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농 - 결국,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소녀가 혼자서 울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방 안에서 소녀 혼자서 울고 있었다.
나는 그걸 방 밖에서 쳐다보고 있다. 어째선지 이 방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들어가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 벽에 밀려난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를 달래줄 수가 없다.
 
"웃……훌쩍…엄마…아빠……언니야"
 
………아아, 그녀는 외로워서 울고 있는 것이다. 그건 방 밖에서 보고 있는 나라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종이가 구깃구깃 쥐여져있다. 멀리서 엿보니, 구겨져서 보기 힘든지만 어지러운 아이가 그린 그림 등이 있는 가운데 보기 쉽도록 큰 문자가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운동회였던 모양이다.
아무도 안 온건가…….
똑바로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울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그렇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물을 그쳐주고 싶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할 수 없다. 왜냐면 우선 나는 이 방에 들어갈 수가 없으니까. 아무리 힘내보아도 나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는것도 할 수 없다.
그러니까, 그녀는 눈물이 마를때까지 우는 수 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언젠가 그 눈물도 말라서, 크게 자라면 그녀는 울지 않게 될 것이다. 외로움도 고독도 필사적으로 눌러죽이며, 눈물을 억지로 참을 것이다.
과연 그건 정말로 강해졌다고 할 수 있을가?
그녀는 주위에서는 강하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강함은 어딘가 덧없다. 조금이라도 힘을 넣으면 간단하게 부러져버릴 정도로.
구해주고 싶다. 하지만 구할 수도 없다. ………당연하다.
……나는 그 녀석을 아무것도 모르니까.
 
"하치만, 일어나"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 꿈에서 눈을 떴다.
 
 
 
 
 
 
"하치만! 아침이야!"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어떻게든 뜬다.
그러자 내 눈 앞에는 어린 소녀의 얼굴이 있었다. 소녀는 동그런 눈을 끔뻑거리면서 생긋 태양처럼 눈부신 미소를 나에게 향하고 있다.
……응? 뭐야 이거? 아침짹? 아침짹이야?
그보다, 유녀랑 아침짹은 범죄잖아?
아직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는 그것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앗, 일어났다!"
 
유녀는 내가 일어난걸 깨닫고 기쁜듯 내 위에서 뿅뿅 위아래로 뛴다.
크헉!
좀, 그만두지 않을래? 내 몸은 트럼벌린이 아닌데…….
통증으로 인해 내 머리도 점점 정상으로 돌았다.
유녀 아니 작아진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내 몸 위에서 뛰는걸 그만두고, 꼬옥 나를 안았다.
 
"하치만, 좋은 아침!"
 
유키노는 기운찬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얼굴을 떼어 방긋 나에게 미소를 짓는다. 유키노는 이미 어제 입었던 잠옷에서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아마 어제 샀을 판씨 로고가 들어간 후드 파카를 위에 입고, 아래는 바지다. 이 녀석, 판씨 정말로 좋아하는구만…….
 
"커흠……안녕, 유키노"
 
나는 기침을 하면서 어떻게든 말을 한다.
아침부터 유키노의 엔젤 스마일을 볼 수 있는건 솔직히 기쁘지만, 부탁이니까 위에 올라오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유키노가 마침 폐 부분에 올라타고 있어서 상당히 숨쉬기 힘들다…….
유키노는 나의 빨리 물러나줘라는 시선을 깨닫지 못하고, 어째선지 나한테 얼굴을 가져오며 눈을 감는다.
 
"아침 뽀뽀-!"
 
내가 뭐라 말하기 전에 내 입은 막혔다. 유키노의 부드러운 입술로 인해.
 
"으읍!?"
 
엄청난 사건에 나는 몸이 굳어버린다.
작은 여자애의 입술은 의외로 부드럽네………가 아니라!
겨우 경직이 풀려서, 내가 유키노를 떼어내려고 하는것과 동시에 유키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나한테서 얼굴을 뗀다. 나는 황급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유키노를 본다.
유키노는 나한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얼굴을 붉히며 꼼질거리면서 입을 연다.
 
"하치만, 지금 그게 유키노의 퍼스트 키스라구? ……어땠어?"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며 올려다보면서 그렇게 물으니, 나는 무심코 "최고였습니다!" 라고 소리지르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건 평범하게 좋지 않은 일이라서 나의 강철의 이성으로 그 충동을 어떻게든 참는다. 나는 냉정해지기 위해 한번 크게 심호흡을 했다.
 
