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농 - 16. 마침내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불안한 나머지 교실에 강습한다.
 
 
 
 
 
단 한 명의 인간은 이 세상에선 조그만 존재밖에 되지 않는다.
한 명의 인간에게 일어난 일은 세상에선 작은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걸 어딘가의 애니메이션 신기소녀가 말했던것 같기도 아니기도 하지만…뭐 아무래도 좋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건 전부 그 말대로라는 것이다.
 
어젯밤, 나와 유키노와 하루노 씨 사이에 여러 일이 있었다.
 
나도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뭐했떤 거야 나도 일을 여러모로 했다.
 
어젯밤 그런 일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은 크게 우리들 사이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아니, 나와 그녀들 사이에는 변화는 없었지만 유키노시타 자매 사이에는 변화는 있었나.
 
제대로 유키노와 하루노 씨도 화해한 모양이고.
 
뭐, 왠지 모르겠지만 내가 원인이었던 모양이니까, 둘 하고도 아침식사를 아-앙 하는 사이 좋은 모습을 보고 나는 질투하는것도 몰래 안심했다.
 
하지만 나와 유키노시타 자매 사이에는 아무 변화는 없었다.
 
하루노 씨가 어제에 한해 왜 그렇게까지 유키노에게 물고 늘어졌떤걸까?
 
그 후의 말은 뭐였던걸까?
 
모든건 수수께끼인 상태다.
 
신경쓰이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결국은 사상을 겹쳐, 여러가지 가정을 조합해도 이성의 괴물은 하루노 씨에게 놀림당할뿐이라는 가정도 아닌 대답밖에 나는 이끌어낼 수 없다.
 
……나는 어딘가 두려워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기대를 하고, 바라고, 손에 넣으려고 했떠니, 그것을 잃어버리는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걸로 망가져버리면 거기까지의 관계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본심을 말하자면 나는 마음에 들어할 것이다. 지금 유키노시타 자매와 관계를.
 
없애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봉사부에서 본걸지도 모를, 닿은걸지도 모를것을 나는 지금 유키노나 하루노 씨에게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지금 관계는 금방이라도 잃어버리는 것이다.
 
무언가 계기가 있다면 간단하게 부서져버리는 것이다.
 
유키노는 언젠가는 원래의 유키노시타로 돌아갈지도 모르고, 그것과 동시에 당연히 하루노 씨하고 관계도 사라진다.
 
……그럼 돌아오지 않으면?
……유키노가 지금 상태라면?
 
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아무리 굴러가도 지금 관계는 끝난다.
 
겉면으니 관계가 아니다.
하지만……당장이라도 사라져버릴 지금의 관계.
 
나는 그 둘과 어떻게 되고 싶은걸까?
 
……나는 그 둘……유키노, 유키노시타와 하루노 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걸까?
 
 
 
 
 
 
 
 
 
 
 
3교시 종료후 쉬는시간, 나는 평소처럼 교실에서 혼자 자기 자리에 앉으면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멍하니 있었다.
 
참고로 오늘도 유키노는 학교에 와 있다.
 
하루노 씨가 오늘도 대학에서 도무지 뺄 수 없는 필수 강의가 있는 모양이다.
 
뭐, 어제랑 마찬가지로 보건실에 맡아두고 있지만.
유이가하마한테도 메일로 전해뒀다.
 
평소처럼 내 주위에 아무도 없다. 응, 이건 평소대로.
 
추운 시기가 이제부터 끝을 맞이하고, 계절은 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내 봄은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고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추운 바람이 불기만 하는 편이다.
그보다 온 적도 한번도 없었지만! 계속 찬바람만 불고 있었지! 깜빡했다!
 
그런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천사같은 마음을 가진 녀석이 있었다.
 
"하치만, 안녕"
"안녕 토츠카엘"
"어?"
"아니, 미안. 실수했어"
 
진짜로 실수했어. 토츠카, 천사력 너무 높아!
 
나는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내 앞에 서있는 토츠카에게 고개를 돌린다.
 
"안녕, 토츠카"
"응, 안녕. 하치만"
 
생긋 미소를 돌려주는 토츠카에게 엄청난 기세로 나의 썩은 마음이 정화되는걸 느낀다.
 
