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농 - 20. 히키가야 하치만은 마침내 자신의 소중한 것에 도달한다.
 
 
 
"유키노! 유키노……정신차려! 어제는 그렇게나 기운넘쳤잖아!?"
 
나는 비통한 소리를 지르면서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의 작은 몸을 흔든다.
 
그녀에게선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고, 그 대신에 괴로운듯이 콜록콜록 기침 소리를 한다.
 
"……하치만"
 
이윽고 유키노는 미약하게 내 이름을 부른다.
 
유키노의 안색은 어제의 핑크색이 거짓말초럼 창백해졌고, 불쾌한 땀이 이마를 타고 내리고 있다.
 
어제밤 잠옷을 입은 몸은 추운듯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그 아픈 모습에서 나는 저도 모르게 눈을 피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참아내듯이 아랫입술을 깨물고 유키노에게서 눈을 피하지 않도록 한다.
 
유키노가 이렇게나 괴로워하는데, 내가 눈을 피할 수는 없다.
 
그건 유키노한테서 도망치는것과 같은 소리다.
 
유키노는 이불에서 단풍잎같은 귀여운 손을 내밀어 나에게 내밀어온다.
 
나는 그 의미를 이해하고 재빠르게 유키노의 손을 꼬옥 잡는다.
 
손은 예상 이상으로 차가워서 나는 그걸 데우듯이 유키노의 손을 양손으로 포개듯이 잡는다.
 
"하치만의 손, 따뜻해"
"……바보. 유키노의 손이 너무 차가운거야"
"에헤헤, 그런가-"
 
유키노는 미소짓지만, 나에겐 어디에서 어떻게 보아도 이전 공기를 느꼈다.
 
이 바보……이럴때까지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되는데.
 
하지만 유키노는 웃는걸로 내 심로를 줄여주려는걸지도 모른다.
 
자기가 훨씬 힘들텐데……얼마나 착한거야, 이 녀석.
 
흘러넘칠것 같은 눈물이 시야를 일그러뜨려간다.
 
나는 황급히 교복 소매로 슥슥 눈물을 닦는다.
 
그리고, 어떻게든 입꼬리를 올려서 어색하지만서도 미소를 짓는다.
 
"하치만……"
"왜?"
"유키노, 학교 가고 싶어"
 
그 말에 나는 그만 말을 잃어버린다.
 
지금의 유키노의 몸으로는 학교에 가는건커녕 밖에 나가는것도 할 수 없다.
 
그래도 그녀는 학교에 가고 싶다고 바란다.
 
"미안, 유키노. 오늘은 무리야……"
 
오늘은 물론 내일도 유키노는 학교에 갈 수 없다.
 
이 순간, 나는 자신의 무력함을 저주했다.
 
이런 작은 아이의 단 하나의 바람을 나는 이루어줄 수 없는 것이다.
 
"응, 알았어"
 
유키노는 내 대답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끄덕이고, 나한테서 시선을 떼어 천장을 쳐다본다.
 
"……그럼, 유키노 이제 코 잘게?"
"유키노……?"
"하치만, 잘 자"
 
툭, 그렇게 중얼거리고 천천히 눈을 감는다.
 
"야, 유키노!? 대답해줘! 유키노!"
 
나는 필사적으로 유키노를 부르지만, 이번에는 아무 반응도 돌아오지 않는다.
 
정말로 평온한 얼굴로 잠들어 있다.
 
"유킷……"
"하치만"
 
다시 부르려고 하는 나에게 등 뒤로 하루노 씨가 말을 한다.
 
나는 돌아보자, 하루노 씨는 입을 다문채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이제 유키노를 쉬게 해줘"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처음에는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정말로 몰랐다.
 
어, 어째서 당신이 그렇게 간단하게 포기할 수 있는거야?
자신의 동생이 이런 모습이 되었는데…… 왜 당신은 그런 얼굴로 있을 수 있는거야!
 
"오빠야……"
"코마치……너도냐"
 
나는 믿고 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비극의 주인공처럼 코마치를 쳐다본다.
 
코마치는 이미 중학교 교복으로 갈아입고 있고, 어깨에는 가방을 매고 있다.
 
설마 이 녀석, 유키노가 이런 상태인데 학교에 갈 생각인가?
 
무, 무시무시한 애구만, 코마칭.
 
전전긍긍하는 나의 시선을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고 도리어 코마치는 마치 불쌍한 사람을 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이제 됐잖아! 하루노 언니야 말대로 유키노짱을 쉬게 해줘!"
"……싫어. 이런 비극, 나는 절대로 인정 못해. 인정하고 싶지 않아"
 
내 말에 하루노 씨는 이거야 원, 하며 어깨를 으쓱이고, 코마치는 두통을 느끼는듯이 머리에 손을 댄다.
 
