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노력을 거듭해도 잇시키 이로하는 친근해지지 못한다.
 
 
 
 
종례가 끝나고 방과후, 나는 가방에 집을 정리하면서 힐끔 어떤 그룹에 눈을 향한다.
 
말할것도 없지만 하야마 그룹이다.
 
여전히 소란스런 그 그룹의 속에서 하야마는 평소대로였다.
 
아무래도 미우라네도 교실에 돌아오고나서 하야마의 변화는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
 
뭐, 내가 신경쓸 일도 아니고, 나하고는 관계없다.
 
저 녀석은 그런 부분도 잘 할것이다.
 
그게 평소의 멋있는 하야마 하야토일테니까.
 
……어째서지? 왠지 엄청 짜증나는데!
 
뭐, 마음을 다잡고 유키노를 맞이하러 가자.
 
하야마나 유이가하마의 힘이 있어선지, 교실에선 유키노는 유키노시타의 친척이고 사정이 있어서 유이가하마가 맡고 있다는게 됐다.
 
내가 맡고 있다는것보다는 유이가하마 맡고 있다는편이 교실 녀석들도 이해한다고 해서 점심시간에 얘기로 그렇게 됐다.
 
이것도 꽤 괴롭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역시 톱 카스트 둘의 말이다.
 
교실 녀석들은 조금 억지긴 해도 받아들여준 모양이다.
 
나는 나대로 토츠카와……그리고 교실로 돌아오니 왠지 굉장히 험악하게 이쪽을 쳐다보는 카와사키에게만(하루노 씨도 살고 있다는건 빼고) 얘기해뒀다.
 
둘은 뭐, 납득해줬다.
 
왠지 카와사키마는 퉁명스런 얼굴이었지만.
 
이걸로 유키노는 우리 교실에선 주지의 사실이 된 것이다.
 
나는 다시 하아, 안도의 숨을 내쉬고 가방을 어깨에 메고 교실에서 나간다.
 
교실에서 나갈때 곁눈으로 유이가하마가 황급히 가방을 챙기고 이쪽으로 다가오는게 보였다.
 
나는 그대로 다리를 멈추지 않고 복도를 걸어가, 주변 기둥에 기댄다.
 
그러자 다다닥, 이쪽으로 다가오는 유이가하마의 모습이 보였다.
 
유이가하마는 내 모습을 확인하자 파앗, 얼굴을 빛내며 나에게 달려온다.
 
그 모습은 주인을 발견해서 기뻐하는 개같다.
 
뭐랄까 순간 개귀와 흔들거리는 꼬리가 보인것 같다.
 
팔로가하마 씨 아니, 이누가하마라고 부르자.
 
"힛키, 기다려줬구나"
"먼저가면 너 화낼거 아냐?"
"당연하잖아. 힛키, 유키노짱 마중하러 갈거지? 전에도 말했지만 그런거면 같이 가는 편이 유키노짲ㅇ도 기뻐한다구"
"그리 말해도, 유키노가 너한테 응석부리는건 별로 본 적이 없는데"
"뭣, 그런거 전혀 아니거든!"
 
아니 그치만 꽤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보건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나에게 뛰어들고. 계속 나한테 달라붙어오니까?
 
그야 한번만 아앙하는걸 양보해줬지만, 그거 말고는 전부 내가 햇으니까!
 
"……확실히 한번은 너한테 졌지만 말야. 그래도 나를 유키노가 훨씬 더 단연 따르고 있거든!"
 
훗, 하며 내가 이겼다는 미소를 지으니 유이가하마 우와아, 하며 약간 깬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 표정 짓지마, 왠지 상처입어버리잖아.
 
"……힛키 뭐라고 할까……딸바보라고 할까……단순히…"
 
거기서 『앗, 이건 해선 안 되는 말이네』라는 느낌으로 멈춰도, 거기까지 말하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거더ㅡㄴ?
 
