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농 - 22. 재보지 않아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을 예감한다.
 
 
 
사랑을 하면 사람은 변한다.
 
누구나가 한 번은 들었을지도 모를 이 말이지만, 이건 터무니 없는 헛소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을 하면 사람은 변한다고 하는 녀석이 과연 정말로 변하는걸까?
 
대답은 분명 아니다.
 
사랑을 하면 겉모습 분명 변할지도 모른다.
 
왜냐면 호의를 가진 사람이 돌아봐주기 하기 위해 모두다 자신을 다시 객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본질은 그리 빨리 변하지는 않는다.
 
세상은 언제나 잔혹하고 개인의 본질은 사랑을 했다고 해도 변하는게 아니다.
 
변했다고 해도 그건 이물로서 깎여져서 둥글어진다.
 
살마은 간단하게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거기다 성공도 실패도 사랑에 포함한다면, 나같은건 몇 번을 변했는지 모른다.
 
그야 이미 차원초월 발언이냐고 할 정도로 천차만별로 여러모로 변화해버리겠지.
 
왜냐면 나, 실연을 포함하면 연애 엄청 했으니까.
응, 그보다 실연밖에 하지 않았어.
 
결론을 말하자면 이런것이다.
 
사랑을 했다고 해도 사람은 진정한 의미로 변하지는 않는다.
 
그건 사랑이라는 것에 호나상을 품고 있는 놈들의 허위 망언이다.
 
……왜 내가 이런 얘기를 하고 있냐고 하면 나는…그, 그게…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소녀 만화에 곧잘 있는 『나는 지금 그 사람에게 사랑을 하고 있어 꺄삐룽♥』같은 정석에 끈적끈적한 노랫구절을 말하는게 아니라고?
 
그보다 하나한  자신의 안에서 선언한다니, 소녀만화의 주인공은 뭐야? 의식 높은 계열이야? 라고 생각하지만 내 경우엔 그런건 전혀 아니다.
 
말해버리자면, 별로 칭찬받을만한 사랑이 아니구만, 이거. 소녀만화에서도 본 적이 없어.
 
그게, 지금 나는…….
 
"……아까부터 중얼중얼 무슨 말을 하는거야? 하치만?"
"……딱히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말하고 있어. 작아서 들리진 않지만. 그런식으로 혼잣말만 하면 다른 여자애한테 미움살거다? 뭐, 그런 하치만도 나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앗, 수줍어하긴-. 에이참, 귀엽다니까. 콕콕"
 
내 생각을 끊어버리듯이 말을 걸어온 하루노 씨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내 뺨을 콕콕 찔러온다.
 
부탁이니까 뺨을 손가락으로 찌르지 마요.
가깝고, 왠지 좋은 냄새가 나고. 무엇보다 엄청 수줍으니까!
 
"하루노 씨, 그만두세요"
"에이-, 콕콕-"
 
하루노 씨는 내 말을 무시하고 웃는 얼굴로 콕콕 끈질기게 내 뺨을 찔러온다.
 
그만두라고 했는데 뭐야 이 사람?
 
진짜로 그만뒀으면 싶다. 심장이 파열할 정도로 가속하고 있으니까.
 
"아니, 진짜로 그만두세요. 주위가 보고 있거든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의 손에서 도망치듯이 몸을 비틀었다.
이 이상 당하면 내 심장 풀슬롯! 진짜로 폭주해버려!
 
그러자 하루노 씨는 손을 얌전히 빼고 뿌- 하며 재미없다는 듯이 입술을 뾰족인다.
 
"여전히 재미없네-. 드물게 데이트 신청하길래 조금은 솔직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유키노가 있으니까 데이트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한거에요"
"아직도 그러네. 어쩔 수 없네에. 그럼 그냥 더블 데이트로도 좋아"
"아니 그거, 전혀 의미가 다르고 양보 안 했는데요"
 
이 사람은 얼마나 데이트 하고 싶은거야.
 
뭐야? 데이트 하지 않으면 세상이 멸망하는거야? 데이트해서 나를 사랑하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거야?
 
그거 어디의 데이트 어 라이브?
 
그런고로 지금 우리는 데이트……가 아니라 가족 서비스……는 좀 더 아니고, 그냥 놀러왔다.
 
그게……나와 유키노와 하루노 씨다.
 
하루노 씨는 목에 스카프를 감고 전에 봤던 붉은 코트를 체크에 긴 소매 셔츠 위에 입고 아래는 바지다.
 
그리고 어깨에 가방을 매고 어른스런 분위기를 주위에 두르고 있다.
 
그……가슴이 아니야. 일단 말해두겠지만.
 
체크무늬 셔츠에 떠오르는 풍만한 가슴이 보다 어른스런 페로몬을…라는게 아니거든! 일단 말해두겠지만!
 
참고로 유키노는 아침 일찍 일어난 탓인지 지금은 내가 어부바를 해주고 있어서 아까부터 내 등에서 새근새근 기분 좋아보이게 자고 있다.
 
