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각

2014. 11. 16. 20:15

오늘 부활동 내용은 학교 청소활동이라는 반쯤 강제적 노동.
강제적으로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떠넘겨진 봉사부는 운동장에 와 있었다.
 
"왜 너희들까지 있는거야?"
 
하야마와 미우라도 체육복차림으로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우리들은 선생님한테 부탁을 받아서. 봉사부 모두도 부활동이야?"
"맞아. 오늘은 쓰레기 줍기랑 풀뽑기야~"
"나참, 그 선생님은 남을 멋대로 써먹고 말야"
"정말로 그렇다니까. 왜 나아가…"
"돕고 싶지 않으면 집에 가도 된단다, 미우라"
"하아? 뭐야 그 말투. 너 지금 뭐하자는 짓?"
 
견원지간인 유키노시타와 미우라의 말싸움이 시작했다.
전원이 또 시작하나 개의치 않았지만 아무리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
하아, 한숨을 쉰 후에 시원찮은 눈이 죽은 남자가 말을 했다.
 
"어이, 너희들 그쯤에서 그만해"
"어머, 히키가야. 방해하지 말아주겠니, 방해야"
"딱히 방해는 안 했어. 슬슬… "애시당초"
 
유키노시타의 표적이 히키가야로 변한다.
 
"애시당초 너, 앞뒤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건 좀 아니라 생각해"
"나는 지극히 평범하게 보내고 있는데?"
"평범? 그 폐인같은 생활이 너한테 있어 평범한거니. 참으로 궁상맞은 인생이구나"
"어이어이, 뭘 화내는거야. 생리냐?"
 
빠직, 그녀의 관자놀이에 주름이 생긴다.
무슨 생각을 한건지 꼭 잠가뒀던 체육복 지퍼를 내린다.
그러자 히키가야를 제외한 전원이 눈을 의심할 시선을 유키노시타의 목덜미로 향한다.
 
"이거 봐. 네가 붙인 멍이야. 이것 때문에 오늘 얼마나 내가 부끄러웠다고 생각하는거니?"
"딱히 곤란할 일 없잖아-? 당당하게 있으라고."
"한번 언니한테 들켜서 심한 대우를 겪었어. 오늘도 급우에게 얼마나…"
"일부러거든"
"뭐라고?"
 
완전히 말다툼을 하고 있는 둘만의 세계다.
 
하야마는 흠흠 재미있다는 얼굴을 하고, 유이가하마는 입에 손을 대며 둘을 교대로 번갈아보고 있다.
이건 기다리고 있어도 끝나지 않을것 같다며 미우라가 중재에 들어간다.
 
"자암깐. 애인자랑이라면 나중에 해. 청소가 끝나지 않잖아!"
"애인자랑? 미우라, 이거의 어디가 애인자랑으로 보이는거니. 이 히키가에루하고 애인자랑은 한 적이 없는데"
"맞아, 미우라. 그리고 이 녀석 좀 멈춰줘"
 
"어?"
 
어안이 벙벙해지는 미우라.
목소리가 나온건 미우라 뿐이지만, 전원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자각 없는건가…"
"무슨 말을 했니, 유이가하마?"
"아, 아니이. 일단, 청소하자. 유키농"
 
겨우 운동장 제초랑 청소를 시작한 일동.
상당한 면적이기 때문에 전원이 뿔뿔이 흩어져 각자 범위를 맡아서 하기로 했다.
 
2시간 후에 한번 휴식하기로 했지만, 그 둘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 녀석들 빼먹은거 아냐?"
"아까전에는 깜짝 놀랐지~ 설마 그 둘이"
"전부터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좀 보러 가볼까"
 
돌아보고 있으니 나무그늘 안쪽에 그들이 앉아 있었다.
 
"다들 아직 작업하고 있잖아."
"슬슬 휴식 시간일거야. 나중에 합류하자"
"어. 그보다 화났어?"
"딱히…"
 
홱, 고개를 돌린다.
 
"미안"
 
몹시 상냥한 표정으로 사과하는 그는 시선을 돌리고 있는 유키노시타에게는 알 수 없다.
히키가야가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나 싶어 셋은 숨을 삼켰다.
 
 
"여성의 앞에서 생리라는 소리 하지마"
"아아, 미안"
"그리고 멍 붙인것도 애시당초"
"미안"
"정말로 알고 있는거야?"
"네가 싫어하는 짓은 안해"
"…치사해//"
 
극히 자연스럽게 손이 이어졌다.
 
"얘, 히키가야"
"왜?"
"아까는 자랑할 생각은 없었지만… 지금은 저기, 조금만 해도…될까?"
"아아, 비밀로 해둘게"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히키가야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올린다.
그리고 그는 유키노시타의 손을 보다 강하게 쥐었다.
 
 
"사이 좋은것 같네"
"내버려둘까."
"왠지 짜증나는 리얼충이네"
 
 
이 후에, 둘 다 잠들어버리고 그걸 발견한 히라츠카 선생님이 폭발하여 일이 늘어난건 또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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