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이 있어 - 역시, 초속 5센티미터인건 잘못됐다5
 
 
 
 
 
 
약속한 날까지 나는 그 녀석에게 보낼 편지를 썼다.
아마 러브레터였다.
자신의 장래 목표, 좋아하는 책이나 음악, 그리고 자신에게 있어 얼마나 『유키노시타 유키노』라는 여자가 동경의 대상이었는지를 가능한 정직하게, 때때로 자학을 담아서 썼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워서 끈없는 번지점프를 스카이 트리의 끝에서 뛰어내리고 싶어질 정도다. 그런 맥스 커피보다도 달달한걸 나는 필사적으로 썼다.
 
러브레터라는건, 분명 그 녀석에게 있어선 많이 받아서 익숙한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는 썼다.
어쩌면 이 마음을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어딘가에서 생각하고 있던걸지도 모른다.
여기서 전하지 않으면 분명 후회한다. 어리면서도 그걸 깨달았던걸지도 모른다.
 
그러면 만나서 직접 전하자, 라고 생각했지만 상대는 그 여자다.
 
눈 앞에서 이 마음을 전하고 매도당하는게 싫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 집에 돌아가고나서 일어줘, 라고 하면 편지로 매도당할 뿐이니까.
뭐, 뭘 하든 매도당하겟지만 그건 애교다.
 
 
 
 
 
☆☆☆☆☆☆☆
 
 
 
 
 
 
약속한 날은 비가 내렸다.
하늘은 회색으로 덮여있고,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다.
관동지방만 저녁에 눈으로 바뀌어가는 모양이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지만 약속을 다음주로 미룰 수 없나 생각했다. 뭐, 생각만 한것 뿐이지 실행으로 이행하지는 않았다. 매도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교복 위에 학교지정 코트를 입고 공부 책상에 있는 그 녀석에게 보낼 편지를 가방 속에 넣고나서 학교로 향햇다.
귀가는 늦어질 예정이어서 그걸 동생이라는 우리집 천사에게 전했다.
이유를 물었지만 자세하게는 말하지 않고, 그저 욕먹으로 치바로 간다고만 말했다. 오빠를 욕하면 포인트 높은건가, 라는 바보 발언을 하는 동생의 장래가 걱정이었지만, 그건 그거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통학로를 걸었다.
 
그날 하루 수업을 차분하지 못한 마음으로 나는 보냈다. 수업 내용은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녀석의 조금 성장한 모습을 상상하고, 아마 성장하지 않았을 가슴에서 눈을 피하면서 대화를 하고, 그 무렵보다도 날카로워진 매도에 마음이 도려진다. 어라? 왜 나는 기대하고 있는걸까,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M도 아니다. 아마도.
 
시시한 생각을 지우기 위해, 문득 창 밖을 쳐다봤다.
 
비.
 
초속 5미터.
빗방울은 점차 커져가고, 하루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눈이 되었다.
 
방과후, 다른 급우보다도 빨리 교실을 나갔다.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할 수 없다, 한 적이 없다. 그런 슬픈 현실이 지금은 기뻤다.
 
빨리 역으로 가야해.
그런 마음으로 나는 신발장으로 뛰었다. 계단을 뛰어내려, 신발장에서 난폭하게 신발을 꺼낸다.
 
만날 수 있다. 그 녀석을 만날 수 있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되풀이하면서 역으로 뛰었다.
 
 
 
 
 
 
☆☆☆☆☆☆☆
 
 
 
 
 
 
 
내 심장은 고동치고 있었다.
 
그건 오랜만에 가족과 만났기 때문도 아니거니와, 생일에 판씨가 자수된 쿠션을 받아서도 아니다. 아니, 쿠션을 받았을때도 고동치긴 했지만, 그것과는 종류가 다른 고동이었다.
 
손목시계를 보니, 시각은 밤 7시를 가리키고 있고, 그와 만나기로 하기까지 약 1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와 만나는건 약 2년만. 일본으로 돌아온것도 2년만이지만, 내 안에선 일본에 온것이 덤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사교 파티에서 나갔고, 매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판씨를 그를 대신삼아 대화 예습도 했다. 무엇보다, 그런 태도는 절대로 보이지는 않겠지만.
 
나는 약속 시간까지, 역의 맞은편에 있는 찻집에서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밖에서 1시간이나 기다리는건 역시 싫었고, 찻집에서라면 그가 왔을때 바로 알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창측 자리를 확보하고 다즐링을 주문했다. 주문나온 다즐링을 마시면서 그의 성장했을 모습을 생각했다.
 
키는 얼마나 자랐을까.
그 눈은 여전히 썩은 상태인걸까.
변성기는 맞이했을테니, 어쩌면 머리카락도 정발료에서 정리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조금 어른스러워진 그와, 나는 제대로 대화할 수 있을까.
나도 그 무렵보다는 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성장했다고 생각해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개찰구에서 나오는 사람 속에서 그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겨우, 그와 만날 수 있다.
 
 
그와 만나고나서, 우선 가장 먼저 고맙다는 말을 하자. 와줘서 고마워, 추워하고 있을 그에게 말하자. 그리고 졸업식까지 삐쳐있던것도 사과하자. 그리고나서 평소의 농담을 하자. 만나지 못했던 약 2년간을 되돌리듯이.
 
 
잠시 후, 약속했던 8시가 됐다. 창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있잖아, 눈 같지"
 
그 말이 갑자기 머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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