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작아져도 고양이를 좋아한다.
 
 
"그러고보니 나, 히키가야네 집에 가는거 처음이야-"
 
내 옆에서 하루노 씨는 대수롭지 않게 중얼거렸다.
 
"유키노도 처음이지?"
"응! 하치만의 집에 처음 가-"
 
하루노 씨가 옆에서 하루노 씨의 손을 잡고 있는 유키노에게 고개를 낮추어 들여다보듯 물었다. 유키노는 그런 하루노 씨의 질문에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끄덕이고 있다. 이러고 보면 자매라기보다는 모녀로 보인다. 뭐, 아마 지금 우리들은 주위에서 보면 완전히 부모자식으로 보일 것이다. 지금 우리들은 방금전 유이가하마와 그랬다시피 유키노를 사이에 두고 셋이서 손을 잡고 있다. 하루노 씨랑 유키노는 자매라서 얼굴이 많이 닮았다. 그 탓에 모녀같다는게 더 신빙성을 늘려온다.
 
"그치만 나, 히키가야네 집 위치는 알고 있지만 말야"
"아니, 왜 알고 있는거에요……"
 
하루노 씨의 말에 나는 지친 표정을 짓는다. 그 때도 생각했지만 정말로 왜 알고 있는거야. 그러고보니 이 사람이 집까지 마중낙나다고 했으니까 나는 하야마랑 중학교 동급생인 오리모토와 그 친구랑 놀러가게 되는 꼴이 됐지.
내 말을 듣고 하루노 씨는 생긋 웃으며 입에 검지손가락을 대고 윙크를 한다.
 
"그건, 비・밀이야♪"
"아니, 왜 알고 있는가는 딱히 알고 싶지 않아요"
 
솔직히 이 사람이라면 우리집 주소 정도는 간단하게 조사해버릴것 같다. 진짜 무섭다, 이 사람.
 
"정말로 무뚝뚝하네-, 히키가야는. 이렇게 예쁜 누나가 히키가야의 집에 자는거라고? 이런 기회는 좀처럼 없다고 생각하는데에?"
"딱히 저는 부탁 안했고요. 유키노시타 씨가 유키노가 걱정된다고 하니까 하는 수 없이 그러는거라구요"
"흐-응, 그럼 유키노가 자고 가는건 딱히 괜찮구나"
 
내 말을 듣고 하루노 씨가 히쭉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정말이지……이 사람은.
나는 무심코 한숨을 쉬었다.
지금 나와 유키노 그리고 하루노 씨는 우리 집으로 가고 있다. 유이가하마하고는 아까 헤어졌다. 굉장히 납득이 안 가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유키노가 손을 크게 흔들며 '바이바이, 유이!' 라고 말하니 터벅터벅 돌아가버렸다. 솔직히 돌아가지 말아줬음녀 싶었지만 하루노 씨가 말하는것도 정론이라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앗, 여기지? 히키가야네 집"
"그렇다구요……"
 
하루노 씨가 그렇게 말해도, 이미 나에겐 무슨 말을 할 기력은 서지 않았다. 유키노가 우리 집을 보고 호와- 하며 소리를 지른다.
 
"작아-!"
 
유키노는 꺅꺅 귀여운 미소로 그런 말을 했다.
유키노짱? 그런 말 하면 안 된다? 일단, 이게 우리 집이니까.
 
"얘, 유키노. 확실히 우리 집이랑 비교하면 작지만 그런 말 하면 안 돼"
 
하루노 씨가 떽, 이라는 느낌으로 유키노를 꾸짖는다. 아니, 하루노 씨도 그런말 하면 안 되잖아요.
뭐, 유키노시타 가랑 비교하면 작을지도 모른다. 본 적은 없어서 비교할 수도 없지만.
나는 현관 문을 열어 유키노와 하루노 씨를 집에 들인다.
 
"실례합니다-"
"실례합니다-!"
 
하루노 씨의 말을 듣고 유키노가 흉내내듯이 큰 소리로 말한다.
나는 둘을 데리고 계단을 올라 거실로 향한다.
유키노네의 목소리가 들린건지 거실 쪽에서 코마치가 고개를 내밀었다.
 
"오빠, 어서와-. 왠지 꽤 늦었네-, 아니, 하루노 언니!?"
 
