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농 - 6.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들은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라는겁니다"
 
나는 어제 있던 일을 몽땅 유이가하마에게 말했다.
유이가하마는 의자에 앉으면서 다리를 꼬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나? 나는 물론 유이가하마의 앞에서 정좌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유이가하마가 엄청 무섭습니다.
이 상황의 원인을 만든 유키노는 우리를 신경 쓰지도 않고 우리집 애완동물 카마쿠라의 육구를 "냐- 냐- 폭신폭신-!" 거리면서 일심불란하게 폭신폭신 만지고 있다. 카마쿠라는 『저기……내 육구는 장난감이 아닌데요……』같은 느낌으로 유키노를 보고 있다.
그리고 이 상황까지 악화시킨 하루노 씨는 유키노의 옆에서 그런 유키노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아니, 왜 당신은 평범하게 거기에 있는거야. 부탁이니까 같이 유이가하마한테 혼나줬으면 싶다. 그보다, 잘 생각해봄녀 거의 하루노 씨가 원인인데…….
 
"힛키"
"네, 넵!"
 
나는 유이가하마의 날이선 목소리에 무심코 허리를 쭉 핀다.
 
"……유키노짱한테 부탁받았다고 해도, 역시 같이 목욕 들어가거나 같이 자는건 안 되잖아"
 
유이가하마는 나에게 주의주듯이 말한다.
으-음, 완전히 정론이다.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솔직히 유이가하마에게 정론을 들을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조금 굴욕적이다.
 
"그리고 왜 하루노 언니하고도 같이 목욕들어가거나 같이 잔거야!? 거, 거기다 몸 씻어주기나 안아주는거!"
"아니, 유이가하마. 그거에 관해서는 설명했잖아. 욕실에는 하루노 씨가 난데없이 들어왔고 몸은 씻은게 아니라 씻겨진거다"
"어, 어쨌든간에 같이 들어갔잖아! 게, 게다가, 껴, 껴껴, 껴안아주기도 하고……"
 
유이가하마는 분노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그렇게 말한다. 아니, 그에 관해서는 부탁받았으니까 한거지만.
 
"그, 그런건 다음부터는 절대로 해선 안 돼! 절대로 안 돼!"
"아, 아아, 알았어"
 
유이가하마는 염두하듯 같은 말을 두번이나 나에게 한다.
너무 화가난 유이가하마의 얼굴은 삶은 문어처럼 되어 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화내는거 아냐? 솔직히 그렇게까지 화낼줄은 생각 못했다. 뭐, 생각해보면 당연한가. 연인도 아닌데 같이 목욕 들어가거나 같이 자거나 하면 여러모로 아니다. 이걸로 오늘 아침에 유키노에게 키스받은게 유이가하마에게 들키면 아마 나는 신고당할 것이다. 그치만, 그것도 당한건데.
 
"얘기 끝났어?"
 
하루노 씨가 우리들의 얘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그렇게 말하며 끼어들었다. 유이가하마는 하루노 씨를 희번뜩 노려본다.
 
"하루노 언니도! 그런건 절대로 하면 안 되요!"
"에-, 그치만 히키가야 기뻐했는데?"
 
아니, 그러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말아줘요. 쓸데없이 성가셔지니까.
그리고 나는 딱히 기뻐하지 않았거든요? 따, 딱히 몸을 씻겨져서 조금 기분 좋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거든!!
 
"그, 그런건 관계없어요! 절대로 안 되요!"
"하는 수 없네에에. 가하마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더는 안 할게……"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얼굴은 생글생글 웃고 있다. 앗, 저거 절대로 또 한다는 표정이다. 이 사람.
얼굴에 또 합니다, 라고 쓰여있는걸로 보인다.
 
"앗, 히키가야. 이거"
 
하루노 씨는 생각났다는듯 어째선지 자신의 휴대폰을 나에게 건낸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 전화를 받는다.
 
"시즈카짱한테 전화. 히키가야한테 묻고 싶은게 있대"
"히라츠카 선생님이?"
 
……방금전의 메일인가?
나는 하루노 씨의 말을 듣고 휴대폰을 귀에 댄다.
 
