에 있는 붉은 악마는 나한테서 떠나, 그대로 내 입에 들어가지 않고 유키노가 우물 먹어버렸다.
 
유키노가 우물우물 꿀꺽 삼키는걸, 아마 나는 얼빠진 얼굴로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내 얼굴을 보고 유키노는 방긋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에헤헤, 복수♪"
 
유키노는 그렇게 말하고 귀엽게 혀를 베-, 내민다.
 
……뭐,, 뭐야 이 마음은.
……너무 귀여워서, 짓궂은 장난을 당했을 때의 리액션을 취할 수 없는데.
 
그리고 토마토를 먹어주는건 정말로 기쁜데 말야.
하지만 너무 멍해져서 아무 릴액션이 없으면 도리어 유키노에게 불만을 줄지도 모른다.
 
"해, 했겠다, 요 녀서억-"
 
그렇게 생각한 나는 도시락 통을 책상에 두고 유키노의 머리를 빙글빙글 난폭하게 쓰다듬는다. 유키노는 꺄- 기쁜듯이 소리지르면서 내 머리에 손을 뻗어 벅벅, 내 머리를 헝크리려고 쓰다듬는다.
 
나도 유키노도 소리내어 웃으면서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니, 어디에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배"
 
……왠지 잇시키의 목소리가 들려온것 같지만, 그 목소리는 내 머리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유키노의 옆구리에 손을 대고 간질간질거린다.
유키노는 꺄하하 웃으면서 방금전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보복해온다.
 
"선배……선배도 참!"
 
또 잇시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엑, 왜? 여기에는 나랑 유키노밖에 없을텐데…….
 
유키노는 나를 간질이는걸 멈추고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쳐다본다.
나도 유키노의 시선 끝으로 눈을 돌리니, 거기에는 새빨개진 얼굴로 아우아우 거리는 유이가하마와 볼을 부풀리며, 평소의 약삭빠른것관느 달리, 아마 진심으로 화내고 있는 잇시키가 있었다.
 
둘은 점심밥을 손에 들고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어레, 이 녀석들 여기에 있었어?
이윽고 잇시키는 정색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아까부터 계속 불렀는데요……"
"너네 있었어?"
"있었다구요! 계속! 그보다, 선배가 부실에서 얘기를 한다고 부실로 데려왔잖아요!"
 
어라? 나 그런 말 했던가?
………앗, 그러고보니 유키노에 대해서 설명할테니까 부실로 가자고 말한것 같다.
 
"미안, 잇시키. 그래서 어디부터 얘기하면 돼?"
"………이미 유이 선배에게 전부 다 들었어요. 선배들은 중간부터 완전히 자기들 세계에 들어가버렸구요……"
"아아, 그런가. 그럼 우리는 계속……"
"서.언.배.애?"
"아니, 죄송합니다. 좀 지나치게 장난쳤습니다"
 
잇시키가 날카롭고 험악하게 노려봐서 나는 무심코 사과해버렸다.
후에에, 이로하스가 무서워어.
……왜 이 녀석들 이렇게나 화내는거야?
 
"솔직히, 지금의 선배를 보고, 저 처음으로 선배를 리얼충 폭발해라고 생각했어요"
"하아?"
 
내가 잇시키의 영문 모를 소리에 무심코 소리를 내고 만다.
 
……내가 리얼충(웃음)?
아니, 어떤 의미로 외톨이 생활은 충실하니까 리얼충일지도…….
리얼 외톨이 생활 충실! 줄여서 리얼충!
나는 실은 리얼충이었구나!
……그럴리가 있나.
그보다 리얼충이라는 단어는 잇시키나 유이가하마한테는 듣고 싶지 않다.
 
잇시키는 그런 나를 보고 기막힌다는 듯이 숨을 내쉬었다.
 
"하아? 가 아니에요. 선배랑 그……유, 유키노짱의 러브러브함은 아무리 봐도 리얼충이에요. 유이 선배도 둘의 모습을 보고 이상해져버렸구요"
 
잇시키가 옆에 있는 유이가하마에게 시선을 힐끔 주니, 그에 따라 나도 유이가하마에게 눈을 돌렸다.
 