유키노는 오늘은 판씨 니트옷 위에 베이지 트렌치 코트를 입고 있고, 아래 치마를 감추듯이 덮고 있다.
 
오늘 외출이 어지간히도 기대됐었는지 오늘 아침은 5시에 일어난 모양이다.
 
열도 이미 내렸고 몸상태고 완전한 모양이다.
 
그보다 5시라니……얼마나 기대했던거야, 이 녀석.
 
소풍 가는 아이같네. 뭐, 아이지만. 그 점도 엄청 귀엽지만.
 
그리고 도착한 곳은 치바현 패밀리 전용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꿈의 나라 디스티니 랜드다.
 
꿈의 나라라고 듣지만 커플이서 가면 그 커플은 헤어진다고 하는 징크스도 있는 그 디스티니 랜드다.
 
어느 의미로 데이트 = 꿈이라는건가?
 
꿈은 덧없이 머리에서 사라져버리는걸. 그러니까 커플을 상대로 안고 있던 호나상도 거품처럼 덧없이 사라져버린다는 거겠지.
 
어젯밤 코마치에게 조언을 바란 결과, 신의 내림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코마치는 이 디스티니 랜드를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보다 어젯밤 코마치는 어쨌던걸까?
 
갑자기 아무도 없는 곳을 향해 말을 하고, 왠지 응응 거리며 끄덕이고 있고, 그랬더니 갑자기 나한테 디스티니 랜드를 제안해주지.
 
수험 스트레스일까?
오빠, 진짜 걱정.
 
뭐, 그건 둘째치고.
 
코마치의 조언인 이 디스티니 랜드는 뭐어 무난한 곳이겠지.
 
치바현민인 우리에게 가까운 테마파크이며 평일은 휴일과 비교해서 사람도 많지 않다.
 
거기다 유키노가 좋아하는 판씨도 있다.
 
……그리고 하루노 씨에게 내 마음을 전하는 절호의 장소이기도 하다.
 
불길한 징크스도 있지만, 이 디스티니랜드는 원래 고백의 명소였으니까.
 
그렇기에 평일인데도 긴 뱀줄까지는 아나지만 그런대로 긴 행렬이 만들어졌고, 여기저기 커플같은 사람들도 눈에 들어온다.
 
개점 1시간 전인 지금 현재, 우리는 입장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도중이다.
 
물론 우리 것은 아니다.
 
치바현민인 우리가 패스포트를 갖고 있지 않을리 없으니까!
 
이건 지금의 유키노를 위해 줄을 서는 것이다.
 
이전의 유키노시타라면 당연히 패스포트를 갖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유키노는 어린애다.
 
아무리 그래도 쓸 수는 없다.
 
뭐, 돈은 엄마가 내주니까 이 정도는 유키노를 위해서라면 괜찮다.
 
나는 힐끔, 아직도 등 뒤에 자고 있는 유키노를 힐끔 본다.
 
……유키노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내가 그녀들의 관계를 부수게 하지 않는다.
 
그걸 향해, 이게 최선인건지는 모른다.
 
내가 한 행동이 도리어 그녀들의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크게 있다.
 
그래도……아무것도 안 하면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그럼 조금이라도 상황을 바꾸기 위해, 행동해야한다.
 
"……으응"
"……유키노? 깼어?"
"하치만……?"
 
유키노는 내 등에서 얼굴을 떼고 멍한 졸린 눈을 이쪽으로 향해온다.
 
입가에는 사랑스런 침이 흐르고 있다.
 
나는 그걸 흐뭇하게 보면서 입을 연다.
 
"조금만 더 기다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응. 알았어"
 
하루노 씨는 유키노에게 얼굴을 돌리고 뭔가 깨달은듯이 앗, 소리를 내며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낸다.
 
"유키노, 침 흘렸는데? 자, 여기 봐"
"으응? ……므-"
"얘, 움직이지 마"
 
하루노 씨에게 얼굴을 텁 잡혀서 유키노는 입가의 침을 벅벅 닦인다.
 
"자, 깨끗해졌어!"
 
하루노 씨는 만족스러워하는 얼굴로 응응 하며 끄덕인다.
 
내가 그 모습을 보고 문득 유키노와 눈을 마주치자, 어째선지 유키노의 얼굴이 점점 홍조를 낸다.
 
"하치만, 내려줘"
"어? 왜 그래? 유키노?"
"내려줘"
"어, 어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유키노에게 그렇게 듣자, 나는 의문을 느끼면서도 웅크려 앉아서 유키노를 땅에 천천히 내린다.
 
유키노는 지면에 발을 대자 다다닷, 하루노 씨의 뒤로 숨듯이 이동하고, 그리고나서 빼꼼 부끄러운듯이 고개를 내밀고 으- 하며 신음거린다.
 
그 모습은 엄청 귀여웠지만 갑자기 왜 이러는거지?
 
내가 머리 위로 "?" 마크를 많이 띄우고 있으니 하루노 씨는 히쭉거리고 있다.
 
"이야-, 귀엽네-, 유키노는"
 
아니, 확실히 유키노는 귀엽지만. 왜 히쭉거리는거야 이 사람.
 