"뭐, 그건 칭찬으로 받아두마"
"아니, 전혀 칭찬 아니거든!"
 
하? 왜?
딸바보는 최고급의 칭찬이잖아.
 
이전까니는 아버지를 딸바보라고할까 바보부모라고 욕했지만 말이지.
 
의외로 딸바보라는것도 나쁘지는 않다.
 
언젠가 전업주부가 되어서, 아이가 생겼을때 양껏 응석부리자.
 
진짜 바보라는 수준으로.
 
"그럼 힛키. 날아 승부하자"
"하? 싫어"
"거절하는거 빨랏!?"
"그치만 귀찮고, 거기다 유키노는 승부에 쓰는게 아니니까. 그리고 엄청 귀찮아"
"얼마나 귀찮아 하는거야!? 괜찮잖아! 힛키를 훨씬 더 따른다고 하면, 괜찮지?"
 
왠지 그 말은 나에겐 『혹시 자신없어?』같은 늬앙스로 전해졌다.
 
평소라면 그런 뻔한 도발은 이전 유키노시타말고는 걸리지 않을 도발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묘하게 걸렸다.
 
"오케이, 알았다. 네가 얼마나 무모한 싸움에 도전했는지 증명해주마"
 
나는 그렇게 오만불손하게 말했다.
……왠지 패배 플래그를 세운것 같은 대사로 들리지만 분명 기분탓이다.
응, 기분 탓이야.
 
 
 
 
 
 
그리고 우리는 싸움의 무대인 보건실 앞까지 도착했다.
 
규칙은 간단.
나와 유이가하마가 동시에 입실해서 유키노가 누구에게 뛰어드는지를 겨룬다.
먼저 뛰어든 쪽이 승리!
실로 간단해서 알기 쉽다.
 
승자에게는 유키노의 사랑이 주어진다.
 
응, 이 이상의 명예가 있을까? 아니, 없다. 전혀 보이지 않아!
 
내가 문에 손을 대며 서로 얼굴을 맞대고 말없이 끄덕인다.
 
그리고 기세 좋게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어제와 같은 위치에 유키노가 쫑긋 의자에 앉아있었다.
 
유키노는 문이 열리는 소리로 휙 우리를 깨닫고, 눈을 반짝이며 의자에서 뿅 뛰어내려와 이리로 힘차게 뛰어온다.
 
"유키노!"
 
나는 유키노를 맞이하기 위해 팔을 크게 벌린다.
 
하지만 그 순간, 마찬가지로 팔을 벌리고 있던 유이가하마가 내 앞으로 나와 마치 가로막듯이 등장했다.
 
"유이!"
 
유키노는 그대로 빨려들듯이 유이가하마에게 뛰어든다.
 
유이가하마는 유키노를 자신의 풍만한 가슴에 받ㄷ아들이고 꼬옥 사랑스런 우리 아이를 안는것처럼 안아올린다.
 
"유키노짱, 괜찮아? 쓸쓸하지 않았어?"
"응!"
"그런가-, 에헤헤"
 
어? 뭐야? 그런거 있어?
 
유이가하마는 유키노를 안아올린채로 아직도 팔을 벌리며 멍하니 굳어있는 나를 돌아본다.
 
"……딱히 앞에 나오면 안 된다고 안 했으니까 괜찮지?"
 
라고 말하며 흐흥, 하며 승리를 자랑하는 일급품의 우쭐대는 표정을 지었다.
 
이, 이 녀석에게 규칙의 허를 찔릴 줄이야…….
 
이런. 진심으로 침울해질것 같다.
 
이젠 유이가하마는 우쭐가하마면 됐어.
 
 
 
 
 
 
 
 
 
 
 
유키노를 데리고 나와 유이가하마는 부실로 이동한다.
 
부실에 도착해 가방을 책상에 두고 나는 가방에서 어제 구입해서 집에서 갖고온 패키지로 싸인 코코아 파우더와 우유를 꺼낸다.
 
