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연인이 되어도 잘못한다.
"――하지만, 연인이라면 되어도 좋아"
여름방학 직전. 방과후 봉사부.
내가 평소대로 친구가 되지 않겠냐고 물으니까 유키노시타도 또한 평소대로 내 말을 기다리지 않고 거절한다.
관례, 약속처럼 전개가 정해진 질문과 대답. 정해진 정형문에 안전을 구하며, 변함없는 대답에 안도를 느낀다.
누구나 변화하는것에 공포를 느낀다. 새로운 관계로 진전하고 싶지만, 자신이 상처입을 가능성을 무엇보다 싫어한다.
변하는건 무섭다. 그것이 외톨이와 리얼충이 공유하는 몇 없는 감정 중 하나였다.
하지만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무서워하지 않는다.
안전과 포장된 길로부터 등을 돌려, 위험을 돌아보지 않고 미개척지를 지향하는 강함을 갖고 있다.
그녀의 흔들림없는, 강고한 의지로 인해,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연인이 됐다.
――
나, 히키가야 하치만은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침대 위에서 주마등처럼 여름방학 데이트를 떠올린다.
학교 안에서 시끌벅적한 리얼충이 주간마저 거리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여름방학에 돌입했다.
주위 시선따위 신경쓰지 않고 꺄악꺄악우후후 불쾌음을 흩뿌리는 모습은 매미의 울음소리 이상으로 성가시다. 우리들은 지금 청춘중입니다, 라며 주위에 즐겁게 어필을 하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그걸 듣는 청중은 견딜수가 없다.
그 점에서 외톨이는 소음은 물론, 애시당초 외출도 하지 않고 현대과학의 은혜인 쿨러로 심두멸각을 하기 때문에, 남들에게 폐를 끼치는건 전혀 없다. 즉, 외톨이는 지구에 상냥한 생물이라는 것이다. 아, 하루종일 냉방을 켜고 있으니까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고 있는건가.
그런 지구에 다정한 외톨이 대표인 나는, 올해 여름도 매년대로, 자택에서 유의미하게 보낼 예정이었다. 그래, 과거형이다.
여름방학까지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을 무렵, 무슨 인과인지 나와 유키노시타……유키노는 사귀기 시작했다.
연인관계가 된 직후 여름방학이다. 기대하지 말라는 쪽에 무리가 있다.
기쁘고 부끄러운 꺄아꺄아우후후 하며 나도 마침내 리얼충이다 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뭐, 결국 여름방학에 들어가도 아무일도 없지만"
땡볕 아래, 책방으로 가기 위해 아스팔트를 걸으면서 땀과 함께 한숨까지 흘리고 있다.
그래, 그게 말야. 여름방학에 들어간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연락 하나도 오지 않는다구요. 라기보다 나는 유키노의 연락처조차 모른다는 사실. 때때로 동생 코마치하고는 연락을 하고 있는데, 남친인 내가 연락처조차 모른다는건 무슨 소리냐. 학교가 끝나기 전에 묻지 않았던 내가 나쁘지만.
"현실을 봐라, 하치만. 연인이 되었다고 해서, 무언가가 바뀐다고는 할 수 없다고"
유리보다도 무른 내 론리 하트가 부서지지 않도록, 자기암시를 걸고 있으니 목적지인 책방에 도착했다.
냉방을 튼 가게 안은 마치 다른 세계. 급격한 온도변화 때문인지, 피부에 꽂히는 차가운 공기는 유키노에게 경멸의 시선을 받을때 같다. 무의식중에 예시마저 유키노가 되다니, 나는 얼마나 유키노를 신경쓰고 있는걸가. 연인이 되어서까지 스토커라고 불리지는 않겠지?
다시 나의 론리 하트가 자극받고 있을때, 시야에 비친것은 책을 들고 있는 유키노시타 유키노…….
"마침내 나는 망상을 구현화하는 힘, 기가 로마니액스를 손에 넣어버렸나. 아니, 하지만 나는 디소드 갖고 있지 않는데"
"하치만, 입을 닫아주지 않겠니? 네 더러운 숨결로 가게가 오염될거야"
틀림없는 진짜 유키노다. 숨을 쉬듯 나를 까는 눈 앞의 미소녀를 구현화할 수 있을 만큼, 내 마음은 강하지 않다.
라고할까, 야. 나는 아무리 그래도 네 남친인데, 이 쓰레기같은 취급은 뭐야? 하치만의 히트 포인트는 이미 제로라고?
"여름방학에 들어가고나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유키노시타는――"
"유키노시타?"
"――유, 유키노는 여전히 책을 좋아하는것 같아서 대단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네"
뭐야 이거 엄청 무서워. 체감온도가 2, 3도 내려갔어.
남친여친이 되고나서 처음으로 부탁(명령)받은것이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었다. 익숙치 않은건 수줍어서 "유키노시타"라고 부르면 지금처럼 길가의 돌맹이를 보는 듯한 냉혹한 눈동자로 노려본다.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하는 달콤한 부탁이라면, 조금 더 부끄러워하거나 귀여운 태도를 보여줬으면 싶다.
"그, 그래서 유키노는 뭐하러 왔어?"
"책방이니까, 책을 사러온게 뻔하잖니? 너는 그 정도도 이해할 힘이 없는거니? 머리에 구더기라고 생긴거니?"
"거짓말이다!"
