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이 있어 - 역시, 초속 5센티미터인건 잘못됐다4
 
 
 
 
나는 포기하는게 특기였다. 아니, 지금도 그건 변함없지만, 중학교 시절은 특히 특기였다고 생각한다.
편의점이 없는 불편함도 포기했고, 맥스캔 커피를 마시는것도 포기했고, 친구만들기도 포기했다. 오히려  친구만들기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거, 뭔가 한 마리 늑대라는 느낌이라서 멋지고, 그리고 외톨이를 제재로 한 책까지 쓴다.
우리는 외톨이다. 친구는 아직 없다. 오히려 앞으로도 없다. 같은 책. 제명은 외톨짱, 같은 느낌.
 
……이야기가 틀어졌으니까 되돌리자.
 
 
아무튼 나는 포기하는게 특기였다. 코마치에게 배려를 받는것도 포기했고, 눈이 썩는것도 포기했다.
그런 나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게 하나 있었던걸 떠올린다.
 
지금, 그 녀석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까.
 
"오빠! 빨리 안 오면 이삿집 아저씨 와버려!"
 
1층에서 부르고 있을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나는 쥐고 있던 편지 다발을 조심스레 박스로 집어넣었다.
 
 
 
 
 
 
 
 
 
 
 
다해내질 못할 마음이 한 가득이었다.
눈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썩었다고 생각하고, 매력 포인트인 바보털은 거의 자고 있었다. 한번 보면 알 정도로 나는 침울해졌다고 생각한다. 뭐, 아는건 코마치 뿐이지만.
그래도 시간은 일정하게 지나가서, 나는 이사한 곳의 중학교에 입학했다. 자기소개에서 깨물어버린 끝에 중학교 데뷔를 포기한 나는 애니메이션 시청과 독서에 힘을 쏟았다.
 
때때로 그 녀석은 잘 지내고 있을까 생각은 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침울해하던 그 녀석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또 우울해지고, 일요일의 프리큐어를 보고 기운을 되찾는다. 그런 사이클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원래 초등학생의 대부분이 외톨이였던 나는 중학교 외톨이 생활도 신경쓰지 않고 보냈다. 원래대로 돌아온것 뿐이라고 생각하는것 만으로도 마음도 조금 가벼워졌다.
그런 생활을 보내고있던 중학교 1학년의 여름, 그 녀석에게 한 통의 공메일이 날아왔다.
아파트 집합 포스트 속에 우표 많이 붙인 편지를 발견하고, 그게 그 녀석에게 온 편지라는걸 알았을때, 내 마음은 기쁨보다 우선 당혹을 느꼈다. 어째서 이제와서 편지를 보내는가 하가ㅗ.
그래도 역시 기쁨도 있던 모양이라, 오늘은 별로 눈이 썩지 않네, 라며 저녁먹을때 코마치에게 들은건 애교다.
나는 방으로 돌아간 후, 그 녀석에게 온 편지를 몇 번이나 되읽었다.
'히키가야 하치만 님' 이라는 말로 그 편지는 시작했다. 그 녀석답다, 착실하고 예쁜 글자였다.
 
『격조하고 있습니다. 히키가야는 잘 지내고 있나요? 이쪽 여름도 덥지만 치바와 비교하면 훨씬 보내기 쉽습니다. 그래도 지금되어 생각하면, 저는 그 후덥지근한 여름도 좋았어요. 녹아버릴것 같은 뜨거운 아스팔트도, 떙볕 너머로 흔들리는 디스티니 랜드도, 더우니까 밖에 나가기 싫다고 생떼부리는 좀비같은 사람(?)도』
 
그 녀석다운 어른스런 문장 속아 네에게 하는 농담이 섞여있어서, 그 녀석이 그 무렵과 변하지 않고 있다고 나는 상상이 들었다.
그렇게까지 영어에는 부자연스럽지 않고 보내고 있다는것, 영어로는 『zombie』라고 쓴다는것,
나처럼 눈이 썩은 사람이 그쪽 나라에는 없다는것.
잘 읽어보니 5할이 나에 대한 농담이었지만, 문장에는 쓸쓸함이 보이지 않았고, 그 녀석이 새로운 생활에 바로 적응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조금 나를 쓸쓸하게 만들었다.
 
그 이래로 나와 그 녀석은 한 달에 한번 페이스로 편지를 주고받게 됐다.
그리고, 편지는 어느샌가 5통, 10통으로 늘어나, 내용은 5장, 10장으로 그 녀석한테 늘리라고 지시받았다.
하루의 사이클은 학교→애니메이션→편지 내용을 생각한다→수면→학교 가 되어가서, 가까이 있지 않아도 또 그 무렵처럼 그 녀서과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학교 2학년 겨울, 또 나는 봄에 이사하는게 정해졌다.
그저, 그 무렵과 달리 내 안에는 상실감이라는건 없었다.
있는건 이사 준비가 힘들다는 마음과, 맥스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환희와 유학에서 돌아온 그 녀석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조금의 기대감. 나는 재빨리 편지로 그 녀석에게 전했다.
 
그 녀석한테 대답은 평소보다 빨리 왔다. 거기에 조금 놀랬지만, 무엇보다도 새하얗고 간결한 편지지를 봤을때는 더 놀랬다.
그 녀석이니까 잊어먹었을리는 없을테고, 편지지가 찢어지지는 않았으므로 내용물이 떨어진것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성장하지 않은 것 같네, 라는 말이 암묵적으로 빈유네요, 라고 야유한것에 화낸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안을 확인했다.
안에는 한 장의 편지. 열어보니 장소와 일시, 그리고 반드시 오렴, 이라는 한 문장이 쓰여 있었다.
내 예정을 확인하지 않고 정했다는건 과연 얼음의 여왕. 나에게 예정이 있었으면 어떡할 생각이었던걸까. 뭐, 예정도 자존심도 없는 나는 한숨을 쉬면서 지갑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용돈만큼은 코마치한테서 사수해야한다고 마음에 맹세했다.
그 녀석에게 혼나는것 만큼은 참아줬으면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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