왠지 기분탓인지 토츠카의 뒤로 빛이 스며오는듯한 느낌도 들어버린다.
 
누, 눈부셔! 무심코 토츠카에게 프로포즈 해버릴것 같아!
 
엄청난데, 토츠카엘의 후광.
유키노엘의 후광도 굉장했지만 토츠카엘도 지지 않는다.
 
세상이 만약 100명밖에 살지 않는 마을이었다면, 그 전원이 지금의 유키노와 토츠카였다면 세상은 구해집니다.
러브 & 피스!
 
"하치만?"
 
등을 생각하고 있으니 토츠카가 내 얼굴을 걱정스러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생각을 돌리고 토츠카를 마주본다.
 
"아니, 미안. 잠깐 생각하고 있었어. 뭐라고 말했어?"
"……아무 말 안했는데. 하지만 어제랑 달리 오늘은 하치만이 기운차보이니까, 다행이다 싶어서"
"……아아"
 
어제랑 달랐나…….
뭐, 어제 나는 지금까지 없을만큼 착란에 빠졌으니까.
 
수업중에는 내내 보건실에서 쓸쓸하게 기다릴지도 모를 유키노를 생각하고 있었고, 쉬는 시간도 내키지 않았다.
 
그 탓에 토츠카가 나를 걱정해줘서 쉬는시간마다 말을 걸어줬다. 그런데, 나라는 녀석은 건성 대답만 했던것 같다.
 
내가 토츠카와 귀중한 토크 타임을 낭비하다니…….
진짜! 나 바보바보!
 
그런 내가 오늘은 비교적 차분해하는건 어째서일까?
 
그건 아마…….
 
"왜 그래? 하치만?"
"헤? 뭐, 뭐야? 토츠카?"
"하치만, 기뻐보였으니까. 어제 뭐 좋은일이 있었어?"
 
토츠카의 말로 나는 그만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걸 느낀다.
황급히 고개를 붕붕 젓고 얼버무릴 말을 허겁지겁 나열한다.
 
"따, 딱히 좋은 일은 전혀 없었어! 오히려 내 인생이 지금까지 좋은 일은 거의 없어!"
"그래? 뭐, 하치만이 기운차다면 그걸로 됐지만"
 
토츠카는 내 반응에 갸웃 고개를 기울이지만 바로 안심했다는 듯이 웃어준다.
 
정말로 걱정을 끼쳤군.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유키노와 키스한거나 하루노 씨랑 같이 잤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할 수가 없다.
 
걱정해주는건 사실이다.
점심시간 정도까지 상태가 이상했떤 나에게 토츠카는 필사적으로 말을 걸어줬다.
그런 토츠카에게 대천사의 칭호를 주려고 생각한다.
 
"고마워, 토츠카. 걱정해줘서"
"딱히 신경쓰지마. ……어라? 하치만, 거기 왜 그래?"
"하? 어디?"
"몹 부근, 왠지 벌레 물린것처럼 빨개졌어"
 
나는 토츠카에게 지적받고 탁탁 목을 만지지만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다.
 
그보다, 오늘 아침에 이런 곳에 벌레 물리다니 깨닫지 못했는데.
뭐, 어제 부끄러움 때문에 그럴참이 아니었지만.
 
"여기야, 하치만"
 
토츠카는 나에게 얼굴을 가져오고는 내 목을 가리킨다.
 
눈과 코끝에 토츠카의 얼굴이 있어서 나는 무심코 얼굴을 피해버린다.
가, 가까워어. 심장이 위험해.
 
왠지 멀리서 "토츠하치와와씁니다아아아아아아아!"라고 외치는 에비나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분명 기분탓이다.
 
"어, 어디에?"
"여기야"
 
그보다, 아까부터 토츠카가 가까우니까 그럴참이 아니다.
그리고 목 만지지마. 착각해버리잖아! 남자인데!
 
"나, 거울 갖고 있으니까 빌려줄게"
 
토츠카는 자, 하며 바지 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내서 건내준다.
 
