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농 - 7. 어째선지 유키노시타 하루노도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
 
 
 
 
"히키가야, 아마 그거 조금 더 공기 빼지 않으면 햄버그 갈라질거야"
"어? 앗, 네"
"그리고 유키노도 공기 빼는건 잘했지만 좀 더 예쁘게 안 만들면 안 돼"
"으응? ……이렇게?"
"응, 그래 그거. 옷, 예쁘게 만들었네-. 유키노, 요리 잘하네. 장래에는 좋은 신부가 될지도……"
"유키노, 신부가 된다면 하치만의 신부가 되고 싶어!"
"으-응, 히키가야는 언니꺼니까 안 돼-"
"므-, 하치만은 유키노꺼야!"
"유키노시타 씨, 아이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지금 우리들의 풍경은 어디에서 어떻게 보아도 사이 좋은 가족이 사이 좋게 즐겁게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걸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딱히 가족이라는건 아니다. 아니, 유키노랑 하루노 씨는 피가 이어진 자매지만, 나는 딱히 유키노의 아버지인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하루노 씨의 것도 전혀 아니다. 그보다 얼렁뚱땅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버렸으니까 평범하게 그만해줬으면 싶다.
지금 우리들은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유키노의 상황보고를 마치고 슈퍼에서 저녁 식재를 사서 집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도라고 할까, 앞으로 유키노가 원래 모습인 유키노시타로 돌아올때까지 우리 집에서 머물게 된 하루노 씨를 중심으로 우리는 하루노 씨의 요리 보조를 하고 있다.
일의 발단은 유키노의 "유키노도 햄버그 만들고 싶어!" 라는 말이다. 이런 도전 정신이 이 유키노시타에게 이어지는군. 왠지 묘하게 납득할 수 있다.
뭐, 그런 아무래도 좋은건 둘째치고.
……솔직히 이 가족감이 넘치는 느낌은 그만뒀으면 싶다. 무심코 유키노를 내 딸이라고 생각해버린다. 내 딸이 이렇게 귀여울리가 없어!
하루노 씨가 나의 시선을 깨달았는지 히쭉 웃으면서 입을 연다.
 
"히키가야? 유키노를 보고 뭘 히죽거리는거니?"
"히, 히죽대지 않았냐요!"
 
나는 정확하게 찔려서 말이 가볍게 고양이 어투가 되어버렸다냥.
이런-. 마침내 저질러버렸다. 왠지 지금까지 참고 있던 녀석이 오늘 아침의 그거 탓에 개방된걸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좀 신경쓰지 않으면 안되겠다냥. 이런이런.
 
"흐-응. 그럼 나를 보고 히쭉댄거니?"
"아니, 그건 아니라구요"
 
나는 하루노 씨의 말에 손을 가볍게 가로로 흔들며 즉답한다.
왜 그렇게 되는거야. 확실히 이건 왠지 가족같군. 그러면 나랑 하루노 씨는 부부인걸까 생각은 했지만, 딱히 그거에 히쭉댄건 아니다.
내 말을 듣고 하루노 씨는 불만스러운듯 뿌우- 하며 입술을 뾰족인다.
 
"즉답들으면 좀 상처입네에. 이렇게나 예쁜 누나인데……"
 
스스로 말하지마. 스스로. 이런건 정말로 유키노시타랑 판박이다. 뭐, 확실히 귀여우니까 자의식과잉이라고도 할 수 없는게 이 자매다.
더할 나위 없이 성가시구나, 진짜로.
 
"앗, 히키가야. 그거 그렇게 하면 안 돼"
"에?"
 
하루노 씨는 내 손을 보고 그렇게 지적한다.
하루노 씨에게 들은대로 햄버그의 공기를 빼기 위해 적당하게 손으로 교대로 주무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잘못했던 모양이다.
하루노 씨는 자신의 작업을 멈추고 어째선지 내 뒤로 돈다. 그리고 뒤에서 손을 감아서 내 손을 잡았다. 기름 등으로 젖은 감촉이 손등을 감싼다. 그래도 하루노 씨의 체온이 제대로 나에게 전해진다.
……어? 뭐하는거야? 이 사람?
 
