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노시타 부장의 일상 ~ 사랑은 맹목, 따라서 그녀들은 변태다 ~
<봉사부 활동>
봉사부.
고민하는 학생을 이끌기 위한 활동을 취지로 하는 부활동이다.
그리고 방과후. 봉사부 부실에선 본래 찾아올 학생을 이끌 부원이 사색에 잠겨 있었다.
"봉사부……즉, 히키가야에게 봉사를 한다, 라는거면 되겠니?"
"……유키노시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뭐야? 이상한 전파라도 수신했냐? 전파농이냐?"
봉사부 부장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진지하게 봉사에 대해서 생각한다. 하치만에게 어떠한 봉사를 할까. 즉, 부실에서 어떠한 변태행위를 할까이다.
정말로 그녀가 봉사부 부장을 해도 되는걸까?
"부활동이라면 어쩔 수 없어. 히키가야, 일단 옷을 벗어주겠니?"
"아니, 잠깐. 진정해. 나는 벗지 않을거고, 애시당초 이 부활동은 그런 부활동이 아니라고 설명한건 유키노시타, 너였을텐데?"
"그렇구나. 하지만 부활동이라는건 거기에 소속하는 인간의 성질에 따라 특색이 변하는거야. 예를 들면, 한 세기 전의 세대에서 농구부가 열혈계였고, 그들 그녀들의 세대가 졸업하면 열이 식듯 풀어진 부활동이 된다. 라는건 드문 일은 아니야. 즉, 이 봉사부도 나와 네가 소속한 시점에서 그 특색이 변했다. 그런거야"
순간 납득할뻔 하치만이었다. 황급히 고개를 젓는다.
"그 설명은 이상하잖아. 그 세대가 가진 특색은 의욕이나 향상심이나 정신적인거지, 농구부가 하는건 농구인게 뻔하잖아"
"그렇구나. 그러니까 이렇게, 봉사부가 하는건 봉사라는, 윤리에 따른 부활동을 하는거야"
"이 부활동, 문제를 안고 있는 학생을 돕는 부활동이었지!? 이론정연하게 설명한듯하면서 틀린것 투성이잖아!"
하치만의 말을 무시하고 유키노는 바로 하치만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의 벨트를 찰칵찰칵 벗기려고 한다.
이 상황을 보면 유키노와 유이 중 누가 빗치인지는 말할것도 없다.
"히키가야의 벨트, 벗기기 힘드네. 본인과 마찬가지로 비뚤어진걸까?"
"무턱대고 바지를 벗기려고 하지마! 남의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들으라고 안 배웠냐!?"
이래저래 벨트에서 손을 놓게 하려고 저항을 시도해보는 하치만이었지만, 의외로 힘이 센 유키노의 저항에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하고 불안하게 생각한 순간 훌륭하게 플래그가 서버린 모양이라 부실 문이 드르르륵 소리를 내며 열린다. 그러는 김에 하치만의 마음도 드르르륵 소리를 내며 박살났다.
"얏하……로――!? 에, 둘다 부실에서 뭐하는거야!?"
하치만의 고간에 얼굴을 가져가는 유키노를 보고, 새빨개져서 놀라는 유이.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마치 유키노가 하치만의 무엇을 무엇하고 있는걸로 보여서, 수치심이 얼굴을 붉힌다.
그런 유이의 심정을 모르는 유키노는 유이에게 고개를 돌리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물론, 무엇이야"
"무엇이 아냐! 그리고, 우쭐댄 얼굴로 아저씨스런 소리를 하지마"
그 후, 유이의 오해를 푸는데 고생한 하치만이지만, 그보다도 호시탐탐하게 하치만을 노리는 고양이과 육식계 유키노시타 유키노로부터 도망치는 편이 힘들었다고 한다.
<힛키의 비밀 폴더>
봉사부 부실.
유키노시타와 유이, 단 둘이 있는 실내에서 유이는 기분 좋다는듯 콧노래를 부르며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태평하게 기분 좋아보이는 유이가 신경쓰여, 유키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유이의 뒤로 돌아섰다.
"~♪"
"유이가하마, 즐거워보이네. 좋은 일이라도 있었니?"
"읏!? 유유유키농!? 어어어느틈에 뒤에!?"
방금전까지 앉아있었는데, 마치 유키노가 순간이동이라도 한듯한 놀란 반응이다. 그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는건 뭘까, 유키노의 호기심이 자극된다.
"지금이야. 나도 히키가야처럼 존재감이 얕았니…… 그건, 히키가야?"
유이가 갖고 있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니 거기에는 하치만의 사진이 표시되어 있었다.
게다가 피사체는 카메라를 보고 있지 않다. 책상에 엎드려 고개를 묻고, 귀에 이어폰을 낀채 외계의 정보를 완전히 셧아웃하고 있었다.
도촬이다.
"설마, 유이가하마에게 그런 특수한 취미가 있을 줄은 생각 못했어"
유키노의 말에 유이의 얼굴이 화끈 열을 올려간다. 도촬이 들킨것 보다도, 하치만을 찍고 있던게 들켜서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렇다면 부실에서 보지마, 라고 하고 싶은 참이지만 천연 빗치는 거기에 생각이 미칠 만큼 머리가 좋지 않다.
