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농 - 23. 그녀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끝을 고한다.
 
 
 
 
해가 저물고 주위가 어둠의 장막에 감싸이는 가운데.
 
퍼레이드가 시작된 탓인지 길에선 듬성듬성 사람이 멈춰서있는게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런 지금 현재 우리는 퍼레이드가 보이는 위치로 이동하는 중이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나는 마치 어딘가 아빠같은 장비를 하고 있다.
 
부부 관계가 양호하고 자식 사이도 좋은 가족에 곧잘 보이는 표준 장비.
 
요컨대 한쪽팔로 유키노를 껴안고 다른 손으로 하루노 씨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방금전까지는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던 이 상태였지만 무시무시하게도 지금은 진정이 되어 있는 내가 있다.
 
아니, 정말로 익숙해진다는건 무섭다.
 
이대로 너무 익숙해져서 정신을 차린 유키노의 아빠같은 상황도 익숙해버릴지도 모른다.
 
뭐,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나와 유키노는 부녀가 아니므로 익숙해질 수도 없지만. 실로 유감스럽게도.
 
무척이나 중요하므로 2번 말했습ㅂ니다.
 
……거기다 잘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사람과 손을 잡는건 평범하게 행복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까지 외톨이 인생을 보내온 내 입장에서 보면 이 이상의 행복은 토츠카의 미소를 보는것 말고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있다고 하면 유키노의 미소를 보는것, 유키노와 함께 잔것, 유키노에게 키스받은것, 유키노에게 아앙받은것……어라?
 
꽤 잔뜩 있는데. 나 행복한걸까?
 
뭐, 지금까지도 함께 목욕 들어가거나 팔짱을 끼거나 껴안기거나 키스받거나 함께 자거나 뭐어, 하루노 씨와도 여러가지로 했다.
 
그때마다 동요했던 나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심장 쪽은 여전히 두근두근 고동이 빠르지만 그래도 마음으로 채워지는 내가 있다.
 
이런 상태를 거부하지 않는 내가 있는 것이다.
 
아니, 안겼을때도 함께 잤을때도 채워졌다고 하면 채워졌지만.
 
그건 다른 곳이 채워졌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
 
그보다 그 전에 지금까지 여러가지로 너무 날려버렸잖냐, 나.
 
연인도 아닌 사람이랑 뭐한거야.
 
굉장히 새삼스럽지만 부끄러움과 후회한 나머지 가볍게 죽고 싶어진다.
 
내심 우갸- 신음짓고 있으니 퍼레이드의 루트에 빠진다.
 
퍼레이드는 이미 시작해서 사람 벽쪽으로 컬러 라이트로 칠해진 탑승물이 보인다.
 
 
"므-"
 
 
유키노는 사람벽 쪽의 퍼레이드를 지켜보면서 불만스러운듯이 입술을 뾰족인다.
 
 
"유키노, 왜 그래?"
"아마 유키노는 퍼레이드가 안 보여서 삐친거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유키노에게 물어보니 하루노 씨가 대신 그렇게 대답해줬다.
 
하루노 씨의 말을 듣고 나도 퍼레이드 쪽으로 눈을 향한다.
 
확실히 앞에는 사람이 자리 잡고 있어서 나도 가볍게 발돋음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되면 당연히 나에게 안겨있는 유키노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만 쓴웃음을 짓고 유키노에게 눈을 향한다.
 
유키노는 필사적으로 내 팔 위로 중심을 잡으면서 사람 울타리 너머의 퍼레이드를 보려고 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퍼레이드 안에는 판씨도 있었지.
 
저넹도 판씨를 볼 수 없어서 분해 했었지, 그 녀석.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어떻게든 유키노가 퍼레이드를 볼 수 있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으음, 일단 벙방법은 있기는 있지만……이건 말이지.
 
나는 힐끔 하루노 씨를 곁눈질로 본다.
 