"오빠야……"
"하치만……"
 
두 사람은 동시에 나를 부르고…….
 
 
 
""단순한 감기인데 너무 호들갑인거 아냐?""
 
 
라며 멋지게 겹치며, 둘 다 질렸다는듯이 말했다.
 
……아, 아니, 확실히 단순한 감기지만!
열이 37.5℃ 정도인 미열이었지만!
약을 먹었으니까 이젠 괜찮겠지만!
 
그보다, 왜 둘 다 그렇게까지 평범한거야?
 
유키노라고? 그 유키노가 감기 걸린거라고?
 
……어? 내가 이상한거야?
 
……그런고로 유키노가 감기를 걸려버렸다.
 
 
 
 

오늘 아침, 아침밥을 먹고 있을때 유키노는 뺨을 빨갛게 만들어 멍하니 있었다.
 
나나 하루노 씨가 불러도 들리지 않는건지 유키노에게 반응이 없고, 몸을 휘청거리고 있던 것이다.
 
너무 상태가 이상해서 열을 재봤다.
 
그랬더니 아니나다를까 37.5℃ 정도의 미열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동요한 나머지 체온계를 바닥에 떨어뜨려버렸지만 하루노 씨는 그리 놀란 모습은 아니고 역시 라는 듯이 한숨을 쉬고 있었다.
 
하루노 씨의 얘기에 따르면 어젯밤, 유키노는 목욕하고 나와 몸을 닦고, 바로 옷을 갈아입고 하루노 씨의 제지를 뿌리치고 내 방으로 향했던 모양이다.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은 상태로다.
 
확실히 그때 유키노의 머리카락은 예상이상으로 젖어있었지만, 설마 목욕하고 바로 내 방까지 와주다니…….
 
그 사실에 저도 모르게 얼굴이 히쭉거릴뻔했지만 그건 어떻게든 억눌렀다.
 
그렇게해서 유키노는 오늘은 소부 고등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오빠까지 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에, 코마치는"
"하?"
 
유키노를 내 방에 재우고 우리는 멈춰있던 식사로 돌아갔다.
 
그러자 밥그릇을 한 손에 든 코마치는 그렇게 툭 말했다.
 
참고로 하루노 씨는 이미 아침을 다 먹고 부엌에서 유키노를 위한 죽을 만들어주고 있다.
 
코마치의 말에 나는 『하? 무슨 소리 하는거야? 유키노가 감기에 걸려서 누워있는데 내가 학교에 갈리가 없잖아?』같은 얼굴로 소리를 지른다.
 
코마치의 말대로 나는 오늘 학교를 쉰다.
물론 유키노를 간병하기 위해서다.
이미 히라츠카 선생님이나 유이가하마에게 메일을 보냈다.
 
왠지 메일을 송신한 5분 후, 끊임없이 휴대폰이 울었지만 그건 깨닫지 못한 척을 해뒀다.
 
코마치는 내 반응에 다시 한숨을 쉰다.
 
"아니 그치만 오늘 하루노 언니, 필수 수업이 적으니까 빨리 돌아올거구. 유키노짱도 지금부터 잠들었구. 일어났을때는 하루노 언니가 돌아왔을거라고 생각하는데에"
"너 바보냐. 유키노가 일어났을때 만약에 하루노 씨가 없으면 어떡할거야? 외로워서 울어버릴지도 모르잖아?"
"으-음, 코마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에. 이래저래 말을 해도, 원래는 그 유키노 언니라구?"
 
그건 유감스럽지만 아니라고 생각한다.
 
코마치의 말은 원래는 그 성격 다부진 유키노시타니까 괜찮다는 의미겠지.
 
하지만 그 녀석, 문화제때 평범하게 컨디션 망가뜨려서 학교 쉬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보면 아이가 된 유키노라면 더 걱정이 되고 만다.
 
거기다 어제, 외로워서 교실로 돌입했으니까, 그 녀석.
 
뭐, 둘 다 코마치는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하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코마치는 들고 있던 밥그릇을 테이블에 놓고 이쪽을 힐끔 쳐다보며 입을 연다.
 
"그보다 코마치 기준으로는 오빠가 유키노짱에게 이상한짓 하지 않을지 심히 걱정인데……"
"하?"
 
이번의 "하?" 는 『엥? 이 녀석, 진심으로 무슨 소리 하는거야?』라는 의미다.
 
"하? 가 아니야. 코마치는 확실히 오빠는 유키노 언니나 유이 언니……그리고 하루노 언니야하고도 사이 좋아졌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하지만……지금 유키노짱이랑 사이 좋은건 아무리 그래도 범죄 냄새가 폴폴 나"
"그, 그래? 사이 좋아 보여? 수줍은데에"
"오, 오빠가 수줍어했어!? 이전에는 그런 반응 없었는데!? 우와앙, 어떤 의미로 토츠카 오빠 이상으로 걱정이야-!"
 