"아, 아니야, 유키농!? 이건, 힛키가 늘 어떤 생활을 보내고 있는지 신경쓰였달까, 그만 찍고 싶어졌다고 할가, 그러니까, 저기……그래! 이건 힛키의 생체기록이야!"
이거다! 라며 생각나는 말을 변명하는 유이에게 유키노는 얼음 여왕의 이명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유이가하마, 지금 말을 해독하면 평상시부터 히키가야를 도촬하고 있다라고 들리는데?"
"하읏!? 그그그그런게 아니라!?"
변명도 실패로 끝나, 구렁텅이에 빠진 유이가 오버히트하려고 할때, 히키가야의 사진을 보고 있던 유키노는 중얼거렷다.
"……이거 말고도 사진은 있니?"
"도촬이나 그런게 아니――어? 이거 말고?"
잘못 들었나 생각해, 눈을 끔뻑거리는 유이에게 유키노는 굳세게 끄덕였다.
"그래. 이거 말고 히키가야의 사진은 없니?"
"……"
"……"
서로 말없이 쳐다보고, 잠시 뒤 동시에 끄덕엿다.
하치만에겐 유감스럽지만, 여기에 히키가야 하치만 동맹이 결성되었다. 더욱이, 명칭은 히키가야 하치만이지만 하치만은 들어있지 않다.
――
유이가 온지 10분 후.
하치만이 봉사부에 도착했다.
"여어"
부실로 들어가 말을 걸지만 대답은 없다.
하치만이 실내를 돌아보니 유키노와 유이가 여고생답게 꺄악꺄악 즐거운듯이 들떠있었다.
"그래서말야, 이게 체육할때 테니스를 치는 힛키! 테니스칠때는 맨날 벽치기 하고 있어!"
"친구가 없는 히키가야 답구나"
"그리고 이건, 체육시간에 옷갈아입――"
자신의 이름, 옷갈아입기라는 불온한 단어가 귀에 들린 하치만은 그녀들과 연관짓지 않기를 결심했다. 군자 말하길, 위험한 곳에 다가가지 말라.
같은 부활동의 변태에겐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위치>
오늘 유키노는 기분이 나빴다.
말없이 앉아만 있는건데, 그녀의 주위는 설국처럼 차갑다. 하루종일 이 상태인 유키노와 함께 있던 그녀의 급우들은 컨디션 불량을 호소해 보건실로 달려갈 정도였다.
어째서 유키노의 기분이 눈보라처럼 거칠어졌냐고 하면, 물론 하치만 관계다.
"……예정. 무슨 예정이지? 설마, 다른 누군가와 데이트는 아니겠지? 토츠카랑……그럴 법해"
유키노는 사이카랑 함께 인중을 늘리는 하침나을 상상하며 감정이 점점 차가워져 가는걸 느꼈다.
얼음의 여왕의 분노를 보고 있는 유이는, 바들바들 부들부들 강아지처럼 떨면서도, 어떻게든 어떤 위험물을 지적한다.
"유, 유키농? 가위 들고 왜 그래?"
가위를 손에 들고 찰칵찰칵 예리한 소리를 내고 있는 유키노는 온도 없는 만면의 미소를 지었다.
"아니. 지금은 사용할 예정은 없단다? 하지만, 예정은 미정이라고 하지? 미래일은 모르겠어……"
"유키농 무서워!? 그, 그치만 힛키 정말로 오늘은 무슨 일이지?"
말을 하는데 유키노의 눈동자가 어둡게, 탁해져간다. 그 표정에서 역시 천연 유이도 하치만의 신변의 위험을 느껴, 화제를 위험물로부터 돌렸다. 화제 중심은 여전히 하치만이며, 여기에 없는 그의 위기가 사라진건 아니다.
"그렇구나. 하다못해 갈곳만이라도 말해줬으면 좋았을텐데"
목적지를 고했을 경우, 유키노가 어떻게 행동했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만약, 그가 정말로 데이트를 하고 있을 경우……이야기는 변하지만, 옛날에는 신관이라고 불리는, 거세된 사람이 왕을 모셨다거나 말았다거나. 아무튼, 조금도 하치만하고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신경써선 안 된다.
썩둑, 썩둑 무언가를 베는 동작을 하고 있는 유키노의 옆에서 유이가 스마트 폰을 조작해서 입을 열었다.
"응-? 지금 막 역앞에 있는것 같아"
대수롭지 않게 유이의 입에서 나온 하치만의 위치.
하지만, 지금 유이의 말은 이상하다. 가령 목적지를 들었다고 해도, 지금 어디에 있는지 등은 전화라도 해서 본인에게 듣지 않는한 확인 불가능할 것이다. 혹은…….
범죄 의식이 없는 소녀가 하고 있는 행동을 헤아려, 유키노는 입가를 경직시키면서 물었다.
