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농 - 3. 의외롭게도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아무것도 모른다.
 
 
 
 
"……라는겁니다"
 
부실 열쇠를 반납하러 갈때,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일의 전말을 설명했다.
물론 지금 유키노의 모습을 보지 않으면 절대로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유키노도 데리고 왔다. 그 유키노는 내 옆에 앉아 내 손을 꼬옥 쥐고 코마치때와 마찬가지로 히라츠카 선생님을 경계하고 있다.
 
"……"
 
히라츠카 선생님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면서 두통을 느끼는듯 머리를 잡으며 힐끔 유키노를 본다. 이 반응은 예상이 끝났다. 유키노를 설명하면 꼭 이런 표정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믿을 수 없지만……지금 유키노시타의 상태는 알았다. 그리고, 하루만 네 집에서 상태를 본다. 그렇게 말하는걸로 보면 되겠지?"
"……네"
 
히라츠카 선생님은 후우, 숨을 내쉬고 의자에 기댄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문다. 그 하나하나 동작이 묘하게 폼이 되어서 왠지 남자답다. 가끔 이 사람은 태어날 성별을 틀린거 아냐? 라고 생각해버린다.
 
"솔직히 네 집에 재운다는건 반대지만, 너에게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아무쪼록 내일 뉴스에 나오는 일이 없도록 해라"
"아니, 그건 아니라구요"
 
그보다, 내가 그런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한거야? 대수롭지 않게 상처받는데.
 
"뭐, 네 소악당스러운 점으로는 그럴 걱정도 없나. 가족의 허가는 받았느냐?"
"부모님에겐 코마치의 친구 친척을 사정이 있어서 맡는다는걸로 해뒀어요"
"알았다. 내일은 휴일이다. 내일, 상황보고를 위해 또 연락을 해줘"
"네, 알겠습니다"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이 하는 말에 순순히 끄덕인다. 그리고 유키노를 데리고 교실에서 나가려고 한다.
 
"그러고보니 히키가야. 하루노에게는 연락을 했느냐?"
 
그러자 뒤에서 히라츠카 선생님이 그렇게 부른다.
앗, 그러고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다. 친동생이 이런 상태다. 그 사람이 아무 말도 안할리가 없다.
내 모습을 보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깨달은 모양이다. 후우- 담배를 물면서 나를 본다.
 
"그 모습으로는 말하지 않았겠지. ……하는 수 없지, 내가 연락해두마"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유키노, 너도 고맙다고 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는 겁에 질리면서도 히라츠카 선생님을 보고 꾸벅 고개를 숙인다.
 
"고마워요, 히라츠카 아줌마"
"아줌……!?"
 
이런. 유키노가 지뢰를 밟았다. 히라츠카 선생님의 얼굴에서 쩌적 불길한 소리가 난다. 나는 유키노를 잡아끌고 "실례했습니다!" 라고 말하고 질풍처럼 교실에서 나갔다. 교실에서 나갈때, 히라츠카 선생님의 침울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
 
우리는 지금 작아져버린 유키노시타에게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근처의 꽤 큰 쇼핑몰에 와 있다. 나와 유이가하마와 작아진 유키노와 함께다.
평소라면 이런 코마치의 눈의 훤히 보이는 책략을 나는 가볍게 피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왜냐면 지금 유키노에게 필요한 물품이 유감스럽게도 나는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코마치는 수험이 가까워서 이런일에 어울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번에는 유이가하마와 함께 쇼핑을 가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야, 유이가하마"
"왜?"
"슬슬 이 손 놓지 않을래?"
"에? 아-. 아니, 무리잖아. 놓으면 아마 유키노짱 울거야"
"윽"
 