내가 무심코 부끄부끄하는 모습을 보고 코마치는 뺨에 손을 대며 뭉크의 절규같은 표정을 짓는다.
 
잠시 코마치는 우꺄- 나 우와- 거리고 있으니, 이번에는 탕, 하며 테이블을 치고 나를 진지한 얼굴로 빤히 쳐다본다.
 
"오빠!"
"뭐야, 너. 바쁜 녀석이구만"
"코마치는 됐으니까! 유키노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
"하? 갑자기 뭐야. 어느 유키노?"
"이전의 유키노 언니!"
"나, 엄마한테 남을 간단하게 좋다 싫다 말하지 말라고 들었거든"
"아오 진짜! 왜 이전의 유키노 언니라면 그렇게 삐죽거리는 대답을 하는거야!?"
 
아니 그치만, 그런건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을리 없잖아.
 
딱히 싫은건 아니라는것만은 말할 수 있지만.
 
하지만 이전의 유키노시타도……그리고, 하루노 씨에게도 지금의 내 안에선 확실한 대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지금의 유키노짱!"
"사랑해"
"……또 그런 삐줍……엑, 우에에!?"
 
나의 즉답에 코마치는 비명같은 소리를 지르고, 눈을 끔뻑거리고 있다.
 
"……사, 사랑해?"
"어"
"오빠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솔직함이다!? 설마 가짜?"
"그럴리 없잖냐. 봐, 이 썩은 눈을 봐라. 진짜지?"
"으, 응, 그렇긴한데. 언동이 오빠가 아닌것처럼……. 코마치가 못 본사이에 무슨일 있었어? 오빠야? 머리라도 맞었어?"
"아니, 딱히 아무렇지도 않은데. 뭐,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건 나는 유키노를 사랑한다는거야"
 
내가 드물게도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을 하니, 코마치는 어째선지 얼굴을 화아악 붉힌다.
 
왜 네가 수줍어하는거야. 왠지 나까지 부끄러워지잖아.
 
"……그런 얼굴로 사랑한다고 말한다니. 오, 오빠가 지골로가 되어버려! 게다가 어린애만 노리는 엄청 질나쁜 지골로로!"
"어이, 그래선 내가 단순한 로리콘같잖아"
"지금 오빠는 로리콘이야!"
"실례구만. 나는 단연코 로리쾬이 아니야. 나는 유키노만 사랑하니까"
"더, 더는 틀렸다, 이 사람. 빨리 어떻게든 안 하면……"
 
코마치가 기브 업이라는 느낌으로 그렇게 말하고, 진심으로 머리를 감싸버린다.
 
거기에 나는 상관하지 않고 식사를 계속한다.
 
"코마치, 슬슬 안 가면 지각할걸?"
 
그때, 하루노 씨가 죽을 다 만들었는지 에이프런을 접으면서 이쪽으로 와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코마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하치만도 코마치도 사이가 좋은건 좋지만, 조금 더 조용히 떠들래? 유키노가 깨어버리니까"
"앗, 죄송해요"
 
코마치는 이제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들며 하루노 씨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다.
 
거기에 하루노 씨는 쿡쿡 웃으면서 코마치의 머리를 착하지 착해 하며 쓰다듬는다.
 
하루노 씨! 그거, 제 특권인데요! 코마치의 오빠는 저라고요!
 
"뭐, 코마치가 하치만을 걱정하는건 알겠어. 요즘 하치만, 무서울만큼 유키노에게 무르니까"
"아니, 하루노 씨에게 듣고 싶진 않아요"
 
어디의 누구야. 유키노에게 싫다고 듣고 충격먹은 나머지 남의 이불을 뒤집어쓰던 사람은.
 
내 말을 무시하고 하루노 씨는 코마치에게 생긋 다정하게 웃는다.
 
"하지만 괜찮아. 만약 하치만이 로리콘이 되어버려도, 내가 받아줄테니까"
"하루노 언니야……"
 
하루노 씨의 엄청난 훈남 발언에 코마치의 가슴이 뀽 쿵쾅거린 모양이다.
 
코마치는 덥석 하루노 씨의 허리에 파라을 감아 껴안는다.
 
"하루노 언니야, 오빠를 잘 부탁해요!"
"응! 부탁받았다!"
 
하루노 씨도 기쁜듯이 코마치를 감싸듯이 껴안아준다.
 
……왠지 이 사람도 엄청 백합이구만.
과연 자매. 여자가 동경하는 카리스마성을 둘 다 갖고 있어.
 
아무튼간에 백합노시타 시스터즈가 여기에 폭탄생했다.
 
