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농 - 17. 하야마 하야토는 지금도 분명 후회하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지금 상황을 보고 마음속으로 내뱉듯이 투덜거렸다.
 
나에게는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산더미만큼 있다.
 
그건 뭐, 살아있는한 당연한 일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하나도 없는 녀석은 그야말로 이 세상의 모든걸 손에 넣은 녀석이다.
 
즉, 해적왕이다.
아닌가.
 
뭐, 인간은 어떠한 때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다.
 
사회에 나와, 일을 하면 그 모든걸 맞서지 않으면 안 되게 될 것이다.
 
……하아, 일하고 싶지 않아.
 
그 점에서 전업주부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은 무엇 하나 없다.
 
어떤 의미로 이 세상의 모든것을 손에 넣은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즉, 전업주부야 말로 최강.
 
나는 주부왕이 된다!
 
그런 나는 아까도 말한대로 지금 상황이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냐고 말하자면……
 
"하야토, 아앙"
"좀, 유키노. 나는 점심 먹고 왔으니까. 그게……이미 배가 부르니까"
"아앙해!"
 
뭐야? 이 녀석들? 바보 커플이야? 그런건 부실에서 안 했으면 좋겠는데.
 
점심시간, 지금 현재 우리는 부실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나는 곁눈으로 빤히 옆에서 아까부터 러브러브 오러를 뿌리고 있는 녀석들을 노려보면서 말없이 하루노 씨가 만들어준 도시락을 묵묵히 먹고 있다.
 
정말로 묵묵히. 스스로도 아까부터 한 마디도 말 안하는것 같다.
 
그보다, 뭐야 이 달걀부침. 하루노 씨가 만든것치고는 왠일로 맛이 옅은거 아냐? 아무 맛도 안 나는데.
 
평소라면 절품의 하루노 씨의 달걀부침을 지금은 어째선지 맛있게 느낄 수가 없다.
 
나는 병든걸지도 모른다, 이거.
 
"히, 힛키, 그게……"
"뭐야?"
 
내 앞자리에 앉아있던 유이가하마가 굉장히 말하기 힘들다는듯이 나에게 말을 건다.
 
그에 대해 알게모르게 나는 가시돋친 말을 해버린다.
 
유이가하마는 내 말에 조금 움찔거리며 어깨를 떨고 겁에질린다.
 
하지만 지지 않는듯 말을 하려고 한다.
 
"계, 계속 무릎 치는거…그만했으면 싶은데…… 라고 해보기도……그게……좀 시끄러우니까"
"뭐야, 유이가하마치고는 똑바로 말하잖아. 평소처럼 남의 지뢰를 밟는 말은 어디간거야?"
 
나는 핫핫하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하마는 내 미소를 보고 왠지 히익, 하며 소리를 지르며 겁에 질려있다.
 
무례한 녀석이구만, 이 녀석.
 
내가 말하는것도 뭐하지만 나치고는 대단히 드물게 산뜻하게 웃고 있는데.
 
옆을 보면 왠지 하야마도 벙쪄있다.
뭐야, 그 기분나쁜걸 보는듯한 표정은.
 
"하치만"
"왜? 유키노?"
"원래대로 돌아갔다!?"
 
유키노에게 불려서 나는 바로 표정을 바꾸고 생긋, 다정한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를 보고 유이가하마가 움찔, 기겁하는 소리를 지른다.
 
뭐야 이 녀석. 아까부터 되게 무례하네.
나는 평소대로라고.
 
"하치만도 아앙"
 
유키노는 생글새애글 만면의 미소로 나에게 도시락에서 집어든 달걀부침을 아앙해온다.
 
나는 그걸 순순히 크게 입을 벌리고, 달걀부침이 입에 들어오는걸 기다린다.
 
유키노는 아앙 말하면서 내 입안으로 젓가락을 넣는다.
 
우물우물 씹고 있으니 입 안에 극상의 맛이퍼져간다.
 
어라? ……맛있네?
어째서지? 아까 먹었던거랑 같은걸텐데?
 
간도 절묘하고. 평소처럼 어지간한 요리사에겐 뒤지지 않는 맛이다. 코마치에겐 뒤지지만.
 
"맛있어?"
"응? 아, 아아, 맛있어. 하지마나 유키노가 먹여주니까 더 맛있어지는것 같아"
 
왠지 되게 헌팅하는 말이 내 입에서 멋대로 나와버렸다.
 
