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이 있어 - 역시, 초속 5센티미터인건 잘못됐다.
"이거봐, 눈같아" 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아직 초등학생이라 초등생 가방을 매고 벚꽃 가로수를 걷고 있었다. 도로는 일면이 새하얗게 되어 있어, 조금 앞을 걷는 그의 검은 가방과 콘트라스트가 아이답게 예쁘다고 생각했다.
"이거봐, 눈같아"
"그런걸까"
이름에 눈이 들어가는 나는, 그가 눈이라고 말하는것 만으로 조금 두근거려서, 조금 무뚝뚝하게 대답을 했다.
"초속 5센티라는 모양이야"
조금 자랑스럽다는 얼굴로 그는 돌아봤다.
눈은 좀비같아서 도저히 까지는 아니지만 초등학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썩어있었다. 그래도 눈 이외의 부분은 가지런하므로 플러스 마이너스라고 하면 약간 마이너스. 그의 다정한 성격을 가미해서 플러스로 올릴 수 있는 정도.
"벚꽃잎이 떨어지는 속도잖아?"
내 말에 그는 분하다는듯 얼굴을 찌푸린다.
"초속 5미터는?"
"비가 떨어지는 속도"
"초속 1센티"
"구름이 떨어지는 속도"
젠장, 하며 끙얼거리면서 그는 앞을 향해 걸어갔다.
괴롭힘 당하고 있던 나를 엉뚱한 해결방법으로 구해준 그. 조금 비뚤어지긴 했지만, 나에게 있어 그는 틀림없는 영웅이며, 이렇게 함께 하교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행복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린애였다.
지식이 있든, 어린애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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