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렸다. 포기하자.
 
방과후가 되어 짐을 정리해 부실로 향한다. 그리고나서 잠시 생각을 해봤지만 관뒀다. 뭐랄까, 이거. 이미지가 솟지 않는다. 제출기한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천천히 생각할까.
 
드르륵
 
"여어"
 
"앗, 힛키! 쉬는시간 내내 나 무시했지!"
 
"히키가야, 너 남에게 무시받는걸 한탄하면서, 자신이 무시하는건 된다고 생각하는거니? 네가 무시 당하는건 상관없지만, 내 친구를 무시하는건 용서할 수 없어"
 
왜 교실에서 가장 먼저 나갔을텐데 유이가하마가 먼저 와 있는거야? 말도 안 돼……너무 빨라! 그리고 태연하게 유키노시타 씨의 데레를 받았습니다.
 
"유키노~옹!"와락
 
"잠깐, 유이가하마. 안겨붙지 말아주겠니"
 
네네, 싫지도 않잖아? 유루유리유루유리
어딘가의 누구씨가 "정말 좋네요" 라고 중얼거릴것 같군.
 
둘의 백합 공간을 곁눈으로 내 자리에 앉아 공부 준비를 한다.
 
"뭘 아무 일도 없었던것처럼 하려는 거니?"
 
아니, 나 알몸 에이프론 선배가 아니거든. 오히려 교복 에이프론 파. 응? 토츠카한테 에이프론 차림은 최고잖아! 다음 가정가 실습에는 참석하자.
 
"정말, 힛키 듣고 있어?"
 
"안 들었어"
 
"그~러~니~까~! 미술 과제! 뭐 그릴건지 정했어?"
 
"생각 중이야. 니들이야말로 뭘 그릴지 정했냐?"
 
"엣/// 마, 말할 수 있을리 없잖아! 힛키 최악!"
 
"히키가야, 성희롱이야"
 
"어째서!?"
 
"자아, 공부하자"
 
"오~!"
 
나만 없던일로 취급 당했다…모르겠네.
 
 
벅벅 샤프 펜이 구르는 소리와 유이가하마의 "으~응" 신음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어떻냐고? 수학 교과서를 보고 눈을 뒤집고 보살 얼굴을 짓고 있다.
 
"석상가야의 머리가 슬슬 못 써먹을것 같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도록 할까"
 
유키노시타는 홍차와 차과자 준비를 한다. 앞으로 5초로군. 4…3…2…1…

드르륵
 
"유키노 선배, 유이 선배, 오빠 얏하로-!"
 
너는 정말로 알기 쉬운 녀석이구나.
 
"코마치, 얏하로-"
 
"안녕"
 
"어"
 
코마치도 모여서 방과후 티타임이 시작된다. 라고해도 여자 3명이 떠들고 나는 묵묵히 책을 읽을 뿐이지만. 떠들썩하다. 코마치는 전용 컵을 상당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 내가 고른 선물 중에서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고 생각한다.
 
"있잖아! 내일 모레부터 골든 위크니까 다같이 놀러 가자"
 
""각하(야)""
 
"즉답이다!?"
 
"귀찮아"
 
"유이가하마, 너 일단 수험생이라는거 잊고 있는거 아니니. 이번달 후반에는 중간고사도 있으니까 느긋하게 있을 순 없어"
 
"에~ 그치만 하루 정도는 괜찮잖아~. 유키농은 나랑 놀고 싶지 않아?"울먹울먹
 
"그, 그건…아니지만"
 
쉬워! 물러! 너무 물러터졌어, 유키노시타! 이 녀석, 진짜로 가까운 사람에겐 무르구만. 너희들 둘 다 장래가 걱정이다.
 
"그럴때는 코마치한테 맡겨주세요!"
 
큰 목소리라고 할까 나에게는 불길한 예감이 삐질삐질 전해져온다.
 
"공부모임이에요! 유키노 선배가 감독으로 공부를 보고, 그걸 문제없다고 판단하면 놀러가면 되잖아요"
 
"그건 좋구나"
 
"그, 그치만 그거 상당히 엄한게…아니! 나 힘낼게! 유키농이랑 놀러가고 싶은걸!"
 
"오-. 힘내라-"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니. 너도 참가하는거야"
 
"어?"
 