"어째서, 히키가야가 있는 위치를 알고 있는거니?"
"어? ……아"
유키노의 지적에 의해, 새삼 실수를 눈치챈 유이.
『……』
부실에 차가운 정적이 찾아왔다.
<선물>
"얏하로-!"
"안녕, 히키가야"
역앞에서 어떤 물건을 사고 있던 하치만은 본래라면 부활동을 하고 있을 유키노와 유이에게 썩은 눈동자를 돌린다.
"……어째서 여기 있는거야?"
"그렇구나, 분명 사랑이 해낸 기술이야"
"후엣!? 그, 그럴 수가, 유키농!? 사랑이라니, 그런게 아니라! 에헤헷"
여기까지 사랑의 기술을 구사하여, 안내한 유이가 유키노의 말을 듣고 기쁘다는듯 몸을 튼다.
그러자 유키노하고는 비교도 안될 만큼의 자기주장이 격렬한 가슴이 띠용- 하고 함께 흔들려, 하치만의 시선을 못박았다.
유키노는 이중을 늘린 하치만에게 못이 박혔지만, 날붙이처럼 가늘게 변한 눈동자는 정욕보다도 살의가 깃들어있다.
그걸 눈치챈 하치만은 얼굴을 새파랗게 만들고 등을 쫙 핀다.
이상, 평소 봉사부의 대화다.
"그래서 히키가야. 오늘 부활동을 하러 오지 않았던 이유는 뭐니?"
"맞아, 힛키! 어째서 안 온거야?"
여자 부원 둘로부터 오지 않았던 이유를 책망받는다.
"어째서냐니, 미리 못간다고 연락했잖아. 거기다 기본적으로 봉사부는 자유참가잖아?"
"아니? 히키가야는 봉사부의 교정대상자야. 강제참가가 당연하잖니?"
"어이, 내 인권은 어디갔어"
봉사부는 치외법권이며, 하치만만 기본적 인권의 존중이 적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히키가야가에서도 히에르라키 밑바닥이며, 인권이 있던건 아니기 때문에 별로 변한건 없다.
번뜩번뜩 "자아, 말해" 라는듯 호소하는 눈동자 넷에 굴복하여 하치만은 한숨을 쉬었다.
"이제 됐나. 자"
하치만은 가방 안에서 리본으로 포장된 직사각의 작은 꾸러미를 건냈다.
건내받은 둘은 하치만에게 허가를 받아 바로 그 봉투에서 내용을 꺼낸다.
안에서 나온 물건을 손바닥에 올린다.
"이건…… 고양이 스트랩?"
"와! 내건 강아지 스트랩이야"
상상하고 있던대로의 둘의 반응에 하치만은 쓴웃음을 짓는다.
"얼마전에 유이가하마한테 여행 선물을 받았으니까. 코마치가 답례해라고 시끄러워서 어쩔 수 없이 샀어. 유키노시타거는 코마치가 평등하게 사라고 해서 그러는김에 샀다"
"나한테 선물을 사준 이유가 최악이구나, 과연 쓰레기가야"
"게다가, 나나 유키농이나 코마치한테 들어서 산거잖아……"
복잡한 소녀심을 발동한 둘은 하치만에게 불만스럽다며 시선으로 말한다.
"뭐야? 필요없나? 그럼 돌려줘"
그런 소녀심을 읽을 수 있다면 아싸따위 하지 않는다는 하치만은 두 손을 내밀어 돌려달라고 요구한다.
하치만의 어찌할 수 없는 태도에 소녀 둘은 눈과 눈을 맞대며 어쩔 수 없나, 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필요없다고는 안했잖니. 고맙게 받을게"
"응! 고마워, 힛키!"
눈이 녹아, 봄을 맞이한듯한 따뜻한 미소.
여름 해바라기처럼 밝고 만개한 미소.
비뚤어진 하치만마저 이 미소를 볼 수 있으면 됐나 생각하게 만들 매력적인 미소였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
비아냥을 안할 수는 없지만.
"그런데, 유이가하마한테는 뭘 받았니?"
"이거야. 토끼 스트랩. 왠지 가끔 빛나더라고"
하치만의 가방에 달린 토끼 스트랩.
지금도 어찌된 일인지 붉은 눈이 반짝반짝 점멸하고 있다.
마치, 무언가에 반응하고 있는듯한 빛에 어떤 생각이 떠오른 유키노는 토키 스트랩을 쳐다본채로 유이에게 물었다.
"유이가하마, 혹시"
"자아-, 유키농이랑 힛키!? 지금부터 노래방가자! 바로 가자 당장가자, 응!?"
유키노가 전부 말하기 전에 유이가 말을 겹쳤자.
그 태도를 보면 어떻게 하치만의 위치를 파악한건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기막힌다는듯 유키노는 한숨을 내쉰다.
"유이가하마. 이번에는 추궁하지 않을게. 그리고 히키가야, 여성에게 선물을 받을때는 조심하는편이 좋단다?"
"? 무슨 의미야?"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유키노는 선두를 걷는 유이의 뒤를 쫓았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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