그리 말을 들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지금 우리는 유키노를 사이에 두고 손을 잡고 있다. 그건 자주 보는 사이 좋은 부모자식의 풍경일 것이다. 유키노는 우리의 손을 잡고 싱글벙글 미소지음녀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확실히 지금 놓아버리면 이 유키노의 미소는 순식간에 울상으로 변모할 것이다.
지키고 싶은 이 미소.
하지만 아까부터 엄청난 주위의 시선이 따갑다.
그도 그렇다. 교복을 입고 있는 남녀가 작은 아이를 사이에 두고 걷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부모자식처럼. 이건 아마 주위겐 얼토당토않는 의심을 주고 있을 것이다.
우리를 지나가는 통행인은 유키노의 엔젤 스마일을 보고, 포근하게 순간 풀어지는 표정을 짓지만, 우리를 보고 그 얼굴이 바로 수상쩍은 얼굴을 짓는다.
뭐, 안다. 아마 나도 그런 표정을 지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거기다 주위에서 "저 나이에……설마" 같은 목소리고 들려온다. 아-, 성대하게 착각당하고 있어…….
그보다 유이가하마는 이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나?
나는 힐끔 유이가하마에게 시선을 향한다. 어째선지 유이가하마는 유키노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유키노와 같이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무심코 니-코니코 동화라고 말할것 같다. 그보다, 왜 이 녀석 이렇게나 기뻐 보이는거야?
너는 이 시선을 못 느끼는거야?
 
"앗, 도착했어"
 
내가 중2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아동복 코너다. 아무리 코마치의 옛날 옷이 있다고 해도, 그 숫자는 적다. 언제까지 유키노가 작은상태로 있을지는 모르지만, 1, 2벌이 더 있는 편이 좋을 것이다. 거기다 우리 집에 묵는다면 여러모로 필요하니까. 그 구체적으로는 말을 안 하겠지만, 여로모로.
 
"그래서, 어떡할래? 나뉘어서 찾을까"
"응, 힛키는 유키노짱이랑 옷을 봐, 나는 다른걸 볼테니까"
"알았어"
 
다른게 무엇인지는 들어선 안 된다. 이제 여기까지 말하면 알거라고 생각한다. 유키노의 속옷이다.
뭐, 내가 글너걸 찾고 있다는걸 지인에게 들키면 아마 바로 신고일 것이다. 그런 만큼 유이가하마엿다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유이가하마가 유키노의 손을 놓는다. 그러자 유키노가 울것 같은 얼굴로 유이가하마를 올려다본다.
 
"……유이, 어디 가는거야?"
"괜찮아 유키노짱. 바로 돌아올테니까, 그 동안 힛키랑 좋아하는 옷을 고르고 있어"
"……응, 기다릴게. 그러니까……빠리 돌아와"
 
유키노가 끄덕, 작게 끄덕거리면서 말한다. 그 애처로운 모습을 보고 유키노를 무심코 껴안았다. 유이가하마가.
 
"정말로 귀여워! 증말 귀여워, 유키노짱!
"유이, 답답해……
 
유키노가 작아져도 이런 광경은 평소와 변하지 않는다.
유이가하마가 기뻐하듯 안겨붙고, 유키노시타는 울적해하면서도 그대로 있는다.
뭐, 그 유키노시타는 지금 작아져버려서 유이가하마에게 덥석 덮히는 느낌이지만.
유이가하마는 만족했는지 유키노를 풀어준다.
 
"그럼, 다녀올게"
"어, 부탁한다"
 
나와 유키노는 휙휙 손을 흔들고 유이가하마를 보냈다. 유이가하마는 어째선지 엄청난 미소를 짓고 떨어졌다.
유이가하마가 사라지자 우리만 툭 남겨진다. 나도 가야지.
 
"유키노, 옷 보러 가자"
"응"
 
내가 유키노의 손을 잡고 아동복 코너로 가려던 순간.
 
"어라-? 히키가야?"
 
등 뒤로 지금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천천히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거기에는 유키노시타 하루노 씨가 휙휙 손을 흔들면서 서 있었다.
 
"유, 유키노시타 씨……"
"이런데서 뭐하는거야? 혹시 유키노랑 데이트?"
"아니에요. 그저 쇼핑입니다"
"흐-응, 뭐-야. 데이트가 아닌가……. 근데 거기에 있는 애……"
 
하루노 씨가 유키노의 뒷모습을 보고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불린걸 들었는지 유키노는 하루노 씨를 돌아본다. 하루노 씨를 보고, 얼굴을 파앗 밝게 짓는다.
 
"언니다-!"
 