하루노 씨는 나와 눈이 맞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걸 눈치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조금 유감스러운듯이 얼굴을 흐리며 잡고 있던 내 손을 살짝 놓았다.
 
……그렇게 안타까워하면 죄악감으로 내 마음임 아픈데.
 
하루노 씨의 손이 떨어지자 안기를 느끼고 있던 손바닥에 차가운 밤바람이 불어 온도를 빼앗아간다.
 
나는 멈춰서서 퍼레이드고 보이지 않아서 본격적으로 삐치기 시작한 유키노에게 말을 건다.
 
 
"유키노, 일단 내릴게"
"……어? 싫어"
 
 
내 말에 동그란 눈을 놀란듯이 크게 뜨고 바로 눈물로 적시며 붕붕 고개를 젓는다.
 
 
"유키노, 하치만이 목마 태워준대! 그러니까……응?"
 
 
진심으로 울기 직전 5초 전이 되어 있는 유키노에게 바로 하루노 씨가 보조를 넣어준다.
 
과연 하루노 씨.
 
제대로 내 시선의 의미가 전해진 모양이다.
 
흡사 부부같은 시선만의 대화.
 
엄마같은 빠른 보조.
 
착실하게 하루노 씨도 어딘가의 어머니를 향해 레벨을 올리는것 같다.
 
유키노는 정말? 이라는 느낌으로 하루노 씨에게서 내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거기에 나는 자연히 얼굴을 풀며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인다.
 
 
"이대로라면 퍼레이드가 안 보이잖아? 그러니까 내릴게"
"……응!"
 
 
내 말에 유키노는 파앗 얼굴을 빛내며 바로 내 목에서 팔을 뗀다.
 
유키노가 뒤로 쓰러질뻔하는걸 나는 황급히 양팔로 유키노의 몸을 받친다.
 
위험해라, 얼마나 목마를 해줬으면 싶은거냐.
 
나는 유키노를 받쳐서 천천히 지면에 내리고 이어서 유키노의 옆구리에 손을 넣어서 단번에 들어올리고 어깨 위로 올린다.
 
 
"꺄-!"
 
 
들어올릴때 즐거운듯이 웃고 다리를 바둥바둥 흔드는 유키노를 어깨에 태우고 내 어깨에서 내려온 다리를 받치듯이 잡는다.
 
유키노는 어깨 위에서 중심을 잡고 바로 내 매력 포인트인 바보털을 잡는다.
 
 
"하치만, 발진!"
 
 
유키노는 움켜자은 바보털을 앞으로 밀어뜨리듯이 잡아당기면서 전방을 가리킨다.
 
저기……유키노짱, 나는 딱히 로봇트가 아니고, 내 바보털도 딱히 조종판은 아니거든?
 
아프고, 히키가야가 전통이 빠져버리니까 잡아당기지마.
 
하지만 유키노는 그런걸 전혀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꺅꺅 즐거운듯이 내 바보털을 잡아당긴다.
 
나는 이 이상 바보털을 잡아당겨지지 않기 위해 잽싸게 사람 울타리를 헤치고 앞으로 나선다.
 
 
"호와-"
"우와-, 굉장하네-"
 
 
유키노와 내 옆에 나란히 선 하루노 씨는 퍼레이드 광경을 보고 감탄의 소리를 질렀다.
 
나도 본 적이 있는 퍼레이드지만 언제 봐도 감탄한다.
 
인기 디스티니 캐릭터가 탄 플로트 차(퍼레이드 등에서 사용되는 탑승물을 그렇게 부른다)에 꾸며진 많은 컬러 라이트가 압도적인 광량으로 주위를 비추어 간다.
 
밤인데 빛으로 주위도 잘 보인다.
 
그리고 플로트 차 위에는 노래 리듬을 타고 디스티니 캐릭터가 즐거운듯이 춤추고 있다.
 
 
"앗, 판씨!"
 