"……갑자기 발광하다니, 너 정신에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니? ……미안해. 정신이 병들어있기 때문에 친구 하나도 없는거구나"
"남에게 질문해놓고 멋대로 자기완결하지마. 나는 눈은 썩어있지만 정신은 지극히 정상이랄까, 전업주부를 지향하는 견실함을 생각하면 다른 누구보다도 뛰어나다고 해도 좋다"
구더기, 라는 단어에 무심코 드립을 끼워버린것 뿐이다. 이게 히라츠카 선생님이라면 무턱대고 금속 빠따를 들고 "이 멍텅구리가아아아아아!" 라며 소리지름녀서 때려줄거다. 어라, 나 죽는거 아냐?
"정정할게. 정신이 썩어있구나"
"어이, 잠깐. 썩어있는게 해악이라고 결론짓지마. 낫토도 썩은거지만, 일본인의 아침식사에 뺄 수 없는 필수품이다. 설령 썩어도 호의를 갖고, 필요시 되고 있다. 즉, 정신이 썩어도 나쁘다고 결론짓는건 좋지 않아. 내 정신은 정상이지만 말이다!"
"또 묘한 억지이론을 부리고……"
유키노는 어이없다는 시선을 나에게 향한다.
그 "너는 언제 죽는거니?" 라는 시선에 견디지 못해, 내가 시선을 책장으로 돌리니, 유키노가 지쳤다는듯 한숨을 쉰다.
"더 이상 너와 문답을 해도 시간과 체력 낭비네. 나는 갈게. 하치만도 너무 가게에 오래 있어서 민폐를 끼치지 말도록 해"
"나는 있는것 만으로 불행을 부르는 빈곤신이냐. 라고할가, 오늘은 평소 이상으로 신랄하구만. 뭐야? 들고양이 사진 찍으려고 했더니 도망친거냐? 아니면 펫샵에서 고양이를 안으려고 했더니 회피당한거냐?"
"어째서 내 기분나쁜 이유가 전부 고양이 관계니?"
그야 너, 남친 앞에서 보여주지 않는 좋아 죽는 얼굴을 고양이를 상대로는 전력으로 보여주잖아.
나의 탁한 눈동자로 하고 싶은 말을 눈치챈건지, 유키노는 의문을 하지 않앗다는듯 이야기를 계속한다.
"특별히 기분 나쁜건 아니야. 만약 그렇게 느낀다면 그건 네 눈이 썩었기 때문이 아니니? 그럼"
두고가는 선물마냥 매도를 남기고 유키노는 책방을 뒤로했다. 말하고 튀기냐.
유키노의 독설에 당해, 탈력감이 몸을 덮친다. 잠시동안 유키노가 나간 출구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대로 이렇게 있어도 소용없다며 의식을 책방으로 되돌린다. 그러자 책장에서 비집어나온 책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아까 유키노가 들고 있던 책인 모양이다.
또 난해한 책이라도 읽고 있는건가?
신경쓰인 나는 그만 책장에서 비집어 나온 책을 손에 든다. 특별히 경계할것 없이 표지를 확인하니,
『연애초심자를 위한 10가지 법칙』
"쿨럭!?"
무심코 뿜어버렷다.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999대미지!
잠깐잠깐 진정해라 나. 즉, 평소 이상으로 매도가 심했던건 연애초심자 책을 사려고 하던 장면을 들켰기 때문이고, 유키노도 나랑 연인다운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거라고?
……알까보냐!
좋으면 좋아할 수록 입이 험해지다니 무슨 귀축 게임? 나는 유키노의 마음을 읽을 수 없으니까 태도로 보여주지 않으면 모른다고?
한동안 머리를 안고 끙끙. 점원에게 기괴한 눈으로 응시되었지만, 그런 시선은 평소부터 받고 있어서 익숙하므로 효과는 없다. 어라, 슬프지 않은데 눈물이 나오네?
나는 연애초심자 책을 구입하고 잽싸게 책방을 나왔다. 외톨이에게 연애책을 서서 읽을 용기는 없다.
책방을 나올때, 가게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이 빨개진것처럼 보인건 분명 여름의 더위 탓이다.
――
『하지만, 조금 도와주겠니?』
여름방학. 유키노가 유이가하마의 애견, 사브레를 떠맡게 됏다.
원래 사브레를 떠맡고 있던건 나(정확하게는 코마치)였지만, 우리 집고양이, 카마쿠라와 생활로 사브레가 컨디션을 무너뜨려서 대신에 유키노가 떠맡게 됐다.
개와 고양이.
인간들도 좋아하는 녀석, 싫어하는 녀석 등 여러 관계가 있다. 같은 동물이라도 종류가 다르면 그야, 상성이 좋고 나쁜것도 있을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인간에게 미움사고 있지만.
아무튼 이걸로 사브레의 문제가 해결됐지만, 모든 장해가 없어진건 아니다.
남은 문제. 그건 유키노가 개를 거북해한다고 하는, 사브레를 맡는데 가장 있어선 안 될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은 『개가 거북한게 아니야. 그저 특기가 아닌것 뿐이야』라고 하지만, 세간에선 그걸 거북하다고 부른다.
사브레를 건내러 갔을때도, 케이지 안인데도 몸을 움찔거리며, 어찌된 일인지 손을 허공에서 종횡시키고 있었다.
받아내는 단계에서 이 모양이다.