"이렇게 캐치볼을 하는것 처럼 던져서 햄버그의 공기를 빼는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하루노 씨는 내 손을 잡고 나의 다른 손을 향해 햄버그를 던진다. 나는 아직 혼란해서 하루노 씨가 시키는대로 하고 있는 상태다.
 
"알았어?"
 
하루노 씨는 내 얼굴의 바로 옆에서 생긋 미소지으며 그렇게 물어온다.
아니, 모른다구요. 하루노 씨에게 풍겨오는 향이 냄새 좋고 왠지 등에 닿고 있는 가슴의 부드러움 밖에 모릅니다. 그보다, 왜 이런식으로 가르치는거야?
 
"유, 유키노시타 씨. 어, 어째서 이렇게 가르치는거에요?"
"이렇게 하는 편이 알기 쉽잖아? 나도 옛날에는 이렇게 배웠으니까"
 
아니, 알기 쉬운게 아니라 평범하게 부끄럽다. 뭐야 이거? 고스트냐고.
 
"이제 알았으니까 놔주세요. 부탁이니까요"
"하아, 히키가야는 정말로 퉁명하네에. ……알았어"
 
하루노 씨는 아쉬운듯 나에게서 떨어져 자신의 작업으로 돌아갔다. 나는 안도하듯 숨을 내쉰다.
……어째선지 오늘은 하루노 씨의 거리가 무척이나 가까운 느낌이 든다. 오늘 아침의 아-앙에서 시작해서 계속 이런 느낌으로 여러가지로 해온다. 주의하고 싶은건 가득하지만 나에게 여러모로 해올때의 하루노 씨는 정말로 즐거워보인다. 그러니까 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왠지 나, 유키노 뿐만 아니라 하루노 씨에게도 물러지게 된것 같다.
뭐, 아마 하루노 씨의 입장에서보면 그저 나를 놀릴 뿐일테니까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치만, 이거봐 이거봐!"
 
유키노가 내 옷소매를 꾹꾹 잡아당긴다. 나는 유키노를 본다.
 
"예쁘게 만들었어!"
 
유키노는 함박 미소를 짓고 기쁜듯이 자신이 만든 햄버그의 생지를 가리킨다.
나도 가리킨 방향으로 눈을 향하니, 유키노가 만든 햄버그의 생지는 작으면서도 예쁜 형태로 만들어져있었다.
 
"오오"
 
나는 무심코 감탄의 소리를 냈다. 이 녀석, 이 무렵부터 요리 재능이 있던거야?
유키노가 만든 건 내가 만든것 보다도 훨씬 예쁘게 만들었다. 왠지 엄청난 패배감을 느낀다.
유키노는 엣헴 하며 자랑스럽게 가슴을 핀다. 그리고 어째선지 갑자기 안절부절거렸다. 무언가를 기다리는것 처럼 보인다.
 
"히키가야. 유키노는 아마 칭찬해줬으면 싶은거야. 히키가야한테"
 
우리 모습을 보고 하루노 씨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해온다. 나는 그걸 듣고 무심코 뺨이 풀어진다.
너, 너무 귀엽잖아, 이 애!
지금이라면 딸을 가진 부모의 마음을 조금 알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버지, 코마치를 사랑하는걸 기분 나쁘다고 해서 미안해. 지금이라면 알겠어, 그 마음.
뭐 그래도 역시 나에게 적의를 돌리는것 만큼은 그만해줘, 진짜로. 그거 진짜로 기분 나쁘니까.
나는 바로 부엌에서 자신의 손에 묻은 기름을 비누 등으로 깨끗하게 씻는다. 그리고 손을 닦고 유키노에게 향한다.
나는 가능한 얼굴이 풀어지는걸 참고 유키노의 머리에 손을 뻗어 살살 쓰다듬어준다.
 