유키노는 내 손을 놓고 하루노 씨를 기세 좋게 안는다.
유키노는 하루노 씨의 다리를 안으면서 기쁜듯이 "언니야, 언니야♪" 말하고 있다.
하루노 씨는 치-잉, 굳어버린듯 움직이지 않는다. 시선은 유키노에게 못박혀있다.
그리고 하루노 씨는 나에게 생긋 미소를 짓고 입을 연다.
 
"히키가야? 이건 어떻게 된 일이니? 설명해줄래?"
 
……굉장히 무섭습니다. 그 미소.
 
 
 
 
"흐-응, 그런건가-"
 
하루노 씨는 내 설명을 듣고 납득한듯이 끄덕이고 유키노를 힐끔 본다. 유키노는 하루노 씨의 옆에서 하루노 씨가 사준 크레이프를 입 주위에 크림을 묻히면서도 맛있게 먹고 있다.
지금 우리들은 쇼핑몰의 식사 코너에 앉아있다. 유이가하마에겐 쇼핑을 맡기고 있다. 끝나면 여기로 와주라고 메일도 보냈다.
 
"유키노, 입 주위에 크림 묻어있어"
"으응?"
"기다려줘, 떼줄테니까"
 
유키노가 손으로 찰딱찰딱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걸 하루노 씨는 막는다. 그리고 하루노 씨는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서 유키노에게 묻은 크림을 다정하게 닦아줬다. 하루노 씨는 생긋 유키노에게 웃고 유키노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맛있는건 알겠지만, 조금 더 천천히 먹어. 아무도 안 뺏으니까"
"응! 고마워, 언니야!"
"후훗, 천만에"
 
솔직히 이런 하루노 씨를 보는건 처음이다. 그 만큼 유키노시타에게 여러짓을 했던 하루노 씨가 제대로 언니 역할을 하고 있는데 나는 솔직히 놀라고 있다. 이 사람, 이런 다정한 미소도 지을 수 있구나.
 
"자 그러면 히키가야"
 
하루노 씨의 말을 듣고 나는 무심코 등을 쭉 핀다.
방금전과 목소리 톤이 완전히 다르다.
 
"시즈카짱한테 메일이 왔을때는 무슨 일인지 잘 몰랐지만, 솔직히 이렇게 됐다면 좀 더 빨리 연락해줬으면 싶었는데에……"
"아니, 그건 정말로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히라츠카 선생님의 연락은 아까전에 하루노 씨에게 닿은 모양이다. 나는 꾸벅 솔직히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나는 하루노 씨의 연락처 모르지. 그리고 솔직히 하루노 씨의 짓이라고 생각했던 구석도 있다. 이 사람이라면 유키노시타를 작게 만드는것도 가능할것 같다. 그저 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하루노 씨의 짓은 아닌 모양이다. 의외다.
 
"내 짓이라고 생각한거지? 히키가야?"
 
하루노 씨가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본다.
뭐야, 이 사람 에스퍼야? 자매 나란히 내 생각을 읽는건 그만해줬으면 싶다.
무언을 긍정으로 받아들인걸테지. 하루노 씨는 하아, 라며 한숨을 쉰다.
 
"나 신용 없네~. 아무리 나라도 유키노에게 이런 짓을 할리 없잖아. 거기다 남을 작게 만드는건 나에겐 불가능해"
 
솔직히 응, 이라고 끄덕일 수가 없다. 이 사람이라면 언젠가 진심으로 할것 같고.
 
"그래서, 어떡할거야?"
"네?"
"이 후에 유키노, 만약 괜찮으면 내가 떠맡겠는데……"
"그렇게 해주면 솔직히 고맙지만……"
 
나는 유키노를 본다. 유키노는 크레이프를 다 먹고 배가 불렀는지 꾸벅꾸벅 고개를 꾸벅이고 있다. 정말로 태연하구만. 아이한테 말하는것도 뭐하지만.
 
"유키노"
"후엣, 으응, 왜에-? 하치만?"
 
내가 말을 걸자 유키노는 움찔 어깨를 흔들며 눈을 뜬다. 그리고 졸린듯이 눈을 비비면서 나를 돌아본다.
 
"오늘, 우리 집에서 재운다고 했잖아? 그치만 나는 너는 언니랑 같이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언니랑 같이 집에 갈래?"
"………으응"
"어?"
 
