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농 - 8. 이미 히키가야 하치만은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빠져있다.
 
 
 
 
 
 
아아, 또 이 꿈이다. 내가 방 안을 쳐다보는 꿈.
하지만 이번에는 한 명의 소녀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녀는 울지도 않았다.
웃고 있었다. 왁작지껄 소란스러운 파티같은 곳에서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이면서 소녀는 웃고 있었다.
잘 보니 그 때의 소녀하고는 얼굴은 닮았지만 머리형태가 다르고, 조금 키가 크다.
아마 그 때 본 소녀의 언니일 것이다.
그녀는 비싸보이는 옷을 입고 있고, 주위의 남성들에게 미소를 짓고 있다.
주위 남성은 그 미소에 황홀하게 쳐다보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넋이 나가지 않았다.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 웃음은 가짜다.
뭔가 투명한 것을 두른것 처럼 보여도 하는 수 없다. 어딘가 거짓스럽다.
아아, 역시 저 미소는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갑자기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그녀의 진짜 미소를 알고 있다. 그녀의 진짜 미소는 그녀의 동생의 미소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미소다. 그러니까, 저런 식으로 웃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녀는 남자들 속에서 빠져나와 한 명의 여성에게 향한다.
그 여성은 기모노 차림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채 담소하고 있었다.
소녀는 그 여성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다.
 
"……엄마, 이제 이런 곳에서 빨리 나가서 유키노의 운동회 보러 가자구? 유키노, 혼자서 외롭다고 생각할텐데?"
 
여성은 그녀의 말을 듣고 그녀를 돌아본다. 여성의 표정은 소녀를 흘낏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그 표정에서는 그게 뭐? 라는 언외로 말하는것 처럼 보였다.
 
"………하루노, 오늘은 소중한 거래처의 아드님의 생일이란다? 유키노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런 곳에 갈 상황이 아니야. 너도 유키노시타 가의 장녀로써 오늘은 유키노를 잊고 제대로 행동하렴. ……알겠지?"
 
그 여성의 다정하게 달래는 목소리는 어딘가 그녀에게 그렇게 하도록 강제하는것 처럼 들렸다. 그녀도 그건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녀는 순순히 끄덕였다. 분하다는듯이 입술을 깨물으면서…….
여성은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또 원의 안으로 돌아갔다.
소녀는 그녀의 곁에서 떠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해 유키노"
 
……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저번과 마찬가지다. 그녀를 방 밖에서 쳐다보는 수 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팔을 잡아다 그 울고 있는 소녀에게 데려가는것도 할 수 없다.
……훨씬 전에 그녀는 말했었다.
엄마는 무서우니까 이쪽에서 굽혀줄 수 밖에 없다고.
그녀는 그렇게 하여 지금까지 계속 굽혀온거겠지. 자기보다도 무서운 어머니에게 거스르지 못하고, 무언가를 말하는걸 포기한걸테지.
언니는 무서운 어머닝의 말대로 유키노시타 가의 장녀로써 완벽하게 행동한다. 동생은 그 뒷모습을 필사적으로 뒤쫓는다. 아마도지만, 언니에게, 아버지에게, 어머니에게 자신을 봐달라고 하기 위해…….
그렇게 엇갈려온걸까.
……뭐, 이런 일은 단순한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녀가 어떻게 보내왔는지는 나는 모른다. 그녀와 동생이 어떤 경위로 저런 상태가 되었는지를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만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처음부터 사이 나쁜 자매가 있을리가 없다.
그녀도……그리고, 그 소녀도 처음에는 서로를 정말 좋아했을 것이다.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진실된 것』이었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말할 수 있을것 같았다.
 