필사적으로 허세를 부리며 『하치만, 조금 도와주겠니?』라고 도움을 요구하는건 필연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심술궂게 "후후후, 도와줫으면 싶어?" 라고 골려줄까 생각했지만, 10배로 돌아올것 같아서 그만둿다. 나, 확실하게 엎드려 빌게 될테니까.
이렇게해서 나와 유키노는 해가 저물기 시작할 무렵에 사브레를 산책시키고 있었다.
"주, 줄은 이렇게 잡으면 되니?"
"오-. 그거면 문제 없어. 제대로 잡아. 놓지 않도록만 해둬"
줄을 조심조심 들어, 어색한 태도를 보이는 유키노.
처음 만났을때부터 무서운걸 모르고, 두려운건 아무것도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만큼, 유키노가 무서워하는 모습이라는건 귀엽게 보인다. 이것이 남친의 시선이라는건가? 무심코 입가가 히쭉히쭉 풀어지고 만다.
"비열하고 탁한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주겠니? 징그러워"
전언철회. 남친여친이 되든 유키노는 유키노다.
연인은 뭘까? 여친에게 매도당하는 남친이라는 소리? 아니면 여왕님과 부하 관계의 대명사? 이젠 영문을 모르겠어.
울상을 지어서 "석양이 눈에 스몄다"라는 변명을 쓰기 위해 저무는 태양을 쳐다보고 있으니, 꾸욱, 살짝 소매를 잡아당겨진다.
당겨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유키노에게 돌려보니, 그녀는 붉어진 뺨을 감추듯 시선을 내리며,
"저, 저기, 조금 말이 지나쳤어. 미안해. 이래보여도 나는 너를――"
유키노가 망설이듯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때 "컹!" 하며 기운찬 소리를 지르며 갑자기 사브레가 달렸다.
"꺅!?"
당연히 줄을 잡고 있던 유키노도 끌려가서,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뻔한다.
"유키노시타!"
나는 찰나 유키노를 안아서 잡는다.
지금, 유키노시타라고 잘못 불렀는데, 화 안내겠지? 보통, 라노벨이나 애니메이션에서는 평소엔 성씨로 부르는데 갑작스런 사건에 놀라 이름으로 불러버려서 서로 두근두근거리는 전개 아냐? 아무래도 내게 주인공으로서 적성은 없는 모양이다.
"읏……!"
내 팔 안에 폭 들어간 유키노의 얼굴이 서서히 붉은색으로 변화해간다. 현재 상태를 착실하게 인식한 모양이다.
"……"
"……"
서로 시간이 멈춘듯 움직이지 않는다.
연인이 되고나서도 껴안은 적도 없었다.
바보개 굿잡! 라며 사브레의 파인 플레이를 칭찬하고 싶은 참이지만, 막상 껴안고 있으니 생각외로 긴장을 한다.
외톨이는 고독을 사랑하는 인종이니까, 이러한 접촉에는 익숙하지 않다. 나의 커뮤장애가 이런데서 뒷통수를 칠 줄이야. 본래라면 조금 더 감촉이나 냄새를――아무것도 아니다.
머리속이 혼란해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나와 어떤 정신상태인지는 모르갰지만 귀까지 새빨개져서 미동도하지 않는 유키노.
갑자기, 살며시 등 뒤로 돌아간 손에 두근, 심장이 뛰었을때.
"거기에 있는건 유키노시타랑 히키타니?"
침묵을 깬것은 언제나 제 3자다.
말을 걸어온건 나의 반 상위 카스트에 소속하는 에비나 히나.
나와 유키노는 그녀의 등장으로 황급히 몸을 떼어 등을 맞댄다. 아니, 정말로 타이밍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할로할로~. 그보다 지금 둘이서 껴안았어? 혹시, 사귀고 있어?"
"아니, 그건……"
"그래. 사귀고 있어"
횡설수설 말이 나오지 않는 나에 비해 유키노는 당당하게 여왕의 선언처럼 굳세게 대답했다.
나, 남자로서 존엄 제로네. 전혀 관계없지만, 제로는 한자는 이렇게나 멋지게 보이는걸까. 바하무드 영식이라던가, 엄청 멋있다.
이렇게 똑바로 대답할줄은 생각 못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에비나였지만, 그것도 잠깐이어서 평소처럼 헤쭉 웃는다.
"그렇구나~. 축하하고 싶지만, 조금 아니, 상당히 쇼크! 히키타니는 분명 하야토에게 밀쳐쓰러져서……그흐흐흐"
저기, 그 침묵에 어떤 의미가 있는거야? 하야마한테 밀쳐쓰러져서 어떻게 되는데? 싫다, 듣고 싶지 않아.
므핫-, 하며 혼자 흥분하던 에비나였지만, 갑자기 평소 보여주지 않는 자연스런 미소를 짓는다.
"그런가, 유키노시타구나. 나, 히키타니라면 잘 사귈 수 있을지도 몰랐는데"
"어이어이, 그런 농담을 하지마. 여, 여치, 여친 앞이라고"
좋아, 이번에는 제대로 말했다. 나는 남자로서 작은 자존심을 되찾는다.
깨문건 어쩔 수 없다. 인간은 익숙치 않은 단어는 좀처럼 말할 수 없는거다. 귀한 음식을 좀처럼 입을 댈 용기가 없는거랑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지금 깨물어버린것도 어쩔 수 없다.
에비나는 평소대로, 썩은 미소를 짓고 안경을 흐린다.