하루노 씨의 재미있어하는 말에도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는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겨우 입장권을 구입해서 우리는 입장할 수 있었다.
 
입장문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지나자, 눈 앞에 신데렐라 성이 우뚝선다.
 
전에 유키노시타네랑 왔을때는 크리스마스였으니까 랜드 안은 크리스마스 일색이었지만 당연하게도 지나가는 길에 있었던 그 엄청 큰 크리스마스 트리도 지금은 철거되어 통상으로 돌아왔다.
 
거기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가족으로 온건지 유키노와 같을 정도의 작은 아이가 흥분해서 돌아다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방금전까지는 어째선지 나한ㅌ테서 도망치듯이 얼굴을 감추고 있던 유키노도 지금은 눈을 반짝거리면서 빙글빙글 돌아다니고 있다.
 
"우와-"
 
그 모습은 흡사 꽃밭에서 웃는 소녀같았다.
 
아니, 공주님이군. 신데렐라 성을 배경으로 삼고 있으니까 내 시각 필터로는 유키노가 드레스를 입고 있는 환각까지 보이고 만다.
 
나는 유키노의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으니 유키노가 뿅뿅 그 자리에서 점프를 하고 이쪽으로 재촉하듯이 손을 크게 흔들어온다.
 
"하치만! 언니야! 얼른얼른!"
"허둥대지마, 유키노. 놀이기구는 도망 안 가니까"
 
하루노 씨는 후훗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유키노를 그렇게 부른다.
 
……하루노 씨의 이런 미소를 볼 수 있는것 만으로 충분히 만족해버리는구나, 나.
 
유키노가 작아지고 나서, 이 사람의 진짜 미소를 자주 보게 됐다.
 
그 강화외골격이 거짓말처럼 생각들만큼 지금의 그녀의 미소는 아무 꾸밈없다.
 
유키노와 하루노 씨가 집에 묵은 첫날, 나는 이 사람이 아무것도 꾸미지 않은 미소를 처음 봤다.
 
생각해보면 그 무렵부터 하루노 씨를 의식했던걸지도 모른다.
 
하루노 씨의 미소를 좋아하게 됐던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생각한다. 정말로 이렇게 어울리지도 않는걸 생각하다니, 토츠카와 지금의 유키노 말고는 처음이다.
 
이 미소를 지켜주고 싶다니…….
 
내가 무심코 하루노 씨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하루노 씨가 그 시선을 깨달은건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쪽을 쳐다보듯이 돌아본다.
 
"하치만? 내 얼굴에 뭐 묻어있어?"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 하치만한테 천박한 시선을 느꼈는데……"
 
천박하다니……유키노시타와 똑같은 소리를 하다니.
 
확실히 보고 있던건 정말이지만.
 
보, 보고 있던건 미소 쪽이거든? 결코 가슴 쪽이 아니야!
 
"딱히 안 봤어요"
"그런가. 뭐, 그런걸로 해줄게"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하고 갑자기 나의 비어있는 손을 잡아온다.
 
나는 거기에 놀라 순간 손을 뿌리치려고 하지만 그대로 손가락을 감아 꼬옥 잡힌다.
 
"그럼 갈까"
 
하루노 씨는 생긋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하고 내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그런 미소를 보게 되면 떨어질 수 없어지잖아.
왠지 나, 전보다도 하루노 씨의 미소에 약해진것 같다.
 
"유키노야"
 
하루노 씨가 부르자 유키노는 미소지은채로 토닥토닥 이쪽으로 돌아온다.
 
"하치만, 안아줘!"
 
돌아온 순간 유키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크게 벌리고 그렇게 말한다.
 
거이에 나는 약간 얼굴을 찌푸려버린다.
 
아니, 딱히 안아주는게 싫은게 아니라, 이 상태로 안을 수 있나? 라는 물리적인 이유로다.
 
나는 하루노 씨를 힐끔 본다.
 
하루노 씨는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손쪽에 힘을 더욱 넣어 꼬옥 잡는다.
 
그 미소를 헤아리걷ㄴ데 놓을 생각은 더 없다는 거겠지.
 
나는 하아, 작게 한숨을 쉬고 허리를 굽혀서 자세를 낮춘다.
 
"응"!
 
그러자 유키노는 바로 내 목에 팔을 감고 꼬옥 안아온다.
 
나는 팔에 앉히도록 유키노의 무릎 뒤로 팔을 넣는다.
 
유키노의 몸을 받치는것과 유키노가 목을 꼭 붙들어맨걸 확인하고 그대로 단번에 유키노의 몸을 들어올렸다.
 
……이 녀석 꽤 가볍네.
 
뭐, 이거라면 어떻게든 한 손으로도 들 수 있을것 같다.
 
내 팔이 언제까지 버틸지는 모르지만 유키노의 소원이니까.
 
점점 자신의 위대한 딸바보에 가까워지는걸 느끼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하루노 씨가 기쁜듯이 입을 열었다.
 