 
 
 
 
눈을 뜨는 눈 앞에 하루노 씨의 얼굴이 있었다.
…………응?
갑작스런 일에 머리가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
어라? 나, 분명히 어제는 거실 소파에서 잤지? 왜 눈 앞에 하루노 씨가 있는거야?
하루노 씨는 새근- 기분 좋은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다.
하루노 씨의 처음 보는 자는 얼굴을 나는 직시하지 못해,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그러자 이번에는 유키노의 귀여운 자는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하치만"
 
유키노의 입술이 속삭이듯 작게 움직였다. 그리고 에헤헤, 하며 행복하게 웃는다.
………귀, 귀여워 죽겠어.
그러고보니 어제는 유키노가 먼저 일어났으니까 유키노의 자는 얼굴 못 봤지.
나는 순간 유키노의 귀여운 자는 얼굴을 보고 유키노를 껴안아주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럴 상황이 아니다.
……왜 하루노 씨랑 유키노가 내 양 옆에서 자는거야?
나는 어떻게든 목을 위로 드니, 거기에는 낯익은 천장이 있었다.
……내 방? 나는 어제 거실에서 잤을텐데…….
나는 일단 어젯밤 일을 떠올려본다.
어젯밤, 나는 하루노 씨에게 이것저것 당해서 머리가 혼란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욕실에는 들어갔다. 욕실에서 나온 후에는 서랍에서 모포 등을 꺼내서 소파 위에 누워 그대로 잠들었을 것이다.
거기까지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왜 나는 내 방에서 자고 있는걸까?
설마 나, 자던 상태로 여기까지 걸어온거야? 거짓말, 진짜로? 이걸로 사건해결이라면 잠자는 하치만이다. 코난도 깜짝 놀란다.
………그런것보다 일단 여기서 빠져나와야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한다. 하지만 어느샌가 하루노 씨에게 몸을 꼭 안겨서 일어날 수가 없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유키노도 내 옷자락을 낙엽같은 손으로 놓지 않도록 꼬옥 잡고 있었다. 내가 움직이니 유키노의 행복해보이는 얼굴이 흐려저 우엥 하며 울것 같은 얼굴을 짓는데. 그 얼굴을 보면 내 마음에 죄악감이라는 화살이 푸슉푸슉 꽂힌다.
이 탓에 나는 일어날 수가 없다.
하루노 씨에게는 물리적, 유키노에게는 정신적으로 눌리고 있다.
뭐야 이거? 최강 아냐? 이런거 남자라면 평생 못 일어나.
……라고해도 이대로라면 좋을리가 없다. 어떻게든 해서 빠져나와야 한다.
내가 어떻게 빠져나갈까 생각하고 있으니, 하루노 씨한테서 으응, 하며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치만?"
 
나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눈과 코 앞에 하루노 씨의 얼굴이 있다. 하루노 씨는 얕에 눈을 뜨며, 눈 앞에 있는 내 얼굴을 본다. 하루노 씨는 눈을 떴는지 뻐끔 눈을 뜨며, 나에게 생긋 미소를 짓는다.
 
"안녕, 하치만. 잘 잤어?"
"저, 저기, 유, 유키노시타 씨……"
 
여러모로 묻고 싶은 일이 있었다.
왜 나는 이런데서 자고 있는가. 그리고 왜 지금도 하루노 씨가 나를 하치만이라고 부르고 있는가. 어제는 유키노를 흉내냈던것 뿐이라고 했었고.
거기다 나를 하치만이라고 불러도 되는건, 부모님과 토츠카와 지금의 유키노 뿐이다.
이젠 지금의 유키노라면 하치만이든 오빠야든 오케이다. 아빠라면 하치만은 더 기쁘다!
내가 뭐라 묻기 전에 하루노 씨는 내 말을 듣고 뿌우-, 아이처럼 볼을 부풀렸다. 그리고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잡는다.
 
"……하치만, 어제 나를 하루노라고 부른다고 했잖아. ……하치만 거짓말쟁이"
 
하루노 씨는 삐친듯이 그렇게 말하고, 어째선지 나한테 얼굴을 가져온다. 엑, 뭐야 이거?
 