"그치만그치만! 세상에는 NTR(애인뺏기)라는게 있어서, 아직 희망은 남아있으니까! 그흐……"
그 희망은 내게 있어 절망이거든. 에비나 진짜 초고급 부녀자.
부길(腐吉)한 단어를 남기고 에비나는 우리와 헤어진다.
고작 짧은 만남이었는데, 체력을 송두리째 가져간 느낌이다. 썩은 남염물질이라도 흩뿌리고 있는걸까.
"……"
옆으로 시선을 옮기니 유키노가 남을 죽일듯한 날카로운 시선을 에비나의 등으로 향하고 있었다. 진짜 영웅은 눈으로 죽인다고 불사신 영웅이 말했던것 같은데, 얼음의 여왕도 눈으로 죽일 수 있는걸까?
어째선지 차가운 노기를 뿜고 있는 유키노. 나는 니트로 글리세린을 폭발시키지 않도록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얘, 하치만. 너 아까 유키노시타라고 불렀지?"
시한식이냐. 늦었잖아.
나는 이 후에 절대영도의 공간에 맨몸으로 내던져진 상황에 세워졌다, 라고만 설명해두자.
――
"오빠도 유키노 언니도 전혀 연인답지 않아요!"
마침내 여름방학도 반이 꺾었다.
아직 남은 반이나 있다고 낙관시하고 있지만, 이제 남은 반밖에 없다며 여름방학 숙제에 손을 대기 시작는가의 갈림길이다. 물론, 나는 아직 남았다며 숙제에 손조차 대지 않았다.
여름방학은 잔서가 엄한 여름을 쉬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즉, 여름에 공부나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자택에서 내가 소파에 뒹굴고 있는것도, 여름방학의 본분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해서 열심히 내가 여름방학을 만끽하고 있으니, 코마치가 입을 시옷자로 굽히며 질문해왔다.
『오빠. 이번 여름에 유키노 언니랑 데이트 갔어?』
나는 물론 대답했다. 여름은 쉬는거라고. 그게 본래 여름방학의 보내는 방식이라고.
하지만 그 해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코마치는,
『오빠, 옷 갈아입어. 지금부터 코마치는 오빠를 연행합니다!』
필사적으로 저항을 시도해보는 나를 억지로 끌고나와, 어째선지 이전부터 신세를 지고 있는 맥으로 데려가졌다.
그리고 현재.
"……왜 있어?"
"……그건 내가 할 소린데. 코마치한테 전화가 와서 『꼭 와주세요! 안 그러면 오빠는 못 드려요!』라고 하니까"
어째선지 기다리고 있던 유키노와 논쟁을한다.
"잠깐. 내가 없는데서, 어째서 내 소유권이 오가는거야?"
"어머? 너의 지금 주인은 코마치지? 그럼 그녀에게 소유권을 양도받는건 평범할텐데"
"대뜸 내 인권을 없애는거 그만두지 않겠어?"
자택내의 히에라르키가 밑바닥이라고는 해도, 인권까지 놓은 기억은 없다.
"오빠도 유키노 언니도 샤랍! 자리에 앉아주세요!"
평소대로 나와 유키노가 소모전을 나누고 있으니, 코마치가 억지로 이야기를 끊고 착석을 재촉한다.
아무래도 오늘 코마치는 정서불안정인 모양이다. 하! 설마 첫 생리? 팥밥을 지어야지!
"자, 거기 오빠. 기분 나쁜 얼굴 하지 말고 앉아"
"하다못해 기분나쁜 표정이라고 해줘"
"그래? 지금 그건 정확한 표현이야. 그 썩은 물고기같은 눈이 특히"
"유키노 씨? 내 악담할때만 희희낙락거리면서 끼어드는거 그만두지 않겠어?"
저기, S야? 초 S야? 전생에는 노예를 괴롭히던 여간부입니까? ……채찍을 든 유키노의 간수복. 굉장히 잘 어울릴것 같아. 하아, 경멸받으며 밟히고 싶어. 핫! 나는 지금 뭘?
마음 속으로 1인극을 연기하면서 코마치의 옆에 앉으니,
"네, 오빠 아웃-!"
어째선지 아웃 카운트 당했다.
에, 뭐야? 아웃이라니, 나 지금부터 엉덩이 빠따 맞는거야?"
"왜 그러니, 코마치?"
"태연하게 있는 유키노 언니도 아웃이에요! 어째서 연인인 오빠랑 유키노 언니가 옆에 안 앉는거에요?"
코마치의 의문에 나와 유키노는 눈과 눈을 마주치며,
""특별히 필요하다고 생각 안하니까""
"안 돼요! 전혀 안 돼요! 오빠도 유키노 언니도 전혀 연인답지 않아요! 연인 포인트 제로는 커녕 마이너스에요!"
뭐가 불만인걸까, 코마치는 좌우 허리에 양손을 대며 분개한다.
그런데 연인 포인트는 뭐야? 코마치 포인트의 아종이야? 엄청 닭살이 돋을법한, 간지러운 포인트구나.
"코마치는 두 사람이 연인이 되어서 기뻤다구요? 그 유키노 언니가, 이렇게 얄궂은 소리만 하는 비뚤어진 오빠랑 사귀어줘서, 코마치 기쁜 나머지 울었다구요. 오빠의 시커먼 미래에 빛이 들어왔다구요"
"어이, 코마치. 유키노와 사귀기 전의 내 미래가 끝난것 처럼 말하지마"
"끝났었잖니? 그대로 인생을 걸었으면, 장래 실가에 기생해서, 빌붙어 살면서 방해꾼 취급 받는끝에 쫓겨나, 코마치에게 키워지면서도 그녀도 결혼하고 가정을 갖고, 너는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내지 못해 고독한 끝에 목을 맬거잖니?"