"왠지 지금 울이는 진짜 가족같네"
"……"
 
이 말에는 역시 평소의 부정도 삐뚤어진 소리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
 
사실, 스스로도 지금 상황을 돌아보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평범하게 부끄러우니까 동의할 생각은 없지만.
 
"앗, 사진찍자. 하치만"
"엑, 싫어요"
 
하루노 씨가 명안이라는듯이 말한 제안을 나는 바로 잘라버렸다.
 
지금 상태로 사진이라니 평범하게 부끄럽다.
 
마치 가족 사진 같으니까.
 
하지마 내가 거절한 정도로 하루노 씨가 그만둘리가 없다.
 
하루노 씨는 내 대답은 처음부터 듣지 않은것처럼 재빠르게 잡고 있던 손을 떼고 지나가던 사람에게 말을 걸려 하고 있다.
 
"실례합니다, 사진을 부탁해도 될까요?"
"헤? ……사, 사진인가요?"
"네, 사진을 찍어주셨으면 하네요"
 
말을 걸린 지나가던 남성은 생긋 미소 지어오는 하루노 씨에게 패닉에 빠져있다.
 
응, 마음은 잘 안다. 나도 난데없이 하루노 씨같은 미인에게 말을 걸리면 제대로 대답은 못할테니까.
 
그리고 머리속에서 우연히 만난 미녀와 망상을 펼치겠지.
 
그런 환상은 바로 살해당하겠지만.
 
내 예상대로 하루노 씨가 말을 건 지나가던 사람A는 좋아 죽어서 얼굴을 칠칠맞게 히쭉거리고 있었지만, 우리쪽으로 눈을 돌리고 그 표정이 순간 무너졌다.
 
왠지 미안.
 
마음속으로 그 가엾은 남성에게 사죄한다.
 
"……네. 알겠습니다"
"……? 부탁할게요"
 
갑자기 침울한 모습의 남성에게 눈치가 좋은 하루노 씨는 드물게도 잘 모르는건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서 건낸다.
 
아니, 하루노 씨. 당신이 그 사람의 환상을 쳐부순거라구요.
 
환상살《이매진브레이커》이라도 갖고 있는건가, 이 사람.
 
……그보다 카메라 갖고 있었구나.
 
순전히 휴대폰으로 찍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 사람도 오늘을 기대하고 있던걸지도 모른다.
 
부탁받은 사람은 우리를 부럽다는 시선을 향하면서도 순순히 우리에게 카메라를 향한다.
 
사이 좋은 가족이라고 생각하는거겠지, 이 사람.
 
"자, 유키노. 사진 찍자, 사진"
"사진?"
"응, 저 사람한테 니- 해봐"
"니-?"
"응, 저 사람이 하치만이라고 생각해봐"
"으응? 하치만, 여기 있는데?"
"됐으니까"
 
하루노 씨의 말에 유키노는 고개를 기울이며 이상하다는듯이 묻고 있었지만 이윽고 순순히 카메라로 얼굴을 돌리며 눈을 가늘게 뜨며 생긋 미소를 짓는다.
 
하루노 씨는 그걸 확인하고 카메라를 든 사람에게 말을 건다.
 
"그럼 부탁합니다-"
"……헤? 앗, 네!"
 
카메라맨은 멍해져 있었는지 반응하는게 약간 늦었다.
 
분명 그는 유키노의 극상의 미소에 넋이 나가 있던거겠지.
 
그 마음은 굉장히 잘 안다. 유키노가 미소를 지으면 너무 귀여워서 비너스도 맨발로 도망칠테니까!
 
거기다 그게 나라고 생각해서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으니까 엄청 기쁘다.
 
뭐야? 나, 비너스 이상?
 
여신 이상이라는건 나 = 신?
 
마침내 나는 새로운 세계의 신이 됐구나!
 
……뭐, 이런것도 가끔은 좋을지도.
 
나는 두 사람의 미소를 보고 답지 않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찰칵, 하는 셔터소리가 들렸다.
 
 
 
 
 
 
 
 
 
 
사진을 다 찍은 우리는 근처에서 유키노가 괜찮아보이는 놀이기구를 순서대로 가기로 정했다.
 
하루노 씨의 얘기에 따르면 유키노, 그러니까 유키노시타는 절규계는 그리 좋아하지 않다고 한다.
 
뭐, 그건 크리스마스때 유키노시타를 보고 있으니까 이미 알고 있던 일이기도 하다.
 
그보다 그 녀석이 절규계를 거북해하는건 하루노 씨가 원인이기도 했던것 같지만, 거기는 말하지 않기로 한다.
 
그런고로 우리는 비교적 유키노가 버거워하지 않을법한 놀이기구를 가까운 순서대로 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놀이기구.
 
유키노의 텐션은 단번에 MAX하트까지 상승했다.
 
"♪"
 
이미 지금의 유키노는 행복해 오러 전개로 얼굴 일면에 희색을 띄우고 있다.
 
오러는 주위에도 영향을 주는 모양이다.
 
유키노를 보고 주위 반경 5미터 이내의 사람들은 모두 미소를 짓는걸로 보인다.
 