뭐라고? 이 때만큼은 난청이 되고 싶다. 그보다 내가 참가하는 흐름 아니잖아. 언제 흐름이 바꾸니거야. UC라도 흘렸냐.
 
"히키가야, 실력고사 결과를 잊은거니? 학년말에는 겨우 60점을 받게 됐는데, 저번달 실력고사에서는 19점. 이건 내게 있어서도 굴욕적인 일이었어. 모처럼 가르쳐줬는데 한 달만에 잊어버린 기분을 알겠니? 너는 중간고사에서 학년이상의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조교해줄게"
 
시, 싫어~~! 더 이상 참치 눈알 젤리는 싫어~~!
 
"오빠, 힘내~"
 
"코마치, 너도 올거지?"
 
"어?"
 
"스스로 말한거니까, 사이 좋게 좋은 점수를 따고 싶잖니? 봉사부로서도 부원의 성적이 나쁜건 좋지 않으니까. 거기다 내가 착실하게 봐줄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 아니~ 코마치는 저기, 선배의 손을 번거롭게 할 수는~"뒷걸음질
 
덥석
 
"뭐어, 그러지마라 코마치. 여기는 유키노시타에게 기대자고"씨익
(너만 놓칠까보냐~! 니가 말한거니까 책임져라!)
 
"그, 그치만 코마치 친구들한테 배우려고 생각해서~"생긋
(이거 놔줘, 오빠! 그게,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도망쳐 라고 할 기회야!)
 
"유키노시타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가 있냐? 그럼 다음에 그 녀석 데리고 와라"생글생글
(이런 쓰잘데기 없는 일로 하고 싶은 대사 랭킹을 말할리 없잖아! 너 때문에 내 풍요로운 휴일이 날아갔잖아!)
 
"왜, 왠지 굉장한 오러가 보이는것 같아"
 
"성과없는 다툼을 하는것 같아"
 
"공부모임은 어디서 할까?"
 
"또 우리집에서 하면 될거야. 유이가하마의 집에는 개가 있고, 히키가야의 집에는 고양이가 있으니까 집중할 수 없어. 또 히키가야를 집에 들이는건 분하지만 제균하면 괜찮아"
 
(그건 유키농이 집중 못하는게)
 
"뭐니, 유이가하마?"
 
"으, 으응! 아무것도 아닌데!?"
 
"그러니. 코마치, 히키가야. 이야기가 정리됐으니까 이리로 와줘"
 
"어"
                      "싫어~ 놔줘~!"
나는 코마치가 도망칠 수 없도록 콱 잡은채로 자리에 앉는다.
 
"어떻게 됐는데?"
 
"토요일 10시부터 시작하려고 생각하는데, 불만은 있니"
 
"있다고 해도 의미 없잖아…"
 
"당연하잖니? 사회인사란다"
 
너는 변함없구나.
 
"있잖아, 유키농. 또 자고 가도 돼?"
 
"그래, 괜찮아. 하지만 멋대로 조리장을 쓰는건 허락하지 않을거야"
 
이전에 무슨 짓을 한거냐, 유이가하마!
 
"네. 반성할게요"시무룩
 
"유키노 선배! 코마치도 자고 가도 되요?"
 
"상관없어. 당연히 히키가야는 안 돼"
 
"하나하나 말 안해도 알아. 안그래도 공부 스트레스가 쌓여있으니까. 내가 있으면 쓸데없이 스트레스 쌓일거 아냐. 가끔은 걸즈 토크라도 즐겨라"
 
어느쪽이냐고 하면 내 스트레스가 맥스치라는 느낌이지만. 여성을 생각해주는 나는 진짜로 신사. 타치바나 선배급으로 신사다.
 
"되게 이해력이 좋구나. 뭐 숨기고 있는거  있니?"
 
"아니, 딱히?"
 
"""다우트!"""
 
그렇게 사이 좋게 목소리 합치지 마. 학급재판이 생각나잖아. 그건 재판이라기보다는 처형이었지만. 라기보다 요즘 너무 꿰뚫어보는거 아냐? 또 포커페이스 연습을 할까.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내가 너희한테 숨길리가 없잖아? 나는 솔직하다고"
 
"힛키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편이 더 드물어"
 
"너, 심하구만"
 
"그치만치만~ 오빠가 모르는것 뿐이지 숨기는거 다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구~?"
 
흠칫
 
"어라? 그 반응 수상한데~ 혹시 코마치가 모르는 사이에 새 물품이라도 사들였어?"
 