 
유키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향하니 거기에는 빛나는 대나무로 장식된 『판씨 뱀파이트』 플로트 차가 보인다.
 
플로트 차의 무대석 위에는 판씨가 날카로운 발톱을 열심히 흔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
 
 
"판씨! 판씨!"
 
 
유키노는 흥흥 콧방귀를 뿡기며 내 바보털에서 손을 떼고 붕붕 판씨를 향해 양손을 흔든다.
 
순간 유키노의 이상한 텐션을 깨달은건진 모르겠지만 판씨가 이쪽으로 팔을 흔든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유키노의 볼티지는 최고조로 올랐다.
 
 
"꺄! 하치만, 언니야! 지금 판씨가!"
 
 
하고 싶은 말은 알았으니까! 부탁이니까 날뛰지마! 진짜로 떨어지니까!
 
유키노는 엄청난 흥분에 내 이마를 찰딱찰딱 때리거나 붕붕 몸을 움직이고 있다.
 
……어디의 아이돌 술래잡기 같네, 이 녀석.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이쪽을 본것만으로 『얘! 지금 나랑 눈이 마주쳤어!』라고 착각해버리는 계열의.
 
나도 그 마음은 알지만.
 
왠지 좋아하는 여장가 미소짓는 얼굴로 이쪽으로 손을 흔들어오면 『어? 나테? 거짓말거짓말!?』같은 기분이 드는걸.
 
뭐, 거기서 뒤쪽에 있는 그 아이의 친구 있습니다- 라는 약속된 결말이었지만!
 
참고로 아까전에 『판씨 팸파이트』에서 판씨 인형같은걸 나는 보고 있었지만 굳이 유키노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가르쳐줬으면 유키농 포인트를 벌 찬스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자칫하면 유키노한테 뺨에 뽀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판씨 인형을 입은……아이의 꿈을 부수는 소리를 하면 단순한 아저씨가 유키농 미소를 보게 된다는건 똑바로 말해서 싫었다.
 
유키노의 미소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큼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
 
 
"하치만, 내려줘"
 
 
이윽고 판씨 플로트 차가 지나가자 유키노는 내 귓가에 그렇게 속삭여온다.
 
 
"어? 어, 어어, 알았어"
 
 
나는 조금 당혹하면서 그 자리에 웅크려 앉아 유키노를 지면에 내린다.
 
유키노는 지면에 내려오자 노골적이게 어깨를 추욱 떨구었다.
 
텐션의 격차가 엄청 심한데, 이 녀석.
 
얼마나 판씨를 좋아하는거야.
 
판씨가 손을 흔들었다는것만으로 그렇게까지 텐션이 올라가고 지나가자마자 텐션이 푹 대폭락했다. 주식이야?
 
역시 이렇게까지 판씨를 좋아하면 기막힌다고 할까 조금 질투해버린다.
 
젠장, 나랑 있어도 이렇게까지 텐션이 올라간 적 없는데.
 
 
"하치만"
 
 
내가 내심으로 발을 동동굴리고 있으니 갑자기 하루노 씨가 옷 소매를 쿡쿡 잡아당겼다.
 
그리고 다음으로 꾸욱 옷을 잡아당기고 얼굴을 가져온다.
 
 
"……오늘은 정말로 불러줘서 고마워"
 
 
귓가에서 속사가여져서 퍼레이드의 소음 속에서도 하루노 씨의 목소리가 똑바로 내 귀에 닿는다.
 
돌아보니 하루노 씨의 얼굴이 눈과 코 앞에 있고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생긋 웃는 얼굴을 푼다.
 
 
"일엏게 즐거웠던건 오늘이 처음이야"
 
 
그렇게 말하고 미소짓는 하루노 씨는 퍼레이드의 빛으로 비추여저셔 넋을 놓아버릴 정도로 어딘가 환상적이라서……저도 모르게 엄청 예쁘다고 생각해버렸다.
 
