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이 있어 - 역시, 초속 5센티미터인건 잘못됐다.2
그의 존재를 확인한건 5학년 1학기였다.
"야야 왜 실내화를 갖고 가는거야?"
신발장에서 갑자기 말이 걸려왔다. 뒤돌아보니 정수리에 안테나를 세우고 눈이 썩은 소년이 있었다.
아마, 그냥 말을 걸어버렸다고 생각한다.
소년은 바로 씁쓸한 표정을 짓고, 아뿔싸, 하고 말하고 싶어한것 같았다.
"너하고는 관계없어"
나는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그는 그렇군, 이라거나, 방범 부저에서 손을 놔주지 않겠슴까, 라던가, 어어어째서 자세 잡는거야? 나 퇴치당하는거야? 라고 했던것 같은 느낌도 들지 않는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 때가 그와 만남이었다.
다음으로 대화한건 그리고나서 2주 정도 지났을 무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물건을 찾기 위해 교실로 돌아간날, 책상에 쓰여진 낙서를 지우기 위해 남아있던 그와 만났을 때다.
아마 이 날에 만났기 때문에 사이가 좋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걸레로 자신의 책상을 닦고 있었다. 아마, 급우들에게 낙서당한거라고 생각한다. 딱히 동정하지 않았고, 도울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하지만, 여자애가 감춘 신발이 청소용구 로커 안에 있다고 가르쳐준 답례와, 유성매직으로 쓰여진 『히키가야 균』이라는 문자를 지우는데 종이 사포를 쓰려는걸 보고 그만 참견하고 말았다.
"조리실에 있는 소독용 에탄올이라면 사포를 쓰지 않아도 돼"
그 말에 그는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머리 위에는 물음표가 떠있어보이는 그런 얼빠진 얼굴.
"소독용 에탄올이야. 어머, 미안해. 그래선 너도 사라지겠구나"
그 말에 그는 안 사라져, 라던가, 방범부저에서 손을 떼주지 않겠습니까, 등을 말했었지만, 내가 배웠던 합기도 자세를 취하니 기운차게 경례를 하고 조리실로 에탄올을 빌리러 갔다.
나는 그 후에 바로 돌아갔지만, 다음날 아침에 엇갈리면서 지나간 그에게 들은 고마워, 라는 한 마디로 낙서를 지웠다는걸 알았다.
그래도 그의 책상은 체육시간이나 쉬는시간에 조금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낙서를 당해서, 그 때마다 그는 남아서 지우고 있었다. 그리고 때때로 나도 돕게 되어서, 어느샌가 남아서 같이 낙서를 지우는게 알과가 되고 있었다.
그런 일학기도 끝나고 접어든 점심시간이었다. 손을 씻으러 갔던 내가 교실로 돌아오니 칠판에 나와 그의 이름이 쓰여지고 함께 쓰는 우산이 그려져있었다. 아마 늘 나를 괴롭히는 여자애가 했다고 생각한다.
급우는 하야마가 가엾어, 라거나 히키가야 균에게 오염된거야, 등 소란스러워서, 내가 낙서를 지우기 위해 칠판 앞까지 갔지만 어째선지 움직일 수 없게 되버렸다.
딱히 부끄러운건 아니었지만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딱히 부끄럽다는건 아니었는데.
거기에 그가 돌아왔다. 한 손에는 문고본을 들고 있어서, 아마 도서실을 갔던거라고 생각한다. 그는 말없이 칠판 앞까지 와서 말없이 낙서를 지우고, 멍하니 서 있는 내 손을 잡고 교실을 달려나갔다.
등 뒤로 급우들의 교성이 들려왔지만, 그는 무시하고 내 손을 잡았다. 자신에게 체력이 없는걸 알고 있었지만, 그 때는 피로는 없었다. 움켜쥔 그의 손에 가슴이 두근거려, 무슨 생각인걸까, 라던가, 방범부저를 갖고왔어야 했어, 라거나 수업이 시작해버릴거야, 라고 말했지만, 이대로 그와 함께라면 그 무엇도 무섭지 않다고 생각했다.
세게 쥐여진 손에서, 앞을 달리는 그의 빨개진 귀에서, 그걸 점점 확신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옥상까지 달린 후에 경찰만큼은 참아주세요, 라고 엎드려 빌기를 당해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마음은 2년간 색바래는 일은 없었다.
우리는 조금 떨어진 도쿄 사립 중학교를 같이 수험하기를 정하고 그는 열심히 공부하게 되어, 둘이서 보내는 시간은 점점 늘어갔다.
괴롭힘은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가방을 숨겨질때마다 그와 찾고, 그의 책상이 낙서될때마다 같이 지운다. 서로에게 선생님이 말해도 표면적으로 사그라들지 않는다는건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나는 그와 함께라면 다른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건 앞으로 올 새로운 중학교 생활을 위한 준비기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친숙해지지 않았던 초등학교 시절을 졸업하고 새로운 중학교 생활을 시작한다. 거기에는 이 내 마음 속에 있는 아련한 감정도, 좀 더 명확한 윤곽을 가지게 될거라고 생각했고, 언젠가 서로에게 좋아해, 라고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주위와 거리도, 그와의 거리도, 좀 더 적절한 것으로 변하여, 자신들의 세계를 크게 넓히고, 좀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감이 있었던걸지도 모른다.
손을 잡고 갈 배짱이 없는 그가 손을 잡았다는 것. 남자하고는 별로 관계가지려고 하지 않는 내가 그와 관계를 가진 것. 분명 서로에게 이별의 예감이 있었기 때문인걸지도 모른다.
결국, 나와 그는 다른 중학교에 가게 됐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 나는 그에게 전화로 그걸 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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