유이가하마는 토마토처럼 빨개진 얼굴로 망가진 radio처럼 몇번이나 아우아우랑 의미모를 소리를 반복하고 있었다.
유이가하마는 사춘기 소녀에서 어른으로 변한다.
진정한 행복을 가르쳐줘……망가진 radio.
……그만 머리속으로 노래불러버렸다.
과연 토쿠에이 씨 …….
청춘을 악이라고 생각하는 나마저도 그만 따라부를법한 명곡이다.
하지만 그건 radio랑 거의 관계 없지?
 
내가 그런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잇시키가 유이가하마의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는 김에 가슴도 흔들리고 있었다.
 
"유이 선배도 작작 돌아와주세요. 이 바보 커플에게 딴죽 거는데 도와주세요"
"으음, 핫!"
 
잇시키가 몸을 흔드니 유이가하마는 겨우 제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그보다 바보커플이라니……. 하다못해 바보 부녀라고 해줬으면 싶은데…….
 
이윽고 유이가하마는 핫, 하며 머리를 붕붕 흔든 후 나를 희번뜩 노려봤다.
 
"힛키………"
 
유이가하마의 가시 돋친 말에 나는 무심코 자세를 척 고친다. 유이가하마는 빤히 진지한 얼굴로 나를 보고,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연다.
 
"………치사해"
"하아?" "엥?"
"힛키만 치사해! 유키노짱에게 아-앙하거나 받거나! 나도 하고 싶어!"
 
그 순간, 나는 아마 엄청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잇시키도 유이가하마의 말에 미끌, 의자에서 굴러떨어질뻔했다.
 
"유, 유이 선배………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후에? 아니, 힛키랑 유키노짱이 이렇게 된건 메일로 코마치한테 제대로 들었구. 지금의 유키노짱, 아이니까 딱히 문제 없잖아? 뭐, 확실히 처음에는 좀 놀랬지만……그치만, 힛키구"
 
유이가하마는 어떻게든 의자에 도로 앉고 있는 잇시키에게 그렇게 말했다.
……저기, 유이가하마 씨? 힛키구는 뭐야? 아까도 생각했지만, 이 녀석에게 무슨 이미지를 갖게 하는거야 나?
 
유이가하마가 그렇게 말해도 잇시키는 아직 납득하지 못한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하지만, 아까전에는 좀……"
"……괜찮아, 이로하. 이것만이라면 아직 낫다고 생각하구. 아무리 힛키라도 더 이상은 유키노짱이랑 같이 목욕하러 들어가거나, 같이 자는건 안 할거라고 생각하구. 그치, 힛키?"
"아아, 응. 안 해"
 
나는 유이가하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무심코 말이 굳어져버렸지만, 실제로 첫날 말고는 나는 유키노와 같이 목욕하러 들어가거나 같이 잔 적은 없었다.
아니, 이틀째는 같이 잤지만…….
하지만, 3일째는 역시 하루노 씨도 아버지네 앞에서 자중한건지 코마치의 방에서 자고 있었다.
솔직히 너무 늦다고 생각하지만…….
 
"더 이상이라는건……한번 함께……선배 진짜로 기분 나빠요. 평범하게 무리에요"
 
잇시키는 진심으로 경멸하는 눈을 나한테 향해온다. 그 눈은 "로리콘은 죽어"라는걸로도 보였다. 아니, 뭐, 확실히 기분 나쁘겠지. 마지막은 엄청 사족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그 때, 내 옷소매가 꾸욱꾸욱 잡아당겨진다.
내가 눈을 돌리니 유키노가 말없이 옷소매를 잡아당기고, 도시락을 힐끔 보고 있었다.
 
"아아, 그러고보니 중단하고 있었지.
나는 테이블에 놓아둔 젓가락과 도시락을 들고 다시 유키노에게 아-앙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내 손은 유이가하마에게 잡혔다.
 
"다음엔 내가 할래!"
 
유이가하마는 그렇게 말하고 나한테서 젓가락과 도시락을 뺏으려고 한다. 나는 그 손에서 도망치듯이 필사적으로 손을 움직인다.
 
"좀, 힛키! 아까부터 계속 유키노짱에게 아-앙했잖아! 다음에는 내가 하게 해줘!"
"싫어"
 
나는 즉답한다.
 