어떤 의미로 하야마의 THE 존보다도 강력할지도 모른다.
 
유키농 스마일이 있으면 전쟁은 사라지는거 아냐? 라고 싶을 정도로 지금의 유키노의 미소는 태양처럼 눈부셨다.
 
뭐, 그만큼 다음 놀이기구가 기대된다는 소리겠지.
 
더는 말 안해도 알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줄을 서고 있는 놀이기구는 유키노가 좋아하는……라고할까 사랑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판씨 뱀프 파이트』다.
 
『판씨 밤프 파이트』는 표주박형 라이드는 저번과 마찬가지로 3명이나 4명이서 탈 수 있다.
 
뭐, 저번과 달리 타는 순서는 생각하지 않아도 좋지만.
 
……알고는 있었지만 디스티니 랜드에 오면 그만 크리스마스때를 떠올리고 만다.
 
나와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그리고 잇시키와 하야마.
아직 왜 온건진 모르지만 미우라, 에비나, 토베.
 
다음은 절대로 가지 않을 멤버로 갔던 그 디스티니 랜드.
 
그보다 정말로 지금 생각해도 왜 그 멤버로 갔던거지?
 
틀림없이 내 역사에 남을 이벤트다, 그건.
 
그러자 문득 내 머리에 떠올라 신경쓰인거러 하루노 씨에게 물어보려고 생각했다.
 
"저기……하루노 씨?"
"응? 왜?"
"유키노시타가 판씨 원작을 받은건 이 정도 무렵인가요?"
"어?"
 
하루노 씨는 내 말에 소리내어 놀란듯이 눈을 끔뻑거리고 있다.
 
"……정말로 어제부터 왜 그래? 네가 그런걸 물어오다니……. 혹시 내일은 운석이라도 떨어지는걸까?"
"……딱히 뭐든 좋잖아요. 좀 신경쓰인것 뿐이에요"
"흐응, 드문일도 있네"
 
하루노 씨는 정말로 신기하다는듯이 응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확실히 내가 이런걸 묻는건 지금까지를 생각하면 위화감을 느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내가 모르는 과거가 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무리하게 들을 필요도 의무도 나에게는 없다.
 
그건 지금까지 내가 그녀의 과거를 몰라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유키노시타와 하루노 씨의 관계를 어떻게든 하기 위해서는…… 그녀들에게 파고든다면 조금이라도 그녀들을 알아야한다. 아니, 알고 싶다.
 
그러니까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생각해도 묻지 않으면 안 된다.
 
"뭐, 딱히 괜찮지만. 네가 유키노를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구"
 
하루노 씨는 히쭉한 미소를 나에게 짓는다.
 
거기에 나는 부끄러워져서 시선을 피한다.
 
유키노시타를 알고 싶다고 하는건 사실이니까 아무 말도 못하지만.
 
"……네가 말한대로 유키노가 판씨 원작을 받은건 이 정도 무렵이었어. 분명히…… 유키노의 생일 선물이었을까? 그때 유키노는 정말로 기뻐보였지이. 나에게 자랑하듯이 웃는 얼굴로 판씨를 얘기했어. ……귀여웠지이"
"그런가요"
 
추억을 말하는 하루노 씨를 보고 나는 조금 마음이 평온해지는것을 느끼고, 무심코 미소가 새어나와버린다.
 
"……? 하치만? 나 뭐 이상한 소리 햇어?"
"아뇨, 딱히 그런건 전혀 아니에요"
 
이런건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
 
얘기하고 있던 하루노 씨의 표정이 정말로 즐거워보였다고 하면 이 사람은 부정하던가 얼버무리려고 할테니까.
 
하루노 씨는 수상쩍다는듯이 나를 보고 말을 걸려고 했지만, 그건 종업원의 "다음 분, 탑승해주세요-" 라는 목소리로 가로막혔다.
 
"판씨!"
 
유 키노는 해방된것처럼 타타탓 라이드에 올라타고 나도 그 뒤를 따른다.
 
"언니야!"
"앗, 응. 미안해, 유키노"
 
그렇게 말하고 나 다음으로 라이드에 올라타서 내 옆에 채우듯이 앉는다.
 
……왠지 가깝다. 하루노 씨의 팔이나  어깨가 닿고 있다고 할까, 찰딱 달라붙고 있는데.
 
이런건 또 집중 못해.
 
"판씨♪ 판씨♪"
 
유키노는 고개를 좌우 교대로 돌리면서 흥흥, 해애복하다는 듯이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지금 상태는 신경쓰지 않고 나까지 노래부르고 춤추고 싶어진다.
 
절대로 기분 나쁜 눈으로 시선받을테니까 안 하지만.
 
"와- 그러고보니 나는 판씨가 되게 오랜만일지도"
"그, 그런가요? 대학 친구는……"
"으음, 별로 갈 기회가 없어. 친구지만 그런 곳은 안 간다고 할까……알잖아?"
 
