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
눈을 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은 방 안을 비추고, 밖에서는 새가 우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방의 밝기를 보는한 슬슬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될 시간일 것이다. 알람 시계보다도 일찍 일어나는건 왠지 자신이 대단해진 느낌이 든다…아닌가
평소라면 다시 잠을 재개하겠지만 전혀 잘 수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뭐, 늦잠자는것 보다는 낫지만.
 
자, 오늘은 시험 마지막 날인데, 왜 이번에는 이과 과목이 마지막에 있는건지. 그리고 왜 화요일인건지. 내일도 모레도 학교가 있고, 지금까지 컨디션 좋게 시험을 끝내고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여기에 와서 텐션이 떨어지는건 그만뒀으면 싶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날 부활동도 참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좋아하는 음식은 마지막까지 남겨두는 주의니까! ……라고 해도 누가 득본담, 이 이야기.
시험기간 중에는 역시 부실을 쓰지 않으므로 각자 공부하도록 말을 듣고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같이 공부한다고 했다. 코마치도 친구(타이시는 아니다)와 함께 하는 모양이다. 안정되는 나의 해브. 응, 알고 있었다.
하지만! 늘 있던 일이라서 방과후가 되면 집에서 공부하려고 생각했더니 사이카와 요시테루가 같이 공부하자고 말했다. 그걸 들은 나는 조금 울뻔했던건 비밀이다. 왜냐면 친구랑 공부하는건 처음이었는걸!
조금이지만 유키노시타가 유이가하마에게 다정한 이유를 깨달은 느낌이 들었다. 그거 기쁘지. 자신을 인정해주고 곁에 있어주는 존재는. 그렇다고 나를 막대해도 좋은 이유는 되지 않지만.
 
 
평소 일상. 조금 여러 일이 있어서 관계성은 조금 변했다.
하지만 싫지는 않고 오히려 마음속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 인생에서 처음 겪는 경험이다.
 
 
 
삐삐삣삐삐삣
 
어이쿠, 알람이 울어버렸다. 5분 정도 생각에 잠겨있던 모양이다.
솔직히 나른하지만 오늘 시험을 받지 않으면 부장님에게 노려보아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으므로 일어나야지. 자, 그 시끄러운 자명종을 꺼볼까.
 
 
 
 
 
 
 
?
 
 
 
 
 
 
 
어라?
 
 
 
 
 
 
몸이…
 
 
 
 
 
 
두근
 
 
"윽!?
 
악――――――――――――――
 
거짓말…이지…!?
 
몸에 힘이 들어간다, 가슴이 괴롭다, 심장소리가 몸속에서 격하게 울려퍼진다.
 
"하악, 아, 아악…!"
 
목 안쪽에서 타들어가듯이 숨을 내뱉는다.
옷 위로는 집어먹듯이 가슴을 움켜쥐며 이불 속에서 발버둥친다.
 
약 2개월 만의 발작.
처음에는 정신을 잃을뻔했지만 이번 발작은 아직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정신을 잃지 않은 만큼 괴로움은 이어졌다.
 
오빠-! 일어났어~?
 
…!
 
희미하게 코마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뿔싸.
이대로라면 코마치가 나를 깨우러 올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통통
 
아래에서 코마치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멈춰라, 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통통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삐삐삣삐삐빗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통통멈춰라멈춰라삐삐빗삐삐삣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멈춰라!
 
 
 
 
 
 
 
 
 
달칵
 
삐삐삣삐삐삣
 
"오빠! 아까부터 불렀으니까 대답 정도는…앗, 왜 그래 그 땀은 뭐야!?"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들어온 코마치를 보고 있었다.
발작은 이미 사그라들었다.
옷의 가슴팍은 심하게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에 주름이 잡혀버렸고, 땀을 전신에 흘렸기 때문에 옷이 달라붙어서 기분 나빴다.
 
"아, 아아 미안. 좀 코마치랑 사이카한테 미움받는 악몽을 꿨거든…"
 
"코마치가 오빠를 싫어하는 일은 평생 없을테니까 안심해. 그치만 정말로 괜찮아? 안색도 나빠보이는데?"
 
"걱정많네. 괜찮아, 코마치의 얼굴을 봤더니 기운 났어"
 
나름대로 있는 힘껏 괜찮다는 어필을 한다.
 
"땀 흘렸으니까 샤워하고 갈게. 너는 먼저 가줘"
 
"응. 그건 괜찮지만, 시험 있으니까 오빠 늦지 말도록 해"
 
의심하고 있는건지 걱정하고 있는건지, 미묘한 표정인채로 문을 닫고 코마치가 방을 나간다.
 