"하치만, 얼른 하루노라고 안 부르면, 이대로 뽀뽀한다?"
 
……아무래도 하루노 씨는 아직 잠에 취한 모양이다. 그보다, 잠에 취하지 않으면 이런 짓을 할리가 없으니까. 이대로 키스당할 수도 없어서 나는 황급히 입을 연다.
 
"하, 하루노 씨. 부탁이니까 그만해주세요"
 
내가 그렇게 말하니 하루노 씨는 어딘가 아쉬운듯이 나한테서 고개를 뗀다.
 
"뭐어야, 재미없게시리. 하치만이 그대로 부르지 않았으면 뽀뽀해줬을텐데……"
 
하루노 씨는 뿌우- 불만스러운듯이 입술을 삐죽이면서 그렇게 말한다.
 
"하루노 씨, 그런 농담은 정도껏 해주세요"
"……농담이 아니라고 하면?"
 
하루노 씨는 방금 전의 삐친 표정을 진지한 표정으로 바꾸며 그런 말을 한다.
그 표정을 보고 나는 무심코 머리속으로 그 의미를 생각해버린다.
 
"……뭐어, 농담이지만. 기대했어? 하치만?"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으니 하루노 씨는 표정을 휙 바꾸며 씨익, 짖궂은 미소를 짓는다. 나는 그걸 듣고 무심코 한숨을 쉬었다.
……그런건 별로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믿어버리는 사람이 가여우니까.
……어? 나?
나는 진심으로 믿지 않아. 응, 전혀, 요만치도 기대하지 않으니까. 정말이다?
나는 일단 지금 가장 먼저 물어봐야할 일을 묻기 위해, 하루노 씨한테서 눈을 피하면서 말을 건다.
 
"저기, 하, 하루노 씨"
"왜?"
"왜 저는 이런데서 자고 있는거에요? 저, 어제는 거실에서 잤을텐데요……"
"내가 거실에서 자고 있는 하치만을 옮겼기 때문이야♪"
"하?"
 
하루노 씨는 선뜻 아무일도 아니라는듯 말한다. 나는 무심코 놀란 목소리를 지르지만, 하루노 씨는 신경쓰지 않고 얘기를 계속한다.
 
"어제, 아무리 기다려도 하치만이 안 오니까. 유키노도 일어나서 『하치만은 어디?』라고 하구, 그러니까 거실까지 보러 갔어. 그랬더니 하치만이 소파에서 자고 있으니까 방까지 옮겨준거야. 그런데서 자면 감기걸리니까"
 
……솔직히 고마운 민폐다. 우선 어제 나는 하루노 씨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으니까 소파에서 잔거다. 그런데 아침부터 이렇게나 가까이서 하루노 씨의 얼굴을 보다니……. 본말전도라고 해도 좋다.
그리고, 어떻게 나를 옮긴걸까?
여러모로 묻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유키노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나는 후우, 하며 한숨을 쉬었다.
……일단 이 상태에서 해방되어야지.
 
"배려는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슬슬 놔주세요. 이제 일어나고 싶으니까요"
"에-, 그치만 아직 7시인데? 좀 더 자자"
 
그렇게 말하며 하루노 씨는 내 목에 팔을 감고 꼬옥 더욱 밀착해온다.
아니, 그런 문제 아닌데요. 아까부터 하루노 씨와 거리가 되게 가까운 탓에, 생리현상으로 인해 내 아들 하치만이 완전체에서 궁극체로 진화하려고 하고 있다. 디지몬 진화가 아닌 하치몬 진화다.
가능하면이라고 할까, 절대로 유키노에게 이런건 보여주고 싶지 않다. 뭐, 하루노 씨에게도 보여주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 화장실 가고 싶으니까 떨어져주세요"
"흐-응, 그거라면 어쩔 수 없나-"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하며 순순히 나한테서 팔을 뗀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몸을 영차 일으켰다.
 
"빈틈 발견!"
 