확실히 그런건 있지.
학교에서 만나거나 얘기하거나 함께 밥먹기는 하지만 놀러는 안 간다는 친구.
 
뭐, 나에겐 친구 자체가 없으니까 자세하겐 모르지만.
 
"뭐, 친구랑 가도 아마 판씨는 안 탈거라고 생각해. 유키노는 좋아하지만 판씨는 일반인에게 인기가 있는게 아니고"
 
그렇군.
유키노 그러니까 유키노시타는 판씨에 열광적이었지만 미우라한테는 불평이었으니까.
 
그 희번뜩한 눈초리가 인기없는 이유이기도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거 말하면 유키노가 절대로 화낼테니까 말은 안 하지만.
 
지금의 나는 유키노시타에게 30분정도 걸쳐서 완전논파당하는것 보다도 유키노에게 『하치만 바보』 한 마디를 듣는것만으로 대미지가 장난이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하치만, 언니야, 쉬잇"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유키노가 진지한 표정으로 입가에 검지 손가락을 대고 이쪽을 돌아본다.
 
그 표정에 나도 하루노 씨도 무심코 입을 다물어버린다.
 
어, 어어. 작아져도 판씨에 관해서는 진지하구나, 유키노 씨.
 
 
 
 
 
 
 
 
 
 
놀이기구를 나오니 거기에는 판씨 상품을 팔고 있는 상점이 있다.
 
예상대로 유키노는 눈을 반짝이며 호와- 라며 감탄한듯이 소리를 지르면서 눈 앞에 비치는 판씨 상품을 쳐다보고 있다.
 
지금 이 녀석에게 있엇너 이 상점은 낙원같은 곳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유키노는 나와 하루노 씨의 손을 흔들며 빤히 쳐다보고 있다.
 
이 시선은
 
『돼? 돼? 가도 돼? 포근포근 꼭꼭 푹신푹신하고 와도 돼?』
 
같은 의미가 담겨있을것 같군.
 
자칭 유키농 검정 1급인 나에겐 순식간에 알아버린다.
 
이젠 유키노가 가만히 있어도 난 뭐든지 알아버린다고!
 
하루노 씨도 눈치챈 모양이다.
 
이쪽에 판단을 맡기듯이 나를 보고 있다.
 
나는 머리 뒤를 벅벅 긁듯이 유키노에게 얼굴을 향한다.
 
"……이 상점 안이라면 좋을대로 해두 돼. 하지만 가능한 우리 곁에서 떨어지지마"
"응!"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붕붕 고개를 끄덕이며바로 두다닷 판씨 상품으로 뛰어간다.
 
너무 빨라서 나도 하루노 씨도 유키노의 뒤를 황급히 쫓아간다.
 
빠, 빨라.
 
꽤나 여러 놀이기구를 탔는데 어디에 저런 체력이 나오는거야, 저 녀석.
 
뭐, 이동시에는 거의 내가 안고 있었으니까 그런거라고 생각하지만.
 
"이거랑-, 이거. 그리고 이것도!"
 
선반에 도착하니 유키노는 빼곡하게 채워진 판씨 상품을 하나하나 검토도 하지 않고 홱홱 집어들고 있다.
 
어? 설마 그거 전부 살 생각은 아니지? 부탁이니까 그만해. 오늘 1만엔 정도밖에 안 갖고 왔어.
 
"앗, 하치만! 봐봐!"
 
그때, 하루노 씨가 선반에서 상품을 하나 꺼내서 이쪽으로 보여준다.
 
그건 언젠가 봤던 유이가하마도 집어들었던 판씨 퍼핏이었다.
 
하루노 씨는 유이가하마와 똑같이 퍼핏을 한손에 장착시키고, 내쪽을 향해 벅벅 움직인다.
 
"하치만, 내 이름은 판씨야"
 
유이가하마보다 목소리 흉내를 잘하는데. 그리고 기분탓인지 입이 움직이지 않은듯한…….
 
이 살마, 정말로 뭐든지 잘 하는구나.
 
내가 무심코 감탄해하는걸 보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하루노 씨는 판씨 퍼핏으로 에잇, 하고 내 얼굴을 잡아온다.
 
"하치만을 저엉말 좋아해♪"
 
에에이, 부끄러우니까 그만해.
그리고 앞이 안 보이니까. 그러는김에 내 미래도 안 보인다.
 
내가 휙 하고 판씨를 얼굴에서 치우자 하루노 씨는 순순히 판씨를 뗀다.
 
하지만 하루노 씨는 퍼핏을 눈 앞에서 치우려고 하지 않고, 또 판씨를 재주좋게 움직여서 척, 하고 판씨의 손을 나에게 가리켰다.
 
"……하치만이 좋아하는 사람은 누굴까?"
 
하루노 씨는 이번에는 복화술을 하지 않고 그렇게 말을 한다.
 
뺨은 약간 붉은 색이 깃들어 있고, 눈빛은 노려보는것처럼 진지하다.
 
그 시선에서 얼버무리는것도 도망치는것도 허락지 않겠다는걸 알겠다.
 
……지금, 말해야하는건가?
 