하지만 코마치는 말려들지 말아요. 부탁이니까.
 
백합 공주라던가에 실려버리면, 표지에서 끈적끈적 연애관계로 말려들어버리니까.
 
그런건 오빠는 절대로 허락 못하니까!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하루노 씨와 코마치가 학교에 가자, 나도 유키노가 깨지 않은 사이에 한번 집을 나선다.
 
이유는 유키노를 간병하기 위한 물품을 근처에서 사기 위해서다.
 
자전거로 질주하여 가까운 편의점까지 이동하고,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현관 문을 조용히 여닫고, 재빠르게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자신의 방을오 돌아가, 살짝 유키노가 깨어나지 않은걸 확인한다.
 
아무래도 아직 깨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침대 옆까지 다가가, 시장바구니를 두고 무릎을 바닥에 대고 유키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유키노는 기분 좋아보인다고는 할 수없지만, 천진난만한 얼굴로 잠들어 있다.
 
얼굴에 어렴풋이 땀을 흘리고 있다는걸 깨닫고 나는 얼굴의 땀을 수건으로 재빠르게 닦는다.
 
그리고 아까전에 사온 차가운 습포를 유키노의 이마에 살짝 붙이려고 한다.
 
"으응……"
 
이런, 깨워버렸나?
 
갑자기 흐린 목소리를 내며 뒤척이는 유키노에 나는 그만 허둥대고 만다.
 
유키노는 이윽고 눈을 끔뻑 뜨며 나를 쳐다본다.
 
"하치만……?"
"미안, 유키노. 깨웠어?"
"으응"
"그런가. 기분은 어때?"
 
라고 물었을때 나는 유키노의 옷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러고보니 이 옷은 어제 밤에도 입었던 옷이군.
 
몸을 차갑게 하는것도 좋지 않으니 잠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는 김에 몸도 닦아야지.
 
나는 그렇게 결론을 짓고 일어서서 방에서 나가려고 한다.
 
"하치만? 어디 가?"
"네가 갈아 입을 옷을 갖고 올게. 괜찮아, 금방 돌아올테니까"
"……응"
 
나는 웃는 얼굴로 유키노의 뺨에 손을 대고, 다정하게 쓰다듬어준다.
 
유키노의 표정은 어딘가 불안해보였다.
 
감기걸렸을때는 외로워진다고 들은 적이 있으니까 그거일지도.
 
코마치도 감기 걸렸을때, 간병해주면 평소보다도 훨씬 솔직해서 귀여웠던 기억도 있으니까.
 
뭐, 내가 감기 걸려도 "오빠는 괜찮지!" 같은 느낌으로 내팽겨치겠지만.
 
나, 섬세해서 역시 울어버렸지만.
 
그것도 있어서 나는 빠르게 수건을 들고 방에서 나가, 따뜻한 물로 수건을 적시고 유키노의 갈아입을 옷도 갖고 돌아간다.
 
문을 여니 유키노가 몸을 일으켜서 기다려주고 있었다.
 
유키노에게 걸어가서 곁에 갈아입을 옷을 놔둔다.
 
"자, 유키노. 그 옷 입고 있으면 기분 나쁘지? 갈아입을 옷은 여기에 놔두ㅏㄹ테니까. 그리고 이걸로 몸 닦아둬"
"알았어"
"그럼, 나는 밖에서 기다릴게"
"어?"
 
유키노는 내 말을 들은 순간, 눈을 크게 뜨고 찰나 내 소매를 잡는다.
 
"유키노?"
"하치만, 가지마"
 
유키노는 눈가에 점점 눈물을 머금으며 조르듯이 말한다.
 
응석같은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표정에는 평소에는 없는 필사적임이 보였다.
 
나는 그걸 수상쩍게 여겨서 묻는다.
 
"……너 혼자서도 갈아입을 수 있잖아?"
"싫어. 유키노를 혼자 두지마"
"아까도 금방 돌아왔잖아? 네가 다 갈아입으면 바로 돌아올게. 응?"
"싫어. 하치만이 갈아입혀줘"
"아니 그러니까, 그건 좀 그렇잖냐"
 
처음에도 말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갈아입히게 하는건 절대로 싫다.
 
코마치가 나에게 한 의심이 진실이 되어버린다.
 
말해두겠지만, 나는 단연코 로리콘이 아니다.
 
유키노를 사랑하는것 뿐이다.
 
그래. 이건 말하자면,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사랑이다.
 
하지만, 유키노는 눈동자를 글썽거리면서 나를 빤히 쳐다본다.
 
"하치만……부탁해"
 
……그보다, 왜 이번에는 이렇게나 필사적인거야?
 
혼자 있으면 세심해진다는건 알겠지만, 그래도 평소와 너무 태도가 다르다.
 