"뭐야 그 묘하게 리얼한 미래? 그런것까지 유키페디아는 아는거야?"
코마치가 결혼? 오빠는 절대로 허락못해!
팡팡팡, 코마치가 테이블을 두들기며 우리들의 시선을 모으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맞아요, 기뻤는데, 에요! 오빠랑 유키노언니는 연인들이 보내는 청춘의 대명사인 여름방학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데이트에 가지 않았다는건 어떻게 된거에요!? 연인으로서 의욕이 없는거에요?"
절실히 여름방학에 대해 말하는 코마치. 뭐야, 연인은 의욕이 없으면 안 되는거야?
얼마전에 『연애초심자를 위한 10가지 법칙』을 읽었지만, 그건 노력 안에 들어가는걸까.
《① "하아, 하아, 저기, 끝만, 끝부분만 넣을게" 라고 하면서 덮쳐누른다》
《해설 막 사귀기 시작한 연인은 원숭이니까 괜찮아!》
『괜찮지 않아, 살해당한다!』라며 책에 딴죽을 넣엇을 뿐이었는데. 문제 없는걸까.
진짜, 절대로 이 출판사의 책은 읽지 않는다. 즉각 절판이 되래. UOG 출판.
"그런고로 코마치는 생각했습니다! 오빠랑 유키노 언니의 연인관계 진전계획을!!"
뭐야 그 인류보완 계획같은거. 내용 스위트 냄새가 굉장한데, 어감이 굉장히 멋지다.
맥에서 개최된 연인관계 진전 계획 킥 오프 미팅에서 며칠후 점심.
나와 유키노는 예비교의 빈 교실에서 테이블을 사이두고 앉아있었다. 책상 위에는 유키노가 만든 두 개의 도시락을 두고.
"일단 코마치에게 들은대로 도시락을 만들어왔는데……"
"어, 어어. 미안"
나도 유키노도 코마치에게 지적받은듯 연인다운 짓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연인다운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아, 안절부절 진정을 못한다.
이렇게 된것도 전부 코마치의 계획이다.
『우선 풋풋한 연인답게 유키노 언니가 만들어온 도시락을 둘이서 먹어봐요! 다행히 오빠랑 유키노 언니는 같은 예비교를 다니니까, 점심이라면 같이 먹을 수 있쬬?』
그렇게 말하며 비효율, 낭비, 의미가 없다 등 나와 유키노가 클레임을 해도 코마치는 일절 듣지 않고, 접수처 누나처럼 반짝이는 미소로 강행했다.
그리고 현재. 연인이라는 관계를 의식한 상태로 점심을 먹게 됐다.
연인과 단 둘이 빈 교실에서 여친이 만든 도시락을 먹는다. 이거 무슨 리얼충?
그렇게 생각한 순간, 닭살이 돋앗다. 틀렸다. 내가 리얼충이 됐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나, 정신과 육체 양쪽, 근본부터 리얼충을 싫어하는구나.
"그, 뭐냐. 일단 먹을까"
둘이서 손을 대지 못해, 점심을 못 먹었습니다. 라는 얼빠진 전개는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유키노가 준비해준 도시락통에 손을 뻗어 가져오려고 했찌만,
"……"
"유키노. 손을 떼"
어째선지 유키노가 도시락통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 건내지 않겠다는듯 힘을 넣고 있다. 나보고 도시락을 먹지 말라는건가? 보여주려고 왔다는건가?
여기까지 오면, 유키노의 S는 병적인게 아닐까 의심한다.
병명:유키농
증상:반한상대를 항상 괴롭힌다
남자 초등학생이냐.
"역시 이 도시락을 먹는건 그만두자. 밖에서 뭐 사올게"
"그렇게 아까운 소리마. 먹을걸 함부로 해선 안 된다고 엄마한테 안 배웠냐?"
덧붙여 나는 안 배웠다.
우리 가정 교육은 어떻게 된걸가. 미인국이나 선물교환에 신경을 쓰는 등, 쓸데없는 교육은 하는데, 일반가정이 하는 정상적인 교육은 안한다거나. 나에게 대한 사랑은 없는건가. ……없구나.
"자"
"앗"
마음속으로 히키가야가의 가정내 사정을 말하면서 유키노로부터 도시락통을 빼앗는다.
강인하게 도시락통을 빼앗긴 유키노는 불안한 모습으로 곁눈으로 힐끔힐끔 이쪽을 쳐다봤다.
유키노는 뭘 신경쓰고 있는거지?
유이가하마와 달리 유키노는 요리를 잘한다. 그것도 상당히 맛있다. 따라서 맛있는지 아닌지 불안하다는 이유는 아닐 것이다. 본인도 『레시피대로 만들면 맛있게 만들 수 있어』라고 호언하고 있으니까. 뭐, 그 레시피대로가 유이가하마에게 있어선 어려운거지만.
유키노의 불신한 태도를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유키노로부터 빼앗은 도시락통을 연다.
"………………………………………………………………………………………………………이건!?"
안에 봉인되어 있던건,
『하트 소보로 도시락』
하치만, 침묵.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건 이런 상황을 가리킨다고, 나는 처음으로 실감햇다.