그 순간, 내 뺨에 어제와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진다. 쪽, 하는 가벼운 소리를 내며 그 감촉은 천천히 내 볼에서 떨어져갔다. 그리고 하루노 씨는 후훗, 즐거운듯 고혹적인 미소를 짓는다.
 
"아침인사 뽀뽀야♪"
 
……이, 이이, 이 사람은 진짜 모르겠네!
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도망치듯이 방에서 나갔다.
결국, 하루노 씨 덕분에 방금전까지 꾸던 꿈의 내용은 몽땅 머리속에서 사라졌다.
 
 
 
 
 
"오빠? 왜 그래?"
 
내 옆에 앉아있는 코마치가 걱정스러운 듯이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다. 나는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붕붕 젓는다. 아무래도 멍하니 있던 모양이다. 아침식사인 식빵을 한 손에 들면서 멈춰버렸다.
 
"따, 딱히 아무것도 아니야, 코마치"
"정말로? 왠지 오빠의 눈이 평소 이상으로 썩어있는데……"
"코마치, 아마 하치만은 어제 여러 일이 있어서 피곤한거라고 생각해"
 
내 앞의 의자에 앉아있는 하루노 씨가 우리 얘기에 끼어들어온다. 아니, 그 여러모로의 대부분은 당신인데요……. 그보다, 왜 그렇게나 태연한거야? 그런거 꽤 많이 해? 미국인이야?
코마치는 하루노 씨의 말을 듣고 걱정이 사라진 모양이다. 생긋, 미소를 짓고 입을 열었다.
 
"하루노 언니야가 그렇게 말한다면 괜찮을지도"
"헤?"
 
나는 코마치의 말을 듣고 무심코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만다.
무슨 말 하는거야? 이 녀석?
왜 하루노 씨를 언니야라고 부르는거야? 너무 언니를 갖고 싶어서 그만 그렇게 불러버린거야? 오빠로선 안 돼?
하루노 씨는 내 목소리를 듣고 생각났다는듯이 "앗" 하며 소리를 냈다.
 
"……그러고보니 하치만에게는 말 안했지? 지금, 나는 하치만의 연인이라는걸로 되어 있어"
"에? 무, 무슨 소리에요?"
"어제 아침에 하치만이 자고 있을때, 하치만의 아버님과 어머님에게 그렇게 설명해뒀어. 이런 관계인 편이 여러모로 납득해주잖아?"
"그러니까, 코마치도 하루노 언니는 하루노 언니가 집에 머무는 동안 하루노 언니야라고 부르기로 했어어. 그치, 하루노 언니야♪"
"응. 하치만, 그런 거니까 잘 부탁해"
 
코마치의 말에 끄덕이며 하루노 씨가 나를 본다.
뭐야? 그런 설정이 된거야?
뭐, 그거라면 납득은 할 수 있다. 평범하게 생각해서 적령기 여자애가 한 동안 남자 집에 머무는건 여러모로 안 좋을 것이다. 그 점에서 연인이라고 해두면 만사 오케이다. 어라? 이건 정말로 오케이인건가?
그보다, 코마치가 꽤나 기쁜듯이 하루노 씨를 언니야라고 부르는게 신경쓰인다. 언니를 그렇게나 갖고 싶었어?
 
"앗, 그리고 엄마한테 전언. 하루노 언니야랑 유키노짱을 어디 데려다주래"
"하아? 저기, 내 예정은……"
"오빠, 어차피 한가하잖아? 거기다 아까 유키노짱이 놀러가고 싶다고 했다구?"
 
그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정말로 한가한것도 그렇지만, 유키노의 부탁이니까 더욱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평소라면 그거라면서 적당하게 말하고 거절했을텐데.
나는 힐끔, 우물우물 아침 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유키노를 본다.
유키노는 내 시선을 깨닫고, 갸웃 고개를 기울인다.
……하는 수 없다. 응, 정말로 하는 수 없어. 좋아, 유키노의 부탁이니까 얼른 외출 준비를 한다.
 
