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쿠키 만드는거 돕는다고 했지만 어디서 할 생각이냐?"
봉사부는 극히 일반적인 교실을 사용하고 있고, 당연히 조리기구 등이 있을리도 없다. 요컨대 교내에서 할 수 있다면 제대로된 준비가 있는 가정과실을 빌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 그런가……그야 그렇네. 미안, 나 전혀 생각 안했어"
뭐, 방금전까지 한다 안한다 망설이던 유이가하마니까 당연히 그런 계획성을 했을리도 없다. 봉사부의 활동은 갑자기 암초에 올라간 형태다.
역시 집에 가도 되지, 나.
"그렇구나……지금부터 가정과실의 사용허가를 구해서, 그리고나서 재료를 사러 가게되면 시간이 너무 걸리겠구나"
"그보다, 그거다. 가정과실에서 할거면 난 패스다. 조리실습 땡땡이 쳐놓고 쿠키 같은걸 만들면 츠루미 선생님한테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니까"
그런 나의 지극히 정당한 의견에 어째선지 유키노가 겁모르게 웃는다.
"그런데 히키가야. 네 집에서 쿠키를 만들 만큼의 조리기재는 있니?"
"그야 있다만. 억, 설마 우리집에서 하겠다는거냐?"
"그래. 그치만 네 고집으로 가정과실을 쓸 수 없잖니? 그럼 장소를 제공하는게 당연하지"
"너네 둘이서 자기 집에서 하면 되지 않냐? 그러면 나 집에 갈테고"
"어머, 거부권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거니"
얘, 히키가야. 라며 짖궂은 미소를 짓는 유키노.
그러고보니 나 인권 없었지. 그야 거부권도 없는거겠네요.
자, 이러저러해서 우리 집에서 쿠키 제작을 하게 되었지만, 딱히 이건 미소가 무서워서 그렇게 된건 아니다.
오히려 우리집에서 한다는건 얼른 집에 가고 싶다고 하는 내 목적이랑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전술 수준으로는 패배일지도 모르지만, 전략수준으로는 승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패배를 알고 싶다.
"가르쳐주는건 귀찮으니까 내가 쿠키를 만들고 그걸 유이가하마가 만들었다고 하고 건내면 되지 않냐?"
"안 돼, 히키가야. 그건 봉사부의 이념에 위반돼. 우리들의 활동은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것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지, 결코 먹을 것을 주는게 아니야. 결과가 아닌 과정이 중요해. 그런 기회주의 적인 뇌에 잘 새겨두렴"
"그치만 여긴 우리집이고. 기재의 장소는 내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 되는데다, 설명도 귀찮고"
"힛키가 만들면 의미 없어. 거기다 힛키가 힘내라고 응원해줬으니까 끝까지 가르쳐줘-. 그보다, 왜 힛키는 쿠키를 만들 줄 알아?"
안 됐지만, 그건 응원한게 아니다. 의역하자면 우물쭈물 거리면 귀찮으니까 할건지 말건지 얼른 정해라, 였다. 아니 그보다도,
"얕보지 마. 쿠키 정도는 평범하게 만들 수 있어. 우리집은 맞벌이니까 어렸을때부터 내가 밥을 만들었어. 사랑하는 우리 동생을 위해서 보존료, 합성착색료 첨가된 과자를 맛보게 해주고 싶었으니까. 과자 실력도 상당하다고 자부하고 있다. 뭣하면 지금까지 만든 과자를 종합해서 보여줄까?"
동생의 미소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힘낸다. 그것이 오빠라는겁니다. 네.
"힛키는 시스콘이야? 좀 깬다"
"히키가야, 근친상간은 사회 통념상 허락되지 않는다는건 알고 있지? 통보당하고 싶니?"
"오빠로서 당연한 일을 한것 뿐이다. 그러니까 유키노, 휴대폰에서 손 떼라. 응?"