"그, 거는! 코마치에게 들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할까, 만들기는 했지만 갖고 오는것도 고민했, 는데, 네가 말한대로 먹을걸 함부로 해선 안되니까, 그러니까……읏"
주절주절 횡설수설 변명하는 유키노.
유키노의 뺨은 붉고, 그 태도로 보아 필시 부끄러워하는걸 감추려고 하는게 훤히 보였다.
그러니까 도시락통을 건내지 않았던건가. 소보로로 하트가 큼직하게 그려진 러브러브 도시락을 보여주는게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증거인멸을 꾸몄다고.
한번 각오를 했더니 고집을 부려서라도 관철하는 유키노치고는 보기 드문 행동이지만, 자신의 의지 이상으로 수치가 커져버린걸테지. 받은 나도 부끄럽고.
이거, 친구와 같이 먹을 수 없지. 나는 친구가 없으니까 괜찮지만. 나는 친구가 적다니 뜨뜻하다.
나는 각오를 굳히고 젓가락을 들어 떨리는 손으로 애처 도시락을 먹기 시작한다.
애처 도시락? 우오오옷, 스스로 애처 도시락이라고 생각했어. 끝없을만큼 부끄러운데!
"……평범하게 맛있어"
겉보기는 정신적으로 대미지를 먹었지만, 맛은 여전히 코멘트하기 곤란할만큼 맛있었다.
"그러니"
무뚝뚝한 대답을 했지만, 얼굴을 자세히 보니 기쁜듯 미소짓고 있는게 보였다.
유키노의 보기 드문 온화한 미소, 그만 넋이 나가버리니 "뭐니?" 라며 고개를 갸웃거려서 황급히 먹는데 집중했다.
평소, 독설인 주제에 난데없이 보여주는 표정이 귀엽다거나, 이게 속칭 말하는 독설데레, 약칭 독데레라는거겠지. 그런게 있겠냐.
저 수치 도시락(명명:나)을 다 먹은 후, 나와 유키노는 오후 수업이 있기 때문에 빈 교실 앞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딱히 연인으로서 헤어지는게 아니다. 일본어는 복잡하네.
"그럼 갈게, 유키노"
"그래, 너의 인간성이 조금이라도 향상하기를 빌게"
"유감스럽지만 예비교는 학력 향상이 목적이지, 인간성은 오르지 않아"
몇분 전까지 좋은 분위기였는데, 이제 독설여왕님의 강림이다. 만약, 이게 이별을 아쉬워하는 츤데레라고 한다면, 유키노야말로 그 비둘어진 성격을 고쳐줬으면 싶다.
……『하치만, 사랑해~』라며 데레데레한 목소리를 한 유키노를 상상했더니 두통을 느꼈다. 아무래도 나는 데레농을 받아들일 수는 없을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연인으로 사귀면 되는거야?
내가 이후 유키노와 교제방법을 생각하고 있더니, 등 뒤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너, 이 후에도 수업 받는거야?"
"난데없이 이런 질문을 한것은 카와, 카와, 카와뭐시기. 어라? 이름 뭐였더라? 팬티가 검은 레이스였던건 기억하고 있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어, 아, 어"
말을 더듬으면서 어떻게든 대답을 한다.
"그래. 그럼 또 봐"
카와뭐시기는 그것만 묻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통로를 걸어갔다.
아니, 정말로 이름 뭐야?
"……"
내가 필사적으로 카와뭐시기의 이름을 생각하고 있으니, 유키노의 표정이 얼음맺혀있는걸 깨달았다.
왜 그래, 이 애? 카와뭐시기 싫어했나?
――
"연인관계 진전 계획 제 2탄! 다음은 영화관이야, 오빠!"
영화관.
암흑 속에서 흐르는 영화에만 집중하여, 고독을 즐기기 위한 공간.
결코 연인끼리 사랑을 나누는 장소는 아니다. 참견을 하며 "그만해-"나 "싫어-" 같은 말다툼을 하는 곳은 결코 아니다.
그건 유키노와 연인이 된 지금도 변함없다.
"나는 뒤에서 내려다보면서 보고 싶은데"
"나는 앞에서 집중해서 영화를 보고 싶은데"
""……""
"야, 거기! 태연하게 떨어진 자리 티켓을 사지마! 연인관계 진전이라고 했짢아? 어째서 거기서 떨어지는거야!?"
코마치의 숙제를 돕눈 여름방학 종반.
나, 유키노, 코마치는 저번에 이어서 연인관계 진전 계획의 제 2탄으로서 영화관에 왔다.
『연인이라면 영화는 당연히 보러 가야지!』라는 코마치의 편견으로 가득찬 의견을 따라 영화를 보러 왔지만, 영화를 보기 전부터 코마치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딱히 옆에서 보든, 떨어져서 보든 차이없잖아. 결국 영화라는건 혼자서 보기 위한거야. 옆에서 누군가가 있다고 해서 무언가가 변하는것도 아니니까"
"그러훅나. 오히려 어둠 속에서 화면 빛으로 흐릿하게 비치는 하치만을 보면 기분 나빠서 영화에 집중할 수 없는걸"
"유키노, 동의하는것 처럼 말하면서 나를 까는 고급 테크닉을 쓰지마"
하마터면 매도당하는걸 눈치 못챌뻔했다.