코마치가 하루노 씨의 모습을 보고 놀란다. 하루노 씨는 평소짓는 웃는 얼굴로 가볍게 손을 흔든다.
 
"오늘은 실례할게, 코마치♪"
"엣, 무슨 소리인가요?"
"아니-, 지금 유키노를 히키가야에 재우는건 좀 걱정이 되서. 오늘은 나도 잘건데 괜찮을까?"
"엣, 아-, 그거라면 아마 괜찮을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하루노 언니, 갈아입을 옷같은건……"
"앗, 그거라면 괜찮아. 아까 전부 샀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손에 들고 있는 짐을 들어보인다.
그러고보니 이 사람의 쇼핑 탓에 시간이 걸렸지. 유키노의 의복을 사고 잽싸게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하루노 씨의 말을 듣고 코마치는 순간 얼굴을 히쭉거리고는 바로 생긋 웃는다.
너무 순간적이라서 놓칠뻔했다……. 이 녀석, 또 뭔가 꾸미고 있군.
 
"그런거라면 들어오세요-. 지금 저녁 만들던 참이거든요"
"코마치, 유키노시타 시의 몫은 어떡할거야?"
"뭐, 아빠 몫이 적어질거니까 아마 괜찮아"
 
아니, 전혀 괜찮지 않잖아. 가장 먼저 줄어드는 아버지가 너무 가엾다.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히키가야한테 아-앙 받아먹지 뭐"
"아버지의 밥을 줄일까. 아니 그냥 차라리 내 밥도 줄어들어도 돼"
 
하루노 씨가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해서 나는 그 말을 자른다.
응, 이건 어쩔 수 없다. 아버지는 참게 하자.
 
"하아, 오빠는 헤타레네-"
 
코마치는 손을 들며 이거야 원, 하며 기막힌듯 한숨을 쉰다.
아니, 당연하잖아. 왜 내가 그런 부끄러운짓을 해야하는건데.
 
"어라? 그러고보니 유키노짱은?"
"하아?"
 
나는 코마치의 말에 무심코 의문의 소리를 냈다.
유키노라면 여기에……어라?
방금전까지 하루노 씨의 곁에 있던 유키노가 없다.
주위를 돌아보니 유키노는 우리집 애완동물인 카마쿠라를 필사적으로 뒤쫓는 참이었다.
 
"냐- 냐-! 냐- 냐-!"
 
유키노는 그렇게 외치면서 카마쿠라를 필사적으로 붙잡으려고 하고 있다. 카마쿠라는 『뭐야뭐야!? 좀, 무, 무서워! 누가 살려줘!』라는 느낌으로 도망다니고 있다.
 
"유키노는 이 무렵부터 고양이 좋아했거든-"
 
하루노 씨가 유키노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니, 그런 말 하지 말고 얼른 잡아요.
역시 저대로 쫓아다니게 하면 유키노가 다칠지도 모른다.
나는 유키노의 앞으로 돌아서서 유키노를 홱 들어올린다.
 
"놔, 하치만! 냐- 냐- 만지고 싶어!"
 
나한테 들어올려진 유키노는 손발을 바둥바둥거리면서 내 손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그만해, 유키노. 냐- 냐-도 무서워하잖아?"
"므-"
 
나는 그렇게 말하지만 유키노는 납득이 가지 않는지 입술을 뾰족이며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카마쿠라는 구석에서 『아, 아이는, 무서워……』라는 느낌으로 움츠리고 있었다. 아-, 완벽하게 경계하고 있어.
 
"네가 냐- 냐-를 좋아하는건 알고 있지만 말야. 그치만 냐- 냐-도 갑자기 만지려고 하면 놀라잖아?"
"………응, 알았어"
"착하지"
 
유키노가 날뛰는걸 그만두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걸 보고 유키노를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나는 구석에 움츠리고 있는 카마쿠라를 홱 집어들어서 유키노에게 가져다준다. 카마쿠라는 『얌마! 너 뭐하는거야!?』같은 느낌으로 바둥거리고 있다.
 
"자, 유키노. 살살 만져줘"
"응! 고마워, 하치만!"
 