내 마음을………내가 그녀에게 전해야할 말을.
 
"하루노 씨……"
"……응. 왜?"
"그게……저는……"
 
말로 하는데 따라 얼굴이 화아악 뜨거워지는걸 느끼고 보이지 않도록 그만 얼굴을 숙여버린다.
 
심장이 쿵쾅쿵쾅 엄청난 속도로 고동을 친다.
 
……의외로 수학여행때의 토베의 감각도 바보취급 못하겠는데, 이거.
 
차였을때 주위가 어떻게 되는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녀석에겐 차인다는 각오는 확실하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토베가 각오한 무대.
 
지금 나는 어떤 의미로 토베와 같은 무대에 서있다.
 
하지만 이 무대는 토베를 위해 만들어진……거짓으로 칠해진 세계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결말이 보이는 세계도 아니다.
 
나는 후우 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어 하루노 씨네게 시선을 향한다.
 
"저는……"
 
그 말을 하기 전에 나는 하루노 씨의 표정에 무심코 넋이 팔리고 만다.
 
그 표정은 표면상으로는 웃고 있는걸로 보이지만 방금전과 같은 진짜로 웃는 미소가 아니다.
 
어딘가 만들어내어, 무언가를 감추는듯한 하루노 씨의 표정.
 
지금 내가 말하면, 그 정체 모를 것이 나와버릴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째선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예감을 느겼다.
 
"하치만! 언니야!"
 
그때, 유키노가 우리를 부르고 우리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돌아본다.
 
"……유키노?"
 
이렇게 말하는것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목소리가 들린 방향에는 유키노는 없었다.
 
그 대신에 쇼핑 바구니에 높게 쌓인 판씨 상품의 산이 있었던 것이다.
 
그 뒤에서 유키노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다.
 
"유, 유키노야? 설마 그거 전부 갖고 싶어?"
"응!"
 
유키노가 함박 터지듯이 미소를 지으며 끄덕이는걸 보고 나와 하루노 씨는 쓴웃음을 지을수밖에 없었다.
 
아, 아니 그치만, 그거 전부는 아무리 그래도…….
 
유키노가 갖고 싶다면 상품을 3개 정도 사주고 싶다.
 
그런 마음은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자금적으로도 엉렵고, 들고 가는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키노, 그건 아무리 그래도 좀 많지 않을까? 조금 더 줄이는 편이……"
"하치만, 안 돼?"
 
유키노는 작은 손을 맞대며 갸웃 고개를 기울이면서 올려다보기로 이쪽을 쳐다본다.
 
우웃, 좀 약았지만 조르는 유키노 엄청 귀여워.
엄청 약삭 귀엽다.
 
뭐야 이 조르기. 어디서 그런거 배워왔어? 코마치야? 코마치를 보고 배운거야?
 
실제로 그 약아빠진 잇시키보다도 한층, 아니 두 층정도 유키노가 능숙하다.
 
이러면 가치도 노력도 관계없이 뭐든지 사주고 싶은 기분이 들잖아!
 
"……유키노야, 판씨는 그건 많이 산다고 생각하는데에"
"판씨다-!"
 
하루노 씨는 복화술을 구사하면서 퍼핏을 움직이고 유키노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 방법은 굿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유키노에게는 역효과였던 모양이다.
 
유키노는 찰딱찰딱 퍼핏을 만지고 그 퍼핏마저도 쇼핑 바구니에 넣으려고 하루노 씨의 손에서 빼려고 한다.
 
하루노 씨는 그걸 뿌리치듯이 어떻게든 판씨를 움직여서 복화술을 계속한다.
 
"유키노야. 판씨의 부탁을 들어줄래?"
"으응? 뭔데에?"
"유키노의 언니한테 부탁 받았어. 사는 판씨 상품을 셋까지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판씨도 유키노가 언니의 부탁을 들어줬으면 싶은데에"
"므-, 유키노, 이거 전부 갖고 싶어"
"하지만, 나랑 하치만이랑 하루노 언니의 부탁인데? 유키노는 우리를 싫어해?"
"으응, 정말 좋아해"
"그럼 우리의 부탁도 들어줬으면 싶은데-"
 
왠지 약간 협박으로도 들리지만 실제로 이렇게 많이 살 수는 없으므로 여기는 묵묵히 지켜보자.
 
유키노는 불퉁하게 볼을 부풀리고 삐친듯한 얼굴을 하면서도 끄덕이며 살짝 수긍한다.
 
"……알았어"
"그런가-. 유키노는 대단하네-"
 
하루노 씨는 벅벅 판씨 퍼핏을 움직여서 유키노의 머리를 쓰다듬자, 유키노는 꺄- 소리를 지르며 판씨 퍼핏이랑 장난친다.
 
이윽고 하루노 씨가 쓰다듬는걸 멈추자, 유키노는 판시 상품응로 돌아보고 검토를 시작한다.
 
하루노 씨가 그걸 확인하고 퍼핏을 손에서 빼어 선반에 돌려놓고, 거기서 어떤 것을 깨달았다.
 