"쩡말, 오빠도 새언니도 삐줍이라니까. 아, 지금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
"그래, 지금 상당히 포인트 높아"
"어이, 새언니라고 불린것만으로 적극적인 자세가 되서 흥분하지마"
이쪽까지 부끄러워지잖아.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뺨을 상기시킨 유키노를 시야에 넣으면서 코마치는 이거야 원, 하며 어깨를 으쓱이며 한숨쉬었다.
"역시 오늘은 따라온게 정답이었네. 둘만 갔으면 같이 보러 온 의미가 없는 상황에 빠졌을거야"
오늘, 그래도 데이트인데 코마치가 따라온것은 나와 유키노가 제대로 연인답게 행동을 하는지를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뭐야 그거, 어디의 시어머니? 라고 생각 못할것도 없지만, 자리순이라는 첫단계부터 잘못밟은 우리들은 아무말도 할 수 없다.
아니, 하지만 말야. 영화는 혼자서 보는거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같이 왔다고 해도 무리하게 옆자리에서 볼 필요는 전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옆에 앉아서 조용하게 영화관 안에서 작은목소리로 얘기하면 다른 손님에게 폐가 될지도 모른다. 즉, 영화는 혼자서 봐야하는 것이다.
내가 영화를 혼자 보기 위한것이라고, 절실하게 말하여 코마치를 달래려고 시험해봤지만,
"아- 네네. 그런거 됐으니까 얼른 옆자리 티켓을 사와, 오빠♪"
생떼를 부리는 아이를 달래듯이 듣고, 억지로 한 가운데, 옆자리를 사게 됐다.
"……자"
"고마워"
약간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유키노에게 구입한 티켓을 건낸다.
그걸 본 코마치는 만족스러운듯 끄덕이고,
"그거야말로 연인이야! 그럼 나는 뒷자리에서 볼테니까, 오빠? 오늘 테마는 '연인답게'야!"
그렇게 말을 남기고 코마치는 잽싸게 영화관 안으로 들어간다.
어이, 함께 온 의미 어디갔어.
유키노의 왼쪽에 앉아, 나는 코마치의 추천 연애영화 『역시 내 청춘 러브 코메디는 잘못됐다.』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감상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비뚤어진 남자 고등학생이 봉사부라는 부활동에 들어가, 초 S인 미소녀 부원과 함께 부실로 가져오는 여러 의뢰를 해결로 이끌어가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들은듯한 이야기가 많아, 서두만으로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이 생겼다.
하지만 이 주인공, 리얼충을 싫어하고 있지만 학원 제일의 쿨한 미소녀와 단 둘이서 부활동이라니, 옆에서 보면 네놈도 리얼충이잖아, 라고 소리 질러주고 싶어진다.
진짜로 리얼충 폭발해라.
이렇게해서 내가 영화에 공감을 느끼거나, 살의를 느끼고 있어도 특별히 변하는건 없다. 역시 옆자리든 떨어져있든 연인다운 영화 보는법은 없는 것이다.
그래, 내가 자신의 지론이 올발랐다는걸 실감하고 있으니 오른손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앗다.
뭐지? 뭐가 닿은거야?
닿은것이 무엇인지 몰라 시선을 오른손으로 내리니, 유키노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겹쳐져 있다는걸 깨닫고, 무심코 소리를 낼뻔했다.
위험했다. 하마터면 영화관 내에서 큰소리를 내서 주위에 폐를 끼친 손님으로서 군중의 시선을 모을뻔했다. 나는 그런 자극이 강한 시선은 못 견딘다고?
"……"
유키노에게 시선을 향하니, 영화에 집중하고 있는지, 이쪽의 현재 상황을 깨닫는 모습은 없다.
어쩔 수 없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이름을 부른다.
"유키노? 유키노? 유키노 씨?"
전혀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다. 얼마나 영화에 집중하고 있는거야.
나는 손을 푸는걸 포기하고, 유키노의 손을 벗겨내려고 행동으로 이행한다.
겹쳐진 손을 움직이려고 한다.
↓
하지만 세게 손을 쥐여져서 움직이지 않는다.
↓
비어있는 왼손으로 유키노의 손을 벗기려고 한다.
↓
하지만 꼬옥, 유키노의 가는 손가락이 나 손과 얽히어 벗겨지지 않는다.
……어이, 어쩌라고.
나는 그 후에도 유키노의 주의를 끌려고 뺨을 가볍게 만져보거나, 유키노의 손을 벗겨내려고 그녀의 귀에 숨을 불어넣어 보는등, 생각이 나는 온갖 수단을 시험해봤지만 결과는 참패.
결국 오른손에 유키노의 온기를 상영중 내내 느끼며 영화를 볼 참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땠어? 연인이랑 같이 본 영화는?"
떨어져서 영화를 보고 있던 코마치는 흥미진진하게 우리들의 진전을 물어온다.
영화 하나 같이 본 정도로 무언가가 변하는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상영중 내내 느끼고 있던 유키노의 손의 온기를 떠올리며, 코마치로부터 시선을 피해 중얼거렷다.
"역시 영화는 혼자 보는거지"
결국 영화 내용은 기억하지 않는다. 만약, 연인끼리 모두 영화관에서 이런걸 하고 있다면, 역시 영화는 혼자서 보러 와야하는 것이다. 영화관에 온 의미가 없다. 어둠 속에서 시시덕거리고 싶다면 남친 집으로 가라.