나 무슨 소리 하는거야. 완전히 중증이구만.
 
그 말에 유키노는 얼굴을 풀며 빙그레 만면의 미소를 짓는다.
 
"에헤헤♪"
 
……뭐, 유키노가 기뻐한다면 그거면 됐나.
 
나는 착하지 착해, 라며 포상으로 유키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결론 짓는다.
 
왠지 시야 구섟에 비치는 유이가하마와 하야마가 기겁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신경 안 써.
 
"하치만, 아앙"
"어"
 
유키노의 제 2의 아앙에 나는 아무 저항도 없이 입을 연다.
 
힐끔 쳐다보니 다음에는 내가 싫어하는 토마토다.
 
그러니까, 왜 넣은거야.
나, 오늘 아침에는 제대로 하루노 씨를 확인햇는데.
 
유키노는 그런건 신경쓰지 않고 붉은 악마의 과실을 내 입에 가져온다.
'
훗, 오늘이야말로 네놈을 뛰어넘어보이마!
나와 유키노의 사랑의 힘으로 말이야!
 
뻐끔 토마토를 입안에 넣으니 어머나 신기해라!
 
평소엔 진짜 싫어서 견딜 수 없는 토마토가 어째선지 맛있게 느껴져!
 
그냥 유키노에게 아앙받으면 나, 뭐든지 먹을 수 있는거 아냐?
 
특별한 향신료……그건 사랑!
 
우물우물 말없이 씹고 있으니 유키노가 빤히 나를 보고,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나는 씹으면서 유키노의 뺨을 천천히 만져준다.
 
"맛있어. 역시 유키노는 대단한데. 토마토 싫어했는데 너 덕분에 정말 좋아하게 됐어"
"아자!"
 
내가 유키노의 뺨을 살짝 만져주면서 말을 하자, 유키노는 양손을 들며 기뻐한다.
 
그리고 아직 멍하니 보기 드물게 바보얼굴을 하는 하야마 쪽으로 빙글 고개를 돌린다.
 
"하야토, 아앙!"
"어? 앗, 나는 좀 사양해둘게"
 
……어라? 어째서지?
방금전까지 맛있고 정말 좋아했던 토마토가 갑자기 맛없어졌는데?
 
그보다, 왠지 또 토마토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게 됐다.
 
정말 좋아하는건 정말 싫어하는것의 리버시블.
 
사랑은 때로 증오로도 변한다.
 
그런가……이건 증오였다.
 
이 세상의 거의 모든걸 갖고 있는 하야마가 이 세상의 거의 모든걸 갖지 않은 나에게서 유키노를 빼앗은 증오다.
 
그리고 유키노, 부탁이니까 내 입 안에 넣었던 젓가락을 그대로 하야마에게 쓰지 말아줘.
 
왠지 에비나가 무지 기뻐할것 같으니까.
 
"히, 힛키의 눈이 또 썩었어……"
 
유이가하마의 경악스런 말은 증오가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던 나에게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왜 그녀는 이렇게 된거야"
 
하야마의 단락을 짓는듯한 말에 나와 유이가하마는 거북함을 보인다.
 
그러고보니 이 녀석, 그 얘기를 하기 위해 여기에 온거지?
왠지 여러가지로 있어서 잊고 있었다.
 
뭐, 이미 유이가하마가 지금의 유키노의 상황을 모두 얘기한 모양이다.
 
그렇기에 새삼 부실에서 작아진 유키노를 봐도 평소대로 있었던걸지도 모른다.
 
아니, 평소대로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엄청 유키노에게 아앙받을때 동요했으니까, 이 녀석.
 
하야마의 더 존도 유키노에겐 효과 없었던 모양이다.
 
저런 하야마는 처음 봤다.
 
하루노 씨도 하야마도 지금 유키노에게는 평소대로하는건 어려운 모양이다.
 
참고로 유키노는 내 무릎 위에 귀엽게 앉아서 내 가슴에 등을 기대며 새근새근 자는 소리를 내고 있다.
 
나의 오빠 스킬의 숙련도에 나도 놀라버린다.
 
나는 킹 오브 오빠의 자리를 받아도 좋을 정도겠지.
 