"……유키노, 왜 이런 짓을 한거야?"
"으응? 그게 말야……정말 좋아하는 사람한테 아침 인사 할때는 뽀뽀해서 깨운다고 아까 언니가 말했어"
 
그걸 듣고 나는 무심코 한숨이 나왔다.
정말로 그 사람은…….
나는 유키노의 머리를 퐁퐁 가볍게 두드리고 침대에서 나온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거실로 향한다.
유키노는 내 뒤를 종종 따라온다.
거실로 들어가니 부엌쪽에서 아침식사같은 좋은 냄새가 난다. 부엌을 쳐다보니 하루노 씨가 이미 사복으로 갈아입고 그 위에 에이프론을 입고서, 어째선지 아침식사를 만들고 있었다.
 
"유키노시타 씨……"
"응? 앗, 히키가야. 햣하로-, 어제는 잘 잤어?"
 
하루노 씨는 내 목소리를 듣고 돌아보며 활발하게 손을 붕붕 흔든다.
 
"아니,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요. 유키노한테 뭘 가르친거에요"
"어? 아아, 아침 키스 말야? 기뻤지?"
"그야 정말이라고 할 리 없잖아요! 자기 동생한테 뭘 가르치는거에요!"
"기뻤나-. 해냈네, 유키노"
 
하루노 씨는 내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내 뒤에 있는 유키노에게 말한다. 전혀 잘못했다고 생각 안 하는구만, 이 사람.
 
"응! 유키노도 하치만한테 뽀뽀해서 기뻤어!"
"후훗, 그런가-. 앗, 히키가야. 이제 슬슬 아침 다 되니까 앉아있어"
 
그렇게 말하고얘기가 끝났다는듯 하루노 씨는 또 아침 식사 준비로 돌아간다.
이 사람, 전혀 남의 얘기를 들을 생각이 없어…….
나는 이제 얘기를 듣는걸 포기하고 얌전히 하루노 씨의 말을 따른다. 그보다, 왜 이 사람이 밥을 만드는거야?
 
"유키노시타 씨, 코마치는요?"
"코마치라면 벌써 아침 먹고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에 갔어. 앗, 그리고 어머님이랑 아버님도 이미 외출했어. 뒷일은 젊은 사람한테 맡긴대"
 
뭘 맞선풍으로 말하는거야? 그리고 하루노 씨의 부모님을 부르는 호칭이 무척이나 신경쓰이는데요…….
 
"그보다, 왜 아침밥을 만드는거에요?"
"우리가 어제는 신세를 졌으니까. 그러니까 이 정도는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하루노 씨는 내 그릇에 오믈렛을 얹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하루노 씨가 만든 오플렛은 훌륭하게 깨끗한 형태로 되어 있어서, 좋은 냄새가 난다. 나는 무심코 침을 꿀꺽 삼킨다. 아침은 오믈렛과 샐러드. 유키노의 그릇에는 우리와 비교해서 조금 적은 오믈렛이 톡 올려져있다.
하루노 씨는 에이프런을 벗고 가까이에 건 후에 내 앞의 의자에 앉고, 그 옆에 유키노가 앉는다.
 
"그럼 손을 모으고"
 
하루노 씨가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는 손을 모은다. 나도 그걸 보고 이끌려서 손을 모은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잽싸게 오믈렛을 조금 썰어서 입에 넣는다. 입 안에 치즈 맛이 포근하게 퍼진다.
치즈 오믈렛이었나. 평범하게, 아니 솔직히 엄청 맛있다. 뭐야 이 사람, 요리사가 되는거 아냐?
역시 유키노시타와 마찬가지로 요리 실력도 완벽한 모양이다.
나는 힐끔 하루노 씨를 쳐다본다.
하루노 씨는 유키노의 작은 입에 들어가도록 숟가락으로 오믈렛을 썰어서 유키노에게 아-앙해서 먹여주고 있다.
우물우물 맛있어보이게 먹는 유키노를 보고 나는 생각했다.
……결국 돌아오지 않았군.
아침에 여러 일이 있었던 탓에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유키노는 하루가 지나도 결국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솔직히 원래대로 돌아오면 어떻게 변명할지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것도 소용없었던 모양이다.
……그보다, 어떡하면 원래대로 돌아오는거지?
이렇게 된 원인을 모르는 이상,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도 모르니까.
……그리고 내용은 거의 잊고 있었지만 오늘 아침에 꾼 꿈…….
어째선지 신경이 쓰인다.
라고해도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하지만, 아마 유키노랑 관계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으-음, 생각하면서 유키노를 보고 있으니, 하루노 씨가 그 시선을 깨달았다.
 
"히키가야? 혹시 맛 없었어?"
 