크게 심호흡을 한다.
긴장이 풀렸는지 그대로 뒤로 누워 침대에 쓰러진다.
 
위험했다. 조금만 더 빨랐으면 들킬뻔했다.
 
가슴에 손을 슥 대니 심장 고동은 일정 리듬을 새기고 있다.
발작이 방에서 일어나서 다행이다. 아니, 다행은 개뿔이지만. 학교였으면 농담으로 안 끝난다.
 
진정이 되서 갈아입을 옷을 들고 세면실로 간다.
거울을 보니 확실히 안색도 나쁘다.
불쾌한 땀을 흘렸기 때문에 입고 있던 옷을 세탁물 통에 던져넣고 샤워를 한다.
 
샤워기를 고정해서 땀을 씻지만 기분은 풀리지 않는다.
 
잊고 있던건 아니다.
각오를 하지 않았던건 아니다.
나는 기대하고 있던게 아닐까? 모두 나쁜 농담이라고.
이 양지에 있는 상태가 이어지는게 아닐까 하고.
하지만 실감이 들었다.
나의 병은 확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거실로 돌아오니 코마치는 이미 나간 후였다. 테이블에 준비되어 있던 아침을 먹고 집을 나간다. 시각은 8시 30분이었다.
 
 
 
"안녕, 잘 잤나. 히키가야 환자"
 
"안녕하세요"
 
평일 아침이라는것도 있어 대기시간도 없이 순조롭게 진찰실로 안내받았다.
 
"정기 건강진단 말고 네가 여기에 왔다는건…무슨 일이 있었지?"
 
"네……"
 
 
 
 
"그런가… 약은 매일 먹고 있나?"
 
"네. 제대로 먹고 있어요"
 
"그럼 됐어. 요즘 자신의 몸으로 컨디션이 나빴던 적은?"
 
"아뇨, 특별하게는…"
 
"그럼 최근에 격한 운동을 하거나 피로가 쌓인 일은?"
 
!
 
그렇다
테니스 시합…
작년보다도 체력이 없었던 느낌도 들었지만, 시합후 피로가 빠지지 않은것도 병 때문이었나.
설마 코마치를 배웅하러 가는것까지?
 
"짐작가는게 있는것 같군. 과연…"
 
그렇게 말하고 종이에 무언가를 술술 쓰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격한 운동은 자제하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체력이 줄어서 회복도 늦어지고 있어. 하지만 일상생활 정도라면 지장은 없을거야. 아마 이번 발작은 피로가 쌓여서 약해져서 온걸거야"
 
나는 지금까지 들을 수 없었던.
아니, 무의식 중에 알고 싶지 않았을 질문을 해봤다.
 
"…선생님, 저는 어떻게 되는건가요?"
 
"…괜찮겠나?"
 
 
 
 
말없이 끄덕였다.
 
 
 
 
 
 
 
 
 
 
 
그리고나서 가벼운 검사를 받고 병원을 뒤로 했다.
 
적당하게 자전거를 달리니 강변으로 나왔다.
둑에서 강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죽음…이라.
무섭지 않을리가 없다.
내심 부들부들 떨고 있을 것이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는 해도 자신이 어떻게 괴로운지 알았다면
역시 듣지 않는 편이 좋았을까. 새삼 후회해봐도 늦다.
 
 
 
부우- 부우-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이 진동하는 소리를 깨달았다.
 
휴대폰을 보니 메일과 전화가 몇 건인가 들어왔다.
아, 11시 반은 완전히 끝났네. 여러모로. 얼마나 생각에 잠겨있던거야.
 
학교가는걸 완전히 잊고 있었다. 코마치에게는 건강해- 어필을 해버렸으니까 컨디션 불량이라고는 할 수 없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근처까지 왔으니까 부활동 정도라면 나가도 되겠지. 그리고 오늘 아침 일을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보고해야지.
 
선생님에게는 메일을 보내고, 가까운 편의점에서 산 빵으로 점심을 마치고 학교로 향한다.
 
지금부터 가니 마침 HR이 끝난 참일까.
 
그러고보니 모두에게 변명을 생각해둬야겠군.
아마 유키노시타에게는 격하게 혼날 것이다.
 
학교에 도착하니, 교문에서 시험을 마치고 생생한 표정으로 학생들이 나가며 이후의 예정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걸 곁눈으로 교정으로 들어간다.
 