이것만큼은 누구든간에 양보하지 않는다.
하루노 씨는 어쩔 수 없어도, 지금의 유키노에게 아-앙하는 역할은 나야!
 
유이가하마는 나한테서 젓가락을 뺏으려고 몸을 접근시킨다.
……아니 가까워가까워!
왠지 깨닫고보니 눈 앞에 유이가하마의 얼굴이 있는데!
왜 이 녀석은 이렇게나 가까이 오는거야?
 
유이가하마로부터 풍겨오는 향에 무심코 머리가 어질해질것 같다.
거기다 잘 자란 유이가하마의 가슴이 눈에 들어와버린다.
유이가하마가 다가온 나머지 가볍게 나에게 뽀용 닿는것도 있다.
 
……이 녀석, 부끄럽지도 않아?
내가 유이가하마로부터 손을 피하면서 유이가하마에게 힐끔 눈을 주니, 유이가하마의 눈에는 도시락과 젓가락밖에 비치지 않는 모양이다.
 
……얼마나 유키노에게 아-앙하고 싶은거야.
뭐, 그 마음은 안다. 왜냐면 나도 유키노에게 아-앙을 양보할 수 없으니까 이렇게 유이가하마로부터 도망치는거다.
하지만 이 상황은 좀 곤란하다.
 
"유, 유이가하마, 잠깐 멈춰"
 
나는 젓가락을 든 손으로 황급히 유이가하마를 제지한다.
내가 유이가하마의 눈 앞에서 손을 내미니 유이가하마는 그 손을 보고 딱 멈췄다.
왠지 조금 개한테 기다려! 를 하는 기분이 든다.
 
"유이가하마, 그거라면 유키노에게 결정하게 하자. 누가 아-앙해줬으면 싶은지를"
"……좋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하마는 끄덕이며 얌전히 나로부터 떨어졌다. 나는 안심했다는 듯이 후우, 한숨을 내쉰다.
 
훗훗훗훗후.
나는 마음속으로 히쭉 웃었다.
아마 그 미소를 겉으로 드러냈다면, 자못 멋진 미소가 됐을 것이다.
유이가하마나 잇시키가 봤으면 식겁할 정도로 사악한 미소로.
 
……후후, 바보 녀석.
유키노가 너를 고를리가 없잖아.
자랑이지만 나는 지금 유키노에게 상당히 따름을 받고 있다. 응, 이거 평범하게 자랑인데 뭐?
 
그런 유키노가 평범하게 생각하면, 유이가하마를 고를리가 없다.
왜 이 녀석은 이런 무모한 승부에 도전해온걸까?
이런건 국어 시험 점수로 나에게 승부를 도전하는거나 마찬가지다.
나는 이겼다는 듯이 가볍게 콧방귀를 끼고 유키노를 돌아본다.
 
"유키노"
"으응? 왜-에?"
"유키노는 나랑 유이가하마 중에 누가 아-앙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직구 스트레이트로 유키노에게 물었다.
유키노는 갑작스런 질문에 갸웃 고개를 기울인다.
으음, 하고 생각하듯이 끙얼거리고 이윽고 천천히 입이 열렸다.
 
"유이"
 
그 순간, 나는 깡, 하고 빠따로 있는 힘껏 구타당한듯한 충격을 받았다.
 
………………에?
자, 자자자, 잘못 들은걸까? 왠지 유이라고 들린것 같은데…….
……아, 아아, 아니면 잘못 말한걸까?
하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의 어디에도 유이라는 문자는 없다.
……왜 내 이름, 히키가야 유이가 아니지?
 
"유키노짱!"
 
유이가하마가 기쁜 나머지 감격해서 유키노를 기세 좋게 안았다.
 
그리고 만면의 미소로 비비적비비적 유키노의 뺨을 비빈다.
유키노는 조금 귀찮아했지만,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유이가하마는 유키노를 껴안으면서 나에게 흐흥, 하며 우쭐댄 표정을 짓는다.
그 우월감에 빠진 우쭐댄 얼굴에 나는 약간 짜증을 느껴버린다.
 