"……알았어"
 
나에겐 이렇게 대답하는 선택지밖에 남겨있지 않았다.
 
"하짐나 갈아입는거랑 닦는건 스스로 해. 여기에는 있어줄테니까"
 
내 말에 유키노는 파앗, 기쁜듯이 웃고 끄덕인다.
 
그렇게 기뻐하면 왠지 복잡한 기분이 드는데.
 
유키노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톡톡, 위쪽부터 단추를 풀어간다.
 
옷의 틈새로 유키노의 하얀 피부가 시야로 들어와, 나는 바로 눈을 피한다.
 
그게……일단은. 빤히 쳐다보는건 뭐하니까.
 
전에 함께 목욕하러 들어갔을때도 이런 상태였지만, 그때는 필사적으로 안 보려고 했었고 말이야.
 
나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머리속으로 염불을 외우지만, 옷스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 싫어도 상상을 해버린다.
 
젠장! 이럴때 사춘기 남자의 망상력의 풍부함이 밉다!
 
"하치만……"
"아, 녜!"
 
유키노에게 불려서 나는 무의식중에 세 단계는 더 뒤집힌 목소리를 내버린다.
 
어, 어째서 이렇게나 나는 긴장하는거야.
 
지금 유키노는 애라고? 아니, 이전의 유키노시타였다면 긴장하는것만으로는 안 끝나겠지만.
 
하지만 지금의 유키노에겐 부성애같은거니까, 특별히 아무 느낌도……안 느끼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긴장해선 안 된다.
 
나는 평상심이라고 머리에 새기고 힐끔 유키노에게 시선을 돌리니 유키노의 알몸이 내 눈에 들어온다.
 
유키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납작한 가슴을 감추듯이 팔을 가리면서 다른 한 손으로 이쪽으로 내밀어온다.
 
작은 몸에 어린애다운 살집.
 
피부는 눈처럼 희고 빛나고, 비칠듯이 예쁘다.
 
축축하게 배 부근에 땀을 흘리고 있고, 그게 매끈한 피부를 타고 천천히 귀여운 배꼽으로 향해 내려간다.
 
나는 무심코 꿀꺽 침을 삼키고 그 땀을 응시해버린다.
 
"하치만? 수건은?"
"……헤? 아, 수, 수건말이지. 여, 여기"
 
나는 유키노에게 젖은 수건을 건내고 황급히 다시 고개를 돌린다.
 
……수, 수수수, 순간 숨쉬는걸 잊었다.
 
나는 왜 넋이 나간거야. 이래선 코마치의 말대로잖아.
 
나는 절대로 로리콘이 아니야. 유키노를 그런 눈으로 보지 않았어.
 
"하치만"
"나, 나나나, 나는 단연코 로리콘이 아니야!"
"으응?"
"앗, 미, 미안. 왜?"
 
갑자기 불려서 왠지 츤데레처럼 이상한 대답을 해버렸잖아.
 
나는 유키노를 돌아보니, 가까이에 수건이 놓여져 있고 유키노는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등 닦아줘"
"앗, 그렇군. 네"
 
나는 수건을 집어들고 유키노의 등에 댄다.
 
"응……"
 
이상한 소리 내지마! 의식해버리니까!
 
나는 무심무심, 하며 머리속으로 외우면서 유키노의 등에 흘린 땀을 다정하게 닦아간다.
 
때때로 유키노의 축축하게 젖은 피부에 손이 닿을때, 심장 고동이 쿵쾅쿵쾅 가속해간다.
 
뭐, 뭐야 이거? 심장만 피지컬 부스트하고 있어? 왠지 되게 고동이 빨라졌는데.
 
"……끝났어"
"고마워, 하치만"
 
나는 유키노의 등에 그렇게 말하고 바로 고개를 돌린다.
 
그랬더니 다시 옷 스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순간,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해서 진정시킨다.
 
이윽고 소리가 멎고 나는 조심조심 물어본다.
 
"다, 다 갈아입었어?"
"응!"
"그런가"
 
나는 안도의 숨을 쉬고 유키노를 돌아보고 입을 연다.
 
"그럼 조금 더 자. 점심시간에 또 깨워줄테니까"
"응, 알았어. ……하치만, 여기 있을거야?"
"제대로 있어줄게"
 
유키노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고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는 기쁜듯이 미소짓고 몸을 옆으로 눕힌다.
 
"하치만, 손 잡아줄래?"
"네네"
 
유키노가 내밀어오는 손을 꼬옥 포개듯이 잡아준다.
 
"잘 자, 하치만"
"아아, 잘 자, 유키노"
 
유키노는 얼굴을 천장을 쳐다보며, 슥 눈을 가마고 이윽고 안심한것처럼 숨소리가 들려온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잠 빨리 드네.
 