나한테 카마쿠라를 받아든 유키노는 기쁜듯이 껴안고 '냐- 냐- 미안해' 라고 말하면서 살살 카마쿠라를 쓰다듬는다. 카마쿠라는 처음에는 조금 날뛰었지만 유키노가 안아주니 『앗, 꽤 좋네』라는 느낌으로 얌전해졌다.
뭐, 이거면 괜찮겠지.
내가 코마치네를 돌아보니 코마칠아 하루노 씨는 둘이서 뭔가 소근거리고 있다.
 
"코마치, 왠지 히키가야가 유키노의 아빠로 보이는데……"
"네, 코마치가 봤을때도 이랬어요. 유이 언니도 같은 말을 했어요"
"헤에, 그건 어엄청 재미있네"
"하루노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죠. 코마치 입장으로도 어엄청 재미있어요"
 
왠지 저 둘의 대화에 엄청 불길한 느낌이 들리는데…….
뭐야? 내 악담이라도 하는거야?
 
 
 
 
 
 
 
 
 
 
"잘 먹었습니다!"
 
코마치가 만든 저녁을 다 먹고 유키노가 손을 모아 기운차게 말했다.
 
"응응, 잘 말했어 유키노"
 
유키노의 옆에서 하루노 씨가 유키노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하루노 씨에게 쓰다듬을 받는게 기뻤는지 유키노는 "에헤헤♪" 라며 뺨을 풀고 있다.
이렇게 보니 정말로 평소의 유키노시타랑 하루노 씨의 관계가 거짓말 같은것 처럼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이 정도로 사이 좋은 자매였던걸까?
내가 아직 내딛지 않은 점에는 그게 있을 것이다.
알고 싶지 않냐고 하면 솔직히 거짓말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녀석이 하지 않는 말을 지금 내가 듣는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 될 것이다.
깨끗해진 그릇을 보고 만족스러워하고 있는 코마치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 후에는 어떡할래요? 일단 목욕물은 받아뒀는데요……"
"흐-응, 그럼 사양않을게. 목욕하러 들어갈래? 유키노"
"아싸-! 언니랑 목욕!"
 
하루노 씨가 일어서서 유키노에게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는 기쁜듯이 만세하면서 그대로 하루노 씨에게 뛰어든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유키노는 하루노 씨한테서 떨어져서 나한테 달려온다. 그리고 내 팔을 잡고 꼬옥 잡아당겼다.
 
"하치만도 같이 목욕할래?"
 
응? 무슨 얘기 하는거야? 이 애?
나는 머리에 "??"를 띄우고 유키노를 빤히 쳐다본다.
 
"하치만?"
 
유키노는 내가 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올려다본다. 아니, 그런 식으로 고개를 갸웃 거려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싶은건 내 쪽인데.
솔직히 거절하고 싶다. 라고할까 거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아마 이건 거절하면 펑펑 울어버리는 패턴이다. 고작 하루 밖에 유키노를 보지 않았지만, 그건 안 다. 그게, 벌써 눈이 젖어 있는걸.
나는 소용없다는걸 알면서도 구조를 구해서 하루노 씨에게 고개를 돌린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하루노 씨는 생긋 웃었다.
 
"포기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요-. 그럴거라 생각했습니다.
예상대로의 말에 나는 무심코 어깨를 떨구었다.
 
 
 
결국 나는 유키노와 같이 목욕하러 들어가게 됐다. 역시 하루노 씨에게는 염려를 받았지만……….
왜 이렇게 된걸가?
 
"아항, 하치만, 간지러워!"
 
나는 거품 스펀지로 유키노의 작은 등을 살살 문지르자, 유키노는 간지러운듯 몸을 꼬았다. 너무 움직이지 말아줘. 그게, 그거다. 응. 그거니까.
 