"그래서? 뭘 숨기고 있는거니. 에로가야"
 
"그 시점에서 상당히 좁혔지? 남자 고등학생의 성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오빠, 그거 자백하는거나 마찬가지야."
 
"아니, 나는 세간 사춘기 남자의 마음을 말이다"
 
"힛키만 그런거 아냐?"
 
"세간은 커녕 학급 관계자마저 관여하지 않는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출처는?"
 
"어이, 나만 에로한것 처럼 말하지마. 출처는 인터넷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그럴거라고 생각했어. 어쨌든 그런 성욕의 화신을 재울 수는 없어. 너는 밤에는 돌아가고, 다음날에 다시 올것. 알겠지"
 
"그거 엄청 귀찮은데"
 
"그러면 첫날에 수학을 마스터하렴"
 
"무리다…"
 
"포기하는거 너무 빨라! 괜찮아, 한번 경험했으니까 한번 더 할 수 있게 될거야"
 
"나로서는 두번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나서 부활동을 마치고 코마치와 돌아가 함께 식사, 같이 텔레비전을 보고, 같이 목욕을 하려고 해서 필사적으로 저지. 방으로 간다. 정말이지, 내 이성의 사슬이 끊기면 어쩔 생각이야. 요스가 찍냐?
 
 
 
 
물품을 확인하고 한번 더 정리한다.
 
후우…… 괜찮은듯 해서 안심했다.
코마치의 말을 들었을때는 심장을 움켜쥐여진 기분이었다.
 
뭐, 물품이라는건 나의 진단서지만. 이런 증거 덩어리는 얼른 처분하고 싶었지만 의사가 버리지 말라고 말한 이상, 버릴 수도 없다.
하지만 여기에 놔두면 들킬일은 없을 것이다… 왠지 플래그를 느낀다. 아니지?
 
 
 
 
 
토요일
오늘부터 세간은 골든 위크가 되어 가족끼리 여행이나 레저를 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나는 이런 쁘띠 연휴를 공부로 보내야하는거지. 퍼펙트 플랜(평소 휴일)을 위해… 도망친다! 그걸 위해서 한번은 얌전히 따르는 척을 하고 있었다고, 왓슨 군.
 
 
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막상 현관문을 열어보니 만면에 미소를 지은 유키노시타 님이
"아침부터 어디를 가는거니? 아직 집합시간까지 2시간 정도 있는데"
 
데뎅-, 하치만. OUT!
 
그리고나서 두들겨깨워진 코마치와 함께 유키노시타가의 차에 태워져 맨션에 도착한다. 유키노시타가 혼자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할리 없잖아? 츠즈키 씨도 고생이다아.
 
"그러고보니 유이가하마는? 어제부터 자고 갔잖아?"
 
"유이가하마라면 아직 자고 있어. 어제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했으니까"
 
흐-응 하며 적당한 대답을 하고 대화를 마친다. 여기서 무슨 이야기를 했어? 라고 묻지 않는 편이 좋다. 여자끼리 대화는 제대로 된건 없고, 기껏해야 매도당해서 입걸레, 가 아니라 걸레조각이 되는게 눈에 훤하다.
 
집에 도착해 거실로 들어간다.
 
으-음, 역시 몇번을 봐도 깨끗하네. 히라츠카 선생님도 이 정도가 아니라도 정리해줬으면 싶다.
 
"호에-. 언제 와도 깨끗하네요. 감동했어요"
 
"딱히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돼. 보통일인걸."
 
드르륵
 
옆방 문이 열렸다.
 
"후아~ 유키농 얏하로~. 어라, 힛키랑 코마치도 있어. 얏하로~"
 
너는 잠에 취해도 그 인사냐. 그러고보니 쌩얼 유이가하마를 보는건 처음이었나?
그리고 조금 흐트러진 파자마자 왠지 에로하다.
 
"어"
 
"유이 선배, 얏하로에요"
 
"유이가하마, 안녕"
 
잠시 눈이 몽롱했지만 정신을 차렸는지 부들 떨었다. 왜 그래? 감기냐?
 
"어어어어어어째서 힛키가 벌써 있는거야!?"
 
그렇게 어어어어 거려도 스탠드는 안 나온다.
 
