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부에 어서와. 환영할게"
환영하는 느낌이 미립자 수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에게서 보여지는건 그런 명확한 거절이었다.
……아니, 솔직히 짐작 가는건 있다. 있지만 말야. 이렇게까지 거절하지 않아도 되지 않아? 마음이 꺾일것 같은데.
"입학 첫날부터 사고 일으켜서 솔직히 미안했다. 그거냐? 다치기라도 한거냐? 책임은 못 지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거라면 뭐든지 할게"
강제되었다고는 해도, 앞으로 이 방에서 나는 활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원활한 인간관계를 구성하기 위해서도 얼른 사죄해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귀찮은 일이지만, 나는 눈 앞에 있는 소녀――유키노시타 유키노――와 조금 인연이 있다.
뭐, 인연이라고 해도 입학식 당일 아침에 멍청한 사육주로부터 도망친 개를 구하기 위해, 차 앞으로 내가 뛰어들어서 내가 치여서 입원했다는것 뿐이지만.
입원실에서 보험을 위해 찾아온 하야마 라는 이름의 변호사, 그에게 받은 명찰에는 유키노시타 건설고문 변호사라는 직책이 쓰여 있고, 그걸로 그녀가 동승하고 있었다는걸 알았다.
교통사고여서 서류상으로는 차가 잘못했다는게 되지만, 나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뛰어든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런고로 퇴원하여 복학한 이래, 그녀에게 사죄하려고 생각했지만……. 뭐랄지, 학년은 물론 학교 전체에서 봐도 높은 수준의 미소녀인 그녀와 접촉하는건 꺼려졌다.
그치만, 이상하게 접촉하면 귀찮아질것 같았고.
"너, 내가 그 사고 당사자라는거 알고 있었어? 그 이전에 왜 네가 사죄하는걸까"
"알고자시고, 모르는게 더 무리있지. 사고 실황 검사는 보험회사 직원이나 본인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게 많이 있고. 애시당초 나한테 유키노시타 건설 고문변호사가 왔어. 그럼 아는게 당연하지. 그리고 사죄였나? 그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잘못했다. 솔직히 미안하다"
"……알고 있는 이유는 알았어. 하지만 역시 네가 사죄할 이유는 모르겠어. 설마, 그 사고의 영향이 머리까지……. 저기, 히키가야. 한번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는편이 낫지 않니?"
어째선지 무척이나 걱정받았다.
의미 모르겠네. 왜 당연한 소리를 한것 뿐인데 이런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거냐, 나는.
"도로 교통법을 준수해서 평범하게 달리던 차 앞으로 뛰어나간거다. 내가 뛰어나가지 않았으면 사고가 일어났을리 없잖아? 그러니 내가 잘못한거다. 이상, 증명 완료"
"왠지, 너와 얘기 나누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질것 같아……"
유키노시타는 이마에 손을 대고 머리를 흔들었다.
"딱히 상관없잖아. 그보다, 동승한것밖에 없는데, 운전한것도 아닌 너하고는 애시당초 관계없는 이야기지"
"관계라면 있어"
유키노시타는 일단 말을 끊고서, 진지한 눈으로 나를 본다.
"줄곧, 사고를 이용하여 내게 접근하겠다고만 생각했었는걸"
"……그러겠냐"
너 말야, 픽션 세계에 너무 끌려다니는거 아니냐?
현실에서 그런일이 있을리 없잖아.
"어머, 그러니? 스스로 말하는것도 뭐하지만 보다시피 미소녀고, 치바에서는 이름 있는 기업인 유키노시타 건설의 영애. 관계를 가지려고 하는게 평범한 발상이 아닐까?"
"우와아……"
예이예이, 그렇군요.
미소녀야. 확실히 미소녀지만, 스스로 말하는건 좀?
까놓고 말해 깬다.
"……그래서, 어떠니?"
내가 식겁한걸 눈치챘는지 볼을 붉힌다.
수줍어할거면 말 안하면 될것을.
"미안하지만 나는 자택경비원 지망이거든. 영애한테 메릿트를 느끼지 않아. 거기다 미소녀라는건 인정하지만 이상하게 관여하면 주위가 귀찮아질것 같다"
"흐-응. 요컨대 너에게 있어 내가 가진 스테이터스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거니?"
"예스냐 노냐 묻는다먄 그야 예스다"
흐-응, 하며 뭔가를 생각하듯이 그녀는 뒤를 돌아본다.
아니, 보통이라면 다소나마 끌릴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보통이 아니다.
눈부신 스테이터스를 갖고 있으면 갖고 있는 만큼, 가능하면 거리를 두고 싶어진다.
나는 그 정도로 이상한 남자다.
"뭐, 직접 사죄하지 못했던걸 신경쓰지 않았던건 아니지만, 그것도 내 자기만족이다. 사과했다고 해서 사고를 일으켰다는것 자체가 없어지는건 아니니까"
내 말에 그녀는 침묵으로 대답한다.
얼마나 시간이 경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묵직한 분위기를 참지 못한 내가 귀가의 뜻을 전하려고 한 그 때, 뒤돌아본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이렇게 말했다.
"히키가야. 너, 나랑 친구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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