나는 침대에 팔굼치를 대고 유키노의 자는 얼굴을 쳐다본다.
 
유키노는 정말로 행복한듯이 잠들어 있다.
 
"잘 자, 유키노"
 
그녀가 행복한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라며…나는 그렇게 다정한 말을 했다.
 
 
 
 
 
 
 
"……지……마"
"……? 유키노?"
 
잠시 지나니, 유키노는 꿈을 꾸고 있는지 갑자기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얼굴을 찡그린다.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천천히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나는 급하게 유키노의 이마에 손을 대지만 열이 오른걸로는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유키노의 눈에 점점 눈물이 흘러넘쳐, 멈출 기색은 없다.
 
"…가…지……마"
"유키노? 나는 여기에 있는데?"
 
유키노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내 손을 꼬옥 잡고 놓치지 않듯이 굳세게 움켜쥔다.
 
"유키노를……혼자 두지마아. ……엄마………아빠……언니야!"
"……"
 
유키노는 눈물을 흘리면서 매달리듯이 그렇게 말한다.
그녀의 그 모습에 말을 잃고, 그리고 동시에 내 안속에 잠들어있떤 기억 속의 소녀와 겹쳐지기 시작한다.
 
……생각났다.
 
 
 
 
 
 
……어두운 방에서 소녀는 혼자 울고 있다.
눈물로 얼굴을 엉망진창으로 만들며, 가족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그녀는 그 눈물이 마를때까지 계속 울고 있다.
 
그리고 그 눈물은 언젠가 매말라서 그녀는 울지 않게 될 것이다.
 
누구에게 도움을 바라지도 않고, 그녀는 혼자서 일어설 것이다.
 
그건 정말로 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강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
 
 
 
 
그때, 꿈속에선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눈물을 멎게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녀의 눈물을 닦는것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녀의 눈물을 멎게 하는건 할 수 없지만, 그녀의 손을 놓지 않도록 잡아주는건 할 수 있다.
 
"유키노……"
 
나는 그녀의 눈물을 손으로 살살 닦아주며 꼬옥 손을 움켜쥔다.
 
이전의 그녀도 이런 식으로 울었던걸가?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운동회 날도, 자신이 감기에 걸려도 가족은 누구도 신경써주지 않는다.
 
그녀는 그걸 참아온걸까?
 
가족이란 『진실된』 관계라고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확실히 저마다 다른 가족의 형태는 있다.
 
하지만 계속 함께 살아왔으니까…그러니까 상대도 이해할 수 있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의 자고의 형태는 진작에 무너진 것이다.
 
형태를 갖추지 않는 일그러진 것이 되었다.
 
유키노시타와 하루노 씨는 그런 형태를 더는 변화도 없이 끝난걸로 보고 있다.
 
과거에 유키노시타가 나와 유이가하마의 관계를 그렇게 봤던것 처럼.
 
……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변화했다.
 
그것과 동시에 유키노시타와 하루노 씨의 관계에도 변화는 일어났다.
 
기이하게도 유키노시타가 작아진 일로 인해, 하루노 씨와 관계는 변활르 보이며 『진실된 것』으로 되고 있다.
 
어제 그녀들의 웃는 얼굴이 그걸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언젠가는 끝나는 고나계다.
 
그녀가 원래대로 돌아오면 지금의 관계는 무척이나 간단하게 붕괴를 보이며 환상철머 사라진다.
 
끝나버린다면 거기까지다.
 
언젠가는 끝나고 없어진다.
 
구해주고 싶다고 생각해도, 도리어 건드리면 되돌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좋아질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상대에게 있어선 바라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원히 이어지는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이 관계만큼은 사라지길 원하지 않는다.
 
끝나길 원하지 않았다.
 
왜 이런걸 생각하는걸까?
 
……말하자면 나 자산의 멋대로된 원망같은 것을 나는 왜 생각해버린걸까?
 
……그 답은 나와있다.
 
자의식의 괴물이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도록 의식하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는 무리다.
 
이성이나 자의식으로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이 날뛰고 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생각을 해버린다.
 
……왜냐면 나는 분명 그녀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아하게 되버렸기 때문이다.
 
최저 최악의 대답이다. 이전의 유키노시타랑 하루노 씨, 둘 다 좋아하고 소중하다.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없다.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나에게서 나온 대답은 그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들을 좋아하니까, 이전같은 관계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으니까.
 
……그렇기에, 생각하는거다.
 
그녀들의 관계를 끝나게 하지 않기 위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건 뭘까?
 
나는 다시 나 자신에게 묻는다.
 
 
 
 
 
 
 
이윽고 유키노는 잠에서 깬건지 천천히 눈을 뜬다.
 