………이, 이 녀석.
그러고보니 예전 유키노시타가 유이가하마를 정말 좋아했다는걸 완전 잊고 있었다.
평소 유키노시타는 표면상으로는 결코 말하지 않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유이가하마에게 좋아죽고 무르다. 새삼스럽지만, 지금의 유키노도 유이가하마에게는 상당히 따르고 있었다.
젠장! 그것도 계산할걸 그랬다!
 
"………선배들, 성격 너무 변했어요"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잇시키의 기막힌 목소리도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점심을 다 먹고, 유키노를 데리고 보건실로 돌아가기 위해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
 
점심시간은 끝나 이미 진작에 수업은 시작했다.
그래서 당연히 복도에는 아무도 없고, 유이가하마와 잇시키도 먼저 교실로 돌아가게 해서 지금은 나와 유키노 단 둘이다.
 
유키노를 다른 학생에게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그런 식으로 점심시간이 끝나고나서 몰래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선생님에게는 유이가하마가 말해주는 모양이다.
 
아까는 점심시간이 막 끝난것과, 가능한 유키노를 보이지 않도록 유이가하마와 잇시키에게 협력을 받아서 들키는 일은 없었다.
 
부실 열쇠에 관해서도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유키노가 원래대로 돌아갈때까지 한 동안 내가 갖고 있어도 된다고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교무실?까지 유키노를 데리고 갈 필요도 없어졌다.
 
 
사정이 좋은 일이지만, 이럴 때는 혼자의 힘으로는 한계까 있다.
유이가하마나 잇시키에게 협력을 받지 않으면 부실로도 못 갈것이다.
 
유키노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안타깝게도 혼자서는 절대로 무리다.
이럴때, 남들과 관계는 자신을 약하게 만드는 독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할 수가 없다.
 
이윽고, 보건실에 도착해서 나는 숨을 후우 내쉬고, 유키노의 손을 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유키노가 꼬옥 잡아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나는 숨을 가볍게 내쉬고 유키노를 쳐다보니, 역시라고 해야할까 유키노의 얼굴이 불안스럽게 찡그려져 있었다.
 
……매번 저걸 하지 않으면 안 되나?
그렇게 생각해, 나는 자세를 낮추어서 유키노의 시선을 맞춘다.
유키노의 눈을 쳐다보고, 가능한 다정한 미소를 만들어 말을 건다.
 
"유키노? 괜찮아?"
"……응. 유키노, 힘낼게"
"그, 그런가"
 
내 말에 유키노가 쉽게 수긍해서 나는 무심코 당혹해버렸다.
 
……이, 이건 이거대로 뭐하네.
 
뭘까? 이 마음은?
유키노가 혼자서도 힘낸다는건, 성장했다는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평소라면 기뻐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석연치 않는 자신이 있다.
 
거기다 그 탓에, 나는 방금전의 일을 떠올리고 만다.
유키노는 나에게 아-앙받는것 보다도 유이가하마가 좋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내 사고는 유키노는 나보다 유이가하마를 좋아하는게 아닐까? 라는 사고에 이르러버리게 되버린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그렇게 생각해버린다.
 
예전의 유키노시타라면 당연하지만, 솔직히 지금의 유키노에게 가장 따라지고 있을거라는 자부가 나에게는 있었다.
 
나도 지금의 유키노는 좋아하고……아니, 정말 좋아하고.
처음 무렵보다 유키노를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허나 유키노가 나보다 유이가하마를 더 좋아한다는걸 깨달아버리면, 기분이 가라앉아버리는 내가 있다.
 
"……하치만?"
 
그게 얼굴에 나왔던걸까.
정신을 차리니 내 얼굴을 유키노는 걱정스러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걸 깨닫고 황급히 고개를 저어, 유키노를 안심시키기 위해 가능한 미소를 보이도록 뺨을 움직였다.
 
하지만 유키노의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나의 서툰 미소탓에 더 불안하게 만들어버린 모양이다.
유키노는 눈에 살짝 눈물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하치만……쓸쓸해?"
 
유키노가 툭 말한 그 말이, 내 안에 아무 저항도 없이 들어오는걸 느꼈다.
동시에 마음속으로 느끼고 있는 마음을 나는 이해했다.
 
……그런가. 나는 쓸쓸한건가.
 