앗, 말해두겠지만 딱히 내가 유키노를 억지로 무릎 위에 올린건 아니거든.
 
유키노가 자주적으로 올라온 것이다.
 
거기에 관해서는 솔직히 엄청 우월감을 느낀다.
 
하야마가 없었다면 히쭉거렸을지도 모른다.
 
뭐, 그건 그렇다치고, 나는 하야마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이듯 보인다.
 
"원인을 알았으면 진작에 해결했을거라고 생각해"
"……그런가. 네 집에 맡고 있다고 들었는데, 하루노 누나에겐 그 얘기를 했어? 그녀는 어떡했는데?"
"……"
 
하야마의 말에 나는 무심코 얼굴을 찌푸려버렸다.
솔직히 사실을 말해도 좋을지 모른다.
 
함께 살고 있습니다고 말하면 되는건가?
 
아니, 안될것 같다.
 
유이가하마도 하루노 씨가 머물고 있다고 말했을때 엄청 화냈으니까.
 
내가 뭐라고 말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으니 유이가하마가 "어음……실은 말야"하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어? 설마 네가 말할 생각이야?
 
"그게……하루노 언니에겐 이미 얘기했어.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하루노 언니가 유키노짱의 상태를 보러 힛키네 집어 자러가게 됐어. 힛키의 동생인 코마치는 하루노 언니하고 친구니까"
 
상당히 씁쓸한 느낌도 안 드는건 아니지만, 반쯤은 사실이고, 함께 살고 있다는것 보다는 훨씬 나은 느낌이 든다.
 
과연 유이가하마. 다음부터는 이 녀석을 팔로가하마라고 부르자.
 
그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 하루노 씨가 집에 산다고 하는건 평범하게 위험하구만.
 
아직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집에 태연하게 물들었고.
 
이래저래 히키가야 가의 신뢰를 가져갔다.
그게……별로 말하고 싶진 않지만, 나도 포함해서.
 
유이가하마의 말에 하야마는 약간 기막힌 표정을 짓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납득한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그래서 신경쓰였는데, 지금 그녀의 기억은 정말로 5살 무렵의 기억이야?"
"어? 무슨 소리야?"
 
하야마의 새로운 질문에 유이가하마가 질문으로 대답한다.
 
그걸 하야마는 어딘가 그리운듯이 "그렇군……" 하고 얘기하기 시작한다.
 
"……옛날의 그녀는 초대면인 사람에게 갑자기 친근하게 대하는 애가 아니었어. 낯을 가려서 언제나 하루노 누나의 뒤를 따라다니던걸 기억하니까"
"그럼 너는 지금의 유키노가 옛날의 유키노가 아니라고 하는건가?"
"……그건 아니야. 그녀가 나를 따르는건 옛날이 아니라면 말이 안 되니까"
 
하야마는 자조적으로 그렇게 말한다.
나는 빤히 눈 앞의 하야마를 쳐다보지만, 그 표정에선 하야마의 지금 마음을 엿볼수는 없다.
 
하지만 희미하게 무언가를 말해야할지 망설이는 듯한 표정이 된다.
 
나는 그걸 추궁하려고는 하지 않고 얘기를 종합한다.
 
"……네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거야? 지금의 유키노가 나나 유이가하마를 이렇게까지 따르고 있는건 이상하다고 말하고 싶은거냐?"
"뭐, 하고 싶은 말은 그거야.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줘. 딱히 그게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하?"
 
이 녀석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되게 지리멸렬한 소리 하고 있는데.
 
하야마는 거기서 갑자기 산뜻하게 웃고, 나와 유이가하마를 교대로 본다.
 
"만약 지금의 그녀가 이전 유키노시타의 기억이 사라진게 아니라, 기억 속에 제대로 남아있다면 유이는 물론 너도 따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거야"
 
아니, 그건 나의 흘러넘치는 아빠 오러 탓이라고는 역시 말하지 못했다.
 
하야마가 말하는건 이전의 유키노시타가 우리와 관계를 소중히 여겼으니까, 나나 유이가하마에게는 초대면이었어도 친근하게 따랐다.
 
그럼 지금의 유키노는 옛날의 유키노의 기억과 이전의 유키노시타의 기억이 뒤섞여있다는게 된다.
 
옛날의 유키노가 자신을 따르고 있는것이지, 이전의 유키노시타는 아니다.
 
