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에 도착하니 여느때처럼 유키노는 책을 읽고 있었다.
그녀의 호칭에 관해서는 본인이 그렇게 불리기를 원하는 이상 저항하는건 그만뒀다. 뭐, 이 부실 이외에서 이 녀석과 얽힐 일은 없을테고, 여기서 호칭은 어떠한 호칭이든 문제 없을거라며 스스로에게 말한 결과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며 그녀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는다. 그리고 몇 권의 책을 가방에서 꺼내려고할때, 문득 깨닫는다.
 
결국, 여기는 뭐하는 부야? 라고.
 
입부할때 그녀의 설명으로는 고귀한 유키노시타양이 미천한 우민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주는 부, 라는 정도로 밖에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부로서 정식으로 인정받아, 부실로서 빈 교실을 점거하고 있는 이상, 좀 더 제대로된 내용이 있을 것이다.
뭐, 부장님이 독서에 힘쓰고 있는 이상, 평부원인 내가 신경쓸일도 아니겠지만.
생각해봐도 해답이 없는건 생각하지 않는다. 쓸데없는건 극력으로 하지 않기에 실로 환경친화적인 나, 멋지다.
 
허나 그런 뒤로 미룬 대답은 갑작스럽게, 미약한 노크 소리와 함께 찾아왔다.
 
"들어오세요"
 
책에 책갈피를 끼우면서 유키노가 말한다.
 
"시, 실례합니다"
 
긴장했기 때문일까 약간 들뜬 목소리.
문이 열리고 살짝 빈틈이 열린다. 거기서 몸을 밀어넣듯 그녀는 들어왔다. 마치 누군가에게 보이는걸 꺼려하듯이.
뭐, 이러한 뭘 하고 있는지 모를, 수상쩍은 부의 부실로 당당하게 들어올 녀석은 없겠지.
차분하게 주위를 돌아보는 그녀의 시선이 입부하고나서 첫 내방자가 되는 인물을 쳐다보는 나의 시선과 부딪치고, 힉, 하며 작은 비명소리가 나온다.
노려보고 있는거 아닌데…….
 
"왜 힛키가 여기에 있어?"
 
"왜냐니, 부원이니까"
 
나와 눈이 마주친 이상, 힛키는 나를 가리키는 말이겠지. 그보다, 왜 나를 알고 있는거야?
솔직히 눈 앞의, 무척이나 청춘을 즐기고 있습니다, 라는 소녀는 낯이 없다.
허나 그늘음의 히키가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를 알고 있는 태도의 그녀에게 '죄송합니다, 누구십니까?' 라고는 물을 수 없다.
나도 그 정도의 배려는 할 줄 안다.
 
"괜찮으면 의자에 앉으세요"
 
생각하길 포기하고 아직 쭈뼛거리는 그녀에게 의자에 앉기를 권유한다.
 
"아, 고마워……"
 
권해진 채로 그녀는 의자에 앉았다.
긴장했기 때문일까 부들부들 떠는 모습은 실로 작은 동물 같다.
 
"유이가하마구나"
 
"아, 나를 알고 있구나"
 
유키노가 이름을 알고 있는게 기뻤는지, 여기와서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다.
 
"너 잘도 알고 있구나. 설마 학교 모든 학생의 이름 외우고 있냐?"
 
"그럴리 없잖니. 오히려 왜 너는 그녀를 모르는거니"
 
이쁜 눈을 반쯤 감아 도끼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유키노.
치워라. 그렇게 쳐다보지마. 부끄럽잖아.
 
"그야 내가 혼자 있으니까 당연하지. 오히려 내 안에서 이름과 얼굴이 일치하고 있는건 유키노 뿐이다. 그보다 자연스럽게 내가 모른다는거 까발리지 마"
 
그, 그러니. 라고서 기뻐해 하지마. 딱히 명예스럽고 자시고 아니잖아.
 
"나 모르는구나……"
 
"아니, 이건 그 뭐냐……"
 
내가 모른다는것을 슬퍼하고 있다는, 내 인생에 아직 전례없는 경험에 무심코 허둥댄다.
그런 나를 눈치챘는지 유키노가 도와준다.
 
"괜찮아 유이가하마. 이 남자는 혼자 있기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남을 기억한다는 동물도 할 수 있는 행위를 상실해버린것 뿐이니까"
 
그러고서 고개를 숙인 유이가하마에게 다가가, 그 등에 손을 올린다.
 
"아니, 그게……왠지 미안"
 
"자, 그럼 똥개가야는 나중에 벌을 주기로 하고, 일단 나가주지 않겠니. 그렇구나……사죄 의미도 담아서 음료수라도 사오겠니"
 
매도당하며, 퇴장당한데다 벌까지 주는겁니까. 내 업계에선 포상이 아니라고, 그거.
하지만 뭐, 도와준것도 사실이다.
유키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얌전히 음료수를 사러 나가려고 하는 내게 유키노가 말한다.
 
"히키가야, 나는 야채생활이면 돼"
 
어, 사죄에 네 몫도 들어 있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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