"그가 아침 일찍 도망치려고 해서 붙잡아서 데려왔어"
 
"왜 유키농, 깨우고나서 가지 않았어!? 나 아직 자다 일어나서, 썡얼…… 힛키 보지마! 저리 봐! 꺄아아아아아아아아"///
 
파닥파닥 달려가버렸다.
 
"뭘 그렇게 허둥대는거야, 저 녀석?"
 
"하아. 나도 깨우지 않았던건 반성하지만. 너는 일부러 그러는거니?"
 
"오빠가 죄송해요"
 
그러니까 정말로 면목없다는 얼굴로 말하지 마! 모르는건 모른다고.
 
10분 정도 지나니 유이가하마가 울상지으며 돌아왔다.
 
"우으, 힛키한테 쌩얼 보였어…훌쩍"
 
"유이가하마. 미, 미안해"
 
"아-, 나도 왠지 미안"
 
왜 사과하는건진 잘 모르겠지만.
 
"유키농은 용서해줄게. 힛키는 안 돼!"
 
어째선데! 나는 불가항력이잖아
 
"하아~, 어떡하면 용서해줄건데"
 
"내 아침밥을 "진짜로 죄송합니다"엎드려 빌기
 거절하는거 빠르잖아!?"
 
"유, 유이가하마… 그건 좀…"
 
"유키농까지!?"
 
"이럴때는 맡겨주세요! 유이 선배들, 아침밥 아직이죠. 그럼 아침 만들게요! 오빠가"
 
"어이"
 
"으-응, 힛키가 만들어주면 용서해줄게"
 
"에- 귀찮아"
 
"전업주부를 지향하고 있으니까 네 실력을 보여주렴"
 
"왜 평소엔 내 꿈을 dis하는데 이럴때만 긍정하는거야"
 
"딱히 히키가야의 손요리를 먹고 싶다는게 아니야. 네가 전업주부를 지향한다고 하니까, 그 실력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잖니? 네가 장래에 될수 있는지는 별개로치고 맛보기 정도라면 상관없어. 거기다 공부하는 장소를 제공하고 있으니까, 너도 거기에 상응하는 일을 해줘야겠어"
 
"아-, 알았어. 만들면 될거 아냐, 만들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두면 좋았어, 오빠"
 
"맞아, 힛키"
 
 
"나참. 애시당초 유이가하마는 왜 화난건데. 쌩얼이라도 귀여우니까 상관없잖아"중얼
 
"""…"""
 
"아? 왜 그래"
 
"따, 딱히! 아무것도 아냐! 쌩얼 귀엽대///"
 
그렇게 고개 저으면 목 돌아간다.
 
"오빠,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
 
"……"빤히
 
"너는 뭘 노려보는거야"
 
"……딱히"
 
에리카 님 잘 받았습니다. 언젠간 할거라 생각했지만 했구나. 그리고 네 눈초리 엄청 무서워. 직시 못하겠잖아.
 
그런고로 두 사람 몫의 아침식사를 만들게 되버렸다. 유키노시타는 자유롭게 식재를 써도 된다고 해서, 쓰도록 하자.
 
 
 
 
요리 장면은 컷.
 
뭐, 감상을 종합하면 이렇다.
 
"힛키의 밥 맛있어! 나도 빨리 쫓아가야지!"언젠가 추월하면 좋겠구나.
"확실히 맛있지만, 너 불을 쓸때…"라며 진지하게 지도. 참아줘.
"응응, 평소 코마치가 정말 좋아하는 오빠의 맛이야! 앗, 지금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마지막 말만 없었으면 오빠 입장으로도 포인트 높았는데
 
라는 거였다.
 
아침식사 후 차를 마시고 있는 사이에 10시. 공부 타임의~ 시작이다~
 
기본적으로 각자 공부를 하고 있다. 나는 이과, 유이가하마와 코마치는 전체적으로 뭐해서 역할분담을 한다. 나는 문과를, 유키노시타는 만능속성이지만 이과계를 가르치게 된다.
한동안 그러고서 알았지만 유이가하마는 진짜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양이다. 질문 수준이 높았다. 이전에는 문장을 읽는데도 고생했는데. 코마치는 여전하지만.
그리고 나도 "여기는 전에 가르쳐준거의 응용이야" "그 썩은 머리를 풀 회전시키렴" "하아…" 의 매도 폭풍이다. 라기보다 한숨만 쉬어서 그만해! 무슨 말을 듣는것 보다도 정신적으로 힘들다!
 
