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힛키는 집사람을 뭐라고 부르고 싶어?"
방과후 독서 시간…아니, 부활동 시간의 정적을 깨부순건 평소대로 휴대폰에 질린 유이가하마의 한 마디였다.
"난데없이 왜 그래? 유이가하마, 주워먹는건 안 된다고 가르쳐줬잖아"
"주워먹지 않았거든! 괜찮잖아, 대답해줄래 힛키?"
우갸-! 라며 분개하며 더 물고늘어지는 유이가하마. 어차피 또 편차치 낮아보이는 잡지의 빗치 컬람에라도 영향을 받은거겠지만.
"…집사람이라는건 집. 요컨대 집에 있다는 의미잖아. 그 경우엔 내가 어떻게 불리고 싶은거냐? 라는걸로 봐도 되겠냐"
"왜 그렇게 되는데!? 그보다 아직도 전업주부가 되고 싶다고 하는거야?"
꿈은 포기하지 않으면 이루어지는거다, 유이가하마. 포기하면 거기서 시합종료라고?
"딱히 상관없잖냐. 그러는 유이가하마는 어떤데? 뭐라고 불리고 싶어?"
"나? 나는 역시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할까나"
"아-, 그렇구만. 그게 최고일지도"
"그치, 역시 이름으로 부르고 싶지"
"그러네요-"
"………"
"………"
다시 찾아오는 정적. 유이가하마도 또 휴대폰 조작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유이가하마, 또 그 남자에게 속아넘어갔어"
손안의 책에서 시선을 들지 않고, 방금전까지 조용히 있던 유키노시타가 말을 했다.
"……앗! 힛키, 너무하고 기분 나빠!"
"……칫, 유키노시타. 쓸데없는 소리마"
적당하게 대답하면서 상대에게 동조한 척을 해서 대화를 끊는다. 외톨이기 때문에 시험할 기회가 없었지만, 과연 잘 되는구나. 라며 내심 웃고 있었는데.
"저기, 유키농은 뭐라고 불리고 싶어?"
하지만 유이가하마의 흥미의 화살끝은 유키노시타에게 옮겨진다.
"……나는, 그렇구나…… 부부라고는 해도 서로를 존경하는 마음이 소중하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이름에 『씨』를 붙여줬으면 싶어. 당연히 상대도 마찬가지로 부를거야"
"오오! 왠지 존경한다는거 대단해. 그것도 좋을지도…"
"흐-응, 『유키노 씨』라? 어감 나쁘지 않냐?"
"잠깐? 히, 히키가야?!"
깜짝 놀란 태도의 유키노시타를 보고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다.
"아니, 잠깐. 유키노시타, 깊은 의미는 없다. 미안"
호아급히 변명을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무릎 위에 올려둔 책을 꾸욱 움켜쥐고 고개숙이고 있다. 아무래도 조금 빨개진 모습을 보건데 상당히 분노는 큰 모양이다.
"유키농만 불러주고 치사해! 자, 힛키. 나도 『씨』 붙여서 불러봐!"
"…유이가하마를 존경?"
"무슨 의미야아! 랄까, 결국 힛키는 뭐라고 불리고 싶어?"
"아-, 나는 이름이 흔치 않잖아? 그러니까 역시 이름으로 부르면 좋겠달까나…"
"이름으로 부르기라아… 하, 하치, 하치……역시 무리! 기분 나빠!"
"어이! 기분나쁘다고 하지마, 딱히 너한테 그렇게 불리고 싶다는게 아냐"
"이름 부르는거 말고는 뭐 없어? 거, 예를 들면 별명으로 서로 부른다거나?"
"나, 딱히 별명에 좋은 추억은 없는데… 굳이 말한다면 『자 기 야 ♡』라고 불리는 쪽에 동경은 있다고 할까?"
"뭐야, 그거? 이상해"
"……니가 화제 돌려놓고 뭐냐고. 뭐 상관없지만……"
유키노시타의 분노도 사그라든 모양이라, 다시 책에 의식을 집중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도 또한 손안의 책에 의식을 향한다. 유이가하마도 내가 대답한것에 만족한듯, 또 휴대폰 조작에 힘쓰고 있다.
휴대폰 버튼을 클릭하는 소리와, 책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움직일때 일어나는 옷마찰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부활동 소리.
잠시 뒤, 유키노시타가 책갈피를 끼우고 책을 놔둔다. 홍차 준비를 하는걸테지. 달칵달칵 들려오는 다기가 닿는 소리. 마침내 홍차 향이 퍼지기 시작한다.
"자, 유이가하마"
"고마워-, 유키농!"
유키노시타가 유이가하마 앞에 컵을 둔다. 이제부터 시작하는건 유루유리 티타임이군.
바보같은 생각은 접어두고, 나도 책을 덮는다.
"자, 히키가야"
유키노시타가 내민 찻잔을 받는다.
"땡큐"
평소대로 짧게 감사를 하고나서 홍차에 입을 댄 순간.
"어머, 히키가야는 이렇게 불리고 싶었구나…음, 으음… 여기, 자 기 야 ♡"
"부흡!! …쿨럭…쿨럭…유키노시타 난데없이…쿨럭"
사레들리면서 항의하지만 반응이 없다. 이상하다 생각해 유키노시타를 바라보니 턱에 검지손가락을 대며 윙크한 상태로 새빨개진채 굳은 유키노시타가 있었다.
"…굳어버릴만큼 부끄럽다면 하지를 마라…"
"힛키! 힛키!"
"앙?"
"…자 기 야 ♡"
"빗치말고는 뭐도 아니구만"
"상당히 심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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