유키노도 나와 같은 의견인듯,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렇구나. 영화 내용이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아서, 굳이 보러 온 의미가 없었어"
어딘가, 열이 오른듯한 유키노는 뜨거운 숨결을 내쉬며 뺨에 손을 댄다.
뭐야? 어떻게 된거야? 이쪽이 필사적으로 겹쳐진 손을 벗기려고 했는데도, 영화에 집중한 탓에 전혀 깨닫지 못했으면서, 영화 내용이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았다니…….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는 어떤 의혹을 유키노에게 품는다.
"혹시 유키노. 너"
"……"
유키노에게 의념의 눈빛을 향하자, 유키노는 나의 시선을 깨닫고 슥 시선을 피하고만다. 그렇기 때문에 이쪽에서 보낸 예쁜 라인을 그리는 목덜미가 잘 보여서, 피부가 빨갛게 물든것도 잘 보였다.
이 녀석, 상영중에 일부러 내 손을 잡고 있었겠다? 정말이지, 입으로는 독설을 퍼부으면서, 행동은 날마다 데레로 변해가니까, 사귀고 있으면서도 유키노는 솔직하지 않다.
연인답지 않다. 우리들의 대답을 들은 코마치는 잠시 체념한 표정을 지었지만, 일변하여 반짝이는듯한 미소를 짓는다.
"오늘만으로 이런 상태인걸. 역시 오빠는 코마치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네! 지금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
"딱히 높지 않아. 무엇보다 나는 아싸 마스터다. 혼자 있는데 아무 괴로움도 없거니와, 애시당초 혼자서든 뭐든 해내는 성능을 가진 남자라고"
평소처럼 코마치에게 경쾌한 남매 토크를 하고 있으니, 유키노가 턱에 손을 대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왜 그래? 유키노?"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하치만. 내일 하루 시간을 비워주겠니?"
나는 아무 의문도 갖지 않고 유키노의 제안을 받았다.
――
그리고 나, 히키가야 하치만은 여름방학의 주마등에서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침대 위에서 눈을 뜬다.
"어쩌다 이렇게 된거야……"
어째선지 유키노의 침대에 밀쳐쓰러져, 게다가 수갑까지 채워져있다.
무얼 어떻게 잘못한거야. 어제까지 확실하게 데이트를 했고, 서로 즐기고, 이렇게 될 기색은 먼지만톨도 없었을텐데. 나는 꿈속 세상에 헤매어들고 만건가? 치바에 있는 꿈의 나라로 헤메어 들어가는 편이 나았다.
내 복부 위로 올라타, 차가운 눈동자를 엿보는 유키노에게 얼굴을 향한다.
"유키노, 어째서 이런 짓을. 이유를 말해라, 이유를"
"이유? 그렇구나, 굳이 말하자면 나랑 사귀고 있는데, 다른 여성에게 호의를 끌고, 인중을 늘리고 있으니까 일까"
"에, 인중이라니, 아니 잠깐잠깐잠깐잠깐! 늘리지 않았어, 전혀 안 늘렸어! 너는 나의 뭘 보고 있던거야!?"
생트집이 장난아니잖아!
"그러니? 뭐, 가령 인중을 늘리지 않았던게 사실이엇다고 해도, 복수의 여성으로부터 호의를 끄록 있는건 확실해. 유이가하마, 에비나, 카와사키. 코마치는 남매니까 넘어가줄게"
"이상하지 않아? 그 녀석들은 급우라는 오브라이트에 있는 단순한 남이잖아? 유이가하마는 봉사부 부원이고. 에비나나 카와사키하고는 또 다르지만, 나한테 반하는건 말도 안 돼!"
그렇게 단언하는 내게 유키노는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역시, 틀렸네. 이대로라면 걱정이야. 나, 이 문제를 방치하면 분명 질투로 어떻게 되버릴거야"
"아니, 되버린다니"
이미 어떻게 되버렸으니까 이 상황인거 아냐? 아니면 이것보다도 심한게 있어? 유키노의 변신은 아직 두 번 남아있는거야?
"지금부터 네가 다른 여성에게 눈짓을 주지 않도록, 기성사실을 만들게"
"기성사실이라니, 어이, 유키노? 유키노 씨? 기다리라고 말했――"
천천히 의복을 벗어, 눈처럼 하얀 피부를 드러낸 유키노에게 나, 히키가야 하치만은 저항도 하지 못하고 덮쳐졌다.
그 행위는 해가 저물때까지 이어져, 아직 느낀적이 없는 쾌락에 몸을 맡기면서도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내 청춘 러브 코메디는 잘못됐다. 라고.
――
~ 그 후, 커피 타임 ~
"마킹 완료"
"유키노, 이건 남자랑 여자의 입장이 반대잖아"
"그건 하치만이 아무리 기다려도 여자처럼 변명만 하니까 그래"
"여자답지도 않고, 변명도 안해. ……쓰다. 유키노, 설탕은 어디야?"
"……하아, 분위기 망치네"
FIN.
'내청춘 >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키노시타 부장의 일상 ~ 사랑은 맹목, 따라서 그녀들은 변태다 ~ 2 (0) | 2014.11.16 |
---|---|
유키노시타 부장의 일상 ~ 사랑은 맹목, 따라서 그녀들은 변태다 ~ (0) | 2014.11.16 |
인생상담경험 (0) | 2014.11.16 |
무자각 (0) | 2014.11.16 |
하치만"강하게 뉴게임?" (0) | 2014.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