왜 손거울을 상비하는거야. 여자력 엄청 높잖아. 남자인데.
 
나는 토츠카에게 손거울을 받아서 쳐다보니 확실히 토츠카가 말한대로 내 목덜미에 피가 고인듯한 붉은 멍이 있었다.
 
"확실히 있네"
"아프지 않아?"
"아니, 전혀. 토츠카한테 들을때까지 몰랐으니까"
 
나는 한번 더 손거울로 목덜미에 있는 붉은 멍을 쳐다본다.
 
으음, 기분탓인지 키스마크로 안 보이는것도 아닌데…….
 
역시 기분탓일지도 모른다. 나한테 키스마크라는건 가장 인연이 먼거니까.
 
토츠카는 문득 교실에 설치되어 있는 시계를 보고, "앗" 하며 작은 소리를 낸다.
 
"슬슬 수업 시작하니까 나 자리로 돌아갈게"
"오오, 그럼 나중에 봐"
 
토츠카가 손을 흔들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걸 보고 있으니, 수업개시 종이 교실 안에 울려퍼진다.
 
그리고 주위에서 그룹으로 뭉쳐있던 교실 녀석들도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나도 다음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해 책상에서 교재 등을 꺼내어 올려둔다.
 
분명히 1교시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수업일 것이다.
나는 팔꿈치를 괴면서 힐끔 문쪽으로 눈을 준다.
 
그러자 교실 밖에서 토독토독 발소리가 들려온다.
 
그걸 듣고 응? 하고 나를 포함한 교실 일동이 물음표를 머리 위에 띄운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온다고 해도 발소리가 토독토독이나 아장아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 사람 맨날 구두를 신으니까.
소리로 말하면 저벅저벅이겠지.
 
그리고 나는 의문을 느끼는것과 동시에 어딘가 엄청 불길한 예감도 느끼고 있었다.
 
발소리는 딱, 이 교실 앞에서 멈췄다.
 
조용해지는 교실.
 
그러자 드르륵 천천히 문이 열리고 밖에서 토독토독……천사가 아니었다……유키노가 들어왔다.
 
"하?"
 
불길한 예감은 느꼈지만 실제로 목도하게 되니, 얼빠진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 왜 유키노가 여기에 있는거야?
 
유키노가 입고 있는 옷은 중앙에 리본이 달린 하얀 톱을 위에 입고 있고, 아래는 검은 치마다.
 
그리고 판씨 모양을 한 가방을 매고, 눈가에 눈물을 머금으면서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돌아본다.
 
교실 일동이 예기치못한 방문자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점차 웅성웅성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나는 멍하니 입을 벌린채 바보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벌떡 하고 누군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서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본다.
 
일어난건 내 예상대로 유이가하마였다.
 
입을 뻐끔뻐끔거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꼬 유키노를 보고 있다.
 
뭐하는거야, 저 녀석!
 
아니, 마음은 굉장히 잘 알겠지만, 네가 거기서 일어서면 유키노를 안다는게 알려지잖아!
 
거기다 가땅치않게도 유이가하마는 유키노의 일므을 부르려고 입을 연다.
 
"유킷……핫"
 
하지만 유키노의 이름을 부르기 직전에 황급히 자신의 입을 막는다.
 
위, 위험해라. 그걸 말했다면 여러가지로 끝났다.
 
"유, 유이? 저 애 알고 있어?"
"어? 아니, 그, 그건…"
 
유이가하마의 모 습에 수상쩍은 얼굴을 한 미우라가 물어온다.
 
유이가하마는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망설이다 나를 힐끔 곁눈으로 본다.
 
아니, 나를 봐도…….
 
여기서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이미 나쁜 상황이 더 나빠진다.
 
"유이!"
 
일어선걸로 인해 유키노는 유이가하마를 깨닫고 눈에 머금고 있던 눈물을 흘리며 다닷, 떠들어대는 급우를 뒷전으로 일직선으로 유이가하마에게 달려가서 유이가하마의 다리오 뛰어든다.
 