"앗, 이런것도 있구나-"
 
하루노 씨는 또 낯익은 고양이귀가 늘어진 강아지귀 카츄샤랑 고양이귀 카츄샤를 집어든다.
 
그리고 뭘 생각했는지 입가를 히쭉거리며 강아지귀를 자신의 머리에 장착하고 다음으로 진지한 얼굴로 고르고 있는 유키노의 머리에도 고양이귀 카츄샤를 장착시킨다.
 
"하치만! 사진찍어줘! 사진!"
 
하루노 씨는 자세를 자춰서 유키노를 자신에게 끌어당긴다.
 
그리고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어서 나에게 건낸다.
 
"언니야?"
"사진 찍자, 유키노. 자, 얼른 하치만!"
 
유키노는 물건 고르기를 중단당해서 뭐가 뭔지 모르는 모습으로 당혹해하고 있지만, 일단 나에게는 미소를 지어준다.
 
프로 근성 높네-, 유키노 씨는.
 
나는 하아, 가볍게 숨을 내쉬고 하루노 씨에게 받은 카메라를 향해 찰칵 셔터를 누른다.
 
……이어서 한장 더.
……더 한장.
그리고 두 장 더. 앗, 거기 갸웃 고개를 기울이는 느낌, 3장 정도 더 갖고 싶어!
 
"……하치만? 사진 끝났어?"
"아니, 아직. 제대로 못 찍었으니까. 조금만 더 부탁할게"
"응, 알았어"
 
나는 대뜸 거짓말을 하고 무아무중으로 찰칵찰칵 셔터를 누르고 있으니, 유키노가 부끄러운듯이 볼을 퐁 붉히며 곰실거린다.
 
좋네 좋네, 그거 좀 수줍어보이는 표정! 최고네!
 
"……하치만? 아까부터 몇 장을 찍는거야? 그리고 너무 가까워. 그거 절대로 나 안찍히지?"
"핫"
 
하루노 씨의 탓하는듯한 차가운 목소리로 가볍게 흥분하고 있던 나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이런. 유키노가 너무 귀여워서 카메라를 접근시켜서 그만 단번에 20장 정도 찍어버렸다.
 
카메라 렌즈에는 유키노의 얼굴밖에 찍히지 않았다.
 
그야 그런 반응을 하겠지.
 
……일단 이 사진 필름을 나중에 하루노 씨에게 사야지.
 
"뭐, 고마워 하치만. 그럼 이번에는 하치만도 이리로 와"
"헤? 저도요?"
"응. 자, 얼른!"
 
하루노 씨에게 재촉당해서 나는 하루노 씨에게 달려간다.
 
"유키노랑 같은 높이에서 웅크리고. 그리고 카메라도 건내줘"
"어? 같이 사진 찍을거에요?"
"그럴거니까, 얼른!"
 
하루노 씨는 나한테서 카메라를 뺏들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상점 손님에게 카메라를 건낸다.
 
돌아오자 우리 근처에서 웅크려 앉아서, 품에서 판씨 카츄샤를 꺼내어서 내 귀에 끼운다.
 
"어? 하루노 씨, 뭐하는거에요?"
 
내 동요를 신경쓰지 않고 내 어깨를 잡고 꼬옥 매달리듯이 거리를 좁힌다.
 
가, 가까운데요. 눈 앞에 유키노와 하루노 씨의 얼굴이 있고, 유키노의 부드러운 뺨이 완전히 닿고 있는데.
 
"부탁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루노 씨에게 부탁받은 여성은 갑작스러운데도 불구하고 흐뭇한걸 보는듯이 뺨을 느슨하게 풀며 카메라를 든다.
 
"자, 유키노도 웃어"
"니-!"
"그래그래! 하치만도 니-"
"니, 니-?"
"……으, 응. 좀 기분 나쁘지만, 오케이일까?"
 
뭐야 그거. 모처럼 사진을 찍을땐 전혀 웃지 않는 내가 대서비스로 웃고 있는데 기분 나쁘다니.
 
뭐, 상관없지만. 나, 만드는 웃음은 싫어하고.
 
그나저나 방금전까지 하루노 씨의 표정은 뭐였던걸까?
 
웃고 있는데, 그 뒤에는 뭔가를 감추는걸로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하루노 씨의 표정을 보는한, 그런 그림자는 없다.
 
내가 잘못 본 걸까?
 
하지만 그때 확실하게 나는 느꼈다.
 
말하면, 전해버리면, 확실하게는 말할 수 없지만 아마 무언가가 변했던걸지도 모른다……그런 예감을.
 
그 정체 모를 예감의 정체를 지금의 나는 모른다.
 
무엇보다 나는 그 정체를 알고 싶지 않았다.
 
몰라도 된다면 계속 알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파고들기로 결의했으니까, 그렇게 하지 않을 순 없다.
 
언젠가는 모르면 안 되는걸지도 모른다.
 
그럼 지금은 조금만 더……이 즐거운 시간을.
 
그 순간, 카메라 셔터는 내 의사를 가로막듯이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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