"유, 유큐노, 너무 움직이지 말아줘"
 
나는 깨물면서 유키노에게 그렇게 말해서 얌전히 있게 말한다. 하지만 유키노는 꺅꺅 웃으면서 전혀 얘기를 듣지 않는다.
으-음, 전혀 말을 듣지 않고 엄청 눈둘 곳이 곤란하다. 이거, 정말로 유키노가 원래대로 돌아오면 나 살해당하겠지. 그냥 유언 써두자.
유키노는 지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이다. 응, 요컨대 알몸입니다. 덧붙여 나는 제대로 하반신에 수건을 감고 있습니다.
솔직히 여러모로 위험하다.
나는 필사적으로 눈을 피하려고 하지만 자연스레 유키노의 피부 등에 눈이 이끌리고 만다.
그보다, 이 녀석 역시 피부 깨끗하게. 나는 유키노의 등을 보고 그렇게 생각한다.
당연하지만 주름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조금이라도 세게 문지르면 이 구슬같은 피부를 상처입힐것 같아서 무섭다. 그러니까 나는 가능한 살살하라며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유키노의 등을 문지른다.
이게 10년 정도 지나면 유키노시타의 등이 되는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무심코 유키노시타의 알몸을 상상해버린다. 나는 고개를 붕붕 저으며 머리에서 쫓아낸다.
응,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그게, 남자애인걸.
 
"유키노, 씻는다"
 
나는 수도꼭지를 틀어서 샤워 물로 유키노의 몸에 묻은 거품을 씻겨낸다.
흐르는 물로 거품이 떨어져, 유키노의 새하얀 등이 노출된다. 더더욱 눈둘 곳이 없어져버렸다.
나는 필사적으로 눈을 피하면서도 후우, 숨을 내쉰다.
다음은 머리카락인가…….
 
"유키노, 눈을 감아"
 
내가 유키노에게 그렇게 말하니 유키노는 순순히 눈을 꼬옥 감는다.
나는 머리속으로 소수를 세면서 유키노의 머리에 물을 끼얹는다.
그리고 유키노의 머리카락을 물에 적신다. 가까이 놓여있는 샴푸를 눌러서 손을 맞대어서 거품을 일으킨다.
조심조심 유키노의 머리카락을 만져 머리를 씻는다.
 
"가려운덴 없어-? 유키노"
"응, 없어!"
 
나는 미용실에 갔을때 자주 듣는 말을 유키노에게 말한다. 유키노는 기운차게 손을 들어 대답해줬다.
이거 왠지 듣고 싶어지지. 어렸을때 자주 코마치의 머리를 씻겨줬던걸 떠올린다.
유키노의 풍성한 흑발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넘기면서 제대로 거품을 침투시킨 후, 물로 제대로 거품을 씻어냈다.
겨우 끝났다.
남은건 내 몸을 씻으면 끝이다.
 
"유키노, 먼저 목욕하러 들어가"
"응, 알았어"
 
유키노는 끄덕이고 먼저 욕조로 들어간다.
나도 자신의 몸을 씻으려고 생각한 그 순간.
 
"햣하로-!"
 
수건으로 몸을 감싼 하루노 씨가 욕실로 돌입해왔다.
 
"언니다-!"
 
하루노 씨의 모습을 보고 유키노가 욕조 안에서 기뻐한다.
욕실 안에서 나만 시간이 멈췄다.
…………응? 뭐하는거야? 이 사람?
겨우 사고가 돌아와서 얼굴이 화아악 뜨거워지는걸 느꼈다.
 
"뭐뭐뭐, 뭐하는거에요! 유, 유키노시타 씨!"
"응응, 그 반응 좋네-. 평소 보단 히키가야도 좋지만, 그런 반응을 하는편이 누나는 좋아해"
"아니아니아니,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요! 왜 들어오는거에요!"
"그치만, 히키가야랑 유키노가 둘이서 목욕이라니……. 히키가야가 유키노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르잖아"
"아무것도 안 해요! 할리가 없잖아요!"
"흐-응, 정말로 그럴까나?"
 
하루노는 히쭉거리면서 빤히 나를 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고간 주위를. 아니, 어딜 보는거야! 이 사람!
나는 황급히 그곳을 가린다. 으악, 더는 장가 못가!
괜찮아. 아직 나의 하치만은 일어서지 않았다. 나는 로리콘이 아니니까. 하지만 솔직히 하루노 씨를 보면 좀 위험하다.
 
"뭐, 히키가야라면 아무것도 안 할거라고 생각하지만. 그치만 누나 걱정이 되서. 들어왔어♪"
 
테헤페롯, 하며 혀를 내민다. 어머, 귀여워! 일리 없나.
 
"부탁이니까 나가주세요"
"히키가야, 몸을 씻을 참이었어? 그럼 누나가 씻겨줄게!"
 
