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농 - 1. 엄청난 사태에 히키가야 하치만은 경악한다.
 
 
 
오늘도 평소대로 수업이 끝나고 자연스레 발은 봉사부로 향했다.
솔직히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그렇게나 억지로 들어가진 봉사부인데, 나는 싫어하면서도 매일 다니고 있다. 나도 참 성실하구나아, 라고 그만 진지하게 생각해버린다.
유이가하마는 용건이 있어서 조금 늦는 모양이다. 먼저 가려고 했더니,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유키노시타는 부실에 벌써 왔겠지. 라는건 유키노시타와 단 둘인가…….
뭐, 별일 없다. 평소대로 보내면 된다.
평소대로 나도 유키노시타도 대각에 앉으면서 조용히 책을 읽는것 뿐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부실에 도착했다.
문에 손을 대고 연다.
 
"여어"
 
가볍게 인사를 하고 부실로 들어간다. 거기에는 평소처럼 변함없는 자세로 책을 읽고 있는 유키노시타의 모습이………없었다.
대신에 헐렁헐렁한 교복을 입고, 눈에 한가득 눈물을 머금으면서 이쪽을 올려다보는 한 명의 여자애 모습이 있었다.
…………응?
너무나도 충격적인 광경이어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우선, 왜 여기에 여자애가 있는가. 그리고 왜 그 여자애가 헐렁헐렁한 교복을 입고 있는가. 거기다 왜 울기 3초전인가.
여자애는 보기에 4 ~ 5살정도일까? 매끄러운 흑발에 크고 동그란 눈동자. 마치 인형같다고 할 정도다. 그 정도로 귀여운 여자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녀석이랑 어딘가 닮은 느낌이 들었다. 그 녀석……유키노시타 유키노랑.
그 녀석의 친척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유키노시타에게선 아무것도 못 들었고. 아무리 유키노시타라도 그런건 나에게 제대로 말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 유키노시타의 친척이라는걸 간단하게 상상할 수 없다.
일단 이 상황을 어쩌면 좋지?
아무리 나한테 동생이 있고, 연하의 취급이 익숙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연하인건 접한 적이 없다. 코마치가 어렸을때는 나도 어렸으니까. 그 때 코마치는 귀여웠지이. 지금도 귀엽다고 하면 귀엽지만, 솔직하게 귀엽다고 하고 싶진 않다.
어쨌든간에 이대로라면 끝이 없다.
나는 과감하게 말을 걸기로 했다.
 
"아, 그, 그게, 너는 누구야?"
 
내가 그렇게 물으니 여자애는 흠칫 어깨를 떤다. 그 박자에 눈동자에 맺혀있던 눈물이 뺨에 또르륵 떨어진다. 이런. 완전히 겁을 먹었다. 왠지 내가 수상쩍은 사람 같다.
일단 이 경계심을 풀어야지.
 
"괘, 괜찮아. 오, 오빠는 그, 그게 무서운 사람이 아니야. 아, 안심해"
 
내가 한 발짝 다가가니 여자애는 한 발짝 물러난다.
어라-? 어째서지-? 왠지 점점 스스로 함정에 빠져가는 느낌이 드는데-?
전진을 해도 틀렸다. 그렇다고 해도 후진을 해도 어떻게 될리가 없다. 솔직히 사면초가다. 그럼 나는 전진할 뿐이다.
나는 한발짝 더 다가간다. 힐끔 여자애의 반응을 보니 여자애는 또륵또륵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웃, 웃……"
 
그대로 울기 시작했다. 이건 매우 안 좋다. 이런 장면을 누가 보면, 내 인생이 끝나버린다. 나는 사정을 신경쓰지 않고 여자애한테 다가가 몸을 여자애의 시선에 맞추기 위해 자세를 낮춘다.
 
"미, 미안! 우, 울릴 생각은 없었어! 뭐가 무서웠어? 눈이야? 나의 썩은 눈이야?"
 
스스로도 무진장 슬퍼지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건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눈을 본 아이를 한번 눈 앞에서 울린적이 있었다. 그때는 정말로 평범하게 상처입었다.
 
"웃……훌쩍……"
 
여자애는 오열을 흘리면서 손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그리고 나를 힐끔 쳐다본다. 나는 가능한 다정하게 미소를 짓는다. 여자애는 울먹울먹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안 무서워?"
"아, 아아. 무섭지 않으니까. 괜찮아"
 
내 말을 듣고 여자애는 조금 안심했는지 나를 향해 방긋 미소를 지어줬다.
웃! 왠지 엄청난 기세로 심장을 움켜쥐여진 느낌이 든다.
이건 토츠카때 이상의 충격이다.
하지만 울음을 그쳐준건 다행이다. 내 인생이 종료할 걱정은 사라졌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쉰다.
 
"얏하로-!"
 
그 순간, 부실에 시끄러운 바보소리가 울려퍼졌다. 여자애는 그 목소리에 움찔 떨며, 또 울려고 한다.
나는 끼기긱 목을 천천히 그 방향으로 돌려보니, 거기에는 유이가하마 유이가 있었다. 유이가하마는 부실의 상황을 보고 시간이 멈춘것 처럼 굳어있다. 눈을 뻐끔거리며 들어오고 들고 있던 손도 그대로 내리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 유이가하마의 눈 앞에 펼쳐져있는 광경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다. 부실에는 나와 작은 여자애가 단 둘.
나는 여자애한테 다가가서 뭔가를 하고 있다. 그 여자애는 지금은 울음을 그쳐있지만 아무리 봐도 눈가에 울었던 자국이 있다. 이것만으로 통보하기 위한 재료는 충분히 갖추어졌다고 생각한다.
 