선생님에게 호출받은 곳은 교무실이 아닌 학생지도실이었다.
문을 노크하고나서 열자 있는 힘껏 잡아당겨졌다. 그리고 들어온 문도 바로 닫히고 문을 잠겼다.
 
"윽!?"
 
너무나도 갑작스러워서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선생님…?"
 
"히키가야! 살아있냐!? 학교에 와도 괜찮아!?"
 
"선생님, 진정해주세요. 제대로 살아있고, 지금은 이제 괜찮아요"
 
"휴대폰도 집도 연락이 안 되서 걱정했다"
 
"걱정 끼쳐서 죄송합니다"
 
 
 
 
 
부실 앞에 선다.
안에선 셋의 대화소리가 들려오지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선생님에게는 돌아가도 상관없다고 들었지만, 이렇게 온건 부장님의 설교덕분인걸까. 그 부장님에게 아마 매도를 얻어먹게 될 것이다.
유키노시타는
『어머 쓰레기가야. 시험은 진작에 끝났는데 뭐하러 왔니? 내가 가르쳤으니까 전력으로 시험을 받으라고 했을거야. 성적의 상하는 커녕 받지도 않다니, 최저한의 일도 못하는거니, 이 글러먹은 개는. 어머, 미안해. 개에게 실례였어. 그렇구나… 너를 표현하는 말을 찾을 수 없어. 사죄하렴』
이라고 하는
거기에 뭐라고 주장하지
『밤늦게까지 공부하고나서 두번 자버렸어』테헤페로
『오던 도중에 컨디션 나쁜 사람이 있어서 도와줬어』
『경찰에 취조당했어』
『종교권유가 끈질겨서』
 
응. 이거군.
아래 둘은 진짜로 있으니까. 그 탓에 히라츠카 선생님의 주먹을 먹었으니까.
 
부실 문을 연다.
 
"여어"
 
 
 
"힛키 늦어! 시험 끝났다구!"
"어머 쓰레기가야. 시험은 진작에 끝났는데 뭐하러 왔니? 내가 가르쳤으니까 전력으로 시험을 받으라고 했을거야. 성적의 상하는 커녕 받지도 않다니, 최저한의 일도 못하는거니, 이 글러먹은 개는. 어머, 미안해. 개에게 실례였어. 지구상의 생물에게 사과하면서 죽어주지 않겠니"
 
 
거봐 왔다. 대충 내가 예상한대로 말과 표정으로 유키노시타가 접・대
이건 이미 유키노시타 유키노 검정 1급을 딸 수 있는 날도 가까운걸지도 모른다.
제대로 대답도 생각해뒀으니까. 변명도 완벽하다.
 
 
 
 
 
"――――――――――――――――――――――――――――――――――――――――――――――――――――……"
 
 
 
?
 
 
입을 움직이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들이킨 숨을 뱉을 수가 없다.
 
 
빠직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뭐야…
 
설마, 충격을 받은건가?
왜?
방금전의 유키노시타의 말에?
 
머리속에서 재생되는 어떤 말이 무겁게 누른다.
 
『죽어주지 않겠니』
 
이 말이 빙글빙글 머리속을 멤돈다.
 
이런 말로?
이런 말은 지금까지 실컷 들어왔잖아.
외톨이였던 내가 새삼 충격을 받을 일이 있나
 
 
""?""
"…"
 
 
입을 다물고 있는 나를 이상하다는듯 본다. 빨리 어떻게든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안"
 
처음에 들이킨 숨에서 겨우 나온 말은 그것 뿐이었다.
 
"그, 그러니? 알면 됐어"
 
돌아오는걸 예상하고 있었는지 맥빠진 액션을 한다.
 
유키노시타는 평소처럼 저지른 나에게 화난것 뿐이다.
진심으로 말하는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건 내가 바란 걸테지.
들키지마.
평소의 나로 있어라.
마음을 흐트리지마.
도로 일어서.
언제였던가, 하루노 씨에게 들었던 말.
 
 
     『너는 마치 이성의 괴물이구나』
 
이성의 괴물…
그래.
이 정도로 동요해서 어쩌자고.
좀 더, 좀 더 마음을 강하게 조여매라.
결코 흔들리지 않도록.
진정해라진정해라진정해라…
 
마음이 흐트러진건 몇 초인가 몇 십초였지만 평정을 되찾았다.
 
 
 
 
 
 
 
 
 
 
 
 
 
 
 
 
 
 
 
 
 
 
 
차회 예고
 
 
거짓말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거짓말거짓말!
 
거짓말이야                            믿을 수 없어
믿지 않아
 
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거짓말거짓말거짓말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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