유키노는 조금 표정을 어둡게 만들고 고개를 젓는다. 나는 무심코 눈을 크게 떴다. 그렇게나 하루노 씨를 따랐으면서…….
 
"역시나……"
 
하루노 씨는 유키노가 이렇게 말하는걸 알고 있었는지 크게 놀란 모습은 없었다.
 
"유키노시타 씨는 아는거에요?"
"응? 아아, 왠지 모르게. 거기다, 아마 이거면 된다고 생각해. 지금 유키노를 보면 엄마가 무슨 말을 할지 모르고. 자칫하면 유키노가 원래대로 돌아와도 집으로 도로불려질지도 몰라……"
 
그건 곤란하다. 그 녀석은 자신의 의지로 지금 생활을 선택했다. 원래대로 돌아갔는데 영문도 모른채 집으로 끌려가는건 그 녀석이 납득할리가 없다.
그럼 결국 우리 집인가…….
솔직히 우리집도 언제까지 재울 수 있는지 모른다.
그럼 어떡한다…….
 
"그러니까 나도 잘게? 히키가야네 집에"
"하아!?"
 
하루노 씨의 말에 나는 무심코 소리를 질러버렸다.
무, 무무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 사람은! 거기서 왜 그런 얘기가 되는거야!?
 
 
"앗, 힛키! 이런곳에 있었구나………아니, 하루노 언니!?"
 
유이가하마가 많은 쇼핑 바구니를 들고 이쪽으로 달려온다. 그리고 하루노 씨의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멈춰선다.
왜 이 녀석은 이렇게 타이밍이 좋은걸까.
하루노 씨는 유이가하마를 깨닫고 생긋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든다.
 
"앗, 가하마! 얏하로!"
"야, 얏하로에요. 근데 왜 여기에 하루노 언니가……?"
 
유이가하마도 꾸벅 고개를 숙이고 하루노 씨에게 그렇게 물었다.
 
"아니-, 조금 말야-. 그럼 히키가야. 오늘은 히키가야네 집에 자는거 결정이야♪"
"아니, 왜 그렇게 되는거에요!"
 
게다가, 왜 그걸 지금 말한거야!
내가 조심조심 유이가하마를 돌아보니, 유이가하마는 입을 물고기처럼 뻐끔뻐끔거리고 있다.
 
"히히히, 힛키!? 어어, 어떻게 된 일이야!?"
"앗, 유이-"
 
유이가하마가 나에게 그렇게 질문해온다. 그 때, 조금 졸려하던 유키노가 유이가하마를 깨닫고 의자에서 뿅 하고 뛰어내려서 유이가하마에게 다다닥 달려간다.
그리고 "꼬옥!" 이라고 말을 하면서 유이가하마를 안는다. 유이가하마에게 만면의 미소를 짓는다.
 
"유이, 어서와!"
"유키노짱, 다녀왔어-. 그런데 힛키, 하루노 씨가 힛키의 집에 잔다는건 무슨 소리야?"
 
유이가하마는 유키노에게 포근한 미소를 짓고, 바로 표정을 바꿔 나를 째릿 노려본다. 나는 그 시선에 눈을 피하면서 대답한다.
 
"아니, 나는 전혀 오케이라고 안 했는데……"
"히키가야의 허가는 몰라♪ 솔직히, 이런 상태인 유키노를 히키가야의 집에 재우는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아니, 그 말로는 내가 유키노에게 무슨 짓을 하는것 같잖아. 히라차크 선생님도 그렇고 하루노 씨도 그렇고 그렇게나 나를 범죄자로 만들고 싶어?
 
"………"
 
유이가하마? 왜? "젠장! 아무 말도 못해!" 처럼 입을 다무는거야? 끝내 울어버린다? 내가.
 
"아, 아무튼간에! 하루노 언니가 힛키의 집에 자는건 반대에요! 절대로 안 되요!"
"그치만 나, 유키노가 걱정인데에……"
"윽"
 
하루노 씨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니 유이가하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서 "그치만……"하며 입 안에서 우물우물거린다. 하루노 씨는 나에게 고개를 돌리고 생긋 미소짓는다.
 
"오늘은 잘 부탁해, 히키가야♪"
 
아무래도 나에게 거부권은 완벽하게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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