뭐야 이 애들, 지친다. 작업이 되질 않는데.
"있잖냐, 유이가하마. 그 쿠키를 건낼 상대가 좋아하는 기호 알고 있냐?"
얼른 집에 갔으면 싶으므로 억지로 화제를 원래대로 돌린다.
모처럼 만드는거니 상대의 취미기호에 맞추는 편이 기쁠 것이다.
"으응. 전혀 몰라. 그보다 지금까지 한번도 대화한 적이 없어……"
"그러냐. 그럼 지장없는 간단한 편이 좋겠지. 이거는 어떠냐?"
그리고 기동한 태블릿PC 화면에 쿠키 레시피를 불러서 유이가하마에게 보여준다.
그보다 이거, 유키노 필요없지 않냐? 아니, 단 둘이 있게되도 곤란하다만.
"어떠냐고 해도 잘 모르겠는데……. 응, 그치만 힘내볼게, 힛키!"
"그럼 이거로군. 그보다 유이가하마, 너 평소 요리는 하냐? 뭐, 부실에서 하던 말을 들어보면 기대는 못하겠지만 일단 물어두마"
"힛키, 실례야! 이래봬도 언제나 엄마가 밥 만드는거 보고 있어!"
그건 안한거나 마찬가집니다.
"응, 방향성이 보였다. 너는 그거다. 왜 레시피가 있냐, 왜 레시피대로 만들 필요가 있냐를 가르치는데 부터 시작해야겠군"
요리라는건 화학 실험과 마찬가지로 올바른 수순을 밟고 가면 그리 실패하지는 않는다. 그럼 왜 실패를 하는가?
뭐, 대답은 간단하게, 단순히 올바른 수순에서 벗어난것 뿐이다.
이렇게 하는 편이 맛있어지는게 아닐까, 등 이상하게 오리지널리티를 넣으려고 하면 대개 실패한다. 그야 완성형을 모르는데 도중에 손을 가하면 성공할리도 없다. 허나 평소 요리를 하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마저도 모르는 모양이다.
따라서 우선 유이가하마에게 레시피가 무엇인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 다 됐다"
"뭐, 조금 탄 흔적이 있긴 하지만 처음 만든거라면 이런거겠지. 잘 했다고 생각한다"
"고마워, 힛키. 그보다 아까부터 힛키는 뭘 만들고 있는거야? 왠지 굉장히 좋은 냄새가 나는데"
"아아, 동생 간식으로 캐러멜을 만들었어. ……좋아, 이거면 되겠지"
"캐러멜은 그거지? 그 뭐시기 목장에서 유명한거. 평범하게 만들 수 있구나-"
"재료를 재서 섞기만 하면 될 뿐이다. 의외로 간단하다고? 불 조절을 잘못하면 식감은 나빠지지만 맛은 변함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캐러멜을 화로에서 내린다.
냉장고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꺼내어 틀에다 넣고 갓 완성되어 아직 굳지않은 캐러멜을 붓는다.
"자, 쿠키를 잘 만든 보상이다. 동생의 간식을 먹을 권리를 주마"
"어머, 히키가야. 내 몫은 없는거니"
"너는 카마쿠라랑 놀던것 뿐이잖아! 아니 뭐,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가정 부엌에서는 세 명이서 작업할 수 있을리 없어서 지도역 나, 학생역 유이가하마가 되니, 유키노가 따돌려지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따돌려진 유키노로 말하자면 처음에는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우리집의 사랑스런 고양이 카마쿠라를 발견하고는 그저 놀고만 있었다.
……뭐하러 온거야.
"고양이는 좋네. 정말로 사랑스러워. 사랑하고 있으면 평소 입장이나 지위나 모두 잊어버려. 그런 느낌마저 들어"
"유키노, 네가 중도의 고양이 지상주의자라는건 잘 알았다. 알았으니까 먹을때는 카마쿠라한테 눈을 떼라. 입가가 더러워진다"
입에서 흐른 아이스크림을 휴지로 닦아준다.