"대단한걸, 유키노"
 
하지만 유키노의 머리를 쓰다듬어줘도 유키노는 뿌우- 볼을 부풀릴 뿐이고, 나에게 엔젤 스마일을 지어주지 않는다.
억, 왜? 쓰다듬는게 나빴어?
벌써 와그나리아에서 일하는 알바의 쓰다듬는 방식이 좋았던거야?
하지만 머리 쓰다듬는 요령은 잘 모르겠는데…….
 
"뽀뽀가 좋았어……"
 
유키노는 발그레 볼을 붉히며 툭 중얼거렸다.
아니, 유키노 씨. 그건 진짜로 참아주세요. 역시 유키노의 소원이라고 해도 그건 할 수 없다. 한 번만으로도 그렇게나 부끄러웠는데 두 번은 절대로 무리다. 하지만 유키노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눈물을 머금고 있다.
나는 유키노의 이런 눈에 약하다. 고작 이틀밖에 지금의 유키노와 지내지 않았지만, 똑바로 단언할 수 있다.
나는 무심코 크게 한숨을 하아 내쉬었다.
 
"유키노, 눈을 감아"
 
내 말을 듣고 유키노는 기쁜듯이 꼬옥 눈을 감는다.
 
"……이걸로 참아"
 
나는 허리를 굽혀 가볍게 웅크린다. 그리고 유키노의 매끈한 머리카락을 손으로 위로 들어, 이마에 쪽, 하고 입술을 댄다. 천천히 입술을 떼어 유키노를 보니 유키노는 싱글벙글 만면의 미소를 지어주고 있었다. 다행이다, 아무래도 만족해준 모양이다.
 
"히키가야는 이 유키노에게 무르네"
 
우리의 모습으 보고 있었는지 하루노 씨가 히쭉거리면서 말했다. 보고 있던거냐. 순전히 요리 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엄청 부끄럽잖아.
 
"……원래의 유키노도 이렇게까지 대담했으며언. 히키가야도 간단하게 함락할거라 생각하는데……"
 
아니, 그거야말로 참아줬으면 싶다. 유키노시타가 지금의 유키노같았으면 하루노 씨의 말대로 나는 바로 좋아하게 되서 고백하고 차였을 것이다. 그 광경이 간단하게 상상해버려서 나는 조금 웃어버렸다.
 
 
 
 
 
 
 
나는 저녁을 다 먹고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코마치네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아까 스마트폰을 봤더니 코마치한테 메일이 왔었다. 아무래도 부모님이랑 같이 밖에 먹으러 간 모양이다. 일부러 메일에 비싸보이는 스시 사진을 첨부해서 나에게 보고해줬다.
……아니, 딱히 침울해하지 않았거든. 왠지 가족인데 나만 따돌려졌다고 전혀 생각 안 했거든. 거기다 안 간 덕분에, 어쩌면 프로급일지도 모를 하루노 씨의 손요리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응, 그러니까 전혀 침울하지 않아.
그런 하루노 씨는 유키노와 둘이서 사이 좋게 목욕하러 들어갔다. 물론 유키노에게 같이 들어가자고 들었지만 역시 거절했다.
유키노는 불만스러운듯 볼을 부풀렸지만, 이번에는 하루노 씨가 도와줬다. 그보다, 오늘 도와줄거면 어제도 도와줬으면 싶었는데…….
달칵 소리를 내며 거실 문이 열린다. 그러자 잠옷 차림의 하루노 씨가 빼꼼 모습을 나타냈다.
 
"히키가야, 욕실 빌려줘서 고마워"
"앗, 네. 저기……유키노는요?"
"유키노라면 벌써 잠들었어. 히키가야의 방에서"
 
왜 내 방이야? 라고 태클걸려고 했지만 어차피 소용없어서 그만뒀다. 그 대신에 나는 이렇게 물었다.
 