"여보세요? 히라츠카 선생님?
『아아, 히키가야냐. 네 메일은 읽었다』
"앗, 그런가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 메일만으로는 잘 모르겠구나. 지금부터 만날 수 없나? 왜 너랑 하루노가 같이 있는지도 듣고 싶으니까. 유키노시타도 데려와줘. 장소는 나중에 메일을 보내마』
 
히라츠카 선생님은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내 대답을 듣징낳고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이야기였어?"
 
하루노 씨가 나에게 묻는다. 나는 하루노 씨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면서 하루노 씨의 질문에 대답한다.
 
"그게, 지금부터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유키노의 상황보고를 하러 갑니다. 유키노시타 씨랑 유키노도 같이 가죠"
"흐-응, 알았어. 그럼 준비하고 올게"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하며 육구를 만지는데 질렸는지 지금은 카마쿠라의 귀를 만지고 있는 유키노에게 걸어간다. 카마쿠라는 『거, 거기는 좀……그, 그만해~』같은 느낌으로 몸을 틀면서 유키노의 손을 찰딱찰딱하고 있었다.
 
"유키노, 외출 준비할까? 그러니까, 이제 냐- 냐- 는 놓아줘"
"시러! 유키노, 아직 냐- 냐- 를 폭신폭신 하고 싶어!"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는 카마쿠라를 들어올리며 꼬옥 껴안는다. 카마쿠라는 『으-응, 왠지 이거 좋네에』같은 느낌으로 유키노의 팔 안에서 푹 늘어져있다.
하루노 씨는 이거참, 하며 숨을 내쉬고 유키노의 시선에 맞추기위해 살짝 자세를 낮춘다.
 
"유키노, 말을 잘 들으면 히키가야가 유키노에게 뽀뽀해준다고 했어"
 
하루노 씨는 그러니까 응? 하며 유키노에게 말하면서 유키노더러 카마쿠라를 놓게 하려고 한다.
그래그래. 그렇게 포상을 제시하면 아이는 순순히 말을 듣지……그보다, 그 포상은 뭡니까?
 
"하루노 언니!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유이가하마가 얼굴을 새빨갛게 홍조시키면서 소리지른다.
 
"유키노는 이렇게 말하면 잘 들을걸? 아마"
"힛키, 절대로 하면 안 돼"
 
유이가하마는 하루노 씨의 말을 무시하고 나를 희번득 노려본다. 그런 말을 안 해도 알고 있다. 그보다, 그런걸로 아이가 말을 듣는다면 이 세상의 아버지들은 절대로 고생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유키노에게 눈을 돌리니 유키노는 순순히 카마쿠라를 풀어줬다.
어? 거짓말, 진짜로?
 
"하치만이랑 뽀뽀-……"
 
중얼거리고서 유키노는 나에게 달려온다. 유키노는 볼을 화끈 붉히면서 부끄러운듯 손가락을 꼬으며 주춤거리고 있다.
그리고 각오를 굳힌듯 나를 올려다보며 눈을 슥 감았다.
어? 진짜로 하는거야?
하루노 씨를 쳐다보니 하루노 씨는 엄지손가락을 척 세우며 나에게 보인다.
 
"히키가야, 힘내!"
 
아니, 왜 그렇게 되는데요?
이어서 유이가하마를 쳐다보니 유이가하마는 하루노 씨에게 뭔가 쑥덕쑥덕 귓속말을 듣고 있었다. 하루노 씨가 고개를 떼자 유이가하마는 펑하고 폭발을한것 처럼 얼굴을 붉혔다.
 
"어, 어째서 그걸 아는거에요!"
"으-응, 기업비밀일까?"
 
유이가하마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그렇게 소리를 지르자 하루노 씨는 윙크를 하면서 얼버무렸다.
유이가하마는 잠시 으-, 신음지었지만 이윽고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하루노 씨처럼 마찬가지로 엄지손가락을 척 세운다.
 