아마 하야마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겠지.
 
하지만 나에겐 또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이전의 유키노시타가 실은 하루노 씨와 하야마를 마음속 어딘가에서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고도 말할 수 없진 않았다.
 
근거는 없다.
 
그저 지금의 유키노와 하야마를 보고.
 
하루노 씨는 지금의 유키노가 둘이서 적긴 하지만서도 나날을 보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역시 그 둘을 소중하게 생각한게 아닐까.
 
 
 
 
 
 
 
 
 
 
 
 
 
 
 
어느정도 상황보고를 마치고 하야마는 납득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리고 뭔가 자신이 할 수 있는게 있다면 협력한다고 까지 말해줬다.
 
솔직히 그건 고맙다.
 
이 학교에서 가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하야마의 말은 모두다 믿을 것이다.
 
어느 정도 교실 녀석들을 얼버무리기 위한 변명도 내가 말하는것보다는 하야마가 말하는 편이 절대적으로 좋다.
 
유이가하마라도 확실히 영향이 있지만 말하면 미안하지만……응, 알지?
 
그런 나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유이가하마에게 선생님에게 할 전언을 맡기고 유키노를 맡기기 위해 보건실로 가고 있었다.
 
유키노는 졸린듯이 꾸벅거리면서 걷고 있지만 손은 꼬옥 내 손을 잡고 있다.
 
나는 거기에 흐뭇함을 느끼면서 유키노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뭐, 대단히 본의아니긴 하지만 유키노의 한 손도 잡고 있지만, 하야마랑.
 
……왜 이 녀석이 따라오는거야.
 
……그리고 왜 유키노랑 손을 잡고 있는거야.
 
라고 불만을 줄줄 늘이며 푸념을 하고 싶은 기분이지만, 이것도 유키노가 "하야토도 갈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유키노가 하는 말이라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상황은 어떨까?
 
한 가운데에 유키노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이거 평범하게 보면 나와 하야마가 마치 부부같잖아.
 
뭐야 이거. 누가 득보는 전개? 에비나밖에 득보지 않는 전개야.
 
그런 우리들이지만 아까부터 무슨 대화는 하나 없다.
 
당연하다. 내가 이 녀석에게 말을 거는 일도 없고, 이 녀석이 나한테 뭔가를 말해오는 것도 없다.
 
그러고 있으니 우리는 보건실에 도착했다.
 
보건실에 도착하니 유키노는 아쉬워하면서도 내 손을 놓는다.
 
그리고 유키노는 하야마의 손도 놓으려고 했지만 어째선지 하야마는 손을 놓지 않듯이 유키노의 손을 다시 잡았다.
 
"……하야토?"
"미, 미안……"
 
유키노의 목소리에 하야마는 제정신을 차리며 황급히 그 손을 놓는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분하다는듯이 입술을 깨물고 있다.
 
 
유키노는 갸우뚱 고개를 기울이며 하야마를 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빙그르 몸을 보건실 쪽으로 돌리고 고개만 우리를 돌아보며 손을 휙휙 흔들어온다.
 
"바이바이, 하치만, 하야토"
"아아, 나중에 또 올게. 이번에는 제대로 기다려야한다?"
"응!"
 
유키노는 기뻐하며 내 말에 끄덕이고 그대로 보건실로 들어갔다.
 
유키노가 보건실로 들어간걸 확인하자, 나는 고개를 숙인채 서있는 하야마에게 말을 건다.
 
"괜찮냐?"
"……뭐가 말이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거지? 유키노한테"
 
내가 그렇게 묻자 하야마는 겨우 고개를 들고, 나에게 미소를 짓는다.
 
나의 썩은 눈 필터로 보면 그 미소는 명백하게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딱히. 그저 왠지 모르게다"
 
그런 표정을 지으면 누구라도 안다.
지금 이 녀석의 미소에는 명백하게 뒤가 있다.
부실에 들어가고나서 이 녀석은 몇 번이나 이런 얼굴을 했었다.
 
산뜻하게 웃고 있는걸로 보이면서 그 뒤에는 뭔가를 말하고 싶어하는……아니, 말해야할지 망설이는 그런 얼굴이다.
 
그런 얼굴을 하면 신경쓰이는게 당연하잖아?
 
"너는 정말로 그거면 되냐?"
 