"알았어. 그럼 코마치, 돈은?"
"갑자기 돈이라니……. 하아, 오빠가 그럴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제대로 엄마한테 돈 받아뒀어"
 
과연 코마치! 잘 알고 계신다!
나는 기대로 가슴을 부풀리면서,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지고 있는 코마치에게 눈을 돌린다.
코마치는 주머니에서 꺼내며 자, 하며 내밀어온다. ……500엔 동전 하나를.
엑, 이것 뿐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서 무심코 코마치를 본다. 하지만 코마치는 지금도 아직 주머니 속을 주섬거리고 있었다.
응, 그렇지. 이것만일리가 없지.
코마치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낸다. 그건 코마치의 손의 틈새로 지폐로 보였다. 그래그래, 그걸 갖고 싶었어.
하지만 그 돈은 내 손으로 넘기지 않고 그대로 하루노 씨의 손에 톡 올렸다.
 
"이거, 엄마가 주는 하루노 언니랑 유키노짱의 몫인 모양이에요"
"어? 그래도 돼?"
"네! 앞으로도 오빠를 잘 부탁해요, 라고 했어요!"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가 하루노 씨에게 돈을 건내자, 하루노 씨는 곤혹해하면서도 그 돈을 받는다.
……5000엔 지폐를.
저, 저기……나랑 하루노 씨네의 취급이 너무 다른데요…….
어라? 나, 엄마의 아들이지? 라고 생각해버릴 정도의 차이다.
설마 10배라니……. 뭐야, 이거 애정의 차이?
진짜 이거 차별이지. 아니, 꽤나 진심으로.
 
 
 
 
 
 
나와 하루노 씨와 유키노는 일단 반년전에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의 생일 선물을 사러 간 모두가 정말 좋아하는 도쿄 BAY 라라포트로 가게 됐다.
솔직히 좀 더 유키노가 가고 싶어하는 곳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살게 있다면서 하루노 씨가 거기로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건 하루노 씨가 가고 싶은곳 아냐? 라고 태클걸어보고 싶었지만, 유키노는 우리랑 외출이라면 뭐든 좋은 모양이다.
그렇게까지 사랑받는건 아버지 명리에도 최고인거다. ……아니, 나는 유키노의 아버지가 아니잖아!
후우, 위험했다. 유키노의 너무 높은 딸력에 무심코 내가 유키노의 친아버지라고 착각해버렸다. 만약 스카우터가 있었으면 측정불능으로 망가졌을 수준이다.
그런 아무래도 좋은 일은 내버려두고.
뭐, 아무튼 쇼핑도 할 수 있고, 놀만한곳도 있다면 라라포트가 최적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전차 좌석에 앉으니, 하루노 씨가 생긋 미소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왠지 데이트같네, 하치만♪"
"……단순한 쇼핑이라구요"
"에-, 그치만 나이찬 남녀가 같이 어디 외출나가는건 평범하게 데이트라고 생각하는데……"
"아니, 유키노가 있는 시점에서 데이트로는 절대로 보지 않을거잖아요"
 
나는 기막힌듯이 그렇게 말한다. 하루노 씨는 어째선지 기뻐하면서 데이트라고 생각하는데에, 라고 중얼거리지만, 이건 단연코 데이트는 아니다. 우선, 아까도 말했다시피 유키노가 있는 시점에서 데이트로는 절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저라도 우리는 주위에서 커플이 아닌, 사이 좋은 가족으로 보이겠지. ……더 글렀잖아, 그거.
그 유키노는 내 옆 자리에서 무릎을 꿇으면서 후와- 하며 감탄한듯이 소리를 지르며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럴때, 보통이라면 예의나쁘잖아! 라며 꾸짖을 것이다. 하지만 유키노가 그러자 너무 귀여워서 아무래도 좋아지고 만다.
의외로 자신이 딸바보가 될지도 모른다고 조금 걱정이 든다.
뭐, 신발은 제대로 벗고 있으니까 꾸짖을 곳은 없는거나 마찬가지지만.
그 때, 역무원의 방송이 차내에 울렸다.
……슬슬 도착이군.
나는 눈을 반짝이면서 밖을 쳐다보는 유키노에게 말을 건다.
 