내 손이 멈춰있던게 신경쓰였는지 하루노 씨가 불안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묻는다. 나는 핫, 하며 황급히 고개를 젓는다.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 평범하게 맛있어요"
"다행이다. 그럼 코마치가 만든 요리랑 비교하면?"
"코마치"
"정말로 흔들림 없네-, 너는"
 
나의 즉답에 하루노 씨는 쿡쿡 즐거운듯 웃는다.
당연하다. 이세상 모든 요리 중에서 코마치의 요리를 능가한는건 없어!
 
"그럼, 왜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거야? 유키노를 보고 있었지? ……앗, 혹시 히키가야도 아-앙 해줬으면 싶었구나?"
 
하루노 씨는 히쭉거리면서 그렇게 말한다. 아니, 전혀 아니거든요. 오히려 떨어져있는데요.
 
"그렇게 해주길 원했으면 말해주면 될텐데……. 히키가야도 꽤 부끄럼쟁이구나"
 
하루노 씨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자신의 오믈렛을 작게 썰어 내 눈 앞에 가져온다.
 
"자, 아-앙♪"
 
하루노 씨는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 오믈렛이 올려진 숟가락을 나에게 내밀었다.
 
"아니, 안해요"
 
그런 부끄러운걸 하겠냐. 아까부터 유키노의 시선도 느끼고 있고.
 
"아-앙"
 
내가 그렇게 말해도 하루노 씨는 전혀 물러서려고 하지 않는다. 아니, 아까 안 한다고 했죠? 이 사람, 귀 붙어 있는거야?
하루노 씨의 웃는 얼굴에 묘한 압력이 있다. 이거 안 먹으면 어떻게 해줄까, 같은 느낌이다. 어째서일까. 가슴이 다른 의미로 두근거린다.
 
"아, 아-앙"
 
나는 체념하고 작게 입을 열자 하루노 씨는 그 틈새에 오믈렛을 얹은 숟가락을 넣어준다. 그보다, 지금 깨달았지만 이거 간접키스 아냐?
 
"맛있어?"
"아, 네"
 
그런걸 전혀 신경쓰지 않는건지 하루노 씨가 생긋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해온다. 그 미소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순수한 미소. 나는 무심코 끄덕인다.
늘 이렇게 있으면 평범하게 귀여운데…….
하루노 씨의 미소를 보고 나는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주위에서 보면 하루노 씨는 완벽한 인간일 것이다.
용모단려 문무양도 온후독실. 말그대로 불평도 나오지 않을 만큼 완벽한 여성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저 강화외골격같은 미소는 어딘가 거짓스러워서 솔직히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웃으면 이 사람은 평범하게 귀여운 여자애다.
이런 미소를 나는 좋아하는데…….
 
"히키가야?"
 
어느샌가 멍때리고 있던 모양이다. 하루노 씨가 몸을 앞으로 젖혀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다. 눈과 코 앞에 하루노 씨의 얼굴이 있다. 왜 이 사람은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거야?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는 황급히 고개를 붕붕 가로로 젓는다. 하루노 씨는 내가 고개를 젓는걸 보고 흐-응, 중얼거리면서 자리에 도로 앉아자신의 식사를 한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나는 하아, 한숨을 쉬고 식사로 돌아갔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 일단 외출용 옷으로 갈아입는다.
하루노 씨는 설거지를 해주고 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덧붙여 유키노는 그 보조다.
그러고보니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유키노의 상태를 연락해야지…….
나는 어제 히라츠카 선생님과 한 대화를 떠올리며 스마트폰을 조작해서 메일 화면을 연다. 그리고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지금 상황을 간결하게 정리해서 메일을 보낸다.
………자, 이제부터 어떡한다.
라고 생각한 순간, 초인종이 울었다.
하루노 씨나 유키노가 나가기 전에 급하게 내가 나간다.
그 둘을 이웃이 보면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니까.
모니터에 비치는건 사복차림의 유이가하마다.
문 앞에서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왜 저녀석 여기에 있는거야?
 
"얏하로-!"
 
문을 열자 아침부터 시끄러운 인사가 날아왔다. 나는 무심코 얼굴을 찌푸린다.
 
"엣, 뭐야 그 반응……"
 
유이가하마가 내 반응을 보고 불안하다는듯 어깨를 흔든다. 나는 살짝 한숨을 쉰다.
 
"아니, 미안 유이가하마. 뭐하러 왔어?"
"으, 응. 조금 유키농의 상태가 신경쓰여서……지금, 유키농은 어떤 느낌이야?"
"어떤 느낌이냐니……"
 
우당탕탕 계단 쪽에서 누군가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모습을 보인건 유키노다. 그 뒤에서는 하루노 씨도 따라왔다.
 
"유이다-!"
 