하루노 씨는 내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몸에 감고 있는 수건을 풀려고 한다.
 
"아니, 왜 풀려고 하는거에요!"
"에-, 그치만 목욕하는데 수건이 젖으면 안 되잖아? 거기다 방해되고"
 
그렇게 말하고 내 제지를 신경쓰지 않고 하루노 씨는 기세 좋게 수건을 풀었다. 나는 찰나 손으로 얼굴을 덮어 가린다. 손가락 틈새가 벌어져있는건 단순히 우연입니다, 응.
우선 눈에 들어오는건 심홍색이다. 다음으로는 비칠듯한 피부와 형태 좋은 배꼽과 가늘고 잘락함. 그리고 붉은 비키니로 감싸인 풍만한 가슴. 무심코 눈이 빨려들고 만다.
나는 어라? 라고 생각해 손을 치우자 하루노 씨는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새빨간 비키니다.
 
"안 됐네! 제대로 안에 수영복을 입었어! 어라? 히키가야? 혹시 알몸이라고 생각했어?"
"그, 그럴리 업짢아요!"
 
하루노 씨는 심술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물어온다. 나는 너무 정확해서 깨물어버렸다.
진짜! 조금 기대했잖아!
 
"흐-응, 히키가야는 의외로 호색하네"
 
하루노 씨는 나에게 다가와서 요놈요놈 하며 팔꿈치를 갖다댄다. 진짜 몸이 밀착하고 있는 상태에서 하루노 씨의 가슴도 나에게 뽀용뽀용 닿고 있다.
ㄱ만해! 부탁이니까! 수영복 입고 있어도 위험하니까!
욕조의 습기로 인해 하루노 씨의 가슴골에 땀방울이 떨어진다. 나는 그걸 그만 눈으로 쫓고 만다. 그 방울은 하루노 씨의 가슴 굴곡에서 사라졌다. 그대로 내 눈은 하루노 씨의 가슴 굴곡에서 멈췄다.
틀렸다. 더는 항복입니다. 나는 황급히 욕실에서 나가려고 하지만 하루노 씨에게 팔을 잡힌다.
 
"히키가야? 등 씻어줄테니까 얌전히 앉아"
 
하루노 씨는 생긋 웃으며 그렇게 말한다. 한 손에는 거품 스펀지를 들고 있다. 그리고 내 팔을 잡아 당겨서 하루노 씨에게 등을 돌리는 형태로 하루노 씨의 앞에 앉는다. 왠지 전혀 힘을 낼 수가 없다. 이 사람 뭐야? 내 비공이라도 누르는거야?
 
"그럼, 씻어줄게"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내 몸을 씻기 시작한다.
미끈미끈한 감촉이 나를 감싸온다.
응? 미끈미끈? 왠지 이상하지 않아? 전혀 스펀지로 씻겨지는 감촉이 나지 않는다. 이건 어느쪽이냐고 하면 맨손으로 씻겨지는듯한……….
내가 황급히 돌아보니 하루노 씨가 손에 거품을 내서 내 몸을 만지고 있었다.
 
"하루노 씨……"
"왜?"
"왜 맨손으로 씻는거에요?"
"이러는 편이 히키가야에게도 여러모로 좋겠다 싶어서"
 
아니, 뭐가. 전혀 좋지 않은데. 좋지 않기는 물론 여러모로 불길한다. 그보다 아까부터 등 뒤로 닿고 있는데요……. 이 사람 절대로 고의다.
 
"하루노 씨, 이런거 지금 유키노의 교육에도 나쁜거 아니에요?"
"어? 아아, 그건 괜찮아. 지금 유키노에게는 이러면 히키가야가 기뻐한다고 나중에 제대로 말해둘테니까"
 
전혀 괜찮지 않은데요. 거기다 더 교육에 나쁜거 아냐?
 
"므-, 하치만! 언니야!"
 
유키노가 불러서 우리가 돌아보자 유키노는 얼굴을 뿌우- 부풀리면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둘만 사이 좋아하는거 치사해! 빨리 욕조로 들어와!"
"후훗, 미안해 유키노. 그럼 히키가야. 여기서부터는 스스로 씻어"
 
말하지 않아도 처음부터 스스로 씻을 생각이었는데요. 나는 재빠르게 몸을 씻고 욕조로 뛰어들었다. 그대로 욕실에서 도망치는건 아마 불가능해 보였다.
 