"히, 힛키, 히, 힘내……"
 
거짓말-. 너 아까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지? 하루노 씨한테 무슨 소리를 들은거야.
힐끔 유키노를 쳐다보니 유키노는 치와와처럼 부들부들 떨면서 아직도 눈을 꼬옥 감고 있었다.
이거……안 해주면 아마 울겠지…….
나는 하아, 한숨을 쉰다. 그리고 각오를 굳히고 허리를 가볍게 굽혀서 유키노의 볼에 손을 대고 살며서 만진다.
그러자 유키노는 어깨를 움찔거리며, 실눈으로 나를 본다. 내 모습을 확인하고, 또 눈을 꼬옥 가고 입술을 내밀었다.
나는 그걸 보고 무심코 얼굴이 풀어진다. 뭐야, 이 귀여운 생물은…….
왠지 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린다.
나는 손을 떼고 유키노에게 천천히 얼굴을 가져간다. 목표는 유키노의 부들 떨리는 귀여운 입술을 향해서가 아닌, 유키노의 부드러워보이는 볼을 향해서다.
나는 유키노의 볼에 가볍게 쪽 소리를 내며 입맞춤을 했다.
 
"끝났어, 유키노"
 
조심조심 유키노는 눈을 뜨고 자신의 입술에 손을 대고, 이어서 자신의 볼에 손을 가져간다. 그리고 뿌우- 하고 볼을 부풀렸다. 알고는 있었지만 명백하게 불만스러워 보인다.
 
"뺨……"
"유키노가 조금 더 크면, 제대로 해줄게. 그러니까 지금은 이걸로 참아줘"
 
나는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의 머리에 손을 뻗어 살살 쓰다듬는다.
이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어차피 원래대로 돌아가면 지금 했던 말도 유야무야될 것이다. 거기다 뺨에 뽀뽀한것 만으로도 엄청 부끄럽다. 게다가 지금은 하루노 씨랑 유이가하마의 앞이라서 솔직히 부끄러운 나머지 가볍게 죽고 싶은 기분이다.
 
 
"정말?"
"아, 아아, 정말이야"
"……알았어. 유키노가 크면 제대로 여기에 해줘"
 
유키노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댄다. 그리고내 손에서 떠나 하루노 씨에게 타탓 달려갔다. 나는 숨을 후우, 내쉬고 하루노 씨네를 본다. 유이가하마는 어딘가 안심한것 처럼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하루노 씨는 새침한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왠지 그 눈이 "이 헤타레가!"라고 욕하는걸로 보였다.
 
"히키가야는 의외로 헤타레네"
"아니, 보통 남 앞에서 그런건 못하잖아요. 거기다 유키노가 원래대로 돌아가면 무섭구요"
"딱히 괜찮잖아. 유키노, 지금은 어린애고. ……뭐어, 실은 조금은 안심했지만"
"어?"
 
하루노 씨는 마지막에 소근거리며 뭔가 덧붙였지만 작은 목소리여서 들을 수 없었다. 하루노 씨는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키노를 데리고 거실에서 나갔다.
딱히 대단한건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점심을 가볍게 마친 후, 우리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지정 받은 약속 장소에 있었다.
나와 하루노 씨와 유키노 셋이다. 유이가하마는 도중에 돌아갔다. 본인은 같이 가려고 했지만, 하루노 씨에게 또 귓가에 뭔가 속악여지고는 어째선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갔다. 정말로 무슨 말을 들은걸까? 신경쓰인다.
그런고로 지금은 우리는 셋이서 히라츠카 선생님이 오는걸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있는 중이지만…….
하루노 씨가 어째선지 내 오른팔을 안고 있다.
하루노 씨는 유이가하마와 헤어지자마자 바로 내 팔을 안아와서, 그대로 내 손에 자신의 손가락을 감아왔다.
나는 당황해서 바로 떼려고 했지만 재빠르게 손을 꼬옥 쥐여졌다.
나는 하루노 씨를 빤히 쳐다봤지만 하루노 씨는 내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떼어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현재 하루노 씨는 내 오른팔에 매달리고 그리고 손을 잡고 있다.
유키노로 말하자면 내 옆에서 내 왼손을 꼬옥 잡고 있다.
………다시 생각한다. 왜 이렇게 됐지?
 
"유키노시타 씨"
"……응? 왜?"
"왜 제 오른팔을 안고 있는겁니까"
"……혹시 싫었어?"
 