유키노는 유이가하마의 모습을 보고 얼굴을 파앗, 밝게 만들며 유이가하마의 가슴 속으로 뛰어든다.
나는 유이가하마를 껴안는 유키노를 보고 다음으로 유이가하마를 본다.
 
"……뭐어, 이런 느낌이다."
"결국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구나"
 
유이가하마는 유이가하마의 큰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유키노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힐끔 하루노 씨 쪽에도 눈을 둔다.
 
"얏하로, 가하마"
"앗, 얏하로에요, 하루노 언니"
 
하루노 씨가 웃는 얼굴로 손을 휙휙 흔들자 유이가하마는 조금 어색하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어째선지 서로 노려보고 있다.
어? 왜 노려보는거야?
유이가하마는 하루노 씨한테서 눈을 돌려 유키노를 본다. 그리고 유키노에게 다정하게 미소를 지었다.
 
"유키노짱, 어제 힛키의 집 어땠어? 재밌었어?"
"응, 재밌었어! 유키노, 하치만이랑 언니랑 같이 목욕 들어갔어!"
 
유키노는 엄청난 미소로 터무니 없는 소리를 했다.
그 순간, 쩌적, 하고 나와 유이가하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유이가하마의 미소도 시간이 멈춘것 처럼 굳었다. 그런걸 전혀 신경쓰지 않고 유키노는 부모에게 보고하듯 어제 있던 일을 술술 말한다.
 
"그리고 말야, 하치만이랑 언니랑 같이 잤어! 유키노, 전혀 외롭지 않았어!"
 
아아, 어린애란 이럴때 엄청 솔직하구나. 옛날에 코마치가 나한테 오늘 있었던 일을 즐겁게 말해줬던걸 더올린다. 응, 그게 말야, 라고하면서 필사적으로 말하던 코마치도 귀여웟던 것이다. 나는 옛날 일을 떠올리며 그만 볼이 풀어져버렸다. 그보다, 옛날일을 떠올리면서 현실도피를 하지 않으면 여러모로 위험하다.
조심조심 유이가하마를 쳐다보니 유이가하마는 방금전의 미소는 이미 사라져서, 싸아악, 하며 창백해진 얼굴로 딱딱 이를 울리면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눈의 초점은 전혀 맞지 않는다.
응, 엄청 무서워.
 
"히히, 히히히히, 힛키!? 어어어, 어어, 어떻게 된 일이야!?"
 
너무 더듬어서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다. 으-음, 어떻게 설명하면 되나? 그보다, 어떻게 설명을 해도 이건 게임 오버지?
하루노 씨에게 시선을 주니, 하루노 씨는 뭘 꾸미고 있는건지 히쭉거리고 있다. 그리고 갑자기 표정을 조금 어둡게 만들며 입을 열었다.
 
"실은 어제 말야, 히키가야가 무슨 일이 있어도 나랑 유키노랑 같이 목욕하고 싶다고 말해서 말야. 나는 싫다고 말했는데 그대로 억지로……"
 
하루노 씨가 훌쩍훌쩍 눈에 손을 대면서 그렇게 말한다.
태평하게 거짓말을 했어, 이 사람! 무엇 하나 사실을 말하지 않았어!
그걸 듣고 유이가하마는 얼굴을 청색에서 적색으로 점점 바꾸어간다.
 
"힛키!!"
"그럴리가 없잖아! 조금은 나를 신용해라!"
"너무해, 히키가야! 그런 소리를 하는구나! 어제, 그렇게나 나랑 유키노의 몸을 마음대로 씻고, 껴안아놓고……"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감추듯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덮는다. 그리고 훌쩍, 오열을 흘린다. 그 모습을 보고 유키노가 하루노 씨에게 다가가서 걱정스러운듯 "언니야, 괜찮아?" 라고 들여다보고 있다.
유키노, 속지마.그건 절대로 거짓 울음이야.
그 증거로 틈새로 보이는 입은 명백하게 웃고 있다.
하루노 씨는 고개를 들어 눈동자에 글썽글썽 눈물을 머금으면서 나를 본다.
 
"나, 처음이었다고? 그런 짓을 당한건……"
"아니아니아니, 확실히 씻어주거나 껴안아주기는 했지만. 그건 유키노시타 씨가 말해서 어쩔 수 없이……"
 
……어라? 지금 나, 완전히 묫자리 팠지?
 
"힛키"
 
유이가하마의 날이 선 목소리를 듣고 나는 유이가하마를 본다. 유이가하마는 분노의 패러미터가 나가버린건지 목소리는 방금전보다도 조용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또렷한 분노가 담겨있듯 느꼈다.
 
"제대로 설명해줘야해?"
 
나는 유이가하마의 말에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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