나에게는 MAX커피가 있으므로 물론 이건 유키노를 위하 산 것이다.
 
유이가하마도 평소 앉던 자리에 앉아 나와 같은 생각인건지 전체적으로 어린아이용 과자를 꺼낸다.
 
어제 슈퍼에서 본 판씨 문양이 있는 쿠키 등 여러 과자가 나온다.
 
이제 이건 어느쪽이냐고 하면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 유키노를 위해서지?
 
나는 전자 포트까지 이동해서 코코아를 만들 준비를 하면서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단결해서 무언가를 한다니, 기본적으로 부활동에서도 그리 없다.
 
지금 봉사부는 유키노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아니, 지금은 지구까지도 유키노 중심으로 돌고 있다.
 
유키노는 유이가하마가 판씨 쿠키를 꺼낸것을 보고 호와아- 감탄의 소리를 지르며 뿅뿅 기쁜듯이 점프한다.
 
"유이, 그거! 판씨!"
"응. 어제 편의점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유키노짱이 기뻐할까 생각해서 샀어. 유키노짱, 갖고 싶어?"
"응!"
 
유키노는 만면의 미소로 끄덕이고 발돋음해서 책상에 놓인 쿠키로 손을 뻗으려고 한다.
 
"유키노, 과자를 먹기 전에 제대로 손을 닦아"
 
나는 그걸 보고 유키노를 가볍게 손으로 제지하고 가방에서 손닦기용 물티슈(이것도 어제 슈퍼에서 사뒀다)를 꺼낸다.
 
유키노는 므으-, 볼을 부풀리며 나를 노려본다.
 
"……과자"
"조금은 참아. 과자는 도망 안 가니까"
"네에"
 
뿌우 삐친듯이 볼을 부풀리면서도 유키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자, 손 내밀어"
"응"
 
유키노는 순순히 나에게 손을 내밀어온다.
나는 물티슈를 몇 장 꺼내들어서 유키노의 손을 잡는다.
 
……그러고보니 늘 손을 잡고 있지만 유키노의 손을 이런식으로 잡는건 처음이군.
 
나는 문득 손을 닦고 있는 사이에 유키노의 손바닥을 만져본다.
 
유키노의 손은 당연하지만 아이답게 포근한 손이라 피부도 매끈매끈하다.
 
뭐, 이전의 유키노시타의 손도 보는한 매끈매끈했지만.
 
하지만 역시 아이의 손은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워서 촉감이 좋다.
 
계속 만지고 싶어진다.
 
"힛키, 왜 유키노짱의 손을 계속 잡고 있는거야? 벌써 끝난거 아냐?"
 
유이아가하마의 말로 나는 정신을 차리며 자신이 손을 다 닦아도 계속 유키노의 손을 만지고 있었다는걸 깨닫는다.
 
이런, 뭐야 나 어딘가의 성희롱부장 같은 짓을.
 
유키노의 손을 잡았더니 왠지 그만 좀 더 만지고 싶어져버려서…….
 
유키노는 천사가 아니라 악마일지도 모른다.
 
남자의 마음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그건 진짜 초절 귀여운 소악마다.
 
유키노에게라면 혼이든 뭐든 빼앗겨도 좋을지도.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급하게 손을 뗀다.
 
유키노는 나에게 생긋 미소를 짓고 입을 연다.
 
"하치만, 고마워1"
 
아무래도 유키노는 특별히 아무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손에 땀흘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중학교때 우연히 여자에게 손이 닿았더니, 『우왓, 히키가야에게 만져졌어-. 히키가야균이 옮아-. 소독해야지, 소독』라고 들은 적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얼마나 강력한거야, 히키가야균.
 
그보다 유키노에게 『하치만, 축축해. 기분 나빠』라고 들으면 트라우마가 되살아난다고 할까 진짜로 죽고 싶어진다.
 
"과자-!"
 