나는 화아악 얼굴이 뜨거워지는걸 느끼고 보여지지 않도록 순간 얼굴을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왠지 어색해서 나는 순순히 하루노 씨 쪽으로 눈을 피하면서도 얼굴을 돌렸다.
 
 
"……기뻐해주신다면 다행이네요"
"응♪"
 
 
평소처럼 무뚝뚝한 대답을 해버렷지만 하루노 씨는 내 반응을 신경쓰지 않고 기쁜듯이 끄덕인다.
 
 
"……뭐, 네가 어제 데이트로 불러냈을때는 솔직히 놀라움을 넘어서 기분 나빴지만 말야"
 
 
기분 나빴다니…….
 
뭐야? 그렇게나 믿을 수 없었어?
 
나는 얼마나 평소 행실이 나쁜거야.
 
아니, 확실히 내가 놀러 가자고 부르는건 좀처럼 없지만.
 
 
"……그러니까 데이트가 아니에요"
"너는 정말로 고집이 세네에. 뭐, 그래도 이제 됐어. 데이트가 아니라도 너와 유키노와 놀았던건 사실인걸. ……즐거웠던것도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거기서 말을 끊고 하루노 씨에게서 미소가 사라진다.
 
갑자기 미소가 사라진 그녀의 표정에 나는 약간 불안함을 느낀다.
 
 
"……있잖아, 하치만"
 
 
내 귀에 닿는 목소리는 온기가 없고 차갑게 얼어붙는 음색이었다.
 
퍼레이드의 소음 소리가 멀어지듯이 느낀다.
 
내 귀에는 하루노 씨의 말밖에 들리지 않는다.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그녀의 음색.
 
이걸 전에 나는 들은 적이 있다.
 
 
"……뭡니까?"
"너는 정말로 『진실된 것』이 있다고 생각해?"
 
 
그 말을 하는 그녀의 표정은 실로 다급한것처럼 보였다.
 
이전에 하루노 씨가 같은 소리를 했을때도, 그 목소리에는 쓸쓸한 울림이 있었다.
 
그때의 그녀는 혼잣말같은 말을 나에게 중얼거렸다.
 
결코 대답을 바라고 있던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야말로 나에게 묻는다.
 
애매하고 환상적이고 지금까지 아무리 바래도 손에 넣을 수 없었던 『진실된 것』이……있는지 없는지를.
 
 
"저는……"
 
 
그녀의 질문에 지금의 나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그런건 진작에 정해졌다.
 
……내가 원하는건 말이 아니다.
 
말을 전한들 나의 이성의 괴물은 말의 악의를 읽으려고 한다.
 
믿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나는 말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때 그 순간,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에게 소망을 말했다.
 
심하게 독선적이고 독재적이고 얄팍한 소망을.
 
나는 줄곧 바라고 있었다. 찾아왔다. 하지만 손에 넣지 못했으니까, 그런건 없다고 포기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그때 원했다.
 
지금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확실하게는 모른다. 그런게 손이 닿지 않은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실된 것』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렇게 대답한다.
 
스스로도 이렇게까지 똑바로 대답할 수 있닥는 생각 못했다.
 
하지만 분명 있다.
 
나는 유키노시타나 하루노 씨를 모두 알고 있는건 아니다.
 
그렇기에 그녀들을 알고 싶다. 알고서 안심하고 싶다.
 
이런 지독한 소망을 공유하고 싶다고 똑바로 생각하는 상대.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이 분명 나에게 있어서 『진실된 것』이다.
 
 
"……그럼, 너에게 있어서 진실된 것은 뭐야?"
"그건……"
 
 
가슴 밑바닥에서 뚫고 올라오는 것으로 인해 심장 고동이 가속한다.
 