"벌써 잠든거에요? 아직 21시 정도라구요?"
"자는 아이는 큰다고 하니까. 거기다 오늘은 피곤한것 같고"
 
자는 아이는 큰다라……. 그 녀석, 실제로는 고등학생이지만. 앗, 하지만 크는 곳은 있었나. 어디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하고, 내가 있는곳 까지 걸어와서 내 옆에 풀썩 앉는다.
………왠지 되게 가깝다.
어? 왜 이렇게 가까운거야? 어깨가 평범하게 닿는데.
 
"얘, 히키가야"
"녜, 녜잇!"
 
이런. 긴장한 나머지 목소리가 뒤집혔다. 나는 하루노 씨에게 눈을 향한다. 하루노 씨의 상기된 볼, 조금 물에 젖은 머리카락, 어째선지 미묘하게 단추가 풀려있어서 노출되어 있는 가슴팍이 눈에 들어온다. 그보다, 왜 열어둔거야? 눈이 빨려들어가서 굉장히 곤란한데……. 그리고 샴푸 향이 위험합니다. 어제 수영복도 여러모로 위험했지만, 이번에도 왠지 위험하다. 목욕하고 나왔다는게 더 그렇다.
 
"조금 부탁해도 될까?"
"네, 네에"
"그, 그게, 나를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을래? 계속 유키노시타 씨라고 부르잖아? 나, 슬슬 히키가야한테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고 할까아……"
"하?"
 
나는 무심코 얼빠진 소리를 내버린다. 뭐야? 그 갓 사귄 연인이 할법한 대사.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하고 얼굴을 화아악 붉히며, 쭈뼛거리며 부끄러워하고 있다.
그 동작에 나도 무심코 얼굴이 뜨거워지는걸 느낀다.
 
"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그치만 히키가야, 유키노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고. ……그럼 나도 이름으로 불러도 되지 않아?"
"아니 하지만 지금 유키노는 어린애고요. 거기다 원래대로 돌아오면 또 유키노시타라고 부를거에요"
 
그보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 사람은. 또 나를 놀리는거야? 하지만, 하루노 씨한테서 그런 기색은 전혀 없다. 지금의 하루노 씨의 표정에서 그 말은 진심으로 하고 있는걸로 보인다.
 
"헤에-……… 그럼 내가 어린애가 되면 히키가야는 이름으로 불러줄거야?"
"에?"
 
나는 또 하루노 씨의 말에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만다.
하루노 씨는 방금전의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짖궂은 미소로 바꾸곤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해온다.
 
"……하치만, 하루노는 말야. 하치만이 하루노가 불러줬으면 싶어……"
 
하루노 씨는 어린아이처럼 응석부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그대로 내 목에 팔을 감아온다.
 
"뭐, 뭐하는거에요!? 유키노시타 씨!"
"응-? 뭐냐니……유키노의 흉내인데? 이렇게 하면 히키가야, 이름으로 불러줄거지? 지금 나……가 아니라, 지금 하루노……그냥 어린애구"
 
유키노는 이런짓 안 해! 그리고, 이렇게나 큰 어린애는 없어! 아니, 체격 말이다? 딱히 아까부터 나한테 뽀용 하고 닿고 있는 가슴을 말하는게 아니거든?
 
"유키노시타 씨, 이거 놔주세요"
"하치만이 이름으로 불러주면 기쁘게 놔줄게"
"아니, 그런 말을 해도……"
 
여자를 이름으로 부르는건 그야말로 동생인 코마치나 초등학생인 츠루미 루미와 지금의 유키노 정도다. 코마치는 동생이니까 당연하고. 루미도 지금의 유키노도 어린애다.
나는 하야마처럼 동년배 여자를 이름으로 부를 정도로 친근함이 없고, 토베처럼 가벼움도 없다. 그러니까 자신과 나이가 가까운 사람을 이름으로 부르는건 무리다.
 