하루노 씨가 그렇게 물어온다. 하루노씨의 눈동자는 울먹울먹 불안스럽게 흔들리고 있다. ……그런걸 묻고 잇는건 아니지만, 그런 얼굴로 들으면 싫다고 말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진다. 그 얼굴은 정말로 비겁하다.
 
"……딱히 싫은건 아니지만요……"
 
나는 이렇게 대답하는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다"
 
하루노 씨는 표정을 빙글 바꾸어 방금전의 표정이 거짓말처럼 또 생글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싫은건 아니지만…….
……어제부터 하루노 씨는 진짜 웃는 얼굴로 잘 웃는 느낌이 든다. 왜 갑자기 이렇게 됐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하루노 씨의 미소는 싫지 않았다.
뭐, 하지만, 부끄러운건 전혀 변함없지만…….
아니, 그치만 연인손잡기라고요! 연인 손잡기!
지금까지 여자애랑 제대로 손을 잡은 적도 없는 내가 갑자기 연인 손잡기라니……. 난이도 너무 높지 않습니까? 거기다 팔을 안긴채로 연인 손잡기라서 심장에 더 나쁘다.
게다가 밀착하고 있는걸로 인하여 하루노 씨의 가슴이 아까부터 뭉클 닿고 있다. 아니, 이 사람의 경우 절대로 일부러 대고 있다.
지금은 어떻게든 팔에 의식을 피하고 있지만, 의식하면 아들하치만이 대지에 서게 될 것이다.
그보다 주위의 시선이 따갑다. 이건 절대로 러브러브 부부처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보통 이 나이에 부부라고 생각하는 일은 없겠지만, 유키노가 옆에 있으므로 아마 커플이 아닌 부부라고 생각하는 걸테지.
아까부터 남성한테선 증오섞인 눈으로 보여지고, 여성에게선 호기심이 가득찬 눈으로 보여지고 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루노 씨랑 유키노다. 그 탓에 더욱 주위에서 시선을 끌어모은다.
이 녀석은 작아져도 주목을 모으는군…….
나는 옆에서 주위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유키노를 본다.
뭐, 안다. 유키노는 굉장히 귀엽다.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이 세상에 강림한 천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이거 말하면 평범하게 식겁할 것이다.
유키노는 슬슬 지루해졌는지 내 손을 붕붕 흔들기 시작했다.
 
"하치만, 아직-?"
"조금만 기다려줘, 유키노. 이제 슬슬 올거라고 생각해"
 
인파 속에서 수트 위로 코트를 입고 있는 왠지 걷는 모습이 묘하게 남자다운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히라츠카 선생님이다.
하루노 씨에게도 보였을 것이다. 바로 내 팔에서 떨어진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우리들을 깨닫고 조금 망설이고 있었지만 이윽고 성큼성큼 이쪽까지 걸어온다.
뭐, 망설이는 마음은 안다.
지금 우리들에게는 많은 주목이 쏠리고 있다. 이 만큼 주목이 몰리는 곳에는 보통가고 싶지 않지. 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내 기분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우리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 히키가야, 하루노"
"안녕하세요" "햣하로-, 시즈카짱"
 
나는 꾸벅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하루노 씨는 가볍게 손을 든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우리로부터 천천히 시야를 아래로 내려서, 이미 내 손을 떼고 내 뒤에 숨어있는 유키노를 본다.
유키노는 아직 히라츠카 선생님이 익숙치 않은지 경계하는 모양이다.
 
"유키노시타도……아, 안녕"
 
히라츠카 선생님이 가능한 미소를 지어 유키노에게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는 빼꼼 고개를 내밀고 조심조심 입을 연다.
 
"……안녕하세요"
 
유키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바로 내 뒤로 숨었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그걸 보고 유키노에게서 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네 말대로 아직 유키노시타는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군"
"……네"
"뭐, 서서 얘기하는것도 그렇지. 바로 근처에 찻집이 있다. 거기서 얘기할까"
 
그렇게 말하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우리들의 앞을 걷기 시작했다. 나도 하루노 씨도 유키노를 데리고 얌전히 그 뒤를 따라갔다.
 
