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치만 사이드 ~
 
"바, 반……?"
 
"그래, 반"
 
에, 뭐야 그거 모르겠어.
 
"……요컨대 톱을 갖고오면 돼?"
 
물리적!?
 
"아니아니. 이런거야"
 
누님은 내 얼굴을 고정하고, 서서히 키스했다.
 
"푸핫. 그리고 유키노도"
 
"으!?"
 
"응!?"
 
어, 억지로 키스, 라고!?
 
……왠지 여러모로 너무 놀라운데, 나. 아니, 놀랄 수 밖에 없지만.
 
"뭐, 뭐하는거야 언니! 이, 이렇게……억지로라니, 바란건……"
 
"어머? 그럼 유키노의 퍼스트키스는 몇 십년이나 뒤가 되는데?"
 
"저, 저기……"
 
이야기를 따라가게 해주세요.
 
"자아, 하치만!"
 
"넵!?"
 
"하치만은 우리 자매의 첫키스를 뺏은 장본인입니다. 그러니까 책임 쳐야겠어"
 
"……자살이든 뭐든 하겠습니다, 하하……"
 
"아니야. 하치만……양다리 걸쳐"
 
예상밖의 방향으로 갔다.
 
"양, 다리……? 그, 그건 남자로서……"
 
"못하겠어? 이런 미인 자매를 여친으로 삼을 수 있는데? 하렘이야, 하렘. 둘 모두 임신시킨다니, 에로게임이네! 아, 하치만한테 거부권은 없어. 거부하면 엄마한테 억지로 덮쳐졌다고 신고할거야"
 
어쩌지. 도망갈 길이 없어졌다.
 
확실히 이런 미인을 여친으로 만들면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괜찮은가, 정말로?
 
"유, 유키노는……싫지?"
 
"나, 나? ……오, 오빠가 좋다면……"
 
여기와서 몽땅 떠넘기기냐. 책임전가라고 하던가? 어라, 뭔가 아냐?
 
하지만 여기서 거부해서 어머니에게 알려져, 권력과 폭력으로 내 존재가 말소되는건……싫다. 절대 싫다.
 
"……하아……알았어. 양다리든 뭐든 하면 될거 아냐……"
 
"오오! 과연 하치만! 도량이 크네!"
 
"누님의 폭권에 익숙해진거야"
 
"……오빠"
 
"응? 읏"
 
쪽……

"……억지로 한 키스는 왠지……싫어"
 
"……미안. 그보다 누님이 사과해"
 
"안미☆"
 
때리고 싶다…….
 
"그럼 이색 커플이 됐으니까 데이트하러 가자!"
 
"우리들 학교"
 
"언니도 대학이지"
 
"괜-찮아. 언니는 졸업할 수 있는 단위를 벌써 따뒀으니까"
 
과연이라는 말로 부족하다. 그보다 나는 다음에 수학 떨어지면 진짜로 유급해버릴것 같은데…….
 
"이번주 토요일이면 돼? 토요일이라면 상관없는데……"
 
"아싸! 그럼 토요일이구나, 바이바이-!"
 
그러니까 집에 가는거 빠르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살 수 없어? 참치야?
 
"……그럼 일단 옷을 입을까. 얼른 하지 않으면 지각한다"
 
"그렇구나. 아침밥은 준비해뒀어"
 
"어"
 
유키노가 방을 나가고 나도 교복으로 가아입는다. ……잘 생각해보니 의붓남매가 둘이서 사는데 커플……꿀꺽.
 
이런 일이나 저런 일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건 사춘기 탓이다. 내 탓이 아니다.
 
 
 
 
학교에 도착해도 나와 유키노는 어제 일은 잊고 평소처럼 행동했다. 유이가하만 히라츠카 선생님이 얽혀와도 평소처럼 놀려댔다. ……아, 아니, 히라츠카 선생님은 딱히 놀리지 않았다. 진자라고?
그러니까 치켜든 주먹을 집어넣어주세요, 부탁하니다!
 
"하아……오늘도 지쳤다……"
 
"요즘 깨어있는 모양이고, 수학 점수도 오르고 있어?"
 
"글쎄. 오르면 좋겠지만, 내가 진지하게 수업 들을거라 생각해?"
 
