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와 그녀는 뒤바뀐다.
 
그건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겨울바람이 불어, 입에서 새어나오는 하얀 숨결이 본격적인 겨울의 도래를 고하고 있는 모양이다. 소부 고등학교에서는 임해부에 입지하고 있는것도 있지만,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이 유리창을 삐걱인다.
오늘 SHR쇼트 홈 룸이 끝났다.
그리 넓지 않은 교실을 빙글 돌아보니 잽사게 그룹을 만들어 떠들고 있는 사람, 부활동이 있기 때문인지 빠른 걸음으로 교실을 나가는 사람, 수험을 미리 염두에 두고 있는지 공부도구를 꺼내서 공부에 임하는 사람_각각 삼사삼색으로 방과후를 보내고 있다.
그런 교실 녀석들을 곁눈으로 나는 빠른걸음으로 교실을 나와, 부실이 있는 특별동으로 발을 옮겼다.
가던 도중에 "……앗, 힛키, 두고가지 마-" 라는 목소리가 들려온것 같았다. 같았던것 뿐이므로 딱히 무시해도 문제 없다. 만약 나중에 뭐라고 한다한들,
"앗, 미안, 못 들었어" 등으로 적당하게 대답하면 된다.
라고할까 왜 리얼충(웃음)들은 어디에 가면 모두랑 같이 가려는거야? 무서운거야? 아니면 외로움쟁이야? 그럼 혼자서행동하는 외톨이는 무서울게 없다는거네요. 외톨이 진짜 최강.
_등 죽을만큼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부실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여니, 평소처럼 유키노시타가 평소 앉는 위치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어머, 히키가야. 오늘도 썩은 물고기 같은 눈이구나"
 
부실에 들어오자마자 듣는 인사가 이거다. ……뭐, 늘 그렇지만.
 
"냅둬"
 
역시 이 대화도 익숙하다. 나는 평소 앉던 위치에 있는 의자에 앉아,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x x x
 
그리고나서 십 몇분. 특별히 대화하는것도 없이, 그저 책을 읽고 있었다. 팔랑, 팔랑,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울린다. 크게 창문 너머측에선 운동부의 소음이나 취주악부에서 경음악부인지 뭔지 허접한 소리가 들려온다.
……진짜로 여기가 무슨 부인지 잊을뻔했다. 말해두지만 여기는 봉사부다. 문예부도 독서부도 아니다.
 
"유이가하마, 오늘 늦네"
"그렇군"
 
또 어차피 미우라네랑 얘기하고 있던 걸테지. 라고할까 아까 그 녀석 "두고 가지마-?" 라고 안 했나? 그거냐? 미우라네가 재미있는(웃음) 토크를 해서 그만 참가했다거나?
 
"뭐, 조금 더 기다리면 오겠지"
"그래, 그렇ㄱ_"
 
 
그 때.
 
 
세계가 일그러졌다.
우선 시야를 빼앗기고, 이어서 청각, 감촉, 후각, 통각, 오감을 빼앗겼다. 그리고 그저, 오로지 아래로 추락하는 감각만이 남았다.
 
 x x x
 
"_히키가야"
 
현실세계로 되돌린것은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였다. 오감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신경계에 피가 통한다.
 
"……히키가야, 들리니?"
 
시야가 어렴풋하지만 보인다. 누군가가 자세를 낮추어 나를 보고 있는걸 알 수 있다. 시야가 또렷하지 않은 탓인지, 그것이 누구인가 까지는 파악하지 못한다.
일단, 손으로 주위를 탁탁 만져본다. 아릿한 감촉이 재기동 중의 모으로 바로 통한다.
 
"……아아, 들려"
 
그렇게 말하고나서 형용하기 어려운 위화감을 느꼈다. 목소리가 묘하게 높다. 딱히 가성을 냈다거나 목소리가 갈라졌다거나 그런게 아니다.
흐릿했던 시야가 선명함을 되찾는다. 그리고 시야에는_
 
 
걱정스러운듯 나를 쳐다보고 있는 【히키가야 하치만의 얼굴】이 있었다.
 
그 얼굴은 평정을 갖추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눈동자 속에 경악과 불안이 보인다.
내 눈 앞에 【히키가야 하치만】이 있다. 그럼 나는 대체 누구인가. 갑자기 전조도 없이 일어난 기절. 나를 쳐다보는 【히키가야 하치만】. 형용하기 어려운 위화감. 조각조각난 정보를 단편이, 한 점으로 수속되어 간다. 그 파편은 복잡하게 얽혀가고_그리고 나는 현재 상황을 깨달았다.
 
 
나,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뒤바뀌었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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