"저기, 하치만………안 돼?"
 
하루노 씨는 눈을 글썽거리면서 나에게 다가온다.
눈 앞에 하루노 씨의 얼굴이 있다. 하루노 씨는 하아, 하며 한숨을 쉰다. 그런 하루노 씨의 뜨거운 숨결이 내 얼굴에 닿는다. 그 정도로 지금의 나와 하루노 씨의 거리는 가깝다. 조금만 더면 입술이 닿을 저옫다. 하루노 씨의 단추가 조금 풀어져서 노출이 되어 풍만한 가슴도 그만 눈에 들어오고 만다. 눈을 피해도 피한 곳은 하루노 씨의 아름다운 얼굴이다. 어디에도 도망칠 길이 없다.
그리고 나는 하루노 씨에게 얼굴을 손으로 잡혀, 억지로 하루노 씨에게 고개를 돌리게 된다.
하루노 씨의 크게 뜨여진 눈동자는 조금 젖어있는걸로 보인다. 그 눈동자에 나의 강철의 이성이 조각조각 박살날것 같다.
 
"하루노라고 불러줘……"
 
……이건 무리다. 그……가볍다거니 친근하다 이전의 문제다. 전에 하루노 씨에게 이성의 괴물이나 자의식의 괴물이라고 들은 적이 있지만, 이건 그런걸로 견뎌낼 수 있는게 아니다.
………이 이상 빨리 부르지 않으면 내가 위험하다.
 
"하, 하하, 하루노……씨. 부, 부탁이니까, 이거 놔주세요"
 
내 말을 듣고 얼굴을 파앗 반짝이며 겨우 나한테서 고개를 뗐다.
 
"응, 좋아. 그럼 앞으로 이름으로 불러야해?"
"……네"
 
이제 나는 거부하는걸 단념하고 순순히 끄덕였다.
 
"고마워, 하치만"
 
하루노 씨는 아직 유키노의 흉내를 내고 있는건지 아이처럼 생긋 웃는다. 그리고 어째선지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온다.
 
"……이건 하루노가 주는 답례야"
 
하루노 씨는 천천히 나에게 얼굴을 가져오면서 속삭이듯 말한다.
그 순간, 내 뺨에 부드러운 감촉이 났다. 뺨에 키스 받았다는걸 깨달았을때는 하루노 씨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나한테서 입술을 떼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손으로 뺨을 누른다. 하루노 씨는 조금 얼굴을 붉히고 스윽 일어섰다.
 
"잘 자, 하치만"
 
그리고 하루노 씨는 손을 가슴 앞에서 가볍게 흔들고 그대로 거실에서 나갔다.
나는 헤롱헤롱 힘이 빠진듯 소파위로 쓰러진다.
나는 엄청난 충격으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뭐, 뭘 하고 싶은거야…… 저 사람은.
아직도 뺨에 열을 느낀다. 하루노 씨의 부드러운 입술 감촉이 아직 뺨에 남아있는 감각이 난다.
허리에 힘이 빠져서 잠시간 일어설 수 있을것 같지 않다. 그보다, 잘 생각해보니 지금 내 침대는 유키노로 인해 점거당하고 있었다. 하루노 씨도 물론 거기서 잘 것이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쉰다.
……오늘은 여기서 안 자면 안 되겠지, 이건.
유키노에겐 오늘도 같이 잔다고 들었지만, 솔직히 지금 나는 하루노 씨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다. 유키노에게는 미안하지만 오늘은 거실 소파에서 자기로 하자.
나는 잠시 눕고나서, 팔에 힘을 넣고 어떻게든 일어서서 일단 목욕을 하기 위해 거실에서 나갔다.
왜 하루노 씨는 그런 짓을 한걸까?
그 의문을 몇 번이나 머리속으로 생각했지만, 결국 잠들때가 되어도 전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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