"유키노, 슬슬 도착이야"
"응, 알았어!"
 
나는 아까부터 떠맡고 있던 유키노의 신발을 건낸다. 유키노는 신발을 영차, 하면서 신고 있다. 그 모습에 포근한 마음이 드는건 나 뿐만이 아니라 기차 내의 주위 사람들도 부드러운 분위기가 된다.
 
"하치만, 언니야"
 
나는 유키노의 말을 듣고 바로 나는 유키노의 손을 꼬옥 잡는다. 하루노 씨는 나를 보고 놀란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시선이 신경쓰여서 나는 하루노 씨에게 눈을 돌린다.
 
"……뭐에요?"
"아니, 꽤 자연스럽게 유키노의 손을 잡으니까. 어제는 마지못해 했으면서……"
"뭣!? 따, 딱히 괜찮잖아요! 그, 그런건……"
"뭐, 딱히 괜찮긴 하지만. 그러는 편이 유키노도 기뻐할거라 생각하고"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와 마찬가지로 유키노의 빈손을 잡는다.
나는 하루노 씨의 말탓에 그만 손을 의식한다. 아까전의 유키노의 말을 듣고 반사적으로 유키노의 손을 잡아버렸다. 스스로도 놀랄만큼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한다. 그 일에 나는 조금이지만 근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어떡할까? 유키노,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으응? ……으-응"
 
라라포트에 들어가 바로 하루노 씨가 그렇게 물어온다. 하루노 씨에게 질문을 듣고 유키노는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돌아보기 시작한다. 그러자, 유키노는 어떤 장소에 딱 눈을 멈추고 파앗, 얼굴을 빛냈다.
 
"하치만, 언니야! 판씨! 판씨!"
 
주어술어가 전혀 없어서 알기 어렵지만, 나와 하루노 씨에게는 대충 유키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았다.
유키노는 흥분한듯이 콧김을 뿜으면서 꾸욱꾸욱 우리의 손을 잡아 끈다. 아마 손을 놓으면 거기로 일직선으로 달려갈 것이다.
나도 하루노 씨도 유키노의 시선 끝에 눈을 준다.
……아아, 역시 거긴가.
나는……아마 하루노 씨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여기까지 말하면 이젠 알지?
그래, 유키노의 눈이 포착한건 그 유키노, 그러니까 유키노시타가 정말 좋아하는 판씨 상품이 놓여있는 디스티니 상점이다.
상점 내 선반에는 판씨 인형이 빈틈없이 놓여있었다.
 
"얼른, 얼른!"
 
유키노가 꾸욱 우리의 손을 잡아당기면서 우리를 재촉한다. 나는 조금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유키노의 말대로 따랐다.
디스티니 상점에 도착하니, 유키노는 우리의 손을 놓고 판씨 인형을 까치발을 하면서 발돋음을 하면서 잡았다.
그리고,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지으면서 판씨를 푹신푹신 꼬옥꼬옥 촉감이나 안는 감촉을 확인하고 있다.
이 녀석, 작아져도 하는 짓은 변함없군.
나는 유키노의 모습을 보고, 무심코 쿡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 때도 유키노시타는 판씨 귀를 폭신폭신 만졌던 기억이 있다.
유키노는 그걸로 정했는지 많은 판씨 인형 중 가장 먼저 잡은 걸 들고 나에게 내밀어온다.
 