……아니, 나 여태까지 이렇게나 남과 관여한 적이 없었으니까 동생을 대할때랑 같은 감각으로 한것 뿐이고. 그러니까 유키노, 그렇게 얼굴 붉히며 화내지 마.
"므-. 왠지 치사해. 힛키, 나도 닦아줘!"
아니, 치사하다니 의미 모르겠네. 애시당초 이젠 유키노 얼굴 더럽지 않잖냐.
"평생의 실수야……"
"부끄럽다고 생각하면 앞으로는 아이스크림 정도는 제대로 먹어라. 해준건 나지만 말려든 느낌이 엄청 드니까"
"어머, 실수이긴 실수이지만, 히키가야 따위가 내게 도움이 된거니까 영광스러운 일이잖니? 무릎꿇고 감사를 받고 싶을 정도야"
예이예이, 그렇네요.
"왠지 좋다-"
""어?""
"왠지 유키노시타도 힛키도 되게 자연스러워서. 서로 생각한걸 솔직하게 말하는, 신뢰관계? 라고 하면 될까. 왠지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
"유이가하마, 나는 이 남자에게 생각한걸 그대로 말하는것 뿐이지만. 그게 왜 그렇게 되는거니?"
"확실히 생각한걸 지나치게 그대로 말하고, 꽤 심한 소리를 해서 솔직히 좀 깨긴 해. 하지만 그건 분명 생각한걸 솔직히 말해도 괜찮다고 하는, 둘 사이의 관계가 있으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해. 나 말야, 둘 모두 학교에서 눈치챘을거라 생각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휩쓸려서 친구들의 시선같은걸 되게 신경쓰거든. 하고 싶은 말을 좀처럼 못해. 그러니까 둘의 관계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서, 조금 부러워"
뭘 착각하고 있는거냐, 이 벌레……실수.
이 녀석은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걸까.
뭐, 확실히 유키노가 자유로운건 인정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유키노가 자연스럽게 있을 수 있는건 신뢰라는걸 전제로 한것은 절대로 아니다. 단순히 나의 무시 스킬이 카운트 스톱하고 있을 뿐이다.
"뭐라고 할지, 친구가 있던 적이 없으니까 잘 모르겠지만. 있으면 있는대로 귀찮으니까"
문득, 일방적이라고는 해도 나의 첫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유키노를 본다.
언젠간 나도 유이가하마처럼 그녀의 시선을 신경써서 고민하는 날이 오게 될까.
"괜찮아, 유이가하마. 나도 생겼으니까, 언젠간 분명 너에게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길 날이 올거야. 그렇구나……이 남자 빌려줄테니까, 우선 하고 싶은 말을 연습해보면 되지 않겠니"
언젠간 분명. 내 시체를 밟고 가라.
그보다, 언제부터 너는 내 소유권을 갖고 있던건데.
"으, 응. 고마워, 유키농. 나 힘내볼게"
아, 이상한 스윗치 들어가버렸구만, 이거.
잘 됐군, 유키노. 지금 발언으로 유이가하마의 너에 대한 호감도는 일정수치를 넘은 모양이다. 나를 빌려준다는 허가로 넘어가버린건 좀 불본의하지만.
"그래, 힘내렴. 그리고 유키농이라는건 나를 말하는거니. 솔직히 그 호칭은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안습, 유키농.
"저기 힛키"
허둥대는 유키농을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어느샌가 아까 구운 쿠키를 든 유이가하마가 다가온다.
뭐냐? 비닐 담아달라는거냐? 공교롭게도 지금 우리집에 있는건 동생 몫의 귀여운 비닐 밖에 없으니까, 남고생에게 건내기에는 뼈아플거라 생각한다.
"굉장히 늦어버렸지만, 사브레 구해준거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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