유키노시타로 인한 간단한 시험 결과, 전원 불합격이었습니다! 테헷
아니, 평소 공부해서 조금은 늘었거든? 그 점은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싶다.
 
1일째 종료.
에, 그것 분이냐고? 그렇다고, 공부뿐이야! 5시 종료와 동시에 나는 쫓겨나서 돌아가고 있다. 도보로! 지금쯤 여자 셋이서 꺄아꺄아 우후후 백합 월드라도 전개하고 있겠지. 핫! 코마치는 안 돼. 코마치는 오빠만 봐주면 돼! ……나 병들었어? 실제로 병들었지만.
 
"다녀왔어"
 
아무도 없는 자택에 인사를 하지만 돌아오는 말도 있을리 없어 조용한 공간이 있을 뿐이다.
 
긴장을 풀기 위해 소파에 뛰어든다. 가끔은 혼자 있는것도 나쁘지 않다. 잘 생각해보니 혼자 있는 편이 많군.
…아니, 지금은 혼자가 아니었지.
냐- 울면서 카마쿠라는 내 배위에 오른다. 아니, 미안해. 완전히 잊고 있었어. 코마치가 먹이를 주고가서 다행이다.
 
카마쿠라는 내 배에 펀치를 날리며 밥을 재촉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 미안. 그 먹이 줄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저번달부터 카마쿠라에게 그 먹이를 주고 있다. 솔직히 지갑사정에는 엄하지만.
 
그리고나서 저녁, 입욕을 마치고 잔다. 평소라면 휴일인데 공부해서 지친 뇌를 쉬게한다.
 
GW 이틀째 아침. 습관이 된 방 청소를 한다. 이건 저번달부터 시작한 것이라 매주말에는 용건이나 피곤하지 않으면 방을 청소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조금이라도 코마치를 방에 들이지 않기 위해서다. 적어도 방 청소를 한다는 이유로 어질러질 걱정은 없어진다. 처음에는 "왜 그래 오빠!?" 라며 소란을 피웠지만 습관이 되니 "성장했구나아" 라며 아줌마같은 소리를 하게 됐다.
 
그런고로 공부모임 이틀째.
 
시험결과, 아슬아슬하게 불합격.
 
삼일째.
 
유이가하마의 우정(백합?) 파워의 기세 덕분인지 어떻게든 합격점을 받았다.
 
"아~ 겨우 끝났다~"풀썩
 
"코, 코마치도~"풀썩
 
"수고했어 힛키, 코마치. 나도 지쳤어."
 
"하아. 이 만큼 할 수 있으면 모두 시험에도 문제없을거라 생각하는데. 히키가야, 내가 이만큼 시간을 할애해줬으니까 점수를 못 받으면 용서 안할거야"
 
"압력걸지마. 괜찮겠지. 아마"
 
"괜찮을거야! 유키농이 가르쳐줬는걸. 반드시 좋은 점수를 따 보일거야!"
 
"코마치도 왠지 머리가 좋아진것 같아요. 고마워요, 유키노 선배"
 
어이, 나도 문과는 가르쳐줬으니까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해줘도 좋다고
 
"어떻게든 마지막 날에 맞췄으니, 놀러 가자!"
 
"그러고보니 그런 얘기 했었죠. 어디를 갈까요"
 
"그러게. 너무 멀리 가는건…"
 
너희들 기운차구만. 방금전까지 지쳐있었을텐데 벌써 내일 예정을 세우려고 하는건가. 지쳤으니까 쉬면 될텐데. 자, 내일은 뭘 할가. 일단 일요일에 녹음해둔 프리큐어랑 라이더, 히어로 시리즈를 보고나서…
 
"힛키, 내일 라라포트에 가게 됐어"
 
"그러냐. 다녀와라"
 
"어!? 힛키, 안 가?"
 
"어? 오히려 왜 가는걸로 된건데. 내가 없는데서 이야기를 진행했으니까, 처음부터 인수에 넣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너무 비굴해! 우리가 힛키를 따돌릴리 없잖아!
 
"그건 고마운 민폐구나. 나, 예정있거든"
 
"코마치, 뭐 들은거 있니?"
 