나는 그녀가 잠들어있는 사이,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고, 유키노의 불안이 조금이라도 옅어지도록 계속 유키노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건 뭘까?
 
계속 생각하면서…….
 
나는 그녀의 뺨에 손을 대고 생긋 웃어준다.
 
나는 그녀에게 대답을 바란다.
 
어린……이전의 유키노시타보다도 훨씬 솔직한 그녀의 바람을 나는 듣고 싶다.
 
유키노시타가 정말로 그렇게 바라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유키노의 바람은……이전의 유키노시타의 바람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유키노는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눈을 끔뻑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있잖아, 유키노. ……네 소원은 뭐야?"
"으응?"
 
이런, 너무 갑작스러웠나?
 
유키노는 나의 갑작스런 질문에 어리둥절힌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다행히도 기우였던 모양이다.
 
유키노는 바로 생긋 미소지어준다.
 
"……유키노, 계속 함께 있고 싶어"
"……누구랑?"
"하치만이랑 언니랑!"
"그런가"
"응! 계속 앞으로도 셋이서 함께!"
 
어린 그녀는 그렇게 순진하게 바란다.
 
거기에 얼마나 정해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그녀는 그걸 바란다.
 
이것이 내가 이루어야할 소원이다.
 
"……알았어"
 
나는 살포시 그녀를 껴안고, 그녀의 귓가에 다정하게 속삭여준다.
 
"앞으로 계속 함께 있자, 유키노"
 
그때, 나는 어린 소녀의 마음을 반드시 이루자고 맹세했다.
 
 
 
 
 
 
 
 
거실로 돌아오니 하루노 씨가 돌아와 있었다.
 
하루노 씨는 시장바구니를 곁에 내려놓고 부엌에서 또 요리를 만드는 모양이다.
 
내가 들어온걸 깨닫고, 요리하던 손을 멈추지 않고 생긋 미소를 지어온다.
 
"하치만, 다녀왔어♪"
"다, 다녀오셨어요, 하루노 씨"
 
나는 그 미소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해, 약간 눈을 피하면서 그렇게 대답한다.
 
의, 의식을 하니 장난이 아니야. 하루노 씨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
 
나는 얼굴이 빨개져있는걸 시치미떼듯이 말을 고르려고 한다.
 
"빠, 빨리 왔네요. 조금 더 늦을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응. 유키노가 걱정이 됐으니까. 유키노, 괜찮아 보여?"
"네. 일단 열은 내렸어요"
"흐응-, 그런가-. 다행이다-. 그럼 하치만, 나중에 죽을 먹여주렴?"
"아, 알겠어요"
"부탁할게-. 앗, 그리고 하치만은 점심은 오므라이스라도 돼?"
 
하루노 씨는 미소지은채 이쪽을 쳐다보듯 그렇게 물어온다. 그 미소를 그만 바라보고 말아, 심장이 비트업하는걸 느낀다.
 
"아, 네! 하루노 씨의 요리는 뭐든 맛있으니까요!"
"어?"
 
……기, 긴장해서 또 이상한 소리를 해버렸다아!
 
나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의식했다고 해도 너무 혼란해하잖아.
 
하루노 씨는 요리를 만드는걸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빤히 쳐다본다.
 
"하치만? 왜 그래?"
"따, 딱히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고개를 붕붕 젓고, 그렇게 말하지만 하루노 씨는 아직 수상쩍어하고 있다.
 
나는 "앗" 하며 깨달은듯이 소리를 내며, 화제를 돌리는것과 동시에 본론으로 대활르 넘기려고 한다.
 
"그게……하루노 씨, 잠깐 괜찮아요?"
"응. 왜?"
"내일 예정은 비어있어요?"
"헤?"
 
하루노 씨는 이번에는 입을 버엉 벌리며, 얼빠진 표정을 내버렸다.
 
나는 그걸 신경쓰지 않고 말을 잇는다.
 
"……그게, 내일 학교 쉬니까요. 유키노랑 외출하려고 생각했는데요. 만약 괜찮다면 하루노 씨도 어떤가해서요…아, 안 되나요?"
 
엄청난 기세로 나는 속사포처럼 말했다.
 
이런. 스스로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니까 예상 이상으로 긴장했다.
 
그보다 심장이 위험해.
과거에 고백했을때 이렇게까지 긴장한 적이 있을까? 아니, 없다.
 
『결국, 정말로 남을 좋아하게 된 일이 없는거겠지…… 너도, 나도』
 
왜 이럴때 그 녀석의 말이 떠오르는거야.
 
……아니, 지금이니까 떠오르는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나는 정말로 남을 좋아하게 된 적은 없었다.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환상을 강요하고, 멋대로 절망한다.
 
그런 시작도 해보지 않은 사랑을 나는 혼자서 줄곧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나온 대답은 최악의 대답이지만. 그래도 이건 확실한 『진실된』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가 그녀에게 내딛는다.
 