"유이! 유이! 유이!"
"아, 잠깐, 유, 유킷…하아"
 
꼬옥 안아오는 유키노에게 유이가하마는 허둥지둥 당황하면서도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걸 보고 있던 교실 녀석들이 더욱 소란스러워진다.
 
"저 애, 유이가하마가 아는 애야?"
"친척인거 아냐?"
"그치만 유이가하마랑 전혀 안 닮았지?"
"응, 어느쪽이냐고 하면……"
 
이런. 교실 녀석들이 눈치채기 시작한다.
 
뭐, 그야 그렇겠지.
당연하지만 유키노시타랑 판박이니까, 저 녀석.
 
그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되지?
여기서 내가 자처하는건 명백히 틀려먹었고, 그렇다고해서 유이가하마에게 떠넘기는것도 나쁘다.
 
"유이, 하치만은 어디?"
"어? 힛키? 으, 으음, 어, 어쩌지?"
 
유이가하마가 얼굴을 이쪽으로 돌리자, 거기에 따라 유키노도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나는 그걸 도망치듯이 무심코 얼굴을 피했다.
 
유키노를 무시하는건 무척이나 가슴이 아프지만, 이 상황은 어쩔 수 없다.
 
미안, 유키노! 나중에 뭐든 하는말 들어줄테니까!"
 
나는 마음속으로 유키노에게 엎드려 빌고, 공기에 녹아들기 위해 자는척 + 스텔스 힛키를 발동시킨다.
 
하지만 이럴때에 한해 내 스텔스 힛키는 발동되지 않았다.
 
"하치만? 은 누구야?"
"저 녀석이야, 분명히……히키타니가 그런 이름이었던것 같아"
"아아, 히키타니 하치만인가. 어? 그렇다는건 저 애, 히키타니의 친척?"
"아니, 그건 말도 안 되지. 아무리 봐도 아니라고 생각해. 왜냐면 저 애는 저렇게나 귀엽잖아"
"그치만그치만, 나 히키타니의 동생 알고 있는데! 무진장 귀엽잖으?"
"앗, 나도 문화제때 히키타니랑 얘기하는거 봤어"
"확실히 귀여웠지. 꽤 내 취향이었고"
 
어이, 지금 코마치를 취향이라고 말한 자식, 나중에 학교 뒤로 와라.
내가 인정하는 녀석 말고는 코마치를 줄까보냐!
 
그리고 내 이름은 히키타니가 아니거든. 이미 몇 번이나 틀렸으니까 신경도 안 쓰지만.
 
……그보다, 왠지 교실 녀석의 시선을 느끼는데. 기분 탓일까?
기분탓이면 좋겠다.
 
"하치만!"
 
유키노의 기뻐하는 목소리에 움찔해서 나는 무심코 몸을 살짝 띄워버린다.
 
어? 하치만은 여기에 없다구? 진짜다?
왜냐면 나는 히키타니 하치만이니까. 히키가야 하치만이 아니다?
 
라고 해도 소용없겠지.
 
두다다 유키노의 가벼운 발소리가 나에게 다가오는게 내 귀에 들린다.
 
발소리는 내 근처에서 멈춰서, 쭉쭉 교복 소매를 잡아당기는걸 느낀다.
 
"하치만?"
 
갸웃 고개를 기울이며 내 이름을 부르는 유키노.
 
이제 이건 무시도 얼버무리는것도 할 수 없겠지.
 
나는 체념하듯 크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들어 유키노에게 고개를 돌린다.
 
"왜 여기에 있는거야?"
"……하치만, 화났어?"
"아니, 전혀 화 안났어. 하지만 내가 말했잖아? 제대로 돌아올테니까 보건실에서 기다리라고"
"죄송해요"
 
나는 그만 퉁명스럽게 말을 해버려서 그 말에 유키노는 시무룩 고개를 숙이고 치마 자락을 꼬옥 잡는다.
 
화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말투가 너무 나빴다.
유키노는 화내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기쁜듯이 반짝이고 있던 눈에 점점 눈물이 맺혀가고, 훌쩍이며 오열을 참도록 한다.
 
그걸 보고 있던 녀석들이 또 왁자지껄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와, 최악. 히키타니"
"저 애, 가엾어. 모처럼 히키타니를 만나러 와줬는데"
"그보다, 보통 학교에 친척 애를 데레와?"
 