나는 다시 하야마에게 물었다.
 
……딱히 이건 이 녀석을 위한게 아니다.
 
그저 하야마가 이런 짜증스런 얼굴을 하면 다른 녀석들에게도 영향이 나온다.
 
토베는 깨닫지 못하겠지만 감이 좋은 미우라나 에비나나 유이가하마는 절대로 눈치챌 것이다.
 
그것이 나와 유키노에게 악영향을 준다면 곤란하다.
 
거기다 이런 얼굴은 평소의 하야마답지 않다.
 
기분 나쁠 정도의 산뜻한 얼굴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응한다.
 
……그것이 하야마 하야토잖아?
 
"……네가 그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면 반 녀석들에게도 뭔가 있었다고 생각할거 아냐. 그걸로 우리한테 피해가 오면 곤란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이참에 해둬"
"……너는 남을 잘 본다고 할까. 빈틈이 없다고 할까"
"훗, 내 취미는 인간관찰이니까"
"가슴을 펼만한 취미인거야? 그건?"
"시끄러"
 
그러자 하야마는 한 발짝 내딛어 보건실 문에 손을 댄다.
 
"……고맙다고는 절대로 말 안할거야"
 
나에게 등을 돌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에 대해 콧방귀를 뀌듯 말한다.
 
"그래주면 고맙네. 너한테 고맙다고 들으면 기분 더러워서 닭살이 돋을테니"
 
내 말에 하야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건실 문을 기세 좋게 열었다.
 
하야마의 몸으로 가려서 별로 보이지 않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보건실에 유키노 말고 아무도 없는 모양이다.
 
"하야토?"
 
유키노는 하야토가 들어오자 눈을 끔뻑거리면서 놀라고 있다.
 
하야마는 그걸 신경쓰지 않고 보건실로 들어가 끼익 문을 닫았다.
 
들어오지 말라는건가.
 
나는 보건실 문에 몸을 기댄다.
 
뭐, 얘기를 듣는것 정도는 용서해줬으면 싶다.
왜냐면 이렇게하지 않으면 하야마가 유키노에게 이상한 짓을 했을때 도와주러 갈 수 없잖아?
 
보건실에서 두 사람이 대화하는 소리가 새어나와서 들려온다.
 
『유키노……지금 너에게 이런 말을 해도 모를지도 몰라. 이해 못할지도 몰라. 이건 말하자면 단순한 나의 자기만족이야. 그래도 들어줄래?』
『으응? ……응, 알았어』
 
유키노가 웃는 얼굴로 끄덕이는게 보이지 않아도 안다.
 
하야마나는 그리고나서 꾸욱 무언가를 참는듯이 목소리가 막히지만, 이윽고 쥐어짜는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했어……』
 
그 말에는 지금까지의 후회, 죄악, 혐오가 채워져있는 것처럼 나에게는 들렸다.
 
하야마는 그리고나서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때……내가 너를 도와줬다면, 너를 구했었다면……끝나지 않았을지도 몰라』
 
그가 말하는 끝난것이 무엇을 가리키는건지를 나는 모른다.
 
당연하지만, 나는 그녀들을 거의 모른다.
 
유키노시타, 하루노 씨, 하야마.
 
그녀들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지만, 그녀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는 모른다.
 
『끝나버린건 더는 돌아오지 않아. …그건 알고 있어. 지금 너에게 사과해도, 예전의 네가 용서해주는 일은 없을거야. 하지만, 자기만족이라도 사과하고 싶었어. 너에게 줄곧 전하고 싶었어』
 
끝나버린건 돌아오지 않는다.
그럼 그런건 처음부터 갖지 않으면 된다.
 
끝나버리면 거기까지였다.
그저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그는 후회하고 있다.
 
지금도 분명 하야마 하야토는 후회하고 있다.
 
『……전부터 너를 좋아했어. ……미안, 그때는 정말로 미안해. ……유키노』
 
여기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눈물로 젖어있다.
 
하야마답지 않은 서툰 고백이었다.
 
아이처럼 울면서, 오열을 참아도 참을 수 없는 그런 목소리가 여기까지 새어나온다.
 
『하야토……울지말래?』
 
유키노의 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어린 아이를 달래는듯한 그런 목소리다.
 