유키노는 만면에 기쁨을 띄우며 판씨 쿠키를 집어 든다.
 
그때 전자포트에서 푸슈- 다 끓었다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린다.
 
포트 근처에 놓아둔 이전의 유키노시타가 사용했던 컵과 유이가하마용 컵을 든다.
 
본인의 허가없이 쓰는것도 조금 캥기지만, 그 본인에게 마시게 하기 위해서다.
 
나는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용 컵에 코코아 파우더를 적량 넣고 그 속에 끓인 우유를 붓는다.
 
코코아의 달콤한 향이 퍼져 부실의 공간을 채운다.
 
평소엔 홍차 향이 채워져있는 부실이지만 오늘 정도는 코코아 향도 괜찮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서 둘의 컵을 손에 들고 슬슬 의자에 앉으려는 유키노와 유이가하마에게 이동한다.
 
"자, 유키노. 코코아야. 뜨거우니까 후후 불고나서 마셔"
"응!"
 
니파 기쁜듯이 웃으며 컵을 양손으로 잡고 후후 내가 말한대로 숨을 불고 있다.
 
나는 그 모습에 흐뭇한 느낌을 받으면서 이번에는 유이가하마에게 들고간다.
 
"그게……유이가하마의 몫도"
"어? 내 몫도 있어?"
 
유이가하마는 자신의 몫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눈을 끔뻑거리며 이쪽을 쳐다본다.
 
나는 그 시선으로 인해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홱 돌리면서 적당하게 말을 한다.
 
"너만 없으면 그게……그거잖아? 늘 홍차를 타주는 녀석이 지금은 없고"
"아하하, 그러네. 이야-, 왠지 힛키가 거기서 준비하는것더 엄청 위화감 있어. 다음엔 나도 해볼까?"
"그건 그만해. 유키노가 병에 걸릴테니까 절대로 하지마"
"뭣, 코코아 정도는 나라도 탈 수 있다 뭐!"
 
어떠려나?
이 녀석의 요리 스킬은 괴멸적이니까.
컵라면조차도 제대로 만들 수 있는지 의심쩍다.
뭐, 컵라면은 요리가 아니지만.
 
그때 부실 문에서 똑똑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누구지? 히라츠카 선생님?"
"글쎄. 일단 말 걸어보자"
"그러게"
 
내 말에 유이가하마는 끄덕이고 "들어오세요" 라고 문에 말한다.
 
그러자 문에서 잇시키가 고개를 빼꼼 들이며 들어온다.
 
"저기-, 어제 얘기했던 의뢰로 온건데요-"
"어라? 이로하? 의뢰라니 뭐 있었어?"
"아니, 몰라"
"어제 방과후에 말했잖아요! 아이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유키노짱이랑 놀거라구요!"
 
잇시키는 부실에 들어와서 얼굴을 부우 부풀리며 뿡뿡 화낸다.
 
그러고보니 그런 소리 했었지.
어제 방과후부터 여러가지 일이 너무 많아서 머리속에서 완전히 사라져있었다.
 
어제 잇시키의 얘기에 따르면 학생회에서 하는 자원봉사로 가까운 유치원에 도우미를 하러 가는게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잇시키가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이참에 아이에 익숙해지고 싶다는게 의뢰 내용이다.
 
유이가하마도 잇시키에게 듣고 겨우 떠오른 모양이다.
 
"앗, 미안해 이로하. 오늘 아침부터 좀 여러 일이 있어서 깜빡했어"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응, 좀 열어모로"
 
잇시키의 말에선 유키노의 교실습격 정보는 1학년 교실까지는 가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그에 진심으로 안도하고 잇시키를 돌아본다.
 
"어제 들은 얘기로 그 의뢰라면 지금 우리라도 할 수 있으니까. 그럼 바로 유키노랑……"
 
말을 멈추고 유키노가 앉아있던 곳으로 눈을 돌리지만 거기에는 마시다만 코코아랑 먹다만 쿠키가 방치되어 있을 뿐이지 유키노의 모습은 없었다.
 