 
 
 
 
 
"결국 하루가 지나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나……"
 
내 이야기를 듣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그렇게 말했다.
우리들은 근처 찻집에 들어가 각각 음료를 주문했다. 그리고 나는 음료가 올때까지 어제 있었던 일에 메일로는 말하지 못했던 것도 말했다. 라고는 해도 이렇다할 변화는 전혀 없었으므로 전할 수 있는건 거의 없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하루노 씨에게 고개를 돌린다.
 
"하루노, 네가 보고 지금 유키노시타는 어떻게 생각하지?"
"으-응, 아마도지만 지금 유키노는 대충 4, 5살 정도라고 생각해. 지금 유키노는 판씨를 좋아하는것 같구. 유키노가 판씨의 원본을 선물받은것도 분명 이 정도라고 생각하고……"
 
하루노 씨는 유키노시타의 과거를 돌이키면서 그렇게 말한다.
……그러고보니 그 때, 유키노시타도 그런 말을 했지. 어렸을 무렵에 판씨 원본을 선물받고나서 판씨를 좋아하게 됐다고. 그건 6월경. 유키노시타랑 같이 유이가하마의 생일 선물을 사러갔을때다. 그리고나서 반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꽤 오랜만에 느낀다. 그러고보니 그 날에 처음으로 하루노 씨랑 만났지.
히라츠카 선생님은 하루노 씨의 말을 듣고 흠흠, 하며 끄덕인다.
 
"그럼 그 때의 유키노시타와 지금의 유키노시타에게 무슨 차이는 있나?"
"나도 옛날 일이니까 별로 기억나진 않지만…….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 유키노, 이 무렵부터 낯을 가렸다고 생각하고. 그저……으응, 역시 됐어"
 
하루노 씨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진 느낌이 들지만, 바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 히키가야, 그저께 유키노시타는 어땠지? 뭔가 이렇게 된 원인같은 일은 있었나?"
 
히라츠카 선생님도 하루노 씨의 표정 변화는 깨달은것처럼 보였지만, 하루노 씨에게 추궁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에게 화제를 돌렸다.
히라츠카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는 그저께 봉사부에서의 일을 떠올릴려고 한다.
……특별히 아무것도 없었던 느낌이 든다.
평소대로 나와 유키노시타는 책을 읽고, 유이가하마는 휴대폰을 만진다.
때때로 유이가하마가 나나 유키노시타에게 말을 걸어서 우리도 그에 대답한다.
우리가 보내는 평소의 방과후 시간이다.
 
"……특별히 아무것도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런가"
 
히라츠카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의자에 덜컥 기댄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머리를 벅벅 긁는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른채로 끝나면 대응을 할 수가 없군. ……하는 수 없다. 어제랑 마찬가지로 상황의 변화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나……"
 
히라츠카 선생님이 우리들에게 그렇게 말하자, 나도 하루노 씨도 끄덕인다.
 
"그래서, 이제부터 어떡할거지? 유키노시타는 지금까지처럼 네 집에서 맡을거냐?"
 
히라츠카 선생님은 나에게 시선을 향한다. 나는 그 말에 끄덕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스스로 말하는것도 뭐하지만, 어째선지 유키노는 저를 따르고 있어요. ……제멋대로 말해서 죄송하지만, 한 동안 유키노를 맡아도 되겠습니까?
 
이건 히라츠카 선생님이 아닌, 하루노 씨에게 한 말이다. 하루노 씨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유키노는 나를 따르고 있다. 그러니까 내 집에서 맡는다. 그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그 이상으로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지금의 유키노를……나는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젯밤 하루노 씨의 부탁은 관계없이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내 말을 듣고 하루노 씨에게 눈을 돌린다.
 
"하루노, 너는 그거면 되겠나?"
"응, 괜찮다고 생각해. 어제 하루 자면서 봤는데, 히키가야라면 유키노에게 아무것도 안 할거라고 생각하고……아마도"
 
아마도는 뭐야. 결국 어제 여러가지로 한건 당신이잖아요.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저 당할뿐이지요.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키스당한것도 어쩔 수 없죠? 응, 나는 나쁜건 없어.
 