『유키노는 하야토를 정말 좋아해. ……그러니까 울지마. 평소처럼 멋있는 하야토로 있어줘』
『……아아. 미안해, 유키노』
 
그리고나서 하야마는 계속 울고, 미안, 미안해 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몫을 참회하는것처럼……계속 사과를 했다.
 
 
 
 
 
 
 
 
 
 
 
 
 

 
잠시 복도에서 멍하니 서 있으니 보건실에서 하야마가 나왔다.
 
눈가에는 울다 부운 자국이 남아있고, 눈이 마주치니 나는 그만 멋쩍어져서 눈을 피해버렸다.
 
하지만 내 반응에 하야마는 쓴웃음을 짓는다.
 
"……아직 있었어?"
"당연하잖아? 네가 유키노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나는 그녀에게 아무짓도 안 해. 네가 아니니까"
 
뭐야, 나였다면 유키노에게 무슨 짓을 하는것 같은 말투는.
나도 아무것도 안 해.
 
유키노가 슬퍼하는 짓은 절대로 안 한다.
남을 로리콘처럼 말하지마.
 
나는 "딱히 아무것도 안 해"라고만 말하고, 하야마에게 몸을 홱 돌리며 걸어갔다.
 
하야마는 나와 거리를 떼듯이 천천히 것는다.
 
"……너에게만큼은 이런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내 등에 하야마는 그런 말을 던진다.
거기에 나는 핫, 하며 가볍게 웃고 돌아본다.
 
"나도 남자의 우는 얼굴 따위 보고 싶지 않아"
"나도 너의 그런 기분 나쁜 미소는 보고 싶지 않았어"
 
뭐야 이 녀석?
이미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이다.
 
이 녀석에게 기분 나쁘다고 듣는건, 상당히 진짜로 기분 나쁘다는거잖아.
 
어? 그렇게나 기분 나빴나?
 
"야, 히키가야"
"뭐야"
"……내 의뢰를 들어주지 않겠어?"
"하?"
 
하야마는 나에게 고개를 돌리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
 
핸섬남은 우는 얼굴이라도 핸섬남이군.
 
라는 아무래도 좋은걸 생각하면서도 나도 하야마를 돌아본다.
 
"그건 봉사부에 하는건가?"'
"아니야. 너 자신에게 하는거야. 속마음을 말하자면 너에게만큼은 부탁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 녀석이 나에게 의뢰라니, 그야말로 수학여행때 이후로다.
 
기이하게도 그때와 비슷한 말이다.
 
하지만 그때하고는 내용이 달랐다.
 
"……지금의 그녀를 지켜주지 않겠어?"
 
……어째서 이 녀석은 나에게 그런걸 부탁하는걸까?
 
그가 말하는 그녀는 지금의 유키노……그리고 아마 이전의 유키노시타도다.
 
유이가하마도 하루노 씨도 그리고 하야마도 어째서 나에게 그런걸 부탁하는걸까?
 
나보다도 어지간하고 여러가지를 할 수 있는 녀석이 왜 나에게 부탁하는걸까?
 
『만약 유키농이 난처해하면 도와줘야해?』
 
여름방학 불꽃놀이 대회, 유이가하마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이때, 나는 그녀의 말을 거절했다.
 
나는 그때, 나에게 그런걸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녀가 나에게 도움을 바라는 일은 없을 것이고, 나도 그녀에게 파고드는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
 
『언젠가……나와 유키노를……도와줘야해?』
 
석양에 물든 전차 속에서 나는 하루노 씨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지금도 어째선지 모른다.
 
그녀들을 아무것도 모른다. 내딛어도 좋을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나는 그녀와 약속을 나누었다.
 
그건 어째서인가?
 
『언젠가, 나를 구해줘』
 
그 디스티니 랜드에 갔을때, 지금도 떠올릴 수 있는 그녀의 어딘가 울어버릴것 같은 표정.
 
그리고 그녀가 처음으로 말한 부탁.
 
……그때 대답할 수가 없었던 말에 지금의 나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나는 하야마에게서 고개를 치우고 앞을 향해 걸어간다.
 
그런걸 지금 생각해도 소용없다.
시간은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렇게 말하겠지.
 
"당연하지. ……멍청아"
 
단 하나의 말을 남기고 나는 교실로 돌아가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순간, 곁눈으로 본 하야마의 표정은 평소대로 짜증스러울 정도로 산뜻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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