"하치만, 왔다-!"
 
유키노는 내가 겨우 욕조로 들어온걸 보고 나에게 꼬옥 안겨온다.
매끈매끈한 유키노의 피부 감촉이 직접적으로 전해진다.
유키노 씨. 그 모습으로 안기지 마세요. 부탁이니까요.
 
"유키노, 미안한데, 거기 좀 비워줘"
 
잠시 지나니 다 씼었는지 하루노 씨가 욕조 안으로 들어왔다. 유키노를 나한테서 물리고 내 눈 앞에 앉는다. 가땅치 않게도 그대로 나에게 기대온다.
 
"언니야! 거긴 유키노의 자리!"
"유키노는 충분히 만끽했잖아! 다음은 언니 차례야!"
 
하루노 씨는 유키노에게 그렇게 주장한다. 유키노는 뿌우- 뚱해하면서 얌전히 하루노 씨의 앞에 가서 하루노 씨에게 기댔다.
왠지 하루노 씨까지 조금 유아화한것 같다.
하루노 씨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거기는 평소 강화외골격같은 미소가 아닌, 어쩌면 처음 보는걸지도 모를 하루노 씨의 순수한 미소가 있었다.
이런 얼굴을 보아버리면,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게 된다.
 
"히키가야. 조금만 나를 껴안아주지 않을래? 유키노랑 같이"
"하?"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 사람.
 
"……안 될……까나?"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하면 나는 거스를 수가 없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쉰다.
 
"이거면 되겠어요?"
 
그렇게 말하고 뒤로 하루노 씨의 몸을 유키노를 포함해서 꼬옥 껴안는다. 하루노 씨의 부드러운 몸이 나에게 전해져 온다. 너무 밀착해서 하루노 씨의 심장고동 소리까지 들려오는 느낌이다.
 
"응. 고마워"
 
하루노 씨는 나에게 미소를 짓는다. 평소라면 전혀 신경쓰지 않을텐데, 지금은 어째선지 신경이 쓰인다. 나는 순순히 묻기로 했다.
 
"갑자기 왜 그래요?"
"……응? 아아, 역시 나 답지 않아?"
"아니, 그건 그렇지만……"
"으-음, 실은 말야. 나 옛날에는 이런거 조금 동경했거든. 유키노가 내 앞이고 나는 아빠의 앞. 그래서 이렇게 아빠가 우리를 껴안아주는거. 정말로 조금이지만…동경했어……"
 
하루노 씨는 어딘가 먼 곳을 쳐다보는 눈을 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 사람의 이런 표정은 처음 본다. 이 사람도 어렸을때는 남들만큼 외로웠던걸가?
 
"고마워, 히키가야"
"아뇨, 딱히 이 정도는 괜찮아요"
 
솔직히 부끄러웠지만, 처음으로 이 사람의 아무 장비하지 않은 미소를 본 느낌이 든다. 그것만으로도 이걸 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절대 사양이지만.
 
"……정말로 히키가야는 다정하네. 그런 점을 보면 역시 유키노에게는 아까울지도……"
"무슨 말을 하는거에요?"
"으응, 이쪽 이야기니까 신경쓰지마. ……자, 이제 슬슬 나갈까, 유키노?"
"응"
 
하루노 씨는 평소 미소로 돌아와서 유키노에게 그렇게 묻는다.
유키노는 조금 지쳤는지 아까보다도 기운이 없다.
 
"어머, 유키노가 지쳤나……. 히키가야, 나 유키노를 간호할테니까 먼저 나갈게"
"엑, 아, 네. 잘 부탁합니다"
 
하루노 씨는 유키노를 안아들고 욕조에서 나간다. 그리고 그대로 욕실에서 나갔다.
나는 무심코 한숨을 쉬었다. 왠지 목욕하러 들어갔는데 더 피로가 쌓인 느낌이 든다.
 