얼굴이 불이 나올듯이 뜨겁다. 지금쯤 무릎이 떨리고 있다. 말로 하는게 무서워서 견딜 수 없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말해온 말인데 실은 이렇게나 무거웠다는걸 이제서야 깨닫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마음이 들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에 하루노 씨가 말한대로 저는 자의식의 괴물이에요. 악의에 두려워하고 호의에도 비리가 있다고 생각해버립니다. 호의를 믿을수가 없어요"
 
 
이성의 괴물을 억눌러서라도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키노의 소원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이상으로…….
 
 
"하지만 그런 거짓말같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저는 그걸 믿고 싶어요. 이번에야말로 믿고 싶어요"
 
 
……더는 잘못하고 싶지 않다.
 
왜냐면 나는…….
 
 
"……나에게 있어서 『진실된 것』은……"
 
 
……이렇게나 그녀들을 좋아하니까.
 
 
"……유키노시타와 하루노 씨입니다. 두 사람을……좋아해요"
 
 
그 순간 주위에 조명이 떨어지고 불꽃이 공중에서 화려한 소리를 내면서 화려하게 꽃피었다.
 
 
"와-! 하치만, 언니야, 불꽃!"
 
 
유키노가 아까 침울해하던게 거짓말처럼 흥분하며 꾸욱꾸욱 흥미를 끌려고 내 손을 잡는다.
 
퍼레이드가 끝난 후에 시작되는 디스티니 랜드의 명물중 하나인 이 시간.
 
나는 문득 하루노 씨에게 눈을 피하여 불꽃 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밤하늘을 비추는 불꽃은 오늘 하루의 추억을 마무리지어주는 것이다.
 
다른 관객도 불꽃놀이에 눈을 향하고 오- 하며 환성을 지르고 있다.
 
잠시 저신을 팔고 있던 내 어깨에 무게를 느낀다.
 
시선을 향하니 하루노 씨가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조명이 사라지고 불꽃의 빛밖에 없는 탓인지 또렷하게 표정을 볼 수 없는 지금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 하루노 씨?"
"……그게 네 대답이지?"
 
 
하루노 씨의 말에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게 저의 대답이에요"
"……그런가"
 
 
거기서부터 하루노 씨는 입을 닫고 그대로 나에게 무게를 맡겨준다.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나도 지금 당장 그녀에게 대답을 바라는건 아니다.
 
나의 마음은 전했다.
 
대답은 서두를게 아니다.
 
내일이나 모레 그녀의 대답을 묻고 가르쳐준다면, 그거면 된다.
 
그녀에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 이상은 허용능력 오버다.
 
지금도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릴것 같다.
 
나는 그걸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마음을 흐뜨리기 위해 또 밤하늘로 눈을 향하고 지금도 공중에서 피어나고 있는 불꽃을 쳐다본다.
 
다음 불꽃이 올려지는 순간.
 
 
"……미안해 하치만"
 
 
투웅 성대한 소리를 울리며, 굳세게, 동시에 덧없는 큰 원형꽃이 하늘에 피어난다.
 
하루노 씨의 목소리가 들린것 같았지만 불꽃 소리 때문에 그 소리는 지워져버렸다.
 
 
"……하루노 씨?"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물어봐도 하루노 씨는 이쪽에 얼굴을 향하며 생긋 웃는 얼굴로 붕붕 고개를 저을 뿐이다.
 
나는 그 이상 물으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가 말할 생각이 없는걸로 보였다.
 
그런 그녀의 미소가 뭘 두르고 있는것처럼 거짓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 나는 또 정체 모를 것을 느낀 것이다.
 
 
 
 
 
 
 
 
 
 
 
디스티니 랜드에서 돌아가는 길.
 
밤의 어둠을 거리의 빛이 비추는 길을 우리는 걷는다.
 
유키노는 떠들다 지친 탓인지 아침과 마찬가지로 잠들어있고 나에게 업혀있다.
 
유키노의 행복해보이는 자는 얼굴을 흘낏보고 흐뭇하게 느끼면서 나는 앞을 걷는 하루노 씨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 때의 하루노 씨의 미소가 신경쓰여서 견딜 수가 없다.
 