"……알았다. 앞으로는 히키가야의 집에서 유키노를 맡도록 하지. 히키가야, 그럼 어제랑 마찬가지로 뭔가 상황에 변화가 있으면 연락하도록. ……유키노시타를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나는 그 말에 순순히 끄덕였다.
 
 
 
 
그리고나서 우리는 주문한걸 정리하고, 재빨리 찻집에서 나왔다.
난방이 틀어졌던 가게에서 나오니 찬바람이 우리에게 불어나왔다. 나는 바깥과 온도차가 커서 무심코 몸을 부들 떤다.
유키노도 추웠는지 "앳취!" 하며 작게 재채기를 했다. 뭐야 그 귀여운 재채기는.
 
"추워? 유키노?"
"으응, 괜찮아. ……하치만, 언니야"
 
유키노는 하루노 씨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우리에게 손을 뻗어왔다. 하루노 씨는 그 의도를 읽었는지 바로 유키노의 손을 잡는다. 하는 수 없이 나도 하루노 씨를 따라 유키노의 빈 손을 꼬옥 잡는다.
우리가 손을 잡은걸 알고서 유키노는 기쁜듯 미소지었다.
 
"에헤헤, 따뜻해-"
 
그렇게 유키노가 웃고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무심코 뺨이 풀어지고 만다.
 
"……그러고 있으니 진짜 부모자식같군"
 
히라츠카 선생님이 우리를 보고 가볍게 미소지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럼 이 쯤에서 나는 실례하마. 히키가야, 한번 더 말하지만 부탁한다"
"네"
 
히라츠카 선생님은 내가 끄덕이는걸 보고,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걸어갔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석양을 등지면서 한 손을 가볍게 들고 사라져간다. 그 뒷모습은 쓸데없이 남자다워서 멋있게 보였다.
그 뒷모습에 유키노는 큰 소리로 말한다.
 
"바이바이! 히라츠카 아줌마!"
"크헉!"
 
유키노의 그 말을 들은 순간, 히라츠카 선생님은 뒤로 한방 얻어맞은듯 몸을 비틀거리며, 쓰러질뻔하지만 어떻게든 버텨냈다. 하지만 어깨를 추욱 떨구며 터벅터벅 돌아갔다.
왠지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제대로 말해둘게요.
 
"그럼 우리도 어디 쇼핑하고 돌아갈까?"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하며 우리들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나도 유키노를 따라 하루노씨에게 끌려가는 형태로 걷기 시작한다. 하루노 씨가 유키노에게 생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유키노는 오늘 저녁은 뭐 먹고 싶어?"
"응, 그게 말야, 유키노, 햄버그 먹고 싶어!"
"후훗, 그럼 오늘은 햄버그로 할까. 히키가야도 그거면 되겠니?"
"앗, 네"
 
하루노 씨가 그렇게 물어와서 반사적으로 나는 끄덕였다.
그런가-. 오늘은 햄버그인가. 하루노 씨의 햄버그는 조금 기대되네. 이 사람, 요리 잘 하니까.
어………응?
뭔가 이상하지 않아?
왜 당연하다는듯 하루노 씨가 우리집에서 저녁을 만들게 된거야?
 
"유키노시타 씨, 설마 오늘도 저희 집에서 자는겁니까?"
"맞아. 어라? 말 안했어?"
"전혀 들은적이 없는데요……"
"그럼 지금 말해둘게. 나, 유키노가 원래대로 돌아갈때까지 한동안 히키가야의 집에 신세를 지려고 생각해. 코마치랑 부모님에겐 오늘 아침에 얘기해뒀어"
 
아니, 그러니까 전혀 모르는데요. 게다가 오늘 아침이라니, 그거 내가 자고 있을때 아냐?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다들 나를 안 깨워주는거야? 너무하지 않아?
 
"그건 거부권은……"
"있다고 생각해?"
 
하루노씨는 즉답한다.
역시 그렇지요-.
더는 물을것 까지도 없지요-.
나는 그냥 얌전하게 뭔가 말하려는것도 포기한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나에게는 한숨을 쉬는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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