"히, 히히히히, 힛키!? 여자애를 부실에 데려와서 뭐하는거야! 겨, 경찰에 전화해야지! 그, 그게, 몇 번이었더라? 119?"
 
유이가하마는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어 경찰에 신고하려고 한다.
 
"그만해, 유이가하마!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지마! 그리고 그건 소방서다!"
"우엣"
 
나는 급하게 유이가하마의 신고를 저지하려고 큰소리를 질렀다. 그 목소리에 놀라 여자애는 다시 울었다.
……뭐, 이것이 평소 봉사부의 풍경이다. 그럴리가 있겠냐.
 
 
 
나는 어떻게든 유이가하마에게 사정을 설명해서 신고를 저지하고, 울고 있는 여자애를 필사적으로 그치게 했다.
그리고 지금 나와 유이가하마는 나란히 의자에 앉아있다. 여자애는 우리들의 눈 앞에 귀엽게 앉아 헐렁헐렁했던 교복 소매를 접어, 유이가하마가 갖고 있던 과자를 우물우물 맛있게 먹고 있다.
 
"맛있어?"
"응!"
 
유이가하마가 그렇게 물으니 여자애는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끄덕인다. 그걸 보니 내 마음이 포근하게 따뜻해지는걸 느낀다. 이거 토츠카 이래의 천사출현 아냐?
 
"그래서, 이 아이는 누굴까?"
 
유이가하마가 여자애를 보면서 나에게 묻는다.
 
"내가 묻고 싶어. 네 친척이야?"
"나는 모르구. 힛키의 친척 아냐?"
"내 친척이라는건 말 도 안 돼. 이 녀석에겐 히키가야가의 유전자인 바보털이 없으니까"
"그거 힛키의 가족 모두에게 있구나……"
 
히키가야가의 바보털은 나와 코마치에게 제대로 유전되었다. 하지만 눈 앞의 여자애한테는 바보털은 없다. 그 시점에서 내 친척이라는 선은 없다.
 
"그보다, 나보다도 좀 더 가능성이 있는 녀석이 있잖아?
"앗, 역시 힛키도 그렇게 생각했구나. 나도 생각했는데, 이 아이, 엄청 유키농이랑 닮았지"
 
유이가하마의 말대로 눈 앞에 있는 소녀는 유키노시타랑 닮았다. 라고할까 유키노시타를 그대로 작게 만들면 이 아이가 될것 같다. 하지만 설마 유키노시타가 작아졌을리는 없고. 그러고보니 그 녀석은 아직 안 왔나?
 
"어쨌든간에. 이름을 들어야겠지"
"응, 그렇지"
 
유이가하마는 응하며 끄덕이지만 전혀 물어보려고 하지 않는다. 유이가하마를 쳐다보니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앗, 내가 묻는거군. 아니 뭐, 딱히 상관없지만.
나는 과자를 다 먹고 만족스러워하는 여자애한테 조심조심 말을 걸었다.
 
"저, 저기"
"왜에-?"
 
나는 가능한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지, 여자애는 갸웃 고개를 기울였다.
 
"내, 내 이름은 히키가야 하치만이라고 해. 그리고 옆에 바보같은 녀석은 유이가하마 유이야"
"뭣, 바보라니 뭐야!"
 
유이가하마가 내 말을 듣고 나를 노려본다. 부탁이니까 물고늘어지지마. 얘기를 진행못하니까.
 
"하치만?"
"맞아"
"유이?"
"아, 으, 응"
 
여자애는 우리를 교대로 손가락질하고 확인한다.
우리들은 어색하게 끄덕인다. 그걸 보고 여자애는 방긋 웃고 기쁜듯이 하치만 유이 라고 몇번이나 반복한다. 아무래도 경계심은 사라진 모양이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지금 가장 물어봐야할 것을 물어본다.
 
"그, 그게, 그거다. 네, 네 이름은?"
"으응? 앗, 응. 나는 말야……유키노라고 해"
"하?" "에?"
 
여자애의 대답을 듣고 우리들의 목소리가 겹쳤다.
이 애, 지금 뭐라고 했어?
나는 한번 더 소녀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해본다.
 
"미, 미안. 한번만 더 말해줄래? 네 이름은?"
"유키노"
"유유, 유유유, 유키농!?"
 
유이가하마는 바둥바둥 허둥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다. 나는 놀란 나머지 벌려진 입이 닫히지 않았다.
이 애가 유키노시타?
눈 앞의 여자애는 우리들의 상태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태연하게 쿠아- 하품을 하고 있다.
나는 주위를 돌아본다. 평소 유키노시타가 있는 위치에 유키노시타의 가방이 놓여있다. 그리고, 그 근처에는 교복 치마 같은것이 있다.
그리고 평소라면 진작에 부실에 왔을 유키노시타가 없다.
이건 이미 결정인걸지도 모른다.
유키노시타 유키노가……작아져버렸다.

:
BLOG main image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fpvmsk) by 모래마녀

공지사항

카테고리

모래마녀의 번역관 (1998)
내청춘 (1613)
어떤 과학의 금서목록 (365)
추천 종합본 (2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
05-21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