라며 지멋대로 주절대고 있다.
 
가능함녀 나도 이런 소리는 하고 싶지 않았어.
본심을 말하자면 지금 만나서 상당히 기쁘고.
 
……아아, 진짜 어쩔 수 없구만.
 
정말로 어제 하루노 씨가 말한대로다.
나는 완전히 지금 유키노에게 물러터졌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유키노의 머리에 손을 톡 올린다.
 
"고개를 들어. 딱히 화난게 아니니까"
 
유키노는 울먹거리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나는 그런 유키노의 머리에 손을 톡 올리고 다정하게 쓰다듬어준다.
 
그리고 유키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쓸쓸했지?"
"……응"
"그런가. 나도 말이 좀 나빴어. 쓸쓸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으응, 유키노도 하치만의 약속 못 지켰어……죄송해요"
"괜찮아. 나는 네가 슬퍼하는게 제일 싫으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생긋, 스스로도 아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가능한 다정한 미소를 지어본다.
 
유키노는 그걸 보고 안심한듯이 얼굴이 풀어졌다.
 
"어? 뭐야뭐야? 저거 뭐야? 지금 미소?"
"진짜? 저게 히키타니?"
"왠지 엄청 아빠처럼 보여-. 무심코 가슴이 따뜻해진다고 할까"
"그보다, 저 미소를 평소 지으면 좋을텐데……"
 
교실 녀석들은 우리들을 보고 웅성임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대화 몇 개가 귀에 들어와서 순간 얼굴을 찌푸려버린다.
 
………엄청 쓸데없는 참견이다.
나는 이런 미소는 지금의 유키노나 토츠카말고는 보여줄 생각은 없다.
스스로 말하는것도 뭐하지만, 나의 순수한 미소는 레어도 장난 아니라고!
 
"하치만!"
 
덥석 뛰어오는 유키노를 나는 받아내고, 퐁퐁 달래듯이 가볍게 등을 두드려준다.
 
의자에 기대어 유키노를 무릎 위에 앉힌다.
 
으음, 교실 녀석들의 눈이 위험할 정도로 모이고 있는데에.
 
하지만 이미 어쩔 수 없다.
유키노가 쓸쓸해하는데 모른채할 수도 없다.
 
"히~키~가~야~?"
 
그 목소리가 들린 순간, 내 등골에 오싹오싹한것이 달려나간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히라츠카 선생님이 눈꼬리를 험악하게 치켜들며, 표정을 그르릉 짐승처럼 빛내고 있었다.
 
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헤, 헤이, 히라츠카 선생님. 왜 그러세요?"
 
히라츠카 선생님의 원망이나 질투 등이 담긴듯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무밐모 애같은 어조로 말해버린다.
 
무, 무서워. 여기까지 오면 광기에 가깝다.
 
유키노도 내 무릎 위에서 꼬옥 껴안으면서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이건 유키노에게 있어서 절대로 트라우마가 되겠지.
 
히라츠카 선생님은 아앙? 이라는 느낌으로 나를 노려본다.
정말로 무섭습니다. YAKUZA냐.
 
"왜 그러세요오오? 스스로 알고 있을텐데에? 히~키~가~야~?"
 
하나하나 늘리지 마세요. 공포가 늘어나니까요.
 
"그게……이 애 말이죠?"
"……알고 있잖느냐. 왜 보건실에 맡겨뒀을 이 애가 교실에 있는거지? 그리고 왜 또 뉘우침없이 시시덕거리는거냐? 결혼도 안 해서 아이도 없는 나한테 보여주는거냐?"
"아뇨, 그런건 전혀 아닌데요……"
 
그보다, 어째서 그렇게 되는거야.
마지막에 관해서는 피해망상이잖아.
나와 유키노의 행복을 위해서도, 정말로 누가 빨리 받아가줘.
나는 이제 무립니다.
 
"일단, 잠깐 따라와라"
"네"
 
나는 순순히 하는 말을 듣고 유키노를 무릎에서 내리려고 한다.
유키노도 쉽게 나한테서 떨어져, 내 무릎에서 내려왔다.
 