어라? 그 녀석 어디 갔어?
 
나와 유이가하마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돌아보니 유키노는 부실 구석에 앉아있고, 우- 하며 경계하듯이 잇시키를 위협한다.
 
유이가하마는 그 모습을 보고 아차, 라는 느낌으로 머리에 손을 댄다.
 
"아-, 아직 이로하한테 익숙하지 않은것 같아. 지금 유키노짱, 상당히 사람 많이 가리는 구석이 있으니까"
"그렇군. 코마치나 히라츠카 선생님도 처음에는 별로 따르지 않았으니까"
 
그야말로 처음부터 따르던 녀석은 나나 유이가하마, 그리고 하루노 씨……… 대단히 뭐같긴 하지만 하야마 정도일 것이다.
 
어떤 의미로 하루노 씨랑 하야마는 초대면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진정한 의미로 바로 유키노가 마음을 열어준건 나와 유이가하마 정도다.
 
하지만 지금 되어선 코마치는 같이 살고 있는 사이에 엄청 따르게 됐고, 히라츠카 선생님도 몇번 만나고서 그리 경계하지 않는다.
 
뭐, 히라츠카 선생님은 오늘 일로 다시 경계받을지도 모르지만.
 
섣부르면 히라츠카 선생님은 영원히 마음을 열지 않을 정도의 트라우마를 유키노에게 심은걸지도 모른다.
 
결론을 말하면 지금의 유키노에겐 몇 번의 접촉을 거듭해서, 그걸로 호감도를 올려갈 필요가 있다.
 
뭐야, 이거. 어디의 미연시야.
 
마지막에 부녀 엔딩이 있으면 사양않고 유키노의 호감도를 올려댈텐데.
현실은 그리 쉽게 되지 않는다.
 
"뭐, 서서히 익숙해지면 되지 않겠냐? ……어, 야, 잇시키"
"이로하!?"
 
뭘 생각한건지 잇시키는 우리의 말을 무시하고 부실 구석에 있는 유키노에게 다가간다.
 
유키노는 움찔 고양이철머 몸을 띄우며 황급히 거기에서 탈출하려고 하지만 잇시키로 인해 막히고 만다.
 
잇시키는 유키노의 눈 앞에 서서 무릎을 굽히고 생긋, 필살 약삭 스마일! 을 얼굴에 띄운다.
 
"안녕, 유키노짱♪"
"………"
"어음, 어제도 봤지? 자기소개가 늦었네, 나는 잇시키 이로하. 이로하 언니라고 부를래?"
"………"
"그게……나, 유키노짱이랑 사이 좋게 지내고 싶어"
"………"
 
유키노에게 완전히 무시당해도 굴하지 않고 잇시키는 평소의 고양이 갸르릉대는 목소리로 말을 건다.
 
하지만 유키노는 아까부터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잇시키를 쳐다보면서 질질, 조금씩 뒤로 물러난다.
 
엄청 경계당하고 있잖아.
 
남자를 휙휙 손안에 쥐고 있던 이로하 스마일도 순수한 마음을 가진 유키노에겐 효과 없는 모양이다.
 
잇시키는 벌려지는 거리를 미소지은채 차분히 좁히고 있다.
 
이윽고 유키노는 벽까지 몰려간다.
 
"유, 유키노짱? 딱히 나는 무섭지 않다구-?"
 
이로하 스마일은 이미 움찔움찔 완전히 경직되어 있다.
 
아니, 그런 경직된 미소로 다가오면 평범하게 무섭잖아.
 
"……후엣"
 
경직된 이로하스에게 공포를 느꼈는지 마침내 유키노는 작게 소리를 지르며, 눈가에 눈물을 머금는다.
 
역시 잇시키도 그걸 보고 동요했는지 이쪽에 시선을 힐끔힐끔 준다.
 