"아뇨, 오빠에겐 그런 대단한 예정은 없어요. 일요일에 히어로 타임이랑 프리큐어를 보는것 정도 아닐까요"
 
"따, 따따따딱히 그런거 아니거든? 애시당초 라라포트는 저번달에도 갔잖아. 이제와서 또 뭘 살건데"
 
"힛키, 너무 동요해. 으-응, 특별히 살건 없지만 왠지 모르게? 보는것 만으로도 즐겁잖아"
 
나왔다. 여자 특유의 보는것 만으로도 즐겁다는거. 아니, 살걸 정하고나서 가라고. 어울리게 되는 내 입장이 되보라고.
 
"우-, 힛키가 노골적이게 싫다는 얼굴 하고 있어…
 아, 그래! 허니 토스트야, 힛키. 허니 토스트 사줘! 약속했잖아"
 
"아-, 그러고보니 그런게 있는듯한, 없는듯한"
 
"너, 반년 이상 전에 한 약속을 아직도 지키지 않았니? 네 인간성은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인식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될것 같구나"
 
"이건 갈 수 밖에 없네! 오빠"
 
확실히 약속했지. 약속을 깨고서 작별이다, 하는것도 뭐하니까, 청산해둘까.
 
"알았어. 가면 될거 아냐"
 
"처음부터 그러면 된단다"
 
"너는 하나하나 내려다보는 시선이구만"
 
"아싸-! 힛키, 내일은 부탁해!"
 
뭐, 이 미소를 볼 수 있는것 만으로도 됐나.
 
그 날은 해산하기로 하고, 일단 집에 돌아가고나서 내일 또 역 앞에 집합하기로 했다.
 
 
 
다음날 GW도 마지막날. 마지막 휴일을 즐기려고 역앞에는 사람이 많이 모여있었다. 역 앞에도 이러니까 라라포트는 장난이 아닐거라 생각을 하니 자연스레 걷는 속도가 늦어진다.
 
"증말, 오빠 빨리 걸어. 분명 유키노 선배네 기다리고 있을거야!"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잖아. 집합시간에는 맞을거라고"
 
그나저나 왜 이 녀석들은 그렇게나 빨리 오는거야. 집합시간의 의미가 없잖아. 이러니까 일본인은 집합시간을 지키지 않는다고 듣는거야. 멋대로 빨리 오니까.
 
인파 속을 찾고 있으니, 통행이 적은 역의 기둥 그늘에 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또 헌팅이라도 당하고 있는지 모르는 남자 셋과 대화하고 있다. 게다가 분위기가 좋지 않다. 필시 저번 녀석들보다도 끈질긴걸테지. 그나저나 주위에도 적지 않은 사람이 있을텐데 보고 못본척을 하고 있다. 뭐, 귀찮은 일은 피하고 싶을테니까. 나도 아는 사이가 아니었으면 얽히고 싶지 않아.
 
하는 수 없다. 여기는 내가 간디의 마음을 갖고 평화적으로 대화랑 엎드려 빌기로 어떻게
 
짜악!
 
어느 정도 다가갔을때, 마른 소리가 들리며 움직임이 멈춘다.
 
나는 뭘 봤지?
저녀석은 지금 뭘 했지?
휘둘러진 남자의 손과, 쓰러지는 유이가하마.
저 녀석은 유이가하마를 때렸어?
남은 둘이 유키노시타를 구속한다.
둘을 만지지마.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평화적 해결? 그런건
분노로 어떻게 될것 같다.
마음 속의 시커먼 무언가로 매워지는걸 알 수 있다.
웃기지 마. 내 인생에, 저 녀석들의 일상에
방해를 하지마!
 
 
 
 
 
 
 
 
 
뿌직
 
 
 
 
 
 
 
 
 
무언가가 끊어진 소리가 났다.
 
 
 
 
 
 
 
자신의 오빠의,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표정에 코마치마저 몸을 움츠린다.
 
"오빠…?"
 
그는 조용히 다가갔다.
 
 
 
 
 
"야, 얼른 일어서라고!"
 
유이가하마의 팔을 붙잡고 잡아당긴다.
 
유키노시타는 쓰러진 유이가하마에 정신이 팔려 팔을 붙잡혀버렸다. 당했다고 생각했을때는 이미 늦어서, 합기도를 쓰기도 전에 구속당해버렸다.
 
(누군가! 유이가하마 만이라도 구해줘!
 히키가야…!)
 
 


 
"아?"
 
유이가하마를 잡고 있던 남자의 어깨를 누군가가 쳤다. 뒤돌아보니
 
뻐억!
 