수학에 관해서는 그러지는 않는다. 내가 수학을 진지하게 공부하는건, 아마 미륵보살이 나타날때까지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미륵보살이란 사람들을 구제할때 나타나는 부처인 모양이다. 하지만 일설에서는 56억 7000만년의 기간을 두고 지구가 태어나기 전에 구제를 위해 나타나, 지구가 소멸한 후에 나타나는 부처라는 모양이다. 그 동안에는 지구에 나타날 일은 없다고.
 
지구의 지금 나이는 45억살. 앞으로 약 11년 동안, 지구가 무사할거란 보증은 없다.
 
라며 머리속으로 잡학을 피로하고 있는 사이에 집에 도착했다.
 
"오빠, 먼저 샤워해도 될까? 체육해소 오랜만에 땀을 흘렸거든……"
 
"아아, 그보다 유키노가 체육에서 땀을 흘리다니, 무슨 수업이었어?"
 
유키노는 체력은 없지만 뭐든 가볍게 해치우고 마는 초인이다. 상대가 여자이며, 거기다 경험자가 아니라면 체육정도로 땀을 흘릴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늘 F반이랑 합동수업이었잖아? 나 테니스를 하고 있었는데……미우라가 덤벼와서……"
 
아-……그 때의 설욕이라는건가. 미우라는 꽤 원한을 품는 타입?
 
"그래서 결과는?"
 
"한 점도 뺏기지 않고 완벽하게까지 때려부쉈어"
 
과연 얼음 여왕님……불꽃 여왕님은 안중에도 없구나…….
 
"여느때와 달리 진심이었구나"
 
"그야 그렇지. ……오빠의 험담을 했는걸"
 
……어?
 
"오빠의 험담을 들어서 진심으로 상대해줬어. 후반에는 울상을 지었지만……끝난 후에 모두의 눈 앞에서 사과하게 했어. 나의 오빠를 모욕한 벌로서"
 
"오, 오오……"
 
예상밖으로 씩씩하잖냐, 유키노…….
 
"오빠한테 사과하러 오지 않았어?"
 
"아니?"
 
"그래……내일 테니스에선 안면에 트위스트 서브를……"
 
그거 어디의 왕자님이냐.
 
유키노가 샤워를 하는 사이, 나는 도중에 사온 MAX커피 한 다스를 냉장고에 넣었다. 얼마전의 일로 어머니가 사례금으로서 돈을 줘서 내 지갑은 가득하다.
 
아침에 말린 세 탁물을 꺼내고 개어둔다. 유키노의 속옷은……필사적으로 과거의 트라우마를 일으키면서 접어 번뇌를 쫓았다.
 
……핑크나 흰색이나 검은색이나……읏! 무슨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거야!
 
자기 몫의 옷을 들고 자실로 들어가 옷장에 넣는다.
 
"후우……남친여친이라……"
 
거짓말같으면서 진짜 이야기. 틀림없는 사실. 나랑 유키노시타 자매의 관계……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보통이 아니니까 불타오르는 사랑이라는건가.
 
하지만 뭐, 설마 나랑 그 사람들이 이런 관계가 될줄은 생각도 못했다. ……결혼은 어떻게 하지.
 
누님이니까 결혼은 생각하지 않았을것 같지만.
 
똑똑
 
"오빠, 나왔어"
 
"어"
 
방을 나가니 문 앞에 유키노가 있었다. 욕실에 들어가서 빨개진 얼굴. 매끄러운 머리카락.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카락.
 
……귀엽다.
 
"그, 그게……바, 밥 준비 할게"
 
"아, 아아. ……어 그게……머, 머리 묶었구나"
 
"으, 응. 더우니까……"
 
"그런가……귀, 귀여워. 잘 어울려"
 
"고, 고마워……"
 
젠장. 그 표정은 반칙이잖아.
 

 
"……후에?"
 
"……읏. 그, 그럼 들어간다"
 
무, 무의식중에 키스해버렸다. ……역시 부드러웠지……! 에에잇! 번뇌퇴산!
 
그 날 욕실은 몸의 피로를 푸는것이 아닌, 엉뚱한 망상탓에 정신적으로 지쳤다. 쓰러질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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