『서, 선배! 도와줘요! 부탁이니까 어떻게든 해줘요!』
 
같은 의미를 담은것 같구만, 이 시선.
 
왠지 정말 필사적인 느낌이 팍팍 느껴지네.
 
그래도 미소를 무너뜨리지 않는 이로하스에게 감탄한다.
장래에는 프로의식이 높은 좋은 탤런트가 되겠지.
 
하지만 이로하스, 수순을 잘못했어.
 
이런건 무리하게 다가가려고 하지 않고, 기분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했다.
 
그렇게 하면 서서히 익숙해져서 그쪽에서 다가오면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쌓였다고 해서 주물러대거나 안아올리는건 그만두자!
 
왠지 고양이랑 사이 좋아지는 방법같구만, 이거.
 
"……힛키, 저거 어떡하지?"
"……하는 수 없구만"
 
나는 크게 한숨을 쉬고 가까이 놓아뒀던 판씨 쿠키를 든다.
 
그리고 의자에서 일어서서 잇시키에게 걸어가, 쿠키를 자 하고 내민다.
 
"……별로 추천은 하지 않지만, 이걸 주면 조금은 경계심이 흐려질거라 생각해"
"……그런게 있으면 처음부터 주세요"
 
아니 그치만 너. 우리 얘기 듣지도 않고 유키노에게 닥돌했잖아.
 
라고 입에서 나올뻔했지만, 그 말을 삼키고 나는 얌전히 판씨 쿠키를 잇시키에게 건낸다.
 
"유키노짱, 이거…"
 
하며 잇시키는 쿠키를 내밀지만 뭐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키노는 재빠르게 잇시키의 손에서 쿠키를 빼앗았다.
 
그리고 다다닥, 또 도망치듯이 후퇴하여 우물우물 쿠키를 먹는다.
 
순식간에 일이라 잇시키는 손을 내민채 미소지으며 굳어있다.
 
그 모습에서 무진장 쓸쓸함이 전해진다.
 
웃, 저도 모르게 눈물이!
 
유키노의 경우, 한번 수순을 잘못하면 친해지는 날을 바꾸는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아니, 정말로 이렇게까지 경계당하면 나라면 통곡한다!
 
아직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 잇시키에게는 찬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선배……하나 더"
 
잇시키는 툭 중얼거리고 나한테 손을 내민다.
 
"힛키"
"……어"
 
유이가하마한테 건내받은 쿠키를 나는 받고 그대로 잇시키에게 건낸다.
 
"유키……"
 
이번에는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빼앗겼다.
 
또 잇시키는 말없이 나에게 손을 내민다.
 
나는 유이가하마한테 쿠키를 받아들고 한번 더 잇시키에게 건낸다.
 
이번에는 뭐라 말하기도 전에 빼앗겼다.
 
몇 번을 계속해도, 건내고 빼앗기기의 연속이다.
 
쿠키 말고 여러가지롤 있었던 과자를 건내도 전부 빼앗긴다.
 
마침내 과자가 동이 나버렸다.
 
"………"
"………"
"………"
 
우물우물 맛있다는 듯이 쿠키를 먹고 만족스러워하는 유키노를 우리는 말없이 쳐다본다.
 
"……잇시키, 이제"
"선배"
 
잇시키는 일어서서 나를 천천히 돌아본다.
 
소매를 꼭 잡고, 눈물을 닦으려고 하면서 나한테 울먹거리는 눈동자를 향한다.
 
"……도, 도와주세요"
 
이 녀석, 꽤 진심으로 침울해하는구만.
 
훌쩍 눈물을 참으려고 하는 잇시키를 보고, 나는 저도 모르게 달래기 위해 머리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어버렸다.
 
"……감사합니다"
 
승낙이라고 받아들인 잇시키는 나의 쓰다듬을 거절하지 않고, 얼굴을 숙이면서 순순히 꾸벅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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