또 이전으로 돌아간듯한 강화외골격을 두른 미소였다.
 
그리고나서 그 미소 이래, 하루노 씨의 모습에 특별히 이변은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그녀의 미소를 볼때마다 지금 가슴속에 느끼고 있는 불길한 감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고마워, 하치만"
 
 
아무것도 아닌. 평소대로의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린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
 
그런데 어째서 나는 이렇게나 불안해지는걸까?
 
 
"오늘 불러줘서, 정말로 고마워"
 
 
멈춰선채 이쪽을 돌아보면서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 나는 위화감을 씻을 수가 없다.
 
 
"……아까도 같은 소리 하지 않았어요?"
"응. 그러니까 다시. …너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었어"
 
 
그럼, 왜 그런식으로 웃는거야.
 
그런식으로 두른 미소를 보여주지 않았으면 싶다.
 
그렇게 그녕에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직전까지 입에서 나올뻔한 말을 나는 어떻게든 삼킨다.
 
이 위화감이 뭔지 모른다.
 
지금 그녀의 미소는 아까 봤을때와 마찬가지로 젗레 모를것이 감추어져 있다.
 
하지만 하루노 씨에게 그걸 묻는다한들 그녀는 그걸 감추고, 거짓말을 하고, 그 허위로 칠해진 미소를 얼버무리려고 할 것이다.
 
그것만큼은 그녀를 보고 바로 알았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말을 기다린다. 기다리는수밖에 나에겐 선택지가 없다.
 
하루노 씨는 나의 등에 잠들어있는 유키노를 힐끔 보고 입을 연다.
 
 
"……정말로 하치만에게는 감사하고 있어. 네 덕분에 유키노와 옛날처럼 사이 좋은 자매로 돌아간것 같으니까. 네가 이어줬으니까, 적은 시간 속에서 잠깐이지만 진짜 가족처럼 됐어"
 
 
그게 나에게는 마지막 말처럼 들렸다.
 
 
"……지금이라면 나에게도 조금이지만 네가 말하는 『진실된 것』을 알것 같아. 정말로 있는건지 의심스러워지는거지만, 너는 우리를 『진실된 것』이라고 말해줬어. 좋아한다고 말해줬어. 그 순간만큼은 거짓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생각해"
 
 
정말로 즐거운듯이……행복하다는 듯이 말하는 그녀의 말을 나는 끊을 수가 없다.
 
두 번다신 듣지 못할지도 모를 그녀의 본심을 끊고 싶지는 않다.
 
거기서 그녀는 한번 말을 끊고, 나에게 상냥한 미소를 지어온다.
 
그런 미소는 보고 싶지 않았다.
 
겹쳐지기 때문이다. 그녀의……그때, 끝나버린것을 보는 유키노시타의 미소와.
 
 
"하지만 하치만……이제 끝이야"
 
 
그녀의 갑작스런 선고에 나는 저도 모르게 말을 잃는다.
 
뭘 말한건지 몰랐다. 뭐가 끝인건지 몰랐다.
 
아니, 나는 알고 싶지 않았다.
 
하루노 씨는 나의 반응을 신경쓰지 않고 그대로 얘기를 계속한다.
 
 
"……유키노를 들켰어"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들켜? 유키노를? 누구한테?
 
하지만 대답은 스스로 나와버린다.
 
그렇기에 예감을 느낀다.
그 후의 말을 절대로 하게 해선 안 된다.
 
겨우 움직인 입이 그녀의 말을 끊으려고 한다.
 
 
"하룻……"
"그러니까, 가족 놀이는……이제 끝이야"
 
 
하지만 내 목소리를 뒤덮듯이 그녀는 내지르듯이 차가운 말을 했다.
 
 
"……가족 놀이는 이제 끝이야"
 
 
그녀는 상냥한 미소를 지은채 끝을 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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