"……하치만, 이거"
 
유키노는 자, 라며 나에게 인형을 건내고, 빠안히 올려다보며 나를 쳐다본다.
……아무래도 이걸 갖고 싶은 모양이다.
일단 나는 인형을 받아들고, 얼마인지 인형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뒤집어 쳐다본다.
나는 그 가격을 보고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3240엔이라니…….
노, 노구치 히데요를 세 장 이상이나 희생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조르는 유키노는 귀엽지만, 판씨의 가격은 전혀 귀엽지 않았다.
 
"얼마야?"
 
내가 엄청난 충격에 굳어 있으니 하루노 씨가 옆에서 쳐다본다. 하루노 씨는 가격을 보고, 그런건가, 라며 끄덕이고 있다. 하루노 씨에게 있어서 그걸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있어선 그런건가로 끝나지 않는다.
히데요 세 장이 있으면 라노벨을 몇 권이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서 안을 확인한다. 지갑 속에는 히데요가 세 장, 백 엔이나 십엔 등의 잔돈이 들어있었다.
세어보니 아슬아슬하게 인형 가격은 충분했다. 하지만, 이걸 사면 여러모로 위태로워진다.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닌 유키노의 부탁이다. 가능하면 이루어주고 싶다.
실제로, 내가 지불해줄 의무는 없다고 해도 좋다. 라고할까, 평범하게 없다. 하지만 유키노가 조르는건 나다. 여기서 살 수 없다고 하면 꼴사나운 느낌이 든다. 유키노의 앞에서 하루노 씨가 사주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하지만!
 
"하치만, 지금 얼마 갖고 있어?"
 
하루노 씨가 내 모습을 보고 나에게 살짝 귓속말을 했다.
나는 유키노에게 들키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일단 이건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걸 사면 제 지갑이 거의 텅 비어버려요"
"……그렇구나. 그럼 내가 살까?"
 
나는 하루노 씨의 제안에 무심코 끄덕일뻔한다. 하루노 씨의 제안은 악마의 계약같은 것이다. 얌전하게 하루노 씨가 지불하게 해서, 유키노에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내가 히데요 세 장을 희생해서 유키노의 극상의 미소를 기분 좋게 보는가.
말 그대로 궁극의 선택이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잃을 각오를 정한다.
나는 인형을 들고 그대로 계산대로 향했다.
안녕, 히데요오!
 
 
 
 
"자, 유키노"
 
나는 내심 피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유키노에게 인형을 건낸다. 유키노는 인형을 받아들고 눈을 반짝이면서 덥석, 인형을 안는다. 그리고 나에게 아주 예쁜 미소를 지어준다.
 
"고마워! 하치만!"
 
아아, 이 미소를 위해 나는 히데요를 제물로 바쳤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히데요 세 장은 사소한걸로 보이게 된다. 이건 나의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중에서 최고의 답례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해도 좋을 정도다.
………응, 그러니까 전혀 신경쓰지 않아. 히데요가 세 장 없어도, 전혀 우울하지 않는걸!
그러자 내 어깨에 손을 톡 올려진다. 눈을 돌리니, 내 어깨에서 손을 뗀 하루노 씨가 생긋,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점심값이랑 귀가 전차비는 내줄게"
 
그 말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것 같았다. 이런 타이밍에 그런 말은 비겁하다. 끔뻑 반해버릴것 같잖아.
 
"하치만"
 
나는 유키노가 불러서 돌아보니, 유키노는 판씨 인형을 껴안으면서 발그레 볼을 붉히고 있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어? 유키노, 뭐라고 했어?"
 
유키노의 말을 듣지 못해서 몸을 조금 굽히고 유키노의 얼굴에 귀를 댄다.
그 순간, 내 뺨에 부드러운 감촉이 닿았다. 유키노는 그대로 내 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정말 좋아해"
 
유키노는 얼굴을 홍조시키면서 나한테서 얼굴을 떼고, 잽싸게 하루노 씨의 뒤에 숨어버렸다.
나는 시간이 멈춘것 처럼 몸이 경직해있었지만, 입으로는 나오지 않고 마음 속으로 통곡했다.
내, 내내내, 내 인생에 후회 한점 없다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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