"하, 하루노 씨?"
"……"
 
하루노 씨는 어벙한 얼굴에서 순간 긴박한 표정으로 변하여, 나에게 걸어와서 어깨를 붙잡는다.
 
그리고 그녀는 스윽 얼굴을 가져온다.
 
"하, 하하하, 하루노 씨!?"
 
하루노 씨의 눈과 눈이 마주쳐, 나는 무심코 눈을 꾹 감는다.
 
라즈베리 향이 내 코를 간지른 그 순간, 툭 하고 이마 부분에 가벼운 충격이 있고, 거기에서 체온이 전해온다.
 
나는 살짝 눈을 떠보니, 여전히 눈 앞에 하루노 씨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눈을 감고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대고 있었다.
 
자신의 상황을 깨달은 순간, 얼굴이 펑 폭발하는것철머 빨개지는 감각을 느낀다.
 
"으음-, 갑자기 뜨거워졌지만 괜찮아보이고. 순전히 유키노의 감기가 옮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이런 짓을 당하면 평범하게 열 오르잖아요.
너무 열나서 오버히트할것 같아.
 
"따, 딱히 열같은건 없거든요! 부탁이니까 떨어져주세요!"
"그래? 왠지 얼굴이 새빨간데?"
 
뭐야 이 사람? 일부러 그러는거야?
 
이런 짓을 당하고,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 녀석은 없어.
 
"하지만 하치만이 휴일에 놀러가자고 말하다니……절대로 말도 안 돼. ……설마 너는 가짜야?"
"아니, 진짜거든요. 이 썩은 눈을 가진 녀석은 좀처럼 없잖아요?"
"에-, 그럴까나? 사회에 나오면 꽤 있는데?"
 
드,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런 사실.
 
모두들, 사회로 나가면 나처럼 썩은 눈이 되어버리는건가.
 
역시 일하고 싶지 않네.
 
하루노 씨는 빤히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뭘 생각한건지 전에도 했던것처럼 또 내 가슴팍을 잡아다 얼굴을 묻는다.
 
그리고 킁킁, 냄새를 맡고 납득한것처럼 끄덕인다.
 
"확실히 하치만의 냄새네. 응, 진짜야!"
"그런 방식으로 조사하지 말아달라고요!?"
 
냄새를 맡아지면 되게 부끄러우니까 참아줬으면 싶다.
 
"하지만, 하지만이 데이트에 불러주는건 지금까지 없었잖아? 솔직히 지금도 믿을 수 없고……"
 
윽, 확실히 하루노 씨의 말대로다.
 
나에겐 휴일은 쉬니까 휴일, 쉬지 않는다면 그건 휴일이 아니라고 코마치에게도 곧잘 말했다.
 
조금이지만 자신이 평소에 하던 말에 후회해버린다.
 
설마 이렇게까지 믿어주지 않다니.
 
"……진짜거든요"
"어? 진짜로? 몰카가 아니라?"
"아니라구요. 고백받는다고 생각했더니 실은 몰카였습니다, 라거나 벌게임이었다거나 그런게 전혀 아니거든요"
"……그렇게까지는 말 안했는데. 하지만 왜?"
"그게……늘 이래저래 맛있는 밥을 만들어주니까, 그 답례로. ……뭐어, 코마치 다음이긴 하지만요"
"그 마지막 말은 필요 없었는데-"
 
아니 그치만, 그건 어쩔 수 없다.
 
코마치의 요리에 이길 수 있는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커흠, 헛기침을 하고 구분짓듯 입을 연다.
 
"하루노 씨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그러니까 내일은 함께 놀러가지 않겠어요?"
"그건, 지금 하면 안 돼?"
"안 되요"
 
내 즉답에 하루노 씨는 턱에 손을 대고 으음, 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잠시 거실이 조용해지고 시계 움직이는 소리만 들린다.
 
그 사이, 심장이 두근거려서 시끄럽다.
 
왠지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기분이다.
 
"……응, 알았어. 그럼 내일 누나랑 데이트 할까?"
 
하루노 씨는 다정한 눈빛으로 생글생글 미소를 짓는다.
 
나는 거기에 내심 두근거리고 말지만, 표면상으로는 드러내지 않도록 한다.
 
"……유키노도 있을거니까 데이트가 아니라구요"
"그럼 가족 서비스라는걸로 하자!"
 
그건 좀 더 아니잖아.
 
……하지만 오케이 해줘서 다행이다.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제부터 우리의 일……그리고, 나의 지금 마음을.
 
그녀가 어떻게 답해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유키노를 위해서도 그녀에게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녀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이건 내가 움직이는 이유.
 
그때하고는 달리 나의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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