나는 유키노의 손을 잡고, 마치 포로처럼 히라츠카 선생님의 뒤를 따라가, 교실에서 나간다.
 
"니들, 내가 돌아올때까지 수업은 자습이다. 조용히 공부해라"
 
내가 교실을 나가자 히라츠카 선생님이 교실 안에 얼굴만 넣은채 짜증난다는듯 말했다.
 
분노한 나머지 어조가 양키처럼 됐다.
 
자습이 되면 평소라면 가장 먼저 소란을 피울 토베도 아무 말하지 않았다. 라고할까 교실이 장례식장처럼 조용해졌다.
 
"짜샤, 빨리 와라"
 
나와 유키노는 끄덕이며 그대로 성큼성큼 앞을 걸어가는 히라츠카 선생님을 묵묵히 따라갔다.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실컷 설교받은 후에 나와 유키노는 봉사부에 대기하게 됐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말하기엔
 
"지금의 히키가야를 보면 수어버 중이든 짜증나서 때려팰것 같다. 그냥 너네는 여기에 있어라. 어차피 지금 수업이 끝나면 쉬는시간이니까"
 
라는 것이다.
 
꽤 불합리한 소리를 하긴 했지만, 의외로 유키노에게 배려를 해준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두자. 왠지 엄청 험악하게 나를 노려보면서 그렇게 말했으니까. 아무튼 지금 히라츠카 선생님에겐 거슬러선 안 된다.
 
일단 메일로 유이가하마에게 지금 어디에 있는지와 가방에 넣어둔 유키노의 도시락을 갖고 오도록 보내두자. 어차피 장소 말해주면 그 녀석은 반드시 올테니까.
 
……남은건 토츠카에게도 유키노의 사정을 쓴 메일을 보내두자.
 
아마, 방금전에 그걸 보고 여러모로 걱정해줄 것이다.
거기다 토츠카는 100% 소문을 내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니까. 나의 토츠카에 대한 신뢰도는 100%니까!
 
나는 유키노를 무릎 위에 올리고, 의자에 앉으면서 스마트폰으로 파팟, 메일을 보내두고 스마트폰 화면을 닫는다.
 
"하치만, 하치만"
 
유키노는 쓸쓸했던 몫을 매우듯이 아까부터 앙탈을 부리며 내 가슴에 뺨을 비비고 있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나는 한쪽 팔로 유키노의 등을 안으면서 감싸듯이 껴안고, 다른 한 손을오 유키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어지간히도 쓸쓸해 했구나, 이 녀석.
 
"하치만의 냄새……"
 
유키노는 교복에 코를 대고 킁킁, 하며 내 냄새를 맡고 있다.
 
이 녀석도 하루노 씨도 어째서 내 냄새를 맡는거지?
 
뭐야? 내 냄새는 그렇게나 좋은 냄새야?
중학교 시절부터 계쏙 여자애한테 8x4를 분사당했으니까?
 
유키노에게 냄새를 맡아지고 부끄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 된다.
 
하지만 하루노 씨보다는 나으니까.
 
"하치만의 냄새……정말 좋아"
 
그보다, 이런 말을 듣고 거절하라 수 있나? 아니, 무리입니다. 저는 절대로 거절할 수 없습니다.
 
"스읍……"
 
유키노는 그대로 눈을 감고 꾸벅꾸벅 거리기 시작한다.
 
"유키노, 졸려?"
"……응"
"그런가. 점심 먹을때가 되면 깨워줄게. 잠시 자고 있어"
 
다정한 목소리로 귓가에서 그렇게 속삭여주니 이윽고 유키노의 새근, 천사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유키노의 머리를 푸듯이 다정하게 쓰다듬고 있으니, 포근, 유키노의 머리카락에서 아이다운 냄새가 난다.
 
유키노는 내 가슴에 몸을 기대고 꾸물꾸물 움직이면서 자신의 페스트 플레이스에 들어간다.
 
왠지 내 팔 안에 푹 들어오네, 이 녀석.
 
그보다, 이 상태라면 자는 얼굴을 볼 수 없잖아!
 