 
당연하지만 나는 저 둘의 사정을 조금 밖에 모른다.
유키노시타랑 하루노 씨. 두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생활을 해서 어떤 식으로 부모와 보내왔는지는 나는 모른다.
알고 있을리가 없고. 앞으로도 알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선지 지금은 조금만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루노 씨네가 나가고나서 잠시 뒤, 나는 욕실에서 나왔다.
젖은 놈을 닦고 옷을 갈아입고나서 거실로 향한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유키노가 걱정되서 와봤지만 이미 코마치의 방이라도 간걸지도 모른다.
시계를 보니 시계바늘은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다. 오늘은 여러 일이 있어서 좀 지쳤다. 나도 이제 자자.
그렇게 생각해서 자기 방으로 향한다.
방에 도착하니 어째선지 하루노 씨랑 졸린듯 눈을 비비고 있는 유키노가 있었다. 나는 무심코 손으로 얼굴을 덮는다.
 
"앗, 히키가야. 햣하로-"
 
하루노 씨는 잠옷차림으로 내 침대에 앉아있다. 유키노는 폭신폭신한 판씨 인형같은 잠옷을 입고 있고, 머리에는 판씨 귀가 달린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다. 그리고 하루노 씨의 옆에서 후와아암- 하고 하품을 하면서 귀엽게 앉아있다. 솔직히 유키노의 잠옷차림이 엄청 귀엽다. 하지만 그럴 참이 아니다.
 
"뭐하고 있는거에요……"
"응-? 아니, 유키노가 히키가야랑 같이 자고 싶다고 하니까……"
"코마치의 방은……"
"코마치는 수험생이잖아? 밤중에도 공부하는 모양이고. 우리가 코마치의 방에서 자는건 방해가 될거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하루노 씨의 말대로다. 하지만 내 방은…….
 
"유키노도 히키가야랑 같이 자고 싶지?"
"으응? ……응, 하치만이랑 같이……"
 
유키노는 벌써 한계인건지 이미 침대에 누워있다. 침대에 누으면서도 어떻게든 대답을 한다.
 
"라고해"
 
하루노 씨는 그걸 듣고 생긋 웃으며 나를 봤다. 이거 더는 거부권 없지.
하루노 씨는 그대로 침대 끝에 이동해서 데굴 누웠다. 그리고 유키노 옆을 손으로 펑펑 두드린다. 요컨대 여기서 자라는 모양이다.
내일, 만약 원래대로 돌아오면 유키노시타에게 잽싸게 엎드려 빌자.
나는 그렇게 굳게 결심하고 얌전하게 하루노 씨의 말을 따랐다. 불을 끄고 유키노의 옆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꽤 가깝다.
유키노를 사이에 두는 형태로 나와 하루노 씨는 누워있다. 눈 앞에는 하루노 씨의 얼굴이 있다. 제대로 쳐다볼 수 있을리 없어서 나는 황급히 눈을 피한다.
유키노는 이미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정말로 행복해보이네……"
"네?"
 
하루노 씨는 유키노의 자는 얼굴을 보고 그렇게 중얼거린다. 나는 소리를 내며 하루노 씨를 본다. 하루노 씨는 어딘가 그리운 표정으로 유키노를 쳐다보고 있다.
 
"유키노, 히키가야가 옆에 있는것 만으로도 정말로 행복해보여. ……정말로 히키가야를 따르는구나"
"……딱히 저를 따르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제가 처음으로 만났으니까. 그 만큼 제가 익숙한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건 아니야. 왜냐면 어렸을 무렵의 유키노는 낯을 좀 많이 가렸으니까.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을 이렇게까지 따른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생각해"
"……"
 
하루노 씨는 나를 보면서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한다. 형태좋은 눈썹. 딱 트여있는 눈은 빤히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는 그 눈에서 얼굴을 피할수가 없었다.
 
"얘, 히키가야. 좀 부탁해도 될까?"
"……갑자기 뭐에요?"
"……이 유키노를……지켜줘"
 
하루노 씨가 사라질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다.
아마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증거로 하루노 씨는 내 대답을 듣지 않고 데굴 굴러서 나한테서 등을 돌렸다.
나는 그 등에 한 마디만 말을 한다.
 
"할 수 있는 범위라면 지킬게요"
 
나도 하루노 씨의 대답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하루노 씨에게 등을 돌려 눈꺼풀을 덮었다.
그러자 오늘은 피로가 어지간히도 쌓였던건지 바로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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