"크어억"
 
남자의 얼굴에 주먹이 내려꽂혔다.
 
아무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굳었다. 나타난 인물은 바로 쓰러진 남자위에 올라타서 추가로 주먹을 휘둘렀다.
 
풀썩, 남자의 힘이 빠진듯 지면에 쓰러진다. 일어서서 유키노시타를 구속하고 있던 남은 둘에게 눈을 향한다.
 
오싹
 
두 남자 뿐만 아니라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그 눈에, 표정에 공포를 느꼈다. 그건 평소부터 보고 있는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눈을 하고 있었으니까.
 
"히키가야…인거야?"
"힛키…?"
 
그는 몸을 돌려 달려간다. 유키노시타를 잡고 있던 둘은 동료가 얻어맞은데다 도망친 남자를 쫓기 위해 유키노시타를 놓고 달려간다.
 
"거기서! 이 새끼야!"
"죽여버린다!"
 
그 뒤에는 남겨진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그리고 히키가야에게 쓰러진 남자만 남았다.
 
"유이 선배, 유키노 선배! 괜찮아요!?"
 
코마치가 달려온다.
 
"나는 괜찮아. 하지만 유이가하마가"
 
"나도 괜찮아. 조금 저리긴 하지만"
 
유이가하마는 자신의 뺨을 손으로 문지르고 있다. 붉게 부은곳이 아프다.
 
"방금전 그 사람은 히키가야…인거지"
 
"네… 저도 저렇게 화난 오빠를 보는건 처음이에요"
 
"그보다 빨리 힛키를 쫓아야해!"
 
"! 그렇구나, 얼른 가지 않으면 히키가야가 위험해. 유이가하마는 여기서 기다려줘"
 
"으응. 나도 갈래. 모르겠지만, 아까 힛키. 평소와 다른 느낌이 나서 안좋은 예감이 들어… 그러니까 가게해줘"
 
"아까 경찰을 불렀어요. 서둘러요"
 
"알았어. 가자!"
 
그리고 셋은 그를 뒤쫓는다.
 
그는 달리고 있었다. 역에서 벗어나 인적이 적어진다. 그리고 뒷골목에 들어가 모퉁이에서 그는 멈춰서서 쫓아오는 둘을 기다렸다.
 
그리고 모퉁이에서 목표를 시인하고 동시에 상대의 머리를 붙잡아 옆쪽 벽에 때려박는다.
 
퍼억!
 
"커헉!?"
 
남자는 갑작스런 일에 놀랬지만, 그런걸 생각할 틈도 없이 다시 벽에 부딪친다.
 
또 한명의 남자가 그를 폭행한다. 머리에, 복부에, 등에 몇 번이나 타격을 받지만. 그런건 상관없다며 2, 3번 내려 친다.
 
그리고 그가 손을 떼니,남자는 벽에 머리를 대면서 쓰러진다. 벽에는 남자의 피로 더러워져있었다.
 
남은 한 명.
 
그가 뒤돌아보니, 마지막 남은 한 명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나이프를 꺼내들고 서 있었다.
 
"오, 오지마! 이 괴물새끼가!"
 
그런걸로 내가 쫄거라 생각했나?
 
그는 날붙이는 신경쓰지도 않고 남자에게 접근한다.
 
"오지말라고 했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다닥
 
남자가 달리는것과 동시에 그도 달린다.
 
푸슉
 
뺨을 베이면서도 접근하여, 남자의 턱에 오른 주먹을 때려박는다.
 
딸랑
 
나이프를 떨어뜨리고 바로, 서있을 수 없게됐는지 남자도 쓰러졌다. 하지만 의식은 있는 모양이다.
 
나이프…라. 그대로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았으면 이 녀석들은 이걸 썼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나이프를 역수로 주어들어 움직일 수 없게 된 남자의 얼굴 바로 위로 든다.
 
"뭐, 뭐 할 생각이야? 그만해! 내가 잘못했으니까 살려줘!"
 
남자의 간원따위, 귀에 듣지도 않고 휘둘러내린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히키가야!!"
 
흠칫
 
콱!
 
나이프는 남자의 얼굴 바로 옆에 휘둘러졌다.
 
겨우 제정신을 차린 그가, 본 것은 발밑에서 실신한 남자.
 
그리고 뒤돌아보니 겁에 질린 세 명의 얼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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