젠장, 하며 마음속으로 발을 동동거리고 있으니 유키노는 음냐음냐 하며 입을 움직인다.
 
"하치만………"
 
왜 토츠카도 이 녀석도 잘때 내 이름을 잠꼬대로 말하는거야?
 
내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끼니까 참아줬으면 싶다.
 
아니, 기쁘지만. 엄청 기쁘긴 하지만!
 
새근새근 기분 좋은듯이 자는 유키노를 안고 있으니, 문득 나까지 졸려진다.
 
그만 후와앗, 하품을 해버린다.
 
나도 잘까?
 
어차피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
 
내 안에서 그렇게 결론을 짓고, 나는 꼬옥 유키노를 껴안고 유키노의 머리카락에 코를 묻듯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왠지 변태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러지 않으면 자세상 힘들다.
 
응.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
따, 딱히 유키노의 머리카락을 맡고 싶다거나 하는게 아니거든!
그 부분은 착각하지마!
 
유키노의 머리향에 잠겨있으니, 스윽 구멍 속으로 빠지듯이 잠에 빠졌다.
 
 
 
 
 
 
"힛키!"
"으악"
 
유이가하마의 목소리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스위치를 넣은것처럼 눈을 떴다.
 
고개를 드니 눈과 코 앞에 유이가하마의 단정한 얼굴이 있다.
 
가깝다. 왜 이렇게나 가까운거야, 이 녀석.
 
아직 각성하지 못한 머리로는 그런 생각밖에 할 수 없다.
 
"힛키, 깨어났어?"
"깨어났어. 뭐야, 모처럼 남이 느긋하게 자고 있었는데"
"뭐냐니, 수업 끝났은이까 도시락 주러 온거잖아!"
"아아, 그건 미안해. 고마워, 유이가하마"
"딱히 유키노를 위해서니까 괜찮지만. 그보다, 그 후에 정말로 힘들었거든!"
"아니, 그걸 나한테 말해도 말이야"
"그런데 왜 힛키는 유키노를 껴안고 자는거야!?"
 
그거냐. 아니 뭐, 그건가.
 
자신이 힘들어할때 기분 좋게 잠들어 있으면 그야 화나겠지.
 
"미안해. 하지만 슬슬 떨어져줘. 가까워. 너무 큰소리를 지르면 유키노가 깨버리잖아?"
"앗, 미안해"
 
유이가하마는 화아악 얼굴을 점점 홍조시키고 황급히 떨어진다.
 
그 반응, 나까지 부끄러워지니까 그만둬줄래?
 
부끄러워할거면 처음부터 하지마.
정말로 톱 카스트 녀석은 거리 가까움이 장난이 아니다.
 
나의 경계를 쉽게 뛰어넘어온다.
이젠 영토문제에도 발전하겠다.
 
뭐, 아무래도 좋나 그런건.
 
나는 힐끔 유키노를 쳐다보니 유키노는 방금전의 유이가하마의 목소리도 듣지 못한듯이 아직도 내 팔 안에서 쉬는중이었다.
 
나는 그걸 안도하면서 주위를 돌아보니, 유이가하마의 뒤로 이 부실에는 좀처럼 오지 않는 방문자가 있었다.
 
"네 그런 미소는 처음 보는데"
 
그 녀석은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놀리듯이 그렇게 말한다.
 
예상은 했었다.
 
아까 유키노의 습격은 절대로 이 녀석에게 무슨 임팩트를 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오는것도 알고 있었고, 오면 지금의 유키노시타의 상태를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것도 생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유키노가 이 녀석을 깨닫지 않았던것이 신기했다.
 
뭐, 깨달았다면 유키노의 정체가 들켰을지도 모르니까 상관없지만.
 
하지만 이 녀석에게도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뭐라 말해도 이 녀석은 예전 유키노시타의 소꿉친구니까.
 
"시끄러. 너한테 만큼은 보여주고 싶지 않앗어, 하야마"
 
쓴웃음이어도 짜증날 정도로 산뜻하게 웃고 있는 하야마 하야토에게 나는 비아냥 전개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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