아까 4교시 때, 나는 유키노를 생각하는것과 동시에, 어딘가 유키노와 함께 없는게 쓸쓸하다고 생각했던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유키노가 나보다 유이가하마를 선택했다는 것에 나는 질투와 동시에 쓸쓸함을 느꼈던걸지도 모른다.
 
…………이런 감정은 얼마만일까?
어렸을 무렵에는 조금 쓸쓸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크면서 고독에……쓸쓸함에 익숙해져버려서, 나에게는 그것이 당연해졌었다.
……혼자 있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유키노와 함께 있지 않은걸로 외롭다고 생각하다니…….
나는 무의식중에 유키노의 등에 팔을 감고 살며시 유키노를 껴안았다.
 
따뜻하다. 줄곧 이러고 싶다.
………나는 이 녀석과 짧은 시간을 보내며, 조금 변한걸지도 모른다.
…………아니, 다르다. 예전의 유키노시타와……그리고 유이가하마.
그 둘과 있으면서 나는 조금 변한걸지도 모른다.
……고독을 두려워하며, 쓸쓸하다고 생각하게 된걸지도 모른다.
 
"아아, 그런걸지도"
"………하치만"
 
유키노는 나에게 안기어도 그리 놀라지 않고,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잠시 껴안고 있으니, 유키노가 내 몸을 떼어내려고 살짝 밀어냈다.
나는 설마 유키노에게 밀려질거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당혹해하면서도 순순히 유키노로부터 몸을 뗐다.
유키노는 조금 볼을 붉히며, 나를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유키노, 하치만이 쓸쓸해하지 않도록 마법을 걸어줄게"
"어?"
 
그런 유키노의 말에 나는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만다.
유키노는 생긋 다정한 미소를 지시고 있다.
 
"눈………감아"
 
나는 유키노의 말대로 살짝 눈을 감는다.
……마법은 아까 내가 유키노에게 한거지?
왠지 받는다는걸 알고 있으니 심장이 되게 두근두근한다.
그러자 내 뺨에 방금전까지 닿고 있던 유키노의 손의 온기가 전해진다. 그것과 동시에 조금씩 심장 고동이 격해진다.
실눈을 떠보니 눈 앞에는 유키노의 어린 얼굴.
유키노는 눈을 감고 천천히 다가온다.
나는 황급히 다시 눈을 감지만, 내가 상상하고 있던 곳에 부드러운 감촉이 닿지 않았다.
그 대신에 내 입술에 다정하고 따뜻한 감촉이 닿았다.
 
"……응"
 
그리고 유키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엄청난 충격에 몸이 굳어버려서 유키노를 떼어낼 수가 없었다.
이윽고 유키노의 입술 감촉은 천천히 나한테서 떨어졌다.
그 시간은 짧은듯하면서 어딘가 영원처럼 느꼈다.
유키노는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도 눈 앞의 유키노 만큼 얼굴이 새빨갰던걸지도 모른다.
엄청나게 얼굴에 열이 담기는걸 알 수 있다.
유키노는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에게 등을 돌리고 도망치듯이 파닥파닥 보건실로 들어갔다.
나는 그대로 허리가 빠져서 엉덩방아를 찧을뻔한걸, 어떻게든 참고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의 입술을 만진다.
입술을 만지자, 아직 유키노의 입술 온기가 남아 있어, 그 탓에 더욱 두근두근 심장고동이 격해진다.
하지만 방금전까지 식어있던 마음에 지금은 따뜻한 무언가가 퍼지고 있다. 거기에 진심으로 안심하고 있는 내가 있다.
꺼림찍한 마음은 빼고, 순수하게 유키노의 키스가 나는 기뻤다.
……아아, 정말로 나는 간단하구나.
내가 안심한 이유는 단 하나.
지금의 유키노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저 그것 뿐이다.
 
"나도 사랑해……유키노"
 
나는 보건실 문에 작게 말을 하고, 발을 교실 쪽으로 돌려 걸어갔다.

:
BLOG main image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fpvmsk) by 모래마녀

공지사항

카테고리

모래마녀의 번역관 (1998)
내청춘 (1613)
어떤 과학의